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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와 인싸친구

by Canine posted Jan 11, 2017 (16시 28분 52초)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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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아주 오랜 친구가 한 명 있다.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다.

중학생이 되고 최근 들어서 눈에 띄게 남자다워졌는데, 그 때문이지 또래 여자애들한테서도 나름 인기다.

그렇다. 그 녀석,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용모는 수려하다.

그에 반해서 난 그냥 평범한 외모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못 생겼….

그 녀석이랑 붙어 다니면 항상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선 말도 붙이고 있지 않다.

사이가 소원해진 걸 확연하게 느끼고 있긴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 서로의 집에 놀러가거나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관계는 유지 중이다. 물론 이 관계도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요새 들어서 부쩍 그 녀석 생각이 든다. 지금도 꿀 같은 주말을 그 녀석 생각으로 허비하고 있을 정도다.

분명 그 녀석은 일찌감치 여자 친구도 사귀고 지금쯤 데이트나 즐기고 있겠지…….

분하다.

아니, 친구로서 솔직하게 축하해줄 수도 있지만 왠지 분하다.

“왜 나마안…….”

내 청춘은 어디 있지? 방안에 틀어박혀서 수학 숙제나 풀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책상 위의 지우개 가루가 거슬린다. 손톱자국으로 군데군데 너덜너덜해진 지우개도 거슬린다. 손에 잔뜩 묻은 새까만 흑연이 거슬린다. 약간 힘줘서 다루면 연신 부러져 버리는 샤프심이 거슬린다.

“왜 나마안…….”

왜 나만 다들 뛰어놀 때 공부를 해야 하지?

아직 중학생 주제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미련해 보이는가?

웃기지 마라. 난 흔히 말하는 찐따다.

난 매우 객관적인 사람이다. 거울을 보고 주제파악 정돈 할 수 있단 말이다.

무심코 책상 위에 있던 손거울을 들여다보곤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나마안…….”

지금이라도 바깥에서 친구들이랑 뛰어 놀지 않으면 앞으로 내게 놀 시간은 영원히 없을 게 뻔하다.

지금도 이런 얼굴인데, 고등학생이 됐을 때쯤엔 얼마나 추하게 변해있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 분명 지금 있는 친구들도 다 떠날 게 분명하다.

그래, 그 녀석도 이렇게 못생긴 나랑은 어울리기도 싫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함에 빠져있을 때였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왓!”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어…….”

그 녀석한테서 문자가 와있었다.

<잠깐 나와 봐.>

 

 

 

 

“왜, 왜 불렀어?”

겨우 그런 문자 하나로 쫄래쫄래 순순히 나오는 나도 참 한심하지만, 그래도 왠지 이 녀석 말에는 거스를 수 없었다.

“할 말이 있으니까 불렀지.”

“뭐, 뭔데?”

“말 좀 더듬지 마!”

“힉!”

갑자기 들려온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라 움츠리고 말았다.

“미, 미안!”

“아 씨, 진짜….”

“미, 미안, 해…….”

“하, 됐다.”
녀석은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눈빛이 무서워서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어쩜 이리도 자신감 넘치고 강한 눈빛일까.

“……야.”

“응.”

“하 씨….”

녀석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평소라면 자기 의견을 스스럼없이 잘 내뱉는 녀석인데, 오늘따라 자꾸 말문이 막히는 듯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괘, 괜찮으니까… 말해….”

“너 왜 요즘 학교에서 말 안 거냐.”

“꽤 됐잖아. 우리, 그렇게 지낸지….”

“내가 뭐 잘못했냐.”

째릿 하고, 녀석의 날카로운 눈빛이 내 미간을 꿰뚫었다.

“이, 이제 와서 그런 얘기… 왜….”

“아니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미, 미안!”

뭐에 이렇게 화가 난 거지? 혹시 나 뭐 잘못했나?

“학교에선… 넌 인기 많고… 난 찐따 같고….”

“뭐어?!”

녀석이 당황한 얼굴로 어처구니가 없단 듯이 소리쳤다.

“뭐? 잠만, 아니, 너, 바보냐?”

뭘 이렇게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 거지?

“와… 어처구니가 없네. 너 바보지?”

자꾸 날 더러 바보라고 하니까 점점 기분이 나빠져 갔다.

뭔가 예전에 당했던 안 좋은 일들도 마구 떠오르고…….

생각해보니까 점점 더 열 받네.

“자꾸, 바보바보 하지 마!”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이미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뭐?”

“나, 나도! 바보 아니거든! 일부러 너, 생각해서, 그런, 거고!”

“야, 기다려봐….”

“으흑, 나도… 생각이 있어서…. 으흐흑….”

울분에 차올라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턱 끝까지 내려갈 때 느껴지는 간지러움이 몹시 불쾌했다.

아 쪽팔린다.

죽고 싶다.

“야, 울지 마! 아 진짜! 울지 말라고!”

녀석은 웬일로 크게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야!”

녀석이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꽉 잡으며 소리쳤다.

너무 놀라서 고개를 퍼뜩 들어 올렸는데, 정말 아주 가까운 거리에, 녀석의 얼굴이 있었다.

“한 번만 말한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나 너 좋아한다!!”

 

 

순간,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한 느낌이 들었다.

“어? 그게 무슨….”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뜻밖의 말이었다. 사고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하, 한 번만 말한다고 했잖아!! 이 바보야아!!”

녀석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까지 헐떡이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날 왜… 내 어디가….”

“네 그 매끄럽고, 까맣고, 긴 머리칼이 좋아! 방에만 틀어박혀서 하얗게 질린 피부도 좋아! 무슨 일에든 섬세하게 다가가는 부드러운 성격도 좋아! 하튼 다 좋아아아!!”

“어? 응? 어어?”

얼굴이 확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귀가 타들어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착각하지 마! 너 학교 남자애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도 모르지!”

“어어? 어? 무슨 말이야?”

“다 말은 안 해도 맨날 너 가지고 장난치려고 하고, 가끔 야한 얘기도 하고! 내가 그것들 막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으아? 아아? 어? 응??”

이게 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야. 진짜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한동안 서로 마주본 채 침묵하던 우리는 이윽고 부끄러움에 못 이겨 거리를 벌렸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줄곧 나 같은 건 다들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괴롭히는 남자애들도 다들 그냥 괴롭히는 건줄 알았는데.

그리고…….

“나, 날 좋아해?”

“……그래.”

“사, 사귀고 싶어?”

“그렇다고.”

그 확고한 대답에 다시 한 번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대답은?”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부끄러움을 무마하듯 애써 강한 눈빛으로, 녀석이 재차 내 마음을 확인했다.

“난….”

내 대답은…….

 

 

 

 

 

--------

 

 

  • profile
    유지미 2017.01.11 21:14
    인소에서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군요. 주제인 '개그'는 어디갔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잘 봤습니다.
  • profile
    Fredrica 2017.01.18 21:27
    둘 다 남자인줄.. 내가 비정상이었던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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