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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풋내기 사냥꾼은 무엇을 위해 사냥을 나서나

by PHANTOM posted Mar 12, 2017 (01시 34분 34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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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자신을 알라. 


불현듯 이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지금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한마디였다. 나 자신을 알았어야 했다. 


18살, 나이답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나 하고 있었어야 했다. 지루하게, 하루 수 시간을 별 관심도 없는 학문을 머릿속에 주입하며 시간을 버렸어야 했다. 나름 사냥꾼으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지만, 나는 아직 애였다. 미성년이었다. 


주제 파악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나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그 무지의 결과가 지금 이 꼬락서니다. 


옆구리에는 세줄 게 커다란 자상이 생겼고, 팔 한쪽은 저쪽에 날아가 있다. 발목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려 도망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고, 온 몸에 피 칠갑을 한 체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사냥해도 되는 것은 사냥당할 각오가 되어있는 자뿐이라는 것인가. 


꼴사납기 그지없었다. 초심자의 행운 따위는 없었고 곧장 가혹한 시험이라니, 정말이지 어처구니없을 뿐이다. 


아니, 초심자의 행운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 벌어먹을 고양이 새끼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 첫 사냥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무려 두 마리였다. 나와 같은 등급의 최약체였다만, 잡기는 하였다. 총기도 갖지 않은 것 치고는 꽤 괜찮았다. 살아있는 짐승에게 칼을 꽂고 살을 가른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못 할 짓도 아니었다. 


조금 역겨웠기 때문에 토악질도 조금 했지만 그래도 처음치고는 괜찮았다. 그것이 독이었다. 게임에 빗대자면 잡몹을 잡고있는 쪼랩의 앞에 갑자기 필드 보스가 나타난 격이었다. 


내가 잡은 사냥감의 피 냄새에 이끌린 것인지,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가 나타난 것이었다. 고양이, 정확하게는 고양이처럼 생긴 괴물. 그 몸집은 사자나 호랑이에 비교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그 강함은 그런 짐승 따위와 견줄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초심자의 행운이 도리어 시련을 불러온 것이었다. 


이 녀석은 고양이처럼 생긴 주제에 하이에나 마냥, 나의 사냥감을 훔치러 덤벼들었다. 혹은, 나 또한 사냥감으로 본 것이었으리라. 나보다는 적어도 두 등급, 아니면 세 등급 정도 높은 녀석이었는지 아니면 기습 때문인지 나는 이렇다 할 저항 없이 당했다.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처음 습격에 나는 꼴사납게도 넘어졌다. 그래도 다시 일어났지만, 날카로운 발톱이 살을 찢어 옷은 피에 젖었다. 나는젖었다 . 나는 칼을 들어 저항했지만, 팔째로 물어 뜯겼다. 물어뜯는 힘이 너무 강해서 또다시 바닥에 널브러졌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저 녀석은 내가 입고 있던 갑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 팔은 땅에 나뒹굴고 있었다. 


녀석은 내 꼬락서니가 재밌었는지, 도망치지 못하게 발목을 분질러 트리고는, 고양이가 털 뭉치를 가지고 놀듯, 부드러운 욕구가 달린 발바닥으로 이리저리 내 몸뚱어리를 놀리며 놀았다. 


싸가지없는 놈이었다. 


나름 저항하려 해봤으나 무리였다. 꿈틀거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사정없이 장난을 쳐댔다….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 굴러, 피는 땅을 적셨다. 몸에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벌레처럼 꿈틀거리지도 못한 나에게 질렸는지 손속이 점점 심해졌다. 실감 나지 않았던 죽음이 점점 확실하게 다가왔다. 


남은 팔로 자세를 잡고 일어나 보려 하지만 온몸을 내달리는 격통에 그조차 쉽지 않다. 아직 죽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인지 발악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피 맛이 나는 침을 삼키고, 나는 곧장 감길 것 같은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내 배에 제 발을 올려놓고 꾹꾹 눌렀다. 발톱이 뱃가죽을 찔렀다. 빌어먹게도 구멍 뚫린 부분을 정확하게 짓밟았다. 아파서 죽을 거 같았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왼팔로 고양이를 때려 보아 있지만, 간지럽지도 않은지, 그저 나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했다. 나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 


점점 힘이 빠졌다. 시야가 흐려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눈이 감긴다. 이렇게 죽는 건가. 


그건 싫다. 싫다. 나는,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살아야 할 이유 따위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째서, 하필이면 나인가. 왜, 내가 죽어야만 하는가, 싫었다. 눈물이 나왔다. 무섭지는 않았다. 그저 이딴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소리를 질렀다. 


애새끼처럼 빽빽 소리를 질렀다. 성대가 찢어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폐부에서 공기를 쥐어짜서, 소리를 질렀다. 


아무렇게나 발버둥 쳤다.


죽기 싫었다. 나는 아직 결혼도, 연애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 


그러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리고 내장을 헤집는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짧은 회광반조는 끝났다. 만화처럼,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숨겨졌던 힘에 눈을 떠서 적을 때려눕히는 그런 전개는 없었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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