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라한대]세계의 모래알을 셀즈음에

by 유니스 posted May 08, 2017 (20시 57분 51초) Replies 0 Letters cou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협업 참여 동의

사람은 일생에 몇번의 겨울을 보낼까?

21세기 선진국의 평균수명을 토대로 계산한다면 적어도 80번에서 90번의 겨울을 볼수있을것이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분쟁국가를 기준으로한다면 40번이나 50번쯤 볼수있겠지. 뭐 재수없게 지뢰밟고

죽으면 몇번도 못볼수있겠고.

 

하지만 이곳에 있는 남자는 수천번의 겨울을 보냈다. 꽃이피고 지는모습을, 달이 기울고 차는모습을,

어린아이가 노인이되어 죽는모습을, 젊은병사가 늙은 장군이되어있는모습을....

 

그는 질릴정도로 많이보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불사자들은 말한다. 

 

"영생하는것은 괴롭다."

 

절친했던 친구는 죽어버린다.

 

사랑하는 연인도 죽어버린다.

 

사랑하는 연인이 낳은 자식도 죽는다.

 

손자, 증손자, 몇대를 내려가도 결국은 죽는다.

 

남자는 구태의연한 영생의 괴로움을 피로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몇천번의 겨울이 지나고나자 남자는 깨달았다.

이것이 불사의 괴로움이라고.

 

물질적으로는 부족한것이없었다.

로마제국이 있었을때부터 남자는 풍년이 들때와 가뭄이들때를 본능적으로 깨달을수있었다.

수백년의 겨울을 보내고 깨달은 어떠한 종류의 진리였을것이다.

 

가뭄이들었을때 창고에 저장해놓은 곡식을 푸는것만으로도 남자는 손쉽게 돈을벌었다.

 

그뒤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의 죽음도

수십번을 경험하고다니 시시한것처럼 느껴졌다. 50만 정병을 거느린 황제는 죽고나서는

한명의 병사도 거느리지못했다.

 

고대와 중세, 근대와 현대....사람들의 의식은 진보하고 도로에는 진흙대신 아스팔트가 깔렸고

전선이 깔리고 말대신 자동차로 이동하는 그 모습을보며 남자는 절망스럽게도 아무런 감상을 느끼지못했다.

 

사실 남자는 자신이 불사자라는것을 깨달았을때부터 지루해지지않기위해 온갖 문물을 체험했다.

책, 그림, 음악, 연극, 섹스, 음식, 전쟁.

하지만 모든것도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몇번을 즐기고나니 더이상 재미있지않았다.

결국 고사해버린 정신을 되살리기위해 선택한게 전쟁이었지만 그는 거기에서도 위기감을 느낄수없었다.

포탄에 가루가되어버려도 그는 결국 살아났다. 독가스를 마셔도 죽지않았다.

이런 그가 위기감을 느낀다는건 오히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며 싸우는 병사들에게 모욕이리라.

 

물론 그는 가족을 만들었고 자식을 낳았으며 친구와 사귀었다. 그동안 남자는 즐거운 삶을 살아갈수있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죽어버렸다. 결국 아내의 6대째 손자가 마차에치여죽어서 자신의 혈통이 끊겼을때부터 그는

인간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수백개의 채널에서 수천개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있었지만 그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울수는 없었다.

남자는 딱히 비평가는 아니었다.

 

적어도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쾌락위주라서 교훈이 없다던가 이런말을 하는 타입은 절대아니었다.

 

단지 모든것에 흥미를 잃었을뿐이다.

 

남자는 그대신 죽음에 흥미를 가지기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불사자라는것은 어느날 스스로 깨달은것이다.

그후 몇번의 경험이 더해지며 자신은 죽지않는다는건 확신이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죽지않는다는건 누가 보장할수있는가?

 

우주공간에 내던져진다면, 심해의 수압에 눌린다면, 입자가속기에 갈려져 원자단위로 분해된다면,

핵미사일의 직격을받아 수억도의 고열에 흔적도없이 사라진다면.

 

어쩌면 죽을수있을지도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남자는 인생을 살아오며 가장 열정적인 모습으로 죽음을 연구했다.

 

높은곳에서 뛰어내려보았다.

잠수함을 사서 심해로 내려간뒤 맨몸으로 잠수함에서 나왔다.

군용 화학무기를 마셨다.

핵폭탄의 폭발실험을 하는곳에 가서 핵폭탄에 직격당했다.

밧줄로 목을 매었다.

칼로 동맥을 잘랐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남자는 죽지않았다.

죽을수없었다.

 

심해의 수압에 눌려져서 죽었나했더니 어느새 육지에 올라와있었고

핵폭탄의 고열에 증발했나했더니 어떤 숲에서 멀쩡히 깨어났다.

 

"만화같은걸보면 쇠말뚝을 심장에박거나 은으로된 나이프에는 죽던데말이지."

 

하지만 그는 흡혈귀가 아니었다. 차라리 체페슈 공작이었다면 기뻤을것이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국민을 지키기위해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대항한 영웅.

이 얼마나 위대한가. 영웅이라 부르기 부족함이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영웅이 아니었다.

 

죽기를 포기한후 남자는 자신과 동류를찾기위해 세계곳곳을 방랑했다.

죽지못한다면 나와같은 불사자를 만나 평생살겠다. 아니, 그건 바라지도않으니

제발 얘기라도 나눠보고싶다. 이 고통을 이해해줄 이해자를 찾고싶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재산을 축적해온 남자에게 가지못할곳은 없었다.

 

세계의 끝이라는 남극과 북극을 갔다.

최단신 종족이라는 콩고의 피그미족을 만났다.

최장신 종족이라는 남수단의 딩카족도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만났으며 반대로 가장 멍청한사람도 만났다.

재산이많은사람도, 가난한사람도 만났다.

예쁜사람도, 못생긴사람도 만났다.

 

사람의 종류가 몇가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을 만났다고 남자는 확신했다.

 

한가지만 빼고.

 

자신과 같은 불사자.

 

22만km를 횡단하며 한번도 만나보지못했다.

 

남자는 그제서야 확신했다.

 

자신은 우주의 모든 입자가 쌍소멸하며 소립자조차 존재하지않는

진정한 무(無)의 세계가 오기전까지 죽을수없을거라고.

 

아니, 어쩌면 그런 세계가 오더라도 자신은 죽을수없을거라고.

 

황하의 모래알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거기까지 생각한 남자는 깨달았다는듯 미소지었다.


라한대

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구글 크롬/파이어폭스 최적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라한대 공지 이제 텔레그램에서도 알림을 받으세요! file Admin 2017.01.19 174 1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 주최자 분에게 건의사항 드립니다 4 Admin 2016.08.14 409 0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공지사항 - 대회신청은 여기 댓글로! 176 file 수려한꽃 2012.06.02 86094 7
2224 라한대 [라한대] 한 사내의 이야기 1 딸갤러 2017.05.09 105 0
222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마감입니다. 엘케니 2017.05.09 60 0
2222 라한대 마왕과 용사 맥탄 2017.05.08 52 0
2221 라한대 [라한대] 끄아아아아악! 라뮤니카 2017.05.08 86 0
2220 라한대 [라한대] 안녕, 인생절단기 Pip 2017.05.08 53 0
2219 라한대 [라한대]겨울오리 네모 2017.05.08 61 0
2218 라한대 [라한대] 데스퀴즈 백랑단풍 2017.05.08 43 0
2217 라한대 [라한대] 쥐뿔도 없는 영생 자사김 2017.05.08 73 0
2216 라한대 어떤 아르바이트 О. 2017.05.08 56 0
2215 라한대 장작의 왕 쀼스쀼스 2017.05.08 46 0
» 라한대 [라한대]세계의 모래알을 셀즈음에 유니스 2017.05.08 56 0
221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공지입니다. 1 엘케니 2017.05.08 70 0
2212 라한대 [라한대] 시인과 농부 1 Bugstrin 2017.05.08 59 0
2211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닫습니다. 세스트랄 2017.05.04 83 0
2210 라한대 [라한대] 버텨라 라뮤니카 2017.05.04 58 0
2209 라한대 [라한대] 마지막 기차 스톰트루퍼 2017.05.04 53 0
2208 라한대 쫄면 쀼스쀼스 2017.05.04 45 0
2207 라한대 [라한대] 도리라는것 으렘 2017.05.04 49 0
2206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엽니다. 1 세스트랄 2017.05.04 144 0
2205 라한대 공지 예고) 8시 반 라한대 시작 세스트랄 2017.05.04 42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7 Next
/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