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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 용사

by 맥탄 posted May 08, 2017 (23시 59분 01초) Replies 0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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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여, 오늘이 네 긴 삶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 될 것이다.”

 

내 앞에 선 용사 일행, 그중에서도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내가 마왕을 죽인 지 얼마나 지났지? 나도 저런 말을 했었던가?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이젠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이번이 몇 번째 용사 일행인가. 스무 번째? 쉰 번째? 아니면 백 번째인가? 어떤 때는 매년마다 용사가 오기도 하였으며, 십 년에 한 번 오기도 했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 그 말대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자살할 수도 없이 살아온 천 년. 처음 이백 년 정도까지는 괜찮았다.

 

아니. 정말 괜찮았나?’

 

처음으로 연인을 떠나보내고, 자식마저 나보다 먼저 늙어 죽었을 때. 그때 부터였나? 아니면, 계속해서 다른 이에게 정을 주고, 그들을 떠나 보내면서 미쳐갔던가. 어쨌든 나는, 지쳤었다. 그렇기에, 죽고 싶어졌다.

 

불사(不死)의 저주.

마왕을 죽인 자가 갖게 되는 이 저주는, 나를 죽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살할 수도 없었으며, 타인의 손을 빌려 죽을 수도 없었다.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저주는 내 이성을 잠식하고 맘대로 몸을 조종했다.

 

이제는, 죽을 수 있는 건가?’

 

눈앞의 용사 일행을 바라보았다. 리더인, 검을 사용하는 용사.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제와 마법사. 마지막으로 굴강한 육체를 지닌 권사. 이번엔 왠지 느낌이 좋다. 이게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을 인식하는 순간, 저주는 내 이성을 잠식했다. 서서히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제발, 나를 죽여줘.’

 

*

 

정신을 되찾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왼 팔과 눈을 잃고 남은 손으로 검을 바닥에 박아 몸을 지탱하고 있는 용사의 모습이었다. 처음에 볼 수 있었던 다른 동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내 몸에 대한 것이었다. 몸 안에서 항상 느껴지던 강대한 마력, 하늘마저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마력이 지금은 단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다. 굳건했던 팔과 다리도 지금은 잘려진 채 쓰레기처럼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쿨럭...”

 

앞으로 일격. 마지막 일격이면 나는 죽을 것이다.

 

그래, 나는.

패배한 것인가.

 

...”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피가래 끓는 목소리로 용사에게 물었다.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나? 용사.”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 네가... 다 죽였다, 마왕!”

 

용사는 흐느끼며 그 말을 외치고는, 검을 막대기 삼아 나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런가.

 

축하한다. 나를 죽이게 되었구나. 쿨럭...”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새어나온다.

 

좀 더 기뻐하는 게 어떠냐? 너는 지금 수백 년 간 공포로 군림했던 마왕을 죽이는 것이다.”

 

용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이윽고, 용사는 내 앞에 멈춰섰다.

용사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고개를 들 힘도 없어서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나, 마왕?”

너는, 불사의 저주를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아니, 넌 하나도 알지 못한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말을 이었다.

 

나는 천 년을 버텼다. 너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이백 년? 삼백 년? 오백 년? 네가 몇 년을 버티던, 너 역시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니, 나는 절대 너처럼 되지 않는다!”

 

모든 동료를 잃고, 상처 입은 용사가 악을 쓰며 외쳤다.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용사는 검을 역수로 잡아 쥐고는, 높이 들어 올렸다.

 

잘 가라, 마왕.”

먼저 가서 기다리마.”

 

용사의 검이 심장을 향해 서서히 낙하한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느려진 시간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드디어, 죽는다.’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에서, 이내 용사의 마력을 머금은 검은 내 심장에 박히고, 폭발했다.

 

의식이 흐려진다. 마지막, 정신이 완전히 끊기기 직전 나는 숙여 있던 고개를 간신히 들어 용사를 바라보았다. 눈앞이 흐려져 용사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너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되도록, 오래 버텨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든 동료를 잃은 저 녀석은 얼마 가지 못 할 것이라고.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느려진 시간 속에서 내 고개는 서서히 아래를 향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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