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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5등성의 밤

by 유지미 posted Mar 04, 2017 (23시 56분 57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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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녀는 별을 관찰하고 있었다.

 

망원경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릎을 감싸안고, 언덕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보고있었다.

 

소녀의 시선을 좇아 나도 고개를 들었지만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 있는걸까. 무채색으로 가득한 캔버스에서, 어쩌면 내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지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어둑한 마을의 풍경과,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고요함이 좋은 걸지도.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지난 일주일 간 그녀만의 시간을 방해해온 셈이 된다. 이거 참 미안하군.

 

그저 추측일 뿐인데도 왠지 드는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한 발짝 내딛은 발의 밑창에 깔린 나뭇가지가 뿌드득,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차 싶어 급히 입술을 깨물었다. 바람소리를 제외하면 정적이 감도는 이곳에서, 그것은 폭발이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와 다름없는 소음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뒤에서 얇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수십가지 변명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하지? 괜히 오해를 사면 곤란한데. 누가봐도 어색한 시나리오를 순식간에 만들고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저기, 이건…….

 

괜찮으시다면, 같이 보시겠어요?

 

……네?

 

그쪽도 보러오신 거잖아요. 옆자리에 앉으실래요?

 

이것이 소녀와 내가 나눈 첫인사였다.



 

얼떨결에 소녀의 옆에 앉게 된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지루함이 온 몸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적을 깨고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네?

 

별 보시는 거, 방해해서.

 

별이라니? 나느 하늘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한참을 살피고서야 구석에 작은 별이 하나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녀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정도의 미세한 크기였다.

 

그래도 이곳에서 보는 게 훨씬 아름다우니까……. 마을까지 전부 보이잖아요.

 

별을 좋아하시나보네요.

 

글쎄요. 그녀가 살짝 미소지었다. 별이 좋다기보다, '저' 별을 좋하는거예요.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모습이, 마치…….

 

소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곁눈질로 그녀를 흘낏 보았지만 더 이상 말을 할 기색이 없어보였다. 시간이 흐른뒤, 그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즐거웠어요. 내일도 오실건가요?

 

나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고서도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새녘이 밝을 무렵에야 언덕을 내려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같이 언덕 위를 올랐고, 소녀에 대해 알게되었다. 소녀의 집이 언덕 근처에 있다는 것과 산책을 좋아한다는 것, 언덕 위를 돌아다니다 마을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고, 밤에는 그곳에서 작은 별이 보이는 걸 발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소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잠시 경련을 일으키다 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밤이 되면, 나는 여전히 언덕 위로 올라갔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오지 않을거란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앉던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다 내려오길 반복했다.

 

시간이 흘러 그녀와의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 언덕 위에서 별을 보던 나는 이 곳에 오는 게 의미없는 행위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그녀는 이 곳에 오지 않아. 여기에 오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쌀쌀한 추위에 언덕을 내려가려 할 때였다. 어둠 속에서, 조그만한 실루엣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게 보였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소녀였다. 전과는 달리 앙상하고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어째서 여길……?

 

언덕을 오르지 못하기 되기 전에, 인사를 하러 왔어요.


소녀는 힘겹게 걸음을 옮기더니, 평소에 앉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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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자 분량으로 슬픈 사랑이야기를 쓰려고했는데

이게 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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