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라한대] 마지막 기차

by 스톰트루퍼 posted May 04, 2017 (21시 31분 17초) Replies 0 Letters cou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협업 참여 동의

“이쪽은 됐어. 폭탄 쪽은 어때?”

그녀는 다시 한 번 스위치와 도화선의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서 이쪽을 바라본다.

“더할 나위 없어.”

 

폭탄더미의 상태는 완벽하다. 

비가 올 것이라고 하던 노병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아마 최고로 멋진 불꽃을 피워올릴 것이다.

 

“이제 기다리는 것뿐이네.”

“남은 시간은?”

 

성냥에 불을 붙이고 회중시계를 꺼내들었다. 

8시 51분. 

예정 시각은 9시 30분. 

앞으로 40분 정도 후에 총통의 기차가 판갈 다리를 건넌다. 

나는 손을 휘둘러 성냥을 꺼트렸다. 

 

“40분 정도 남았어.”

“많이 남았네.”

 

어둠 속이라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으니 농담을 하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침묵을 지키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이리와.”

 

무언가가 팔에 닿는가 싶더니 이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나는 그녀의 인도에 따라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조명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어둡다고 아무데나 만지면 안 돼.”

“어차피 아직 작아서 만져도 아무 느낌도 안 날 텐데.”

“느낌이 안 나면 만져도 된단 거야?”

 

뭐라고 대답할 생각이었는지. 그녀가 몸을 기대어 왔을 때 잊어버렸다. 내가 틀렸다. 그녀의 몸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무슨 생각해?”

“생각보다 부드럽구나.”

“변태 같네. 레지스탕스 아저씨들 같아.”

“...너는 무슨 생각하는데.”

“...죽기 싫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좀 더 나를 껴안아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철컹철컹.

 

침묵 속에서 다리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울림이 전해져왔다. 예정대로라면 이 기차는 9시 정각을 지나는 석탄 열차다.

 

“그렇지 않아? 설치하는데 두 사람이 필요했다는 이유로 굳이 폭탄을 터트리는데 두 사람이 함께 있을 필요는 없어.”

“...”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판갈 다리 아래에 다리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목적으로 좁은 통로가 나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2주 전. 성인 남자라면 어깨도 통과하지 못할만한 공간이지만 어린아이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다리를 부수기 위한 폭약의 양은 적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힘을 써 보았지만 혼자서 폭약을 짊어지고 숨어드는 것은 무리였다. 

 

“죽는 거 싫지 않아?”

“각오는 돼 있어.”

“...각오를 하면 죽을 수 있는 거야?”

“그치만 총통은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 내 동생도! 간풍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괜찮아?”

 

내 팔을 붙잡은 그녀의 온기가 뜨거워서 일까. 

평소에 그렇게 가슴을 뜨겁게 만든 말들이 모두 허무하게 느껴진다. 

 

“만약에 간풍이 죽으면 그 때는 뭘할 거야?”

“...뭐?”

“만약에 만약에 간풍이 죽었는데 우리도 안 죽으면.”

“모르겠어, ...생각해 본적 없어.”

“지금 생각하면 되잖아.”

“...모르겠어.”

“난 미용사가 되고 싶어.”

“미용사?”

“미용사가 되면 매일매일 헤어스타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지?”

“헤어스타일?”

“우리 언니가 그랬는데 남자들은 여자한테 금방 질리기 때문에 차이고 싶지 않으면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랬어. 지금 몇 시야?”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자유로워진 팔로 성냥을 그었다. 9시 14분. 

 

“15분 정도 남았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 어떻게 생각해? 아직도 두 사람이나 여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녀가 죽고 내가 사는 것. 

내가 죽고 그녀가 사는 것. 

나에게 감히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용기가 있을까. 

 

“...스위치를 이리 줘.”

“왜?”

“...내가 남겠어.”

“나 대신 죽을 거야?”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팔다리가 떨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애써 보일리 없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 대신 살 수도 있겠네.”

“...무슨 말이야?”

“나가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스위치는 내가 가지고 있어. 만약 안 나가면 나 총통의 기차가 와도 안 누를 거야.”

“왜?”

“두 사람이 죽을 필요는 없잖아. 그냥 나를 위해서 죽을 각오도 없는 사람 때문에 죽기는 싫었어. 폭탄을 터트리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해. 그러니까 가.”

“내가...”

“나, 뱃속에 간풍의 아이가 있어.”

 

거짓말.

 

“거짓말.”

“...살고 싶지 않았어. 나... 오히려 이런 기회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가... 가줘... 제발...”

 

그녀가 나를 밀친다. 그런 그녀의 팔을 애써 붙잡는다. 그녀가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그만... 그만 좀! 가만있어! 널 살릴 수 없다면 같이 죽기라도 할 테니까!”

“...정말?”

 

그녀가 몸부림치던 것을 멈췄다. 

 

“그래!”

“머리 스타일이 늘 이 모양이어도 괜찮아?”

“괜찮아.”

“정말?”

“그래.”

“...나 뱃속에 간풍의 아이가 있단거 거짓말이야.”

“알고 있어.”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잡은 그녀의 손을 포개어 잡는다. 작지만 떨고 있는 손. 

내 손안에서 그녀의 떨림이 점차 줄어든다.

시계를 볼 필요도 없다.

멀리서 간풍이 탄 기차의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다시피.


 


라한대

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구글 크롬/파이어폭스 최적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라한대 공지 이제 텔레그램에서도 알림을 받으세요! file Admin 2017.01.19 174 1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 주최자 분에게 건의사항 드립니다 4 Admin 2016.08.14 409 0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공지사항 - 대회신청은 여기 댓글로! 176 file 수려한꽃 2012.06.02 86094 7
2224 라한대 [라한대] 한 사내의 이야기 1 딸갤러 2017.05.09 105 0
222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마감입니다. 엘케니 2017.05.09 60 0
2222 라한대 마왕과 용사 맥탄 2017.05.08 52 0
2221 라한대 [라한대] 끄아아아아악! 라뮤니카 2017.05.08 86 0
2220 라한대 [라한대] 안녕, 인생절단기 Pip 2017.05.08 53 0
2219 라한대 [라한대]겨울오리 네모 2017.05.08 61 0
2218 라한대 [라한대] 데스퀴즈 백랑단풍 2017.05.08 43 0
2217 라한대 [라한대] 쥐뿔도 없는 영생 자사김 2017.05.08 73 0
2216 라한대 어떤 아르바이트 О. 2017.05.08 56 0
2215 라한대 장작의 왕 쀼스쀼스 2017.05.08 46 0
2214 라한대 [라한대]세계의 모래알을 셀즈음에 유니스 2017.05.08 56 0
221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공지입니다. 1 엘케니 2017.05.08 70 0
2212 라한대 [라한대] 시인과 농부 1 Bugstrin 2017.05.08 59 0
2211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닫습니다. 세스트랄 2017.05.04 83 0
2210 라한대 [라한대] 버텨라 라뮤니카 2017.05.04 58 0
» 라한대 [라한대] 마지막 기차 스톰트루퍼 2017.05.04 53 0
2208 라한대 쫄면 쀼스쀼스 2017.05.04 45 0
2207 라한대 [라한대] 도리라는것 으렘 2017.05.04 49 0
2206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엽니다. 1 세스트랄 2017.05.04 144 0
2205 라한대 공지 예고) 8시 반 라한대 시작 세스트랄 2017.05.04 42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7 Next
/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