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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by 설명충-극혐 posted May 14, 2017 (19시 15분 12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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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흙 바닥, 제한된 시야, 갑자기 사라진 마나, 그리고 넓어진 지형. 모든 게, 공기 중의 흙먼지 하나하나가 안좋은 방향으로 흘렀다.

 

무모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꽤 잘 해 나가고 있었고 그날은 괴기스러울 만큼 운이 좋았다. 그 행운을 의심해 봤어야 했는데.

지하 3층에서 장신구 형태의 아티펙트를 주웠다. 

4층에서는 반토막난 남자의 시체에서 텔 레포트 두루 마리를 10장 이나 주었고 곧이어 마주친 수배범을 죽여 더럽게 비싼 마법 부여 장검까지 뻬았았다.

5층에서부터는 지하를 환하게 밝히던 마광석이 사라졌다. 거기서 부터는 실력있는 파티가 몇번 지나다딘 흔적이 있을 뿐,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자연스레 생기는 안전 시설이 없었다. 예상하던 일 이었고 거의 모든일에 불길함을 느끼며 편집증에 시달리던 올리니를 제외하고는 당황하는 이도 없었다. 그렇게 벽면에 직접 마광석을 박아가며,  공성 때나 볼 수 있었던 거대 괴수와도 마주치고, 난생 처음 악마도 보고(작고 귀엽게 생겼다.), 슬라임도 보고...

그렇게 행운과 함께하며 6층 입구에 도달했다.

아무도 찾지 못했던 곳.

 

올리니는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이미 충분한 수확을 올렸고 미탐사 지역은 위험하다면서. 6명 밖에 없는 파티로 내려가면 안된다 했다. 우리는, "애초에 우린 여긴 심층부 까지 파내려 온거야.이제와서 뭐가 문제야?" 우린 그 놈을 겁쟁이라 놀리고 평소에 하던 농담을 떠들어댔다 . 저것 봐. 내가 항상 말하지만... 저놈이 우리중에 제일 오래 살거야. 위험한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도망칠걸.

 

6층은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별게  없었다. 그냥 약간 더 깊은 곳. 죽을 상을 하고 다니던 올리니도 안심했는지 다시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점점 넓어지는 지형과 제한된 시야, 늘어나는 몬스터도 파티를 막지 못했다. 문제는 늪가에 도착했을 때 발생했다. 정확히는,

 

 

이건 뭐냐.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과연 정말 실존하는 건지, 아니면 정신계 공격을 하는 몬스터와 마주친 건지 판단할 수 없어 반마법 두루마리를 찢었다.

 

"아니 미친 새끼야."

 

레멘이 말했다.

 

"그 스크롤이 니가 지금까지 마신 물약 값 합친거보다 비싸."

 

억울했다. 미궁 지하에 늪지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으니 확인절차를 갖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근육돼지 새끼."

 

"돼지한테 쳐맞아 볼래?"

 

올리니가 날 변호했다. 이럴 때 쓰려고 산 스크롤이야. 위험할 때 쓰지도 않을꺼면 다 무슨 소용인데? 레멘은 자기 키와 맞먹는 길이의 장검을 들었다 놨다 하며 올리니를 응시하다가, 어둠 속 늪지 저편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탁 뱉었다. 쫄보놈. 올리니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떤 각도로 저 멍청한 대가리에 방패를 꽂아넣을지 고민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짐꾼에게 점화석을 받아 플로팅 마법으로 늪지 위에 띄웠다. 밝은 빛이 수면 위를 환하게 강타해 잠들어 있던 몬스터에게 환상적인 기상 섬광을 선물했다. 파티원들은 '말은 하고 시작해야지' 같은 비난을 쏟아내더니 재빨리 진열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넓었다. 얕은 물에 잠겨있던 이족 보행 도롱뇽 무리가 그림자를 뿌리며 일어났고, 덩쿨 아래에서 늪 파리가 쏟아졌다.

석궁수들이 바빠졌다. 항상 석궁수가 바빴다. 도롱뇽은 달려오는 동안 벌집이 됐고 파리떼는 마법으로 일으킨 물살에 수장됐다. 더 깊은 곳에서 서성이던 놈들이 한발 늦게 달려나왔지만 늦었다. 마력으로 응집된 진흙창이 쏟아지며 놈들을 수면 아래로 내리 꽂았다.

멀리 떨어진, 갑작스런 빛에 눈이 먼 몬스터들은 저항도 못하고 꼬챙이가 됐고 더 멀리 떨어진 놈들은 장거리 마법에 터져나갔다.

두꺼운 가죽을 가진 몬스터가 솟아 나왔지만, 이미 위협적인 숫자는 아니었다. 전열은 흩어져서 파충류 같은 녀석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쇳덩이가 물보라를 일으키면 살덩이를 으깼다. 까다로운 비행형이나, 군집형 몬스터는 고개를 내밀기 무섭게 다시 수장됐다.

"대충 정리  가 되네."

옆에서 짐꾼이 "생각보다 별로 없네요." 라고 말하고는 어디서 가져온건지 육포 비스무리한걸 질겅거렸다. "그거 육포냐?" "네, 하나 드릴까요?" "바람직한 태 도야." 건네받은 육포를 질겅대며 악어같은 얼굴을 향해 수인을 맺었 다. 급속 분해. 대상을 문자 그대로 부수는 3클레스의 강력한 마법. 멀리 보이는 촉수덩어리 괴물이 갈기갈기 찢어져 분해돼는 광경을 보며, 묘한 성취감을 느꼈다. 캬. 흥분이 척수를 휘감으며 외쳤다. 씨발! 다 죽여버려! "그래!" 함께 외치면서 바로 앞까지 기어들어온 파충류를 쏘아봤다. 분명한 살의를 머금은, 가로로 죽 찢어진 동공이 보였다. 익숙한 눈. 너 말고도 많은 것들에게 그럼 시선을 받아왔고... 물가에 들어가 있던 레멘이, 판갑을 껴입고 대형 방패를 든, 2m가 넘는 장신이 방패와 함께 반으로 접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환각이겠지.

 

파충류 머리를 터트린 후 안티매직 스크롤을 한 장 더 찢으려다 올리니의 비명을 듣고 멈췄다. 레멘이 죽었어! 그리고 사이좋게 체액을 뿜으며 뭉게졌다. 씨발 저게 뭐냐? 순식간에 두 사람이 죽자 파티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야. 뭔일인데! 당황한건 나도 마찬가지여서 짐꾼에게 물었다. "야! 방금 그거 뭐였어?" 부욱,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명한 짐꾼은 자기가 맡 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했다. "개새끼야!" 그 사이에 또 한명. 허리 부근에서 어깨 죽지까지 길게 잘렸다. 남은 사람은 날 포함해서 셋. 그 중 하나는 혼미백산해 늪지 안쪽으로 달려나갔다. 이쪽으로 와! 새끼야! 달려가던 몸에서 머리가 사라졌다. 급하게 수인을 맺어 쓸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발동 시키려 했지만 어느세 마나가 사라져 있었다.

 

"왜?" 휘청였다. 미궁이 흔들리고 있었다. 메마른 흙 바닥, 갑자기 사라진 마나, 그리고 넓어진 지형. 모든게, 공기중의 흙먼지 하나하나가 안좋은 방향으로 흘렀다.머리위로 흙더미가 떨어지고 몇 미터 앞까지 다가온 동료의 얼굴이 세로로 갈라졌다. 비명을 질렀고, 이어서 바닥이 흉폭하게 갈라지며 추락했다.

 

그 뒤로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까 한치앞도 안 보이는 어둠만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해 내고 미칠듯한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무작정 공간계 마법을 캐스팅 했다.

 

공간계 마법 상한 구역까지 이동, 걸어서 도시에 들어갔다. 검문소에서 마주친 경비들이 뭐라 호들갑을 떨었고... 아마 잘려있던 오른손 때문이었겠지. 공간 이동 마법을 계산식 없이 발동한 댓가였다. 목이 잘리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제정신을 차리려 노력해 내게 남은 것을 냉정하게 파악해보니. 발동 두루마리 몇 장과, 숏 소드, 옷, 낡은 책들. 그리고 왼손. 한 없이 이성적인 정신으로 재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판단해 수중에 있는 스크롤을 전부 팔아버리고 좁은 방을 얻었다. 거기서 얼마 남지도 않았던 전 재산과 바꾼 알콜을 목구멍에 쑤셔 넣으며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점진적으로, 멈추는 일 없이 수명을 낭비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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