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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결혼식

by 라뮤니카 posted Mar 12, 2017 (02시 21분 43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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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켓 참여 동의

폐허가 되어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도심 한 가운데. 평소 같았으면 인적들로 가득 차 시끄러울 시간대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탄생한 괴수가 이곳을 습격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물이 섞인 것 같은 기괴한 생김새,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팔과 다리 그리고 강철만큼 단단한 피부. 민간인들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허겁지겁 도망가며 살길 빌 수밖에 없었다.

 

아하하하! 전부 파괴되어라!”

 

괴수가 근처에 놓인 전봇대를 부신 뒤, 그것을 들고 이곳저곳에 휘두르며 행패를 부릴 때 어디선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하시지, 괴수.”

 

괴수는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더니 분노에 찬 어조로 외쳤다.

 

네 이놈. 레드맨!!”

 

……그런 빨갱이 같은 이름이 아니라니까.”

 

근처 건물 옥상에는, 붉은 바탕에 검은색과 흰색을 넣어 차밍한 포인트를 준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는 사람이 서있었다. 누군가 보면 자신의 관자놀이에 검지를 돌릴 만한 복장이었다.

 

남자가 옥상에서 폴짝 뛰어 가볍게 착지하자 주변에 가볍게 먼지가 일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레드맨이 아니라 스…….”

 

내 동포들의 원수! 원한을 갚아주마!”

 

괴수는 남자의 목소리를 끊고 갑작스레 들고 있는 전봇대를 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온다. 맞았다간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위력일게 뻔했다. 남자는 혀를 차며 몸을 숙여 전봇대를 피하고 곧장 괴수에게로 달려들었다. ! 하고 뒤쪽에서 무언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괴수는 뛰어오는 남자를 보며 비웃었다.

 

레드맨! 이 몸에게 육탄전을 걸 셈이냐!”

 

필살.”

 

남자가 팔을 뒤쪽으로 뻗자 괴수는 자신있게 양팔을 펼치며 가슴을 드러냈다.

 

, 오너라!”

 

!”

 

!

 

굉음과 동시에 괴수의 가슴이 뻥 뚫리더니 육체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남자는 연기가 나오는 총구를 후 불며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웬만하면 더 놀아주겠는데 말이야, 시간이 없어서.”

 

손목에 찬 시계를 풀었다. 그러자 전신에 빛이 나면서 입고 있는 타이즈가 사라지더니, 양복을 입고 머리에 왁스를 발라넘긴 잘 차려입은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계를 쳐다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내 결혼식이거든.”

 

***

 

! 너 왜 이리 늦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예식장에 도착하자마자 화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미안해, .”

 

상황을 보아하니 형이 날 대신해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형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누구에게 들릴까 싶어 조용히 말했다.

 

제수씨 화났어, 임마. 여긴 내가 있을 테니 빨리 가봐.”

 

, 어쩔 수 없나. 장인어른께 먼저 인사드리고 가야겠다.”

 

형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보냈다. , 형은 지금 무슨 기분일까. 역시 자식을 보내는 기분이려나. 나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장인어른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장인어른.”

 

……, 지금 오는가?”

 

. 차갑다. 역시 화나셨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장인어른은 내가 허리를 숙이자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난 됐고 혜나가 많이 화가 난 모양인데……, 어서 가보게.”

 

,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신부실로 걸음을 옮겼다. 장인어른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셨는데……, 얼마나 화가 난거지?

 

심호흡을 하고 신부실의 문을 똑똑 두들겼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혜나야? 들어간다?”

 

변명을 생각하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혜나를 쳐다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변명하려 연 입은 턱하고 숨이 막혀 다물어지고 말았다.

머리에 씌어져 있는 면사포, 하얀 분이 발리고 홍조를 띈 얼굴, 붉게 칠해진 입술, 살며시 드러나 있는 목덜미, 그리고 순백색의 드레스.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는 순간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라지만, 이건 너무…….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혜나야, …….”

 

지금이 몇 시야?”

 

등골이 오싹했다. 이윽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혜나는 날 쳐다보지 않고 거울에 시선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결혼식이 2시 시작인데, 130분에 도착? 지금 장난해?”

 

아아……. 나는 양손을 싹싹 빌며, 바닥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진짜 미안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사정? 무슨 사정? 그게 결혼식보다 중요해?”

 

정말 미안해! 나중에 꼭 설명해줄 테니까, ?”

 

……그렇게 중요한 거야?”

 

진심으로 미안하단 기색을 보이자 말꼬리를 내린다. 봐주려나? 혜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자 허리를 피고 어떻게든 변명을 내뱉으려 했다.

 

, 물론. 결혼식보단 중요하지 않지만, 그게…….”

 

내가 횡설수설하자 그녀는 날 조용히 바라보더니 피식 웃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한번만 용서해줄게, 그보다.”

 

?”

 

혜나는 드레스 자락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다리를 꼬며, 고개를 옆으로 까닥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이 끌려 그것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의 추태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나 어때?”

 

……요망한 여자다, 이혜나.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혜나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 순간 불쾌한 소리가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삐빅-. 삐빅-.

 

무슨 소리야?”

 

황급히 시계를 들어 올려 소리를 껐다. 시발, 진짜……. 울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혜나의 시선을 피하고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혜나야, . 잠깐……. 나갔다 올게.”

 

?”

 

난 표정이 굳은 나의 신부를 뒤로하고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 어디가!”

 

뒤에서 살기가 느껴져 온다. 나는 시계를 손목에 차며 속으로 울부짖으며 외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변신!!!!!

 

****

 

도심이 무너져 내린다. 사람의 비명소리와 함께 불길이 피어오른다. 그 중심에 서있는 괴수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크하하하! 파괴는 창조를 낳는다! 모두 죽어라!”

 

으아아아아아!!!”

 

그런데 멀리서부터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괴수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쳐다보자, 붉은색 타이즈를 입고 있는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너는 레드맨?! 오늘은 네놈을…….”

 

괴수가 남자를 가리키며 말을 하려하자, 그보다 먼저 절규가 들려왔다.

 

닥쳐!! 이 씨발 새끼야!!!!”

 

히어로는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결혼식 시작 10분 전.

 

히어로의 결혼식은 괴수를 구축하는 것보다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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