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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by 폴라베어 posted Mar 12, 2017 (01시 01분 18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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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한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가(閑暇)로운 때

 

바쁘다. 바쁘지 않다.

입사한 동기들은 어느덧 신입사원의 껍질을 벗고 자신의 몫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나는 왜 아직도 내 일조차 버거워하고 있지.

다른 회사가 그렇듯 우리도 매일 매일이 일에 치여 야근의 연속이다. 특히 이 바닥은 야근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좋겠다. 한경아.”

부장님. 뜬금없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이번에 공채했는데 또 신입이 우리 부서에 배치됐다. 책임지고 가르쳐. 알겠지?”

. 알겠습니다.”

신입이 들어온다는 소리는 우리부서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모두들 이 바쁜 일상에 신입이 들어와 일거리가 나누어 질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신입이 오고 3일 만에 박살이 났다. 이 빌어먹을 신입은 가르쳐도 답이 없다.

 

선배님.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 .”

얘랑 얘기를 하다보면 암걸려서 죽을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고 면접을 통과해서 회사에 입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분명히 대화를 해보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닌데 일과 관련되어서 이야기를 하면 답이 안 나온다.

 

이건 이렇게 해야지. 이 폴더에 있는 이게 시말서야.”

? 저 시말서 써야되요?”

아니 그걸 제일 많이 쓸 것 같아서 미리 알려준거야.”

선배. 너무해요.”

그런데 일은 이렇게 못하고 내 복장을 뒤집어 놓는 데 쓸데없이 귀엽기만 하다. 혀짧은 목소리에 넘치는 애교. 이 바쁜 가운데서 신입을 보다보면 정말 망중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야근을 하다가도 가끔씩보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물론 업무 얘기를 하면 암 걸릴 것 같은 것은 여전하다.

 

*

 

어느덧 신입이 들어 온지도 6개월이 넘었다. 이번에는 우리부서에 신입사원이 배치되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놈들. 아니 개발팀에 인원을 이거밖에 안주고 하라는것이 말이 안되는데.

 

선배. 커피한잔 드실래요?”

그래. 고맙다.”

신입은 이제 개노답에서 노답으로 변했다. 장족의 발전이다.

. 머리 잘랐네?”

. 너무 길어서 한번 정리했어요. 어때요? 잘 어울려요?”

뭐 적당히 예쁘네. 과장님께 올릴 보고서는 잘 작성했어?”

. 저 칭찬도 받았어요.”

부장님 자리를 흘깃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신기하네. 이제 점심시간 끝났네. 빨리 가자.”

 

어제도 이 빌어먹을 코드와 씨름하고 지쳐서 집에 가서 널부러졌는데 오늘은 기필코 마무리하고 느긋한 주말을 보내고 싶다.

선배. 내일 약속있어요?”

아니. 하지만 이 코드가 나랑 약속을 잡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안돼요. 내일 같이 영화보러 가요. 요새 재밌는 영화 많은데 같이봐요.”

이 일 끝나면 생각해 볼게.”

꼭 보러가요. 믿을게요.”

이러고나서 폰을 잡고 여기 저기 카톡 하는게 보인다. 일하는 시간에 카톡을 하다니 역시 노답신입이야. 개노답에서 노답으로 진화했다는 거 취소다.

 

이 빌어쳐먹을 일에 지쳐서 담배를 태우러 나가보니 부장님이 먼저 와 있으셨다.

너도 담배 피우러 왔냐. 요새 신입 일 잘하지 않아?”

아니오.”

에이 처음보다는 좋아졌잖아.”

그건 맞아요.”

뭐 잘해봐. 그래도 의욕은 넘치던데.”

예 잘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나 먼저 들어가볼테니까 천천히 태우고 들어와.”

부장님의 미소가 마음속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불안하다.

 

젠장. 그 미소는 야근을 또 불러왔다. 아니 5일중에 4일 야근은 너무 한거 아니야? 이거 노동법 위반이야.

 

선배. 힘내요. 저 먼저 가볼게요.”

젠장. 선배가 퇴근 안했는데 먼저 가?”

.”

후배는 퇴근했다. 내일 두고 보자.

 

*

선배 여기에요. 여기.”

그래. 뭐볼건데.”

정말 차려입고 나온 흔적이 보인다. 난 귀찮아서 대충 트레이닝복 입고 나왔는데.

선배 데이트하는데 옷이 너무 한거 아니에요?”

그래. 그러면 표는 내가 살게.”

벌써 귀찮다.

 

1주일간의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본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빵빵터지는 화려한 CG는 없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준수한 스토리였다.

선배 재밌지 않았어요?”

재밌네. 정우성이 연기를 잘하네.”

맞죠? 이거 보길 잘한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 제가 좋은곳 알아 놨어요.”

무난하게 영화에 저녁. 이정도면 데이트 코스에서는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보통 고백을 하기 마련인데.

 

선배. 좋아해요. 저 어떻게 생각해요?”

 

예상이 적중했다. 망중한의 끝이 이렇게 찾아왔다.

 

나는......”

 

ㅡㅡㅡ

 

약간 쓰다보니까 긴박이랑 벗어난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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