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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버텨라

by 라뮤니카 posted May 04, 2017 (21시 33분 11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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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겠어?”
 
청년이 쥐고 있는 검에서 들려온 목소리. 역대 용사들의 손에서 전해져 내려온 ‘성검’이 수백 번 말한 문장이기도 했다.
청년은 검의 말에 정면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해야지, 용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렇지.”
 
청년과 성검은 허허벌판에서 빠른 속도로 몰려오는 어둠을 보고 있었다. 그 꺼림칙함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저거 벨 수 있는 거 맞아?”
 
불안보다는 투덜거린다고 해야 옳은 말투에 성검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물론. 몇 번을 베어봤다고 생각해?”
“내가 어떻게 알겠냐? 바보야.”
 
곧 어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청년이 성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성검이 모습을 드러내자 새어나오는 환한 빛은 어둠의 기세를 주춤거리게 했다. 어둠은 성검에 대응하기 위해선지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을 보며 청년이 자세를 잡았다.
 
“움직이네.”
“정신 바짝 차려.”
 
한 곳으로 모여든 어둠은 다시금 한 점으로 모여 들었다. 자그마한 점이 된 어둠은 이윽고 물에 풀어진 물감처럼 퍼지며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성검이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지금!”
 
그 말과 함께 청년은 어둠의 형상에 달려들었다. 어둠은 무언가 하려했는지 움찔거렸으나 청년이 한발 더 빨리 움직였다. 기합과 함께 검이 휘둘러졌다.
 
“흐읍!”
 
성검의 궤적에 따라 빛이 선을 긋는다. 사람의 형상을 사선으로 베어내자, 갈라진 어둠은 꾸물거리며 서로에게 붙으려했다. 그러나 뒤따라 들어온 빛이 그것을 방해했다.
 
[키에에에에엑!]
“크윽!”
괴물과도 같은 포효에 청년의 오른쪽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성검이 그것을 느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윽, 괜찮아…. 마왕은 이성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어?”
 
마왕이 저런 짐승 같은 소리를 낼 줄은 몰랐다.
 
“저건 아직 마왕이 아니야. 마왕이 되기 전의 단계지.”
“그러냐.”
“알고 있겠지만 죽이는 것은 무리야. 우리가 할 일은….”
 
성검의 말에 청년이 퉁명스럽게 말을 끊었다.
 
“우리가 아니라 나겠지. 요컨대 시간을 끌라는 거잖아. 용사가 탄생하기 전까지.”
“……응.”
“앞으로 얼마나 버텨야하지?”
“이주일이야.”
“알겠다.”
청년은 계속해서 어둠을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베었다. 뭉쳐지려는 어둠은 다시 갈라놓았고 물러나려는 어둠은 쫒아가 다시 베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며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
 
“후욱 후욱…. 아직 멀었냐?”
 
며칠이 지났을까. 끝을 보이지 않던 체력을 보이는 청년에게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점점 까맣게 변질되던 몸은 어느새 목 끝까지 올라왔다.
성검이 나지막이 말했다.
 
“앞으로 5분….”
“드럽게 기네.”
 
청년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성검을 휘둘렀다.
탁!
 
“윽…!”
 
그러나 여태까지 쉽게 베어지던 어둠이 처음으로 청년의 검격을 막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말 끝까지 짜증나게 하는군.]
 
어둠 속에 가려져있는 마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이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본좌는 결국은 부활하느라. 내가 완전체가 되었을 때는….]
 
마왕은 청년에게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먼저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윽.”
 
무섭다.
그렇게 느낀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마왕의 붉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청년의 변화를 눈치 챈 성검이 다급하게 외쳤다.
 
“정신 차…!”
 
아니, 그러려고 했다.
 
“앞으로 몇 분 남았어. 성검.”
“……! 이제 2분.”
“까짓거 버텨보지.”
 
청년은 마왕에게 검을 내밀었다. 물러나선 만큼 다시 다가오자 마왕은 흥미로워 했다.
 
[내가 무섭지 않은가? ‘용사의 후예’여.]
“……어쨌든 마왕이란 존재는.”
 
성검이 휘둘러졌다. 촤악! 한 번 더 어둠을 갈라낸 청년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수 백 번 죽어왔잖아. 나는 아직 죽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큭큭큭….]
 
성검이 침착하게 말했다.
 
“앞으로 10초.”
 
검이 다시 한 번 휘둘러진다.
 
“5초.”
 
한 번 더.
 
“1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후우…….”
 
청년은 탈진한 듯 뒤쪽으로 몸이 쓰러졌다. 성검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며 담담히 말했다.
 
“132대 용사의 후손, 제카르드 마르켄.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어.”
“133대 용사보고 못 죽이면 나한테 뒤진다 그래.”
“후훗, 그래….”
 
여러 감정이 뒤섞인 짧은 웃음을 마지막으로 성검의 빛이 사라져갔다. 지금쯤이면 133대 용사의 검에 깃들었겠지.
 
[왜 희생을 했는가.]
 
마왕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며 청년에게 말했다.
 
[너에게 남는 것을 없을텐데?]
 
청년은 마왕의 물음에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잠깐. 아주 잠깐만 이었어도.”

“난 용사 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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