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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에 관하여

by DDD posted Jan 11, 2017 (21시 23분 40초)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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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켓 참여 동의 아니오

 

어느새인가 당연한 상식처럼 되어버렸지만 여고생의 팬티는 새 팬티보다 가치가 크다.
여중생의 팬티가 가치가 크냐, 여고생의 팬티가 가치가 크냐  하는 문제는 사람에 따라 다를테니 접어두더라도, 여고생의 팬티가 새 팬티보다 가치가 크다는 것은 거의 보편적인 사실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는 시장경제체제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며, 여고생 팬티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새 제품보다 비싸다는 것이 좋은 일례다. 여자 팬티를 사본 적이 없어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여고생 팬티는 이틀 착용한 것이 기본 3만원. 뭐 여러가지 옵션을 추가한다면 10만원도 호가할 것이다.
 
여고생 팬티를 사봤다는 건 아니야.
 
어쨌든 여고생 팬티라는 건 여고생이 사용한 팬티, 즉 중고품이라는 소리다.
중고가.
새것보다 비싸다.
내구도 70쯤 되는 장비가 내구도 100짜리보다 비싸다는 소리다.
이상한 일이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연하단 듯이 여고생 팬티를 숭배하고, 여고생 팬티에 무릎 꿇고, 여고생 팬티에게 복종하려 한다.
그것은 틀림 없는 잘못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로 여고생 팬티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경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는 여고생 팬티의 소중함을, 사랑스러움을 잊어버린 채 맹목적으로 여고생 팬티의 존재만을 추구하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인간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늘 인간을 더 나은 경지로 데려다 준 것은 의문 아닌가.
팬티에 대한 이 의문 또한 인간을 새로운 경지로 데려다 줄 터.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랄도 병이다.”
듣는 사람이 얼어 죽을 것 같은 차가운 말투로 친구는 말했다. 아무래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무언가 불쾌한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아마 팬티라는 단어만 듣고 괜히 이상한 방향으로 혼자 오해하고 있는 거겠지. 여전히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고, 멍청한 친구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나는 친절히 설명해줄 만큼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
“네 남자친구도 분명 네 팬티를 가지고 싶어할 걸?”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납득할 정도로 설득력 있는 대답이었다. 이건 죽은 소크라테스나 공자 같은 현인이 와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 분명 소크라테스나 공자도 여고생 팬티 좋아 했을 걸? 누가 알아, 훔친 적도 있을지.
참고로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 받은 이유는 여고생의 팬티를 훔치려다 걸려서라는 이야기가...
“뭐, 그럴수도 있겠지.”
“담담한 척 하지마라. 얼굴가죽 뜯겨질 것 같으니까.”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계란을 꺼내 뺨을 문질렀다. 독백 도중에 친구의 주먹이 날아들어서 안면을 강타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날이 갈수록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매일 얻어터지는 내 얼굴은 남아나질  않는다.
덕분에 한참 중요한 부분에서 끊긴 것 같은데 무슨 독백을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은 늘 주먹부터 휘둘러 놓고 착한 척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친구가 되어줄런지... 걱정이 산더미 같다.
“내가 너보다 친구 많거든? 친구도 없는 게.”
“독백 읽지마.”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그 주먹이 언젠가 화를 불러서 조만간 지금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될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을 모르고 있는 것은 그녀와 그녀의 본성을 모르는, 여고생 팬티를 좋아하는 그녀의 남자친구 뿐이다.
하지만 진실이 어쨌든 간에 그녀는 진실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보이고 이렇게 되면 현역 여고생인 그녀의 의견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그건 나만이 아니라 인류에게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술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주머니에서 비닐팩을 꺼내들었다. 비닐팩을 보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뒤집혔다.
“그게 왜 너한테 있냐...?”
경악이라는 말 이외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친구가 말했다.
당황할 수밖에 없다.
비닐팩 안에 든 것은 그녀의 팬티니까. ――팬티의 무늬에 관해서는 여러분이 어린왕자가 되어 자유롭게 상상해주기 바란다.――
벗은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팬티는 아무리 나라도 무리였고, 그저 체취가 남아있는 팬티를 밀봉상태로 구해오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협상조건으로선 충분하다.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면 네 남자친구에게 이걸 넘기겠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슴에 품고 친구에게 고했다.
그러자 친구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움찔거렸다.
“그래봤자, 내 남자친구니까 나한테 돌려 줄 텐데?”
“우문이군.”
나는 괜히 있는 척 뜸을 들여보고 싶어서 피식하고 웃어 보았다.
“네말대로 네 남자친구는 너에게 팬티를 돌려주겠지.”
여기서 나는 의미도 없이 푸하하하하 하고 웃어보았다.
교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못 본 척 했다.
어차피 친구도 없다, 뭐!
“자신의 손을 한 번 거친 팬티를 말이야!”
목소리 조절을 하지 못해서 교실안에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아, 창피해.
“너는 과연 그 팬티를 받아들고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녀석이 이 팬티로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순수하게 믿을 수 있을까? 이전까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친구가 움찔하고 공포에 몸을 떨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이 팬티를 그녀석에게 전해줄 거야.”
그것이 함락되지 않는 성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쇠였다.
“...무슨 대화가 하고 싶은 건데? 저번처럼 내 팬티라도 갖고 싶단 얘길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팬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저번처럼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릴. 저번엔 여고생 팬티에 키스를 해보고 싶다고 한 것뿐이라고, 전혀 다르잖아. 지금 하는 이야기와는 전혀 달라. 완전 달라. 지금 하는 이야기는 왜 여고생 팬티가 비싼가 하는 이야기지.”
친구가 한숨을 쉬었다.
“그야 여고생이 입었으니까 아니야?”
“그 논리가 대충은 맞지.”
“그럼 해결이네. 내놔.”
어째서 내놓으라고 하면서 주먹을 내밀지?
의문을 품으며 나는 검지를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튕겼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럼 모순이 생겨.”
“무슨 또 모순이야. 내놓기나 해.”
어째서 주먹을 앞뒤로 흔들지?
의문을 품으면서 나는 배를 뱀처럼 한팔로 둘렀다.
언제 맞을지 모르므로 말을 조금 빠르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여고생 팬티를 좋아해, 그건 아마도 여고생이 입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여고생이 머리에 쓰고 있는 팬티도 좋아할까? 대답은 아니야. 왜냐하면 머리에 쓴 팬티는 거기랑 안 붙어 있잖아. 그런 거 가치 0원이라고. 오히려 늘어날대로 늘어난 쓸모 없는 팬티겠지.
정리하면 나는 여고생의 거기에 착 달라붙어서 체취를 간직한 팬티가 너무 좋다는 건데,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여고생 팬티를 허벅지 사이에 누워서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할 지언정, 여고생의 그곳을 보고 싶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그곳에 남자의 로망인 초절 그레이트 합체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명백한 모순이지. 이걸 모순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겠어?“
“너 분명히 언젠가 경찰에 잡혀 간다.”
성공하지 못한 혁명가는 테러리스트라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앞으로 가슴에 새겨두기로 했다.
“나는 현역 여고생인 너의 의견이 듣고 싶어.”
대답을 묻는 나에게 그녀는 생긋 웃었다.
사신의 미소 같은 섬뜩함을 느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리듯이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가 발판을 굳히기 위해 내디딘 한 발로 낸 소리다.
“그런 거 알까 보냐!”
엄청난 것이 올 것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배를 감싸고 있던 팔이 부러졌다.
내가 감촉으로 느끼는 것보다 빠르게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내장 안쪽에서 폭약이 터진듯한 고통이 전신을 흔들었다.
그녀가 급속으로 멀어졌다.
아니, 멀어지고 있는 것은 나였다.
날고 있다.
일격에 팔이 부러지고 여파로 교실 위를 날고 있다.
그것은 아프다 어떻다를 논하기 이전에 육체에서 영혼이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진짜 고통이 찾아온 것은 사물함에 부딪혀 폐를 찍히고 부러진 팔로 착지 했을 때였다.
머릿속으로 여고생 팬티를 강하게 의식하지 않았다면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고생 팬티를 머리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면서 의식을 간신히 붙들어 맸다.
눈 앞에 줄무늬 팬티가 아른거린다.
일어서려다 앞으로 쓰러져 머리부터 땅에 박았다.
“그 몸으로 뭘 어쩌려고?”
그녀가 근처까지 다가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야!”
소리쳤다.
내가 외치자 교실 뒷문이 거칠게 열렸다.
거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친구의 남자친구였다.
나는 고통이라는 황무지에서 웃음의 꽃을 피웠다.
“자, 잠깐!”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아! 그 누구도!”
그렇다. 그것만이 소멸해 가는 이 우주에서 여고생 팬티와 더불어 유일한 진리인 것이다.
그 두 진리를 담은 비닐팩을 나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그에게 던졌다.
“뒤는 맡겼다...!”
비닐팩을 받아 들자마자 그는 도둑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다.
이걸로 내 역할은 끝났다.
나는 몸을 돌려 누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석면 하늘에 새겨진 갈매기들은 나에게 수고했다는 듯이 먼 바다를 보여주었다.
“나도 여기서 끝인가.”
팬티때문에 살고 팬티때문에 죽는가.
생각해보면 별 것 없는 인생이었다.
“너는 내가 죽인다.”
도저히 농담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운 말투였다.
나는 눈을 감고 방금 본 그녀의 팬티를 떠올린다. 건물을 통째로 흔드는 지진이 내 복부에서 일어난 것은 바로 직후였다.
 
나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깨달았다.
 
여고생 팬티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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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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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자 크기는 왜 줄이셨는지 모르겠네. 가독성 더 떨어짐

  • ?
    DDD 2017.01.12 12:08
    핸드폰으로 문법 교정이랑 오타수정만 하려던 게 무언가 잘못 건드렸나봅니다. 다시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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