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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새끼

by Rer posted Jan 11, 2017 (17시 59분 58초)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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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켓 참여 동의 아니오

나는 마왕이다.

예부터 마왕이라고 함은 웃는 아이도 울게 만든다는 그런 존재이니라.

악이 곧 나다. 나를 두려워하라!

…….

그런 시대는 지났다.

세이브 기능의 발달로 용사의 수는 급격히 늘었다. 덕분에 유일한 마왕이었던 난 연중무휴로 아주 바빴다.

지금은 운 좋게 어중이떠중이 녀석이 걸려서 그 녀석을 방석삼아 잠시 숨을 돌렸다.

아아. 왜 마왕으로 태어나서 이런 고생을 하는지. 어디 조용한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고 싶었는데.

“어이, 여신! 듣고 있냐! 이 빌어먹을 마왕 짓 그만하고 싶거든! 나 좀 죽여주라!”

내 목소리만이 성을 울렸다.

대답이 들릴 리가 없지.

물론 용사한테 죽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면 금방 부활해버리고 말았다. 왜냐고? 다른 용사를 맞이해야하거든.

지금의 마왕은 그런 존재다.

용사의 스트레스 해소용 몬스터.

젠장.

나도 용사하고 싶다.

내 엉덩이 밑에 있던 용사의 형태가 점점 흐릿해졌다. 나와 겨룰 다음 용사 나타난다는 걸 의미했다.

방문이 열렸다.

“크흐흐흐. 내 성에 온 걸 환영한다. 용사.”

용사 맞이 전용 멘트였다. 첫마디로 이 정도는 해줘야 용사들이 좋아라하더라.

반짝이는 갑옷, 전설로 전해져오던 검.

그는 완전한 용사였다.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군. 내 이름은 바알, 이 성의 주인 되는 몸이시다.”

음? 원래 이 때쯤이면 용서 못한다느니, 검으로 심판하겠다느니 오글거리는 대사를 뱉으면서 덤빌 텐데.

용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사 클래스나 아처 클래스의 동료가 보이질 않았다. 하드 난이도를 즐기는 솔로플레이 용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또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가 찾아왔군.”

죽기 전에 사망플래그 세워두고─

“자아, 어서 덤벼 보거라.”

비열하게 웃었다.

씨발, 존나 오글거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대사는 여신이 지정해준 고정 대사인걸.

“…….”

보통 용사라면 자신의 정의론을 말하며 자기가 멋있는 줄 알고 우쭐거리기 마련이었는데 이 녀석은 아니었다. 표정이 어두운 게 아무래도 우울한 용사 컨셉을 잡은 모양이었다. 제일 병신 같은 부류였다.

결국 내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혼자 오는 용사에게는 강력한 정신계 공격이 최고지만 그걸 쓰면 나중에 피곤해지니까 다음에 보여주는 걸로

대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스치기만 해도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뒹굴게 하는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기본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공중에 피어난 새카만 불꽃이 용사에게 직격했다. 바보인지 피하지도 않았다. 저러면 멋있는 줄 아나.

용사의 몸에 불이 붙나했더니 역시 용사의 갑옷, 불꽃이 옮겨 붙질 않았다.

아하, 템자랑이었고만?

깨달음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용사 새끼가 비겁하게 달려들었다. 나는 너무나도 쉽게 성검에 찔리고 말았다.

아…….

너무 빨리 죽으면 나중에 여신한테 혼나는데.

거리가 가까워지니 용사의 얼굴이 보였다.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있었다.

에이, 더럽게.

“……드디어 끝났어.”

용사는 안심하며 울었다.

해치웠나? 같은 말을 했으면 한 번 더 일어나 주는 게 예의지만 이런 어중간한 멘트에는 그냥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 무엇보다 싸우는 게 가장 귀찮았음으로─.

“음?”

뭐지.

내 체력이 줄어들지 않았다. 분명 검은 정확히 배에 파고들었다. 치명상이어야 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자니, 원인을 대충 알 것 같았다.

“저기요, 용사 님?”

“뭐야.”

“혹시 이 검, 서쪽 마을 무기 점에서 2억 빌런 주고 구입하셨어요?”

“어. 그게 뭐.”

“역시. 이거 레플리카예요. 쉽게 말하면 모조품이죠. 서쪽 마을이 아니라 동쪽에서 사셨어야 했는데 잘못 사셨네요. 이걸로는 저 못 죽임요.”

용사가 내 복부에서 검을 뽑았다. 내 상처는 바로 아물었다.

“봤죠? 그걸로 몇 번을 베어도 금방 재생돼요.”

“헐.”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감탄사였다.

간혹 무기를 사기 당해서 오는 용사들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는 게 명답이지만 대부분의 용사들은 성검을 사기 전의 세이브 포인트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있었는데 검을 사고 나서 데이터를 덮어 버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진짜냐…….”

“네. 진짭니다.”

용사가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용사는 성검이외에 내게 타격을 입힐 방법은 없었다.

다른 클래스의 동료가 있었으면 모를까 이번엔 나의 꽁승이다.

용사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누르자 무언가가 나타났다. 작은 네모 모양이었다. 누르는 것도 가능하고 옆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상자였다. 저 용사만이 아니라 모든 용사들이 가지고 있는 힘, 나는 저 힘을 ‘사기’라고 불렀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손가락 몇 번 두들기면 세이브 포인트로 이동하는데 그게 사기가 아니면 뭐냐. 저 기능 덕분에 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니까.

또 사기를 이용해서 검을 바꾸고 금방 다시 도전하러 오겠지. 그 동안 나는 저 문밖에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다른 용사를 상대해야겠지. 그렇게 난 또 지쳐가겠지.

진절머리가 난다. 진짜로.

예전에는 공주 납치 이벤트나, 인간 학살 이벤트를 가끔씩 즐겼었는데 요즘은 옥좌에서 엉덩이를 뗄 틈 없이 바빴다.

나도 인생을 조금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다.

“저, 용사님.”

“뭐야.”

“나중에 돌아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직 입장 제한 시간은 1시간이나 남지 않았습니까.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하셨을 텐데 제가 좋은 술이나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누가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줄 알아? 난 간다. 검 바꾸고 올 테니까 딱 기다려.”

돌아왔을 땐, 난 이미 몇 번 죽어있겠죠.

용사가 돌아서 문으로 걸었다. 내가 급히 용사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러지 마시고 조금만 쉬었다 가시지요. 술은 17년, 여인네는 7년산부터 49년산까지 준비되어있습니다.”

용사의 발이 멈추었다.

“7년?”

“예! 아직 손대지 않은 최상급 소녀입니다.”

“크음. 그럼 잠시만 쉬었다갈까.”

용사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로리콤 새끼.

 

---

 

용사가 술을 들이켰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용사는 이미 맛이 간 상태였다.

“내가 말야.... 원래 솔로 플레이어가 아니거등?”

“예, 예.”

7년 산 노예가 용사의 잔에 술을 따랐다. 용사는 바로 입으로 들이부었다.

술에 취해 노예의 어린 몸을 멋대로 만져댔다.

변태자식.

허나 안심해라. 저 아이는 500살도 넘은 서큐버스가 외형만 바꾼 것뿐이었으니. 지금쯤 신나게 정기를 빨아먹는 중이겠지.

용사는 손을 요란하게 휘저으며 말했다. 혀가 많이 꼬였다.

“여기 오기까지 한 5명인가 있었는데 마랴! 다 주거버렸어! 몬스터가 왜 이러케 강한지. 놰 동료두리 휙하면 휘카고 꽥하면 꽤카고 죽드라. 그래서 난 죽도록 도망쳤지. 히히.”

내 성에 사는 몬스터들은 거의 다 보스 급이니까 어지간히 약한 용사들은 내게 오기 전에 걸러졌다.

모조품 성검을 들고 여기까지 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마족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건 성검밖에 없을 텐데 그게 없이 여기에 있다는 건. 용사의 말대로 동료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이었다.

쓰레기 자식.

내 하수인들이 용사 놈의 동료를 죽이는 사이에 혼자 돌파했을 거다. 몬스터가 강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성검이 문제가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셨군요.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용사에게 술을 따랐다.

“잉? 네가 왜 술을 따라! 우리 7년 산 어디있오오?”

내 노예는 일찌감치 돌려보냈다. 어차피 이제 용사의 입장시간은 앞으로 5분 정도 남았고 슬슬 작별의 시간이었다.

“용사님, 힘드시겠지만 다시 한 번 동료들과 함께 저에게 도전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하.”

용사가 실없이 웃었다. 술잔을 들더니 입에 대기 전에 말했다.

“마왕 씨는 좋것수. 이렇게 좋은 술, 좋은 여자, 좋은 부하, 좋은 성까지 있으니 말야.....”

용사가 술을 들이키더니 책상에 이마를 박으며 기절했다.

난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사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들어올렸다. 기분 나쁘게 따뜻했다.

“이런 새끼는 성검에 찔려봐야 정신 차릴 텐데.”

용사 새끼를 질질 끌었다. 입장 시간 종료까지 1분정도가 남았을까, 나는 용사 새끼를 마그마 속으로 던졌다.

술을 먹여둔 탓인지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편한 얼굴이었다.

“퉤.”

내가 그 위로 침을 뱉었다.

“네 아이템 마그마에 전부 녹아내릴 거라서 부활은 맨 몸일 거다. 꼭 그 근처에 게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또 용사 한 명을 퇴치했다.

그리고 다시금 내 방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용사 새끼가 등장했다.

“마왕, 이노오오오오오오옴!”

아, 시발 나도 용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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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미 2017.01.11 21:24
    재밌다면 재밌는 글이지만 제 취향의 개그는 아니네요. 내용 자체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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