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라한대] 연기 속에서 춤을 추듯이

by 푸셔 posted Apr 30, 2017 (23시 59분 33초)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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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어때?”

 

좋아.”

 

이렇게 있는데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적이 주변의 공간을 삼켜버렸다. 아까의 질문에 답을 쉽사리 내리지 못한 듯 종호의 입술은 그저 침묵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대답을 조용히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이 아련하게 비추었다. 슬슬 어색해져가는 침묵사이에 종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60일 전

 

 

종호의 시선이 한 곳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동수업시간에 다른 반으로 자리를 옮긴 그의 시선은 교실의 구석을 향한 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새하얀 소녀가 오로지 그의 눈동자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 길 좀 막지마.”

 

……어어, 미안.”

 

교실 입구에서 가까운 책상으로 몸이 떠밀린 종호 뒤에는 남학생들이 껄끄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들리는 비난 속에서 그의 시선은 어쩔 줄 몰라 교실 안을 방황하고 있었다.

 

바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떠밀려진 자리에 앉은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교실 안을 방황하고 있었다. 칠판을 지나 창문을 거쳐 뒤의 사물함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한 순간에 그의 시선은 한 소녀를 향해 있었다.

 

칠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부터 귀에 꼽힌 이어폰을 정리하는 그녀의 손, 그리고 창가에 흩날리는 바람을 타며 휘날리는 머릿결까지. 그녀의 행동은 그의 시선을 한 순간에 사로잡아 버렸다.

 

아얏!”

 

종호야, 내가 아까 뭐라고 그랬냐.”

 

?”

 

머리를 때리는 자극에 주위를 둘러보니 선생님을 포함한 아이들의 시선이 종호를 향하고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종호는 무엇에 홀린 듯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 주변 시에 실종 사건이 일어나서 조심하라고 학교서 긴급하게 내려온 얘기라고 그랬다.”

 

네에…….”

 

내 말에 집중 안 하면 5분 늦춰서 끝낼 꺼다.”

 

일부 학생들의 탄식이 그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호는 자리에 앉은 채 칠판에 고개를 고정시켰다. 탄식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 소리에 교실은 정적만이 흘렀다. 그 상황 속에서 종호는 그녀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안도감에 나지막히 미소를 띄었다.

 

 

50일 전

 

 

언제나 똑같은 이동수업시간이었다. 종호가 앉은 자리는 10일 전보다 창가에 점점 가까워진 위치에 있었다. 그가 앉은 자리 주변으로 기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계속 구석에만 앉더니 이번엔 웬일로 자리를 옮겼데?”

 

내 맘이야.”

 

최소한 답변은 여길 보고 해주면 안 되냐?”

 

종호의 시선에 맞추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기태가 말했다. 질문의 의도를 뒤 늦게 알아챈 종호가 고개를 돌렸다. 이미 기태는 소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기태를 막아서려고 종호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지만 기태는 소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와 또 음악 들어?”

 

……?”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음악만 계속 듣네. 귀 안 아파?”

 

뭐 원래부터 듣던 건데. 이번에 처음 들은 노래인데, 괜찮아. 들어볼래?”

 

소녀는 기태와 대화의 꽃을 피워나갔다. 원래부터 알던 사이었는지 막힘없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종호는 재빠르게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날렸다.

 

맞어, 은희야 그나저나 얘는 왜 계속 너만…….”

 

아아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읍읍…….”

 

거기까지 가서 뭔 쓸데없는 소릴 하려고, 가자.”

 

기태의 입을 부여잡으며 종호는 자리로 돌아가려고 몸을 틀었다. 종호가 막은 입 사이로 그의 입 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는 모습에 은희는 나지막한 웃음을 지었다.

 

뭐 계속 나만 쳐다봤다고?”

 

등 뒤에 들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종호는 뒤를 돌아봤다. 은희는 그를 바라본 채 이어폰을 손으로 동그랗게 말아가며 정리하고 있었다. 웃기다는 그 표정에 당황한 종호는 당황한 채 더듬거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순간 기태가 입을 막은 손을 뿌리치며 숨을 거칠게 쉬었다. 그 반동에 종호는 교실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종호는 그만 좀 손 치우라는 기태의 불평을 뒤로 한 채 몸을 털고 천천히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서 보인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그 광경이 웃긴지 계속 나지막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종호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의 액정을 누르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원래 자리에 앉았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호는 가져온 과목의 교과서를 펼치며 10분 전의 상황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필통의 샤프를 꺼내려고 고개를 왼쪽으로 트는 순간 그의 옆자리엔 은희가 앉아 있었다.

 

……언제 여기에…….”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앞에 은희는 조용히 핸드폰을 열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너 혹시, 이 노래 들어본 적 있어?”

 

 

35일 전

 

 

은희와의 대화를 시작한 뒤로 종호는 점점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 있어 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동수업시간이 다가온 때의 그의 심장은 유독 빠르게 뛰고 있었다. 새로운 정보를 가득 담은 입을 움찔거리며 종호는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교실 안의 분위기는 그와는 상반되는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분위기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 그, 너도 알잖아…….”

 

, 그 뉴스에도 뜬 거…….”

 

잠만 기다려봐. 전화 좀 하고 올게…….”

 

기태는 교실의 차가운 온도를 뚫고 전화기를 바쁘게 움직이며 교실 밖을 나갔다. 액정에는 여자친구의 이름이 찍힌 채 통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실 밖에서 들어오는 은희의 인사를 뒤로한 채 그는 전화에 집중하기 바빴다. 은희의 시선이 그를 향해 천천히 따라갔다. 둘의 스쳐지나가는 모습은 차가워진 교실의 분위기에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뿌려치기 위해 종호는 은희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은희도 그에 반응해주고는 같이 자리에 앉았다.

 

너가 들어보라던 노래 꽤 괜찮아서 여태까지 낸 음반을 들어봤는데 다 좋더라고. 혹시 이런 비슷한 노래 더 없어?”

 

딱히. 미니멀 테크노라는게 사람들이 많이 다루는 장르는 아니라서.”

 

아하……혹시 너가 듣는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거는 뭐야?”

 

아마 핸드폰에 있을 텐데, 잠깐만 기다려봐, 찾아줄게.”

 

그녀의 손이 부지런히 핸드폰 액정을 누비고 있었다. 액정을 바쁘게 훑고 지나가는 시선에 그녀의 단발이 살랑살랑 흐느꼈다. 흩날리는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몇 분이 지난 뒤에 그녀는 한 손에 이어폰을 꺼내며 나지막히 외쳤다.

 

, 찾았다!”

 

그의 눈 앞에 고개를 돌린 은희의 얼굴이 가까이에 붙어있었다. 둘 사이의 거리에 그들만의 정적이 생겨났다. 침묵은 다시 그들에게 수줍음을 돌려주었다. 눈 언저리가 새빨개진채 은희와 종호는 몸을 뒤로 빼며 고개를 돌렸다.

 

, 미안.”

 

아니, , 미안.”

 

서로 간의 거리를 띄운 공간 뒤에는 조그맣게 가정통신문의 내용이 붙어있었다. 실종된 사람의 주검이 동네에서 발견되었다는 통신문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들의 관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했다.

 

 

20일 전

 

 

단축수업이 이루어진 터라 이동수업이 끝나면 하교 시간이 되었다. 그는 이동수업 내내 긴장한 듯 입술을 뜯기 시작했다. 수업 종료 5분 전까지 그는 은희를 바라보지 못 했다. 옆 자리의 사소한 움직임이 신경 쓰였지만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수업 중 선생님이 몸조심하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말했지만 이미 종호에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이 종료될 때 까지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걸 즐기고 있는 듯 그의 입은 아무도 모르게 살짝살짝 올라가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과서를 정리하던 중 종호는 교실의 인파속에서 은희에게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혹시…………오늘 같이 돌아갈래?”

 

작정하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흐느끼는 단발 사이로 비추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계속 서로의 모습을 바라본 채 몇 초가 지나갔다. 둘 사이에 어색함이 피어올라왔다. 분위기를 서로 눈치 챈 이들의 입에는 실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오늘은 그, 친구랑 같이 간다고 해서 말이야.”

 

아아…….”

 

둘 사이의 어색함을 덮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웃음이 부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종호의 입가는 다시 원래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짐을 챙길 때에 은희는 반에서의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 나중에 보자…….”

 

종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종호의 생각은 이미 여러 가지로 뒤죽박죽 섞여져 있었다. 집에서 보게 된 기태의 다급한 문자에도 그의 눈동자는 힘없이 핸드폰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크게 생각이 없었던 걸까…….”

 

여자친구가 연락을 통 안 받는다는 내용의 문자와 함께 그의 힘없는 눈동자는 빠르게 넘어가는 액정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8일 전

 

 

학교에 방문하는 외부사람의 수가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임시 휴교상태라 학생들의 등교가 제한 되어있는 모습을 종호는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그에게 있어서 휴교는 딱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다림 끝에 은희 와의 약속을 잡고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경찰차를 뒤로 한 채 종호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은희가 좋아한다는 음반을 처음으로 구매했다. 유난히 큰 LP를 손에 쥔 채 그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출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가벼운 지갑의 무게만큼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둘이서 정한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지만 10분이 지나도록 은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은희에게 문자를 넣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질 않았다.

 

순간 그의 머릿속엔 여태까지 일어났던 일련의 실종사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에서 시작된 의문은 점차 그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은희는 괜찮을까.

 

종호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희가 살고 있는 동네 안쪽까지 들어가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모퉁이 안쪽만 돌면 은희의 집 근처에 다다른 위치였다.

 

제발.’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절박함이 그를 에워싼 채 몸을 이끌어갔다. 모퉁이를 돌아가기 직전 그의 눈앞에서 은희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안심했다.

 

바쁜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은희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한 채 구석에서 그녀의 행적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순간 종호의 왼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액정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은희가 보낸 문자의 내용이 액정에 찍혀나왔다. 잠깐 약속이 생겨서 다음에 보자는 내용 너머로 그녀는 다시 길을 나섰다.

 

아직은 아닌건가.’

 

그녀가 돌아간 반대 방향으로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간절함은 다른 상반된 모습으로 그의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다. 무언가 연기에 휩 쌓인 듯 어디인지 모를 그런 기분에 위화감이 들었다.

 

 

1일 전

 

 

다음 주부터 학교의 임시 휴교일이 해제된다. 일련의 사건들과 걱정들에 의해 종호는 언제나 은희의 안전을 확인했다. 일주일 전과는 달리 그에 따라 그녀의 답변도 자주 오게 되었다. 방 안의 침대에서 누운 채 종호의 표정은 확고한 듯 보였다. 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을 비추었다.

 

핸드폰 액정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은희가 보낸 문자의 내용이었다. 오늘 밤 X시에 XXX에서 만나자는 문자 밑으로 글귀가 찍혀있었다.

 

그래. 조금 있다가 보자.’

 

이 짧은 글귀에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음이 종호의 생각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쪽지를 꺼내보았다. 한 줄 한 줄 읽어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은 종호는 일어나 전에 구입했던 LP를 손에 꼭 쥐었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그는 계속해서 핸드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분까지 밖에 표시하지 못하는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며 그는 다시금 마음을 다 잡았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갈수록 종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LP가 살짝 구겨진 것을 느낀 그는 급하게 구겨진 앨범 아트를 살짝 움직였다. 간신히 평평하게 폈긴 했지만 구겨진 흔적이 남아버린 앨범 아트를 보고는 아쉬움을 느꼈다.

 

순간 인기척이 들려왔다. 종호는 움직임이 느껴진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인지라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인기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왔어?”

 

돌아오지 않은 대답에 종호는 의아해하며 인기척을 향해 발을 이끌었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눈앞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때 그는 기뻐한 듯 입을 열었다.

 

왔구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호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

 

기분이 어때?”

 

좋아.”

 

이렇게 있는데도?”

 

…….”

 

의식을 차린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라 난잡해진 방안의 구조는 그에게 익숙해져갔다. 바닥에는 수많은 음반들이 꼴라주 마냥 화려하게 흩어져 있었다. 개중에는 두 동강 나있는 음반도 있고 어느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굴러다니는 음반도 보였다.

 

선반 위에 보이는 턴테이블은 종호가 가지고 왔던 LP가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차갑게 두드리는 미니멀한 리듬이 분위기와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밑에는 종호가 손발이 묶인 채 은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은희가 손에 칼을 쥐고 있는 채 질문을 이어갔다.

 

어떻게 알았어?”

 

봤거든.”

 

헤헤, 하고 종호가 입을 열었다. 머리에는 피가 줄줄 흐른 채 입꼬리는 위로 씰룩거리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8일 전에 약속을 뒤로 미뤘을 때, 니가 집 근처에서 여자 한 명을 옮기고 급하게 뛰어나가는 모습을 봤거든.”

 

내 집 앞까지 왔다는거네?”

 

사실 걱정돼서 와 봤는데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더라고.”

 

은희가 반대쪽 손을 이용해 종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종호는 아랑곳 않은 채 미소를 띄는 은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니가 그 사라졌다는 기태의 여자친구를 데리고 있었는 줄은 몰랐으니까.”

 

말을 남긴 채 종호는 은희에게서 시선을 돌려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빨갛게 흩뿌려진 장신구가 굴러다닌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거도 정말 대단하다.”

 

그렇지?”

 

다른 음반에 시선을 돌리며 푸념을 내뱉듯이 말하는 은희에게 종호는 동의를 구하듯 말을 꺼냈다. 그 틈에 생긴 어색함 사이로 둘의 웃음이 끊임없이 흘러 넘쳐나갔다.

 

히히히……그래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 해줄껀데?”

 

내일~.”

 

은희는 몸을 일으키며 다음 날을 기약하는 투로 말을 끌었다. 종호는 이에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까지 다가간 나를 넌 사랑해줄 수 있니?”

 

내일 알려준다니까~.”

 

여유가 넘치는 말투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를 즐기듯 종호는 그에 화답하듯 미소를 건네보였다.

 

내일 다음 실종자를 정할 때까진 기대해도 좋아. , 다른 음악 들을래?”

 

니가 좋아하는 거로 틀어줘.”

 

그럼 또 틀어야 하잖아.”

 

마지막인데 뭐.”

 

LP가 다시금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기 속에서 두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듯 춤을 추는 듯 했다. 그에 발 맞추듯 내일을 기대하며 종호는 사랑하는 은희를 위해 다시금 미소를 띄었다.

 

---

 

Actress의 DANCING IN THE SMOKE를 듣고 갈겨쓴 라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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