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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이번에는 정말로 그녀에게

by 中立人 posted Apr 30, 2017 (22시 46분 17초) Replies 1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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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그녀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골목 구석에 있는 커피 가게.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왔다. 그때 주머니에서 위잉- 진동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와.]

그녀에게서 온 카톡. 그녀는 오늘도 나보다 일찍 도착했다. 사실 매번 이런 식이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와서 나를 기다린다. 이럴 거면 약속을 일찍 잡는 편이 낫지 않을까.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자 구석에서 손을 흔드는 그녀가 보였다. 평일 오전, 골목 구석에 있는 카페라 그런지 다른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카운터에는 알바생 조차도 잠시 화장실을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만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나는 욱신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그녀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안녕!”

그녀는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녀의 커다란 눈과 생기 도는 붉은 빛의 볼과 입술.

, 안녕....”

울 자기, 밥은?”

, ... 먹었어.”

그녀는 나를 자기라고 부른다. ‘자기라고 부르니까 마치 사귀는 사이 같잖아.... 그녀에게는 내가 남자친구인걸까. 나는 뭐라고 불렀더라. 그냥 이름을 불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시답잖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잔이 놓여있다.

이거 마셔. 내가 미리 시켜놨어.”

, . 고마워. 잘 마실게....”

내 앞에 놓인 잔에는 초록빛깔의 음료가 담겨 있었다. 은은히 나는 향이나 색으로 보아 내가 좋아하는 녹차라떼같다. 일단은 그렇게 보인다.

뭐해? 빨리 안 마시고.”

, .”

일단 잔을 잡았지만 잔에 입을 갖다 대기가 쉽지 않았다.

……….”

왠지 이상한 거품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아니야. 아닐 거야. 녹차라떼는 원래 거품이 껴 있잖아.

? 마시기 싫어?”

, 아니야.”

그럼 왜 잔을 들고만 있어? 자기 녹차라떼 엄청 좋아하잖아.”

그녀는 양팔로 턱을 괴고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본다. 생기 없는 눈동자가 나를 꿰뚫는 것만 같았다.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게....”

. 푸하하하하.”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자기도 참. 걱정 말고 마셔도 돼.”

.... ....”

떨리는 손을 진정시킨 뒤 나는 잔을 기울여 녹차라떼를 마셨다. 이미 식어있었다. 알맞게 식으면 마시기 편하다. 그대로 전부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달달한 녹차라떼의 맛과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맛있었다. 빈 잔을 테이블에 탁 올려두었다.

잘 마셨어....”

! 헤헤.”

그제야 풀리는 표정.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설마 경찰에 신고한 건 아니겠지?”

, 물론.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헤헤.”

신고했다가는.... 아마.

갑자기 그녀가 내게로 몸을 기울여왔다. 그러더니 나를 덥석 껴안았다.

, 왜이래.... 갑자기.”

뭐 어때. 커플끼리. 그리고 보는 사람도 없는 걸?”

그녀의 큰 가슴의 촉감이 팔로 전해져왔다. 몽롱한 향수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는 입을 내 귀에 갖다 대더니 작게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자기는? 나 사랑해?”

…….”

내 짧은 대답에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그나저나 다리는 좀 어때? 괜찮아?”

그녀는 내 허벅지에 손을 슬며시 올렸다. 그리고는 욱신거리는 부위 위를 문질렀다.

. , 괜찮아.”

정말?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절뚝이던데.”

의자에 밧줄로 묶인 채로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맞았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다.

그러게 왜 거짓말을 했어. 자기. 내가 거짓말하는 거 싫어하는 거 잘 알면서.”

미안…….”

내가 대체 무얼 잘못한 걸까. 그러나 일단 미안하다고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데... 나한테 거짓말이나 하고.”

그리고는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갑자기 다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잔뜩 깔고 말했다.

다음에는.... 그 여자를 죽여 버릴지도 몰라. 알겠어?”

방망이를 들고 내 다리를 힘껏 내리치던 때의 그 표정이었다. 나는 소름이 돋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교양과목 조별과제 때문에 알게 된 여자가 있는데 그녀와 발표과제 때문에 단 둘이 만나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어디서 몰래 찍은 건지, 마치 커플처럼 교묘하게 보이는 사진을 들이밀면서 바람피운 것이라고. 나는 단지 같은 조원일 뿐이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이 여자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 그리고는 야구방망이로 내 다리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말 그대로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다.

지나간 일이니까. 잊어야지 내가. 봐줄게. 자 그럼~ 이번에는. 330일에 오후 6시 집 앞에서 만난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 좀 들어볼까나. ..야 그 여자.”

? 3306? 대체 1개월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해. 그리고 조별과제 때문에 만난 그 여자 말고는 전혀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든 생각해내야 한다. 그녀는 예의 그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진한 그녀의 향수냄새 때문인지 머리가 띵하다. 지금 그녀가 무얼 말하는 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자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뒤틀리면서 괴기하게 변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누군가... 도와줘. 카페 알바생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제발.

그녀가 녹차라떼에 약을 탄 것이 틀림없다. 그때 나를 감금했을 때처럼.

 

이번에는 정말로 그녀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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