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공지

1월 11일 라한대를 마칩니다!

by 유지미 posted Jan 12, 2017 (11시 38분 23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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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작은 DDD님의 '팬티에 관하여' 입니다. 아래는 감평입니다.

BMK - 만담의 고찰로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http://lightnovel.kr/one/463562

경소설부에서의 만담. 한국 라노베와 만담에 대한 디스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새로운 만담의 형태를 제시할 줄 알았더니, 그냥 일본식 만담을 한국어로 적었을 뿐이었군요.
만담의 고찰로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이 제목인데, 이세계 생활은 어디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실에서 남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 자체가 판타지적이라고 한다면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마지막 줄에서 소설의 형식을 탈피한 문장이 인상 깊었던 글이었습니다.

Rer - 용사 새끼
http://lightnovel.kr/one/463571

경소설회랑에 달았던 한 줄 감평에서 좀 더 자세히 감상을 적고 싶었습니다만, 그것 외엔 적을 게 없네요. 재밌다면 재밌는 글이지만 제 취향의 개그는 아니었습니다.
개그와는 관계없이 이야기 자체는 술술 잘 읽히네요. 잘 봤습니다.

네크 - 결전의 시간
http://lightnovel.kr/one/463611

뭔가 많이 쓰시긴 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장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스토리 진행도 느린게, 하이텔 시절의 판타지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예전이라면 끝까지 봤을지도 모르지만 문피아와 조아라의 수많은 글덩이를 통해 자극에 익숙해진 제 전두엽이 버티질 못해 그만...

DDD - 팬티에 관하여
http://lightnovel.kr/one/463595

예쁜 사람이나 예쁜 물건을 수식할 때 '꽃처럼'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평소엔 아무런 생각없이 쓰는 말이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꽃이 왜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을까? 단순히 천연색과 정대칭 구조의 조화가 인간의 눈에 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만 하기엔 우리 주변의 꽃 말고도 그런 종류의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꽃만이 그런 영광스러운 상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가 꽃이 가진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는 시간의 한정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말도 세 번 들으면 질린다고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두 번 보고 세 번 보다보면 처음 대했을 때의 감흥은 크게 떨어지게 되고 어느덧 그 자리에 뭐가 있었나 하다가 결국 꽃은 배경 속에 뭍혀 기억 속에서 퇴색되어 버리고 만다. 그런 생리를 잘 아는 꽃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결코 오래 보여주지 않는다. 봄에 피는 꽃은 봄에만, 여름에 피는 꽃은 여름에만 제각기 자신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며칠간만 화사하게 피었다가 미련없이 저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꽃이 아름다웠다는 사실에 무뎌지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없고 다시 꽃이 필 계절이 오길 1년간 애타게 기다리게 된다.
여고생의 팬티가 아름다운 이유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여고생의 체취는, 온기는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벗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은 안타까움과 야릇함이 공존하는 팬티. 얼마 사용하지 않아 얼핏 보기엔 새 것 같지만 만져보면 중고품임을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을 정도의 따끈함. 방금 벗은 것도 좋지만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로 더더욱 사랑스럽다고 느껴지는 팬티. 이 모든 아름다움이 빨래 한 번이면 완전히 사라져버려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짧기에 더욱 찬란한 그 덧없는 아름다움... 난 그래서 여고생의 팬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동인지의 역자 후기에서 본 듯한 글이, 적절한 단어로 변형되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무언가에 홀린 듯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샏각나는군요. 내가 그의 문장을 읽었을 때, 문장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고대 아테네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 어떤 소피스트가 현신을 한다 해도 이처럼 호소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여고생의 팬티를 향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고뇌! 상금도 없는 라한대에 이런 좋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 참고로 저는 여중생의 팬티가 더 좋습니다.

상금은 걸지 않았습니다만, 좋은 글을 써주신 것에 대한 답례로 DDD님에게 신뢰의 문상 5천원 권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방명록에 비밀글로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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