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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도리라는것

by 으렘 posted May 04, 2017 (21시 29분 23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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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3시간 남았군. ”

하늘의 배경을 가리는 뿌연 입김이 공기로 스며들었다.

천천히 운행되는 구름이 무색하리만치 창창한 햇살이 풍경을 장식했다.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

나태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쇠사슬에 묶인 듯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맨살에 스치면 풀독이 오를만한 잡초들이 침대 역할을 해주어, 푸근한 어미의 품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이대로 누워있고 싶었다. 

그냥 이대로 놔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명색이 부모란 놈들인데, 가봐야되나? ”

그 증오스러운 년놈들은, 자칭 해방동맹이라는 자식들에게 손발이 꽁꽁 묶여 잡혀갔다. 그래 봐야 도적놈들이며 약탈을 일삼는 무뢰배 주제에 거창한 이름을 대고 있는 그들이었다.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물론 자리에 있었더라도 호탕하게 웃으며 박수갈채를 보냈겠지.

이유가 따로 있는가?

그 작자들이 해왔던 짓을 생각하면 돈을 주고서라도 팔고 싶은 것이 내 속마음인데.


그들이 해방동맹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유는... 여느 때와 같이 일을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였다.

평소와 달리 고요한 집안 내부, 돌아왔음을 알리는 문소리가 울러 펴졌을 텐데도 들려오지 않는 욕설. 넘어져 있는 의자와 여기저기 찍혀있는 흙발 자국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상으로 향하자 보이는 종이쪼가리.

`우리는 명예로운 해방동맹이다. 6시간 주지, 보는 즉시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알더렌마을의 제3번 곡식 창고로 오도록. 늦게 온다면 부모의 두개골이 동강이 나 있는 꼴을 보게 될 것이야.`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잔잔해졌다.

6시간이란 시간이 그닥 와 닿지 않았다.

마을 외곽에서 곡식 창고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2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만한 시간이었다.

자경대에 알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신으로 초대를 받았지만, 일신의 무력이 부족하여 그들에게 맞서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니, 우선 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해방동맹은 내가 하기 꺼렸던 행위를 대신해준, 어찌 보면 고마운 작자들이다.

내게 말로 못할 짓들을 일삼았던, 어쩌면 도적놈들보다 더 심한 짓을 해왔던 그네들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내가 문관으로서 나라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고민을 하고있는 나도 없을 것이다. 아마 묘지에서 기약 없는 다음 생을 기리고 있었을 테지.

그만큼 내가 겪은 고통은 참혹했다.

당장 상의만 탈의해도 씻을 수 없는 흉터가 앞뒤를 점거했으며, 용의주도하게도 얼굴과 손, 그리고 발목과 발은 건드리지 않은 그들이었다.

그 외에는 살덩이가 붙어있는 것이 용할 정도로 몸 여기저기가 패여 있었다. 수없이 원망했다. 줄곧 살의를 품었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부모를... 증오했다.

그런데도.

부모란 이유 하나만으로!

인외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구해야 하는 것인가...

이후 마음이 너무나 답답하여 집 밖으로 나와 웅덩이 앞 풀숲에 주저앉고 몸을 털썩 뉘어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호흡이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풀 속에 묻혀있던 팔을 얼굴 앞으로 갖다 댔다. 마법 처리된 손목시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 2시간... ”

한쪽 입꼬리가 저절로 들려 올라갔다. 상념을 하는 사이 3600초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보다시피 시간은 이미 경각에 다다랐다.

사실상 마음은 이미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안달이 났다.

시간이란 놈은 나를 천천히 옥죄여오고 있었다.

`뛰어간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다. 그러니 달려라.`

`그들과 똑같은 괴물이 되어버릴 셈인가? 말리지는 않는다만... 그렇게 된다면 네가 그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 1시간 50분... ”

`아직 늦지 않았다. 가는 길에 휴이아저씨에게 말을 빌린다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래도 안 간다고? 넌 정말로 글러 먹은 놈이군, 구제할 수 없는 귀축이야.`

마음속의 악마는 끊임없이 나를 닦달해왔다. 제깟게 무엇이길래, 악마란 놈이 선행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인가.

만약 그들이 막연하게 죽여버리겠다고 하면 이렇게 초조하지 않았을까?

“ 맞아. ”

분명 고민할 여지 없이 체념했을 것이다.

그들은 죽었을 것이라면서.

내가 뛰어가 봐야 소용없다면서.

그러니 살던 생애를 그대로 이어가자면서.

하지만 시간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아니, 희망인지 절망인지는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제한된 시간이란 놈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게서 합리화를 배제하게 시켰다.

1시간 33분.

말을 빌려 탄다면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 젠장. ”

몸에서 태만을 밀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림책의 책장이 넘겨진 것처럼 다른 배경이 내 시계를 가득 채웠다.

여유는 없었다. 그저 속에서 꾸역꾸역 비집고 올라오는 욕설을 눌러 담고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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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해서 재대로 확인도 못한채 올려놓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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