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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한 사내의 이야기

by 딸갤러 posted May 09, 2017 (00시 23분 00초) Replies 1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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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신들이 지상을 떠돌고 괴수와 영웅들의 이야기가 신화로 남아있지 않던 시대에, 한 여신과 한 인간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 누구도 그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알지 못하였으며 모든 신들과 인간은 그들을 축복하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훗날 일어날 비극은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신은 불멸자이나 인간은 필멸자인 것, 그렇다면 그들 사이의 자식은 불멸자인가 필멸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와 버렸다. 그들의 딸은 여신의 애완동물인 신수와 놀다가 죽어버린 것이다. 여신은 하루 종일 슬퍼하여 눈물만을 흘렸고 사내는 하루 종일 비통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세상의 모든 산천초목은 함께 슬피 울었고, 신들은 그들을 걱정되어 어떠한 권능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신이 의견을 냈다. 그들은 딸이 죽은 것을 슬퍼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죽은 딸을 다시 되살리면 되는 일이 아닌가.

신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수그러들었으니, 신들도 죽음에게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상기했기 때문이라. 불멸자인 신인만큼 죽음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저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누구인가 싶어 바라보니, 이게 웬일인가! 신이 아닌 인간이 아니던가! 신들은 당황했다. 이곳은 신들의 화합장소가 아니던가. 어찌 인간이 침입했단 말인가!

그러나 사내 역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소위 영웅이라 불리는 족속 중 한 명이었지만 한없이 무명에 가까운 사내였다. 잘나가는 영웅들 사이에서 늘 무시 받던 그는 언젠가 술을 마시던 중 홧김에 내기를 했던 것이다. 너희들이 대체 무어가 그리 잘났느냔 말이다, 내가 너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업적을 이뤄주마. 내 신들의 보물을 훔쳐 오리라. 그러면 누가 감히 나를 무시하랴.

술김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은 어느샌가 맹약이 되어 있었다. 맹약을 어기면 죽음보다 더한 벌이 찾아오는 바,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신들의 모임에 숨어든 것이다.

신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그에게는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신들이 말하는 소녀는 신들이 무엇보다 아끼는 보물이리라. 내 그녀를 얻는다면 맹약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사내는 자신이 죽음으로부터 소녀를 구해오리라 발표했다. 그리고 구해온다면 그 소녀는 나의 것이 되리라고. 신들은 참으로 어이없었지만 소녀의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여신은 울며 그 요구를 받아들이니, 그로써 사내의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죽음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여 소수문한 끝에 죽음이 저 세상 끝 높은 산위에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세상의 끝을 향하는 곳엔 수많은 험난한 시련이 존재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소금의 사막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소금의 사막에서 마주친 염소 머리에 닭의 몸통을 가지고, 악어의 꼬리를 가진 괴물은 지혜를 시험했다.

소녀가 달거리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다!”

오답!”

하지만 괴물의 시험은 그를 막아 세울 수는 없었다. 하여튼 그는 무능력하지만 용기만은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 때문에 빙 돌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사방이 시퍼런 심연의 바다는 누구도 통과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바다에서 만난 거대한 흰 고래는 그에게 인내를 물었다.

  그대는 어이하여 여자를 품지 아니하였는가

 "언젠가 맞이할 신들의 아이를 처음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는 언제나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막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 그는 마침내 죽음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죽음은 고색창연한 도포를 입고 세상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이여, 그대가 거두어간 소녀를 내게 다오.”

죽음은 천천히 사내를 향해 돌아보더니 납덩이 같은 입술을 열었다.  

그대가 약속받은 보상은 무엇인가

소녀 그 자체다

죽음은 그의 말에 소리죽여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말하였다,

알겠다. 내 그대를 위해 소녀를 돌려주지.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는 아름다운 채로 말이다. 허나 그녀가 다시 내게 오는 날, 그대 역시 내게 와야할 것이다.”

사내는 그 말에 아랑곳 않고 응했다. 곧 자신 품에 안길 소녀만을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아리따운 소녀가 있었다. 아름답고 자그마한 12세 가량의 소녀가.

“.....?”

사내가 당황해할 때 죽음은 나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한 불멸을 살게 되겠지.”

 

그리고 그녀는 순결을 잃을 때, 내게 돌아올 것이야. 흐흐....”

 

사내는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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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케니 2017.05.09 00:26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fantasy_new&no=5930066&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EB%94%B8%EA%B0%A4%EB%9F%AC

    5월 8일 23시 59분 14초에 판갤에 작성된 글입니다.
    제가 추가로 경소설회랑 업로드를 요청하여 올라온 글이므로 수상대상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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