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대

장작의 왕

by 쀼스쀼스 posted May 08, 2017 (23시 25분 55초) Replies 0 Letters cou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협업 참여 동의 아니오

나는 선택받은 불사자이다.

또한 훌륭한 사냥꾼이고, 저주를 짊어진 자이기도 하며, 재의 귀인이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이 세상에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영원한 삶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짐승처럼 이성을 잃어버린다. 아무리 온전한 이야기라 할 지라도 그것들에게 휩싸이게 된다면 곧 그들처럼 변하게 된다.

난 정신을 잃지 않고 온전히 남은 몇 안 되는 이야기 중 하나, 그 안의 주인공이다. 내 사명은 이 어둠과 혼돈에 빠진 세상을 불로써 다시 밝히고, 그리하여 이 이야기를 온전히 끝마치는 것이다.

불 꺼진 재만 남은 화톳불 앞에서, 장님 여인이 내게 말한다.

“그대, 네 명의 장작의 왕을 잡아와 이 곳의 불을 밝혀주세요.”

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첫 번째 이야기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짐승들로 가득 차있다.

이들은 목적성을 잃어버린 캐릭터들이다. 진행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많은 캐릭터들이 비중을 잃었다. 개중에는 본인의 캐릭터성은 강하지만 작품의 파워 인플레에 따라가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등장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그들을 ‘죽음’ 이라는 칼로 처단한다.

어디선가 괴성과 울음소리가 들린다. 팬들의 비난이다. 아무리 잊혀지고 스러지는 캐릭터라도 은연중에 팬들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들의 슬픔을 애써 무시한다. 다시 되살릴 희망이 없는 캐릭터라면 차라리 죽여서 극적 효과와 여운을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 내에서 단지 ‘살아있다’ 는 것은 절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난 그들에게 구원을 내렸다.

“야레야레. 캐릭터를 그렇게 쉽게 낭비하면 안 되지요…(후훗)”

나왔다. 첫 번째 장작의 왕.

그는 오타쿠다. 많은 작가들이 오타쿠지만 이 자는 개중에서도 질이 나쁘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과하게 집착하여 버리지 못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퇴장해야 하는 캐릭터도 억지로 붙들여 매고 꾸역꾸역 등장시킨다. 전개를 망치는 한이 있어서도.

전형적인 캐빨물 작가이지만 막상 그렇게 만든 캐릭터도 전혀 매력이 없다. 그는 읽히지 못하는 책인 불쏘시개, 즉 장작을 만드는 ‘장작의 왕.’ 이다.

“그러지 말고 제 ‘캐릭터’ 들을 보시는 게 어떤가요?”

그가 잡고 있는 줄들에는 너무나 오랜 삶에 낑낑대며 괴로워하는 사냥견들이 묶여있다. 어찌나 생명력이 없던지 전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고 인위적으로 짜여진 기계 같은 느낌만 있을 뿐이다.

“그건 더 이상 독자와 교감하는, 살아 숨쉬는 캐릭터라고 할 수 없어. 그저 짐승일 뿐이지. 이제 슬슬 지금의 이야기를 끝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짜는 게 어때.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혼란만 가져올 뿐이야.”

“하하. 미친놈 씨.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귀에 살이 뒤룩뒤룩 쪄서 듣지 못하는 건가. 답이 없군. 처단할 수 밖에.

“가라, 내 캐릭터들아! 저 녀석에게 ‘개성’ 이란게 뭔지 보여줘!”

그가 줄을 풀자, 너무나 힘겨워하는 걸음걸이로 사냥견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들의 눈빛은 한 가지를 말한다.

‘나를 죽여줘.’

난 대답으로 칼을 뽑는다. 나는 훌륭한 사냥꾼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너무도 나약하고 멍청한 이들로만 가득 차 있다.

여기 있는 캐릭터들도 아무런 비중이나 무게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소한 갈등조차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고, 설령 화를 내거나 사악한 음모를 꾸며도 그 모습이 굉장히 작위적이다. 이는 이 세상이 ‘단 한 캐릭터’ 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주인공.

세간에서는 그런 부류의 주인공을 먼치킨이라고 한다. 이야기 세상의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힘의 차원이 달라서, 엑스트라나 조연들은 그에게 감히 해를 끼치지 못한다. 남자들은 그를 동경해야 하고, 여자들은 그를 사랑해야 한다. 마치 폭군과 같다.

이런 세상에 제대로 된 갈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하지도 않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지도 못한다.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작가가 고뇌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그리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그저 독자의 대리만족 용도만으로 이 세상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저기 거대한 성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공의 동료(라는 이름의 부하)들이 양 옆으로 나란히 서 있으며, 그 가운데에 왕좌로 보이는 곳에 주인공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다.

의자의 뒤로 작가가 미소 지으며 등장한다. 두 번째 장작의 왕이다.

“멍청한 놈. 이 세상에서 주인공은 최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넌 주인공을 이기고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없어.”

“세상은 VS놀이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지.”

“그렇게 잘나셨으면 한 번 이겨보시지 그래!”

왕좌에서 주인공이 튀어나와 나를 공격했고, 난 그대로 반대편 벽에 쳐박혔다.

난 다시 일어섰으나, 쉴틈을 주지 않고 주인공이 주먹질을 날렸다. 마치 폭풍과 같은 엄청난 공세였다. 나의 몸뚱이가 마치 공놀이를 하는 것처럼 벽에 이리저리 부딪치고 날아갔다. 주인공이 발로 마무리 공격을 날리자 난 천장을 뚫고 하늘로 솟았다가, 다시 땅으로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난 다시 일어섰다.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지? 왜 다른 엑스트라들처럼 쉽게 퇴장하지 않는 거야?”

작가의 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난 뒤에서 희미한 응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를 응원하는 독자들 때문이지. 그들은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먼치킨 행보에 지쳤고 새로운 전개를 바라고 있었어. 아무런 대가 없이 내려준 막강한 힘을 깨부수는, 고통과 갈등으로 빚어낸 진정하고 정당한 힘을 말이야.”

포션을 마시자 나의 캐릭터성이 더욱 짙어졌다. 난 어안이 벙벙한 주인공을 쳐다보며 선언했다.

“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그저 축복만이 있었겠지.”

나는 스스로 저주를 짊어진 자다. 그렇기에 난 널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얼핏 보면 정상으로 보인다. 길을 잘 정돈되어 있고 캐릭터들의 얼굴엔 웃음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끔찍한 위화감을 발견할 수 있다.

“하하! 오늘 수프는 참 맛있어. 이게 다 위대한 아스토츠카님 때문이야!”

“위대한 아스토츠카님이 쓰레기 같은 남부인들을 격리해서 세상이 정말 아름답구만.”

일반적인 독재자들이 나오는 이야기와 같다. 비유를 들어 현실의 모습을 투영했고, 거기에 뒤따라오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문제점은 거기서 그쳐버린단 것이다.

작가는 누가 보아도 모순이 그득하고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자신의 이야기에 대입시켰다. 그러한 뒤틀린 기준은 이 세상에서 절대 선이고, 어떤 캐릭터도 이를 침해하지 못한다. 착한 캐릭터는 기준에 잘 따르는 이들. 가치관에 대립하는 이들은 모두 악인. 꼭두각시와 다름이 없다.

깨어있는 독자들은 불쾌함을 느끼고 다른 이야기로 떠나 버리겠지.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따르며 연명시키는 추종자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들은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깨달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가 즐거움이라는 미끼로 꼬드기면 아무런 고찰 없이 따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실이란 걸 모르는 채.

이는 이야기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다. 이야기는 이야기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뇌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오, 위대한 아스토츠카를 따르는 다섯 명의 계몽자들이 오셨다!”

어디선가 팡파레가 불리며 행진이 시작된다. 그 선두에는 화려한 갑옷을 차려 입은 다섯 명의 주인공 일행이 보인다.

“이번엔 그 사투리를 쓰는 더러운 남부인들이 얼마나 계몽되던가요?”

“수십 명의 새로운 남부인들이 저희 아스토츠카님을 신앙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위대한 계몽자시여! 앞으로도 그 천벌받을 야만적인 이들을 구원해주소서.”

난 큰길로 걸어나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주인공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음? 당신은 누구죠?”

“나는 남부인이오. 그리고 불의 신 아그니를 섬기지.”

주위의 엑스트라 캐릭터들이 웅성웅성댄다.

“뭐라! 그 사람을 산 채로 불태우며 인신공양을 하는 악신 말인가!”

“저런 악독한 것. 무슨 낯짝으로 계몽자님들의 앞에 선 거지?”

계몽자라고 불리우는 일행 중, 선두에 있던 주인공이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넨다.

“회개하십시오, 친구여. 오직 아스토츠카만이 진실된 존재입니다.”

주인공의 말처럼 이 이야기 안에서, 신적 존재는 아스토츠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저 남부인이 만들어낸 헛된 환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아니. 아그니만이 진정한 신이오. 회개해야 할 것은 그대들이오.”

그러자 사람들이 분노하며 아우성을 내질렀다.

“저런 썩을 남부인! 당장 처형해요. 목을 잘라 버립시다!”

“아니다. 산채로 불태워 버려야지. 모두 저 자를 묶어요!”

곧 무의미한 캐릭터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나를 나무에 묶는다. 계몽자들은 당황해하며 사람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린다. 유일신 아스토츠카이자, 장작의 왕 작가의 화신이 말한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불청객. 스스로 죽음을 자청하다니. 이 이야기엔 너를 응원해줄 독자도 없어. 모두 나 아스토츠카의 가치관을 따르는 노예들뿐이라고.’

‘나는 죽지 않아. 단지 이름만 바뀔 뿐. 그보다 이 사람들을 말리는 것이 좋을 텐데. 저 계몽자들이 소리를 질러서 이 짓거리를 멈추는 전개는 어떤가?’

‘아니, 그건 부자연스러운 전개야. 이토록 많은 흥분한 군중이 떠들고 있는데, 고작 다섯 명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겠지.’

‘그래. 최소한 넌 가치관 이외의 작품적인 부분은 정상적이군. 전개의 당위성을 생각하고 있어. 그래야지 독자들이 이야기를 읽을 테니까. 그거 알아? 그 부분이 너의 패인이 될 거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그 말을 끝으로 아스토츠카는 번개를 내렸다. 묶여있는 나무에 불이 붙었고, 곧 온몸을 불꽃이 휘감았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소리질렀다.

“불의 신 아그니시여! 곧 당신께 가겠나이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이단을 군중이 마음대로 붙잡아 불태워 죽인 사건은 남부인들의 엄청난 분노를 샀다. 그것은 아무리 신의 뜻이라도 인간적으로 용납되지 않은 행동이었으며, 아스토츠카의 교리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남부인들 중 똑똑한 이들은 이 부분을 가지고 쉴새없이 공격했으며, 유일신교들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데 남부인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겠지. 그저 지나간 일로 치우기엔 사건이 너무 크므로 이런 전개로밖에 갈 수 없어.’

유일신교의 고위층은 주인공 일행인 계몽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어째서 그가 불타 죽기 전에 아스토츠카교로 회개시키지 않았냐고. 아스토츠카의 가장 위대한 대리인들인 계몽자 다섯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고작 남부인 하나 회개시키지 못했다. 이 사건은 종교계에 매우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개중에는 이런 소문도 떠돌았다. 그 불의 신 아그니의 이름을 외치며 죽은 남부인의 신앙이, 계몽자 다섯 명의 아스토츠카에 대한 신앙보다 더 큰 게 아니냐고. 물론 이런 소문은 거리에 발설하는 즉시 체포되어 벌금을 물었으나, 그러한 소문은 생애 처음으로 가져보는 신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어둠 속에서 스물스물 퍼졌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겠군.’

마침내 사람들이 모여서 아스토츠카에 대한 증거를 보여달라고 수뇌부에게 요청하자, 고위 사제들은 신을 불렀고 아스토츠카는 그들 앞에 현신했다. 그러자, 사람들 중 후드를 깊게 쓴 하나가 튀어나와 무어라 외치면서 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는 남부인이었고, 그가 외친 단어는 아그니였다.

곧 그는 신의 힘 앞에 먼지가 되어 스러졌지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스토츠카 앞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고 죽다니. 도대체 무엇이 그를 광신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저 후드를 쓴 녀석은 분명 내가 예전에 만들어 둔 설정인, ‘북부에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 남부인 스파이’ 들 중 하나였겠지. 신이 직접 강림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안 나올 리가 없었군. 죽을 줄 알면서도 나를 공격하며 아그니를 외치다니, 설마 그 녀석을 따라한 건가?’

아스토츠카의 존재가 증명되었지만 남부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스토츠카도 있으니 아그니도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점점 더 목소리를 높였다. 혼란은 점점 커져갔다. 심지어 계몽자들 중 한 명도 아스토츠카를 배신하고 남부 신인 아그니를 믿기 시작했다.

‘원래 그 녀석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중에 남부인의 종교에 세뇌되어 주인공 일행과 대립할 설정이었지. 원래대로라면 주인공에게 패배한 후 다시 아스토츠카를 따라야겠지만, 상황이 이렇고 남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니 생각보다 일찍 세뇌시킬 수밖에 없었어. 지금이 아니라면 세뇌당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되면 원래 전개와 많이 틀어지는데.’

남부인들은 더 이상 아스토츠카교로 개종하지 않았다. 그들은 맨 처음 계몽자들의 면전 앞에서 아그니를 외치며 불타 재가 되어 버린 자, ‘재의 귀인’ 의 이름을 외치며 북부와 싸웠다. 일방적이었던 종교 전쟁은 이제 누구도 그 결과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젠장. 이건 내가 원했던 이야기가 아니야. 어째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거지? 억지를 부리지 않고 다시 내 가치관을 이야기에 주입시킬 수는 없는 건가?’

‘그래… 그럴 수는 없겠군. 무리수를 두지 않는 이상 이야기는 되돌아가지 않을 테고, 무리수를 둔다면 독자들은 떠나갈 테지. 이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연재를 중단하는 게 낫겠군. 작가의 화신인 나, 아스토츠카는 이제 사라질 거야.’

‘재의 귀인. 이것이 네가 원하던 바였나? 이야기의 죽음이?’

 

 

한때 계몽자들의 앞에서 불타 사라졌던 이는, 이제 ‘재의 귀인’이라는 캐릭터로 새롭게 변모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처럼 재에서 기어나왔다. 그의 허리춤엔 세 개의 왕의 장작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래 있던 이야기로 돌아왔다. 거기엔 맨 처음에 그랬던 것 처럼, 꺼진 화톳불 앞에 앉아있는 장님 여인이 있었다.

“그대, 네 명의 장작의 왕을 잡아 오셨나요?”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한 명을 잡지 못했다.

“그러면 안 되지요. 장작의 왕은 반드시 네 명이 필요합니다.”

“어째서지?”

“네 개의 불이 필요하니까요.”

“왜? 왜 하필 네 개인 거야?”

그러자 장님 여인은 일어서서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 귀에다 속삭였다.

“불4니까요.”

불4.

불사.

그는 마침내 자신의 마지막 이름, ‘선택받은 불사자’의 뜻을 깨달았다.

“그래. 가장 장작다운 이야기는 정말로 재미없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마지막 장작의 왕은 내가 되겠군.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며, 내가 살아있음으로써 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니까.”

그는 세 개의 장작들을 화톳불에 올려놓고, 곧 자신마저 그 위에 올라섰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대는 죽지 않을 거에요. 영원의 불꽃에 몸을 맡기며, 후대의 작가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면 안된다고 경각심을 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겠죠.”

“그렇게라도 기억된다는 건가.”

“그렇죠. 기억되는 이상 살아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날 참고해가며 만들어진 이야기들도 언젠간 끝이 나겠지.”

“네. 이야기에게도 생명이 있어서 언젠가는 끝이 나죠.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영원토록 끝나지 않을 거에요. 이 세상에 창조하는 작가가 있고, 기억하는 독자가 있는 한. 이야기는 불사이거든요.”

그는 미소를 지었고, 장님 여인은 눈을 떴다.

“불이 있으라.”

그러자 세상이 밝아졌다.


라한대

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구글 크롬/파이어폭스 최적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라한대 공지 이제 텔레그램에서도 알림을 받으세요! file Admin 2017.01.19 174 1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 주최자 분에게 건의사항 드립니다 4 Admin 2016.08.14 409 0
공지 라한대 공지 라한대(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공지사항 - 대회신청은 여기 댓글로! 176 file 수려한꽃 2012.06.02 86094 7
2224 라한대 [라한대] 한 사내의 이야기 1 딸갤러 2017.05.09 105 0
222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마감입니다. 엘케니 2017.05.09 60 0
2222 라한대 마왕과 용사 맥탄 2017.05.08 52 0
2221 라한대 [라한대] 끄아아아아악! 라뮤니카 2017.05.08 86 0
2220 라한대 [라한대] 안녕, 인생절단기 Pip 2017.05.08 53 0
2219 라한대 [라한대]겨울오리 네모 2017.05.08 61 0
2218 라한대 [라한대] 데스퀴즈 백랑단풍 2017.05.08 43 0
2217 라한대 [라한대] 쥐뿔도 없는 영생 자사김 2017.05.08 73 0
2216 라한대 어떤 아르바이트 О. 2017.05.08 56 0
» 라한대 장작의 왕 쀼스쀼스 2017.05.08 46 0
2214 라한대 [라한대]세계의 모래알을 셀즈음에 유니스 2017.05.08 56 0
2213 라한대 공지 5월 8일 라한대 공지입니다. 1 엘케니 2017.05.08 70 0
2212 라한대 [라한대] 시인과 농부 1 Bugstrin 2017.05.08 59 0
2211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닫습니다. 세스트랄 2017.05.04 83 0
2210 라한대 [라한대] 버텨라 라뮤니카 2017.05.04 58 0
2209 라한대 [라한대] 마지막 기차 스톰트루퍼 2017.05.04 53 0
2208 라한대 쫄면 쀼스쀼스 2017.05.04 45 0
2207 라한대 [라한대] 도리라는것 으렘 2017.05.04 49 0
2206 라한대 공지 17년 5월 첫째주 라한대 엽니다. 1 세스트랄 2017.05.04 144 0
2205 라한대 공지 예고) 8시 반 라한대 시작 세스트랄 2017.05.04 42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7 Next
/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