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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파티사냥

by 으렘 posted May 21, 2017 (17시 09분 26초)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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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 몽둥이맨 님이 파티신청을 하셨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 / N ]



“ 예스. ”



허공에 뜬 반투명한 상태창. 거리낌 없이 손을 가져다 댔다. 동시에 바뀌는 풍경. 원했던 사냥터의 입구였다.



“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 어서 오세요. ”



“ 어...서..오세... ”



살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들려오는 각양각색의 반응. 



“ 3서클 마법사 맞으시죠? ”



“ 예. 3서클 러너입니다. ”



“ 오우, 다행이네요. 그럼 구성원도 다 모였으니 슬슬 출발해볼까요? ”



스킨헤드를 한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사내가 말했다. 그는 윤기 흐르는 가죽 갑옷과, 단단해 보이는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 혹시 직업이?... ”



“ 검사입니다. ”



“ 엥? ”



검사가 어째서 검이 아닌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인지, 파티의 일선에 서야 할 그가 왜 체인메일을 입고 있지 않은 것인지. 급히 드는 의문은 이어진 그의 대답에 말끔히 해소되었다. 



“ 제가... 날붙이 공포증이라서요. ”



“ 아...아... ”



그는 험악한 인상과는 대조적으로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쇠로된 병장기를 써야 하는 자가 날붙이 공포증이라니, 이 무슨 블랙 조크인지. 



“ 그, 그렇군요. 그러면 저쪽분은... ”



알 수 없는 불안감.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사내를 지목했다. 자신의 키만 한 거궁을 등에 지고 있는 그는, 내 삿대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 아, 저분은 궁수십니다. ”



“ 몰라서 여쭤보는 건 아닙니다만... ”



“ 네? ”



당신처럼 뭔가 흠이 있는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황당하기로서도,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어찌 그리할 수가 있을까.



“ 그, 특징이라든지. 그쪽처럼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이 있다던지... ”



괜한 분쟁을 만들기 싫어 최대한 순화시켜서 말했다. 이 정도면 지나가던 머저리라도 알아들을 수 있겠지.



“ 아아~ 네. 저분은 근시안이셔서 표적을 잘 맞히지 못하지만, 그래도 파워 하나는 일품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 걱정을!... ”



`안할수가 있겠냐!!!!`



태연자약한 그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마지막 이성의 끈은 놓지 않았다. 실실 웃는 사내의 얼굴에 파이어볼을 처박아주고 싶었다. 



근시안을 가진 궁수라니, 그 힘 좋은 눈먼 화살이 내 등을 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 ...아닙니다. 후....그렇군요. ”



“ 걱정 마세요. 이래 봬도 저희는 경천의 동굴을 수십 번이나 들락날락했거든요. 이제 출발해볼까요? ”



아니, 아직 안 끝났다.



남은 한 명, 구석에서 벽을 본채로 쪼그려 앉아있는 여인. 첫 인사 때 분명 말을 더듬었던 사람이다. 사실 물어봐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그녀는 침울한 기색을 내뿜었다.



확실히.



`문제가 있군.`



그래도 물어봐야 한다.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래, 내 착각일 것이다. 뒤태가 아름다운 것으로 보아 분명 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마는.



나는 차분하게, 아주 차분하게. 가열찬 희망을 품고서 말했다.



“ 저기 저분은... ”



“ 아하, 저분은 사제시고... ”



내 조심스러운 어투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여는 사내. 



맞지 정상인이지? 문제가 없다고 당장 말해라. 안 그러면 당신의 대머리에 얼음꽃을 피워줄 테니까. 당장 아무 결함 없는 참된 인간이라고 말해라. 제발. 제발!



그리고.



“ ...그... 대인공포증이셔서 사람과 대면을 못 하셔서요. ”



“ 맙소사! ”



내 희망을 산산이 깨부수는 그의 발언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세상에, 이런 결함투성이의 파티라니. 그것도 치명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떠안고 있는 모지리 파티라니!



아니 된다. 당장 파티를 나가야 했다. 



생각의 여지도 없었다. 곧바로 파티창을 열었다. 그리고 우측 하단에 있는 `파티탈퇴` 버튼에 재빨리 손을 가져갔.



턱.



“ 마법사님? ”



어느샌가 내 팔뚝을 잡고 있는 솓뚜껑만한 손. 시선을 돌리자 비릿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는 스킨헤드의 사내.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 안되죠, 하하. 한번 파티에 들어왔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 아...하하..아하하...제가 급한 일이 좀 생겨서. ”



“ 어허, 저희랑 게임을 함께하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신지? ”



“ 예, 어,음 아! 사실 저희 집 강아지의 기일이 오늘이라서 말이죠. ”



“ 그깟 개새끼랑 저희 인간들을 저울질하시는 것인지? 설마 저희가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



동물 애호가협회가 보았다면 대성통곡할 발언을 한 그는,나직한 살기를 풍겨대고 있었다.



그깟 개새끼, 라는 말에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살아생전 반려동물은 키운 적도 없었다. 단지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지어낸 가상의 강아지다.



“ 아, 그런 건 아닙니다.”



“ 그런게 아니라면, 가시죠? 몬스터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냥도 하고 동료애도 쌓고 파티사냥의 묘미란 이런게 아니겠습니까? ”



`개소리.`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힐러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었으며, 궁수는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그런 건가. 이 파티는 항상 이런 식이었던 것인가.



섣불리 도망치지는 못했다. 이런 지근거리는 마법사에게 독이다. 영창을 하는 순간 몽둥이에 머리가 짜부라지겠지. 개자식들, 귀중한 아이템을 이런 곳에서 떨어트릴 수는 없다.



짜증이 밀려왔다. 말이 파티사냥이지, 협박 납치나 다를 것이 없었다. 속된말로 호구를 잡힌 것이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빌어먹을 자식들.



그렇다면 되갚아준다. 지고는 살아도 호구 취급받는 것은 사절이다. 일단 얌전히 동행해 기회를 노린다.



“ 후, 그렇게 하죠. 갑시다. ” 



사내는 갑자기 의연해진 내 태도에 놀랐음인지,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이내 싱글싱글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 자, 마법사님께서 가시자네요. 다들 출발합시다! 오늘 안에 경천의 동굴을 정복해보죠! ”



그래 그렇게 안심해라. 치밀한 계획을 세워 너희를 로그아웃시켜주마. 쓰레기 자식들.



스킨헤드 사내의 선언에 나를 포함한 네 명은 대형을 갖췄다. 그리고 경천의 동굴로 입장했다. 





* *





퍽!



“ 으롸아아아아아아앗!! ”



탁! 슈왓!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사내의 외침이 동굴 내에 울려 퍼졌다. 상황은 결코 좋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는 고블린들을 힘겹게 상대해내고 있었다.



“ ..블..레싱..”



등 뒤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청각이 좋아서 망정이지, 입안에서 맴도는 그녀의 주문은 원체 식별이 힘들었다. 



아아, 그렇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었다.



전사는 어그로를 끌 수 있는 딜과 몸빵이 부족하여 뒷걸음질을 친다. 자연스레 고블린들은 후미로 넘어오게 된다. 



궁수는 멀리있는 적을 맞추지 못한다. 전사의 부담이 더해진다. 그렇게 놓치는 적들이 늘어간다. 



힐러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그로를 끌지 않는 것만은 칭찬해줄 만 하다. 하지만 대인공포증이라더니 사람의 등도 제대로 못 본다. 눈을 질끈 감고서 논타겟팅인 힐웨이브를 쏜다. 당연히 빗나간다. 전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그 모든 실수를 나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 



전열에서 빠져나온 적들은 광역기로, 탱커에게 붙는 적들은 바인드 마법으로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



“ 개새끼들... ”



절로 쌍욕이 튀어나왔다. 물론 조용히 읊조려서 다른 이들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참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계획한 것은 머지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정신없이 마법을 쏘아댔다. 마나가 부족하면 포션을 들이부었다. 체력이 부족해도 포션을 들이부었다. 힐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간간히 들어오는 버프마법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 흐랴아아압! ”



퍽!



“ 케에에에엑. ”



사내가 당찬 외침을 내뱉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마지막 남은 고블린의 머리가 짓눌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 후... ””



비단 나뿐만이 아닌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스킨헤드는 고개를 휘휘 돌리더니 나를 보며 혀를 놀렸다.



“ 순조롭군요! 오늘은 순항인가 봅니다. 마법사님이 역시 큰 힘이 돼주시는군요. 하하하하 ”



`순조롭긴 개뿔.`



괘씸한 놈들, 네놈들의 범죄가 순조롭긴 했지. 그것도 이 앞까지다. 문앞을 넘어가는 순간 너희는 나를 협박한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 그러면 이제 마지막 보스 방이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분배를 공정하게 하고 있습니다. 1/N으로 말이죠. ”



말해준 적도 없었다. 거기다 힘든 건 내가 제일 힘든데 1/N이라니 도둑놈도 저런 상도둑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랴. 



“ 알겠습니다. 저야 뭐 얼마를 분배해주시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곧바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



내 재촉에 스킨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건장한 남성의 두 배 크기나 되는 문이었지만 어려움 없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눈앞에 보인 것은.



“ 원래 대형대로 가겠습니다. 제가 전위, 마법사님과 궁수님 그리고 힐러님이 후미에서 지원해주세요! ”



딱 봐도 단단해 보이는 거뭇한 피부로 덮인 고블린. 일반 고블린과는 남다른 덩치를 소유한 놈은 우리를 바라보며 창을 꼬나쥐었다.



“ 키햑. ”



-쾅



괴기스러운 울음을 내는 홉고블린이 무릎을 구부렸다. 그리고 자리를 박찼다. 전사와 맞닿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서로의 병기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는 홉고블린의 힘을 버티기가 힘든지 공격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뭐,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한 손으로 파티창을 열었다.



탐스러운 위용을 뽐내고 있는 `파티탈퇴`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기나긴 영창을 마쳤다. 나는 살짝 떨고 있던 손가락을 거침없이 내려찍었다.



[ 파티에서 탈퇴하시겠습니까? Y / N ]



`Yes!`



띠링-



[ 파티에서 정상적으로 탈퇴하였습니다. ]



고대하던 메세지가 눈앞에 떴다. 희열이 차올랐다. 생각할 것도 없이 완성된 주문을 내뱉었다.



“ 체인 라이트닝! ”



적으로 식별된 모두에게 연쇄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내 마비시키는, 파괴력 또한 상당한 3서클 마법이 스킨헤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 으아아아아악!!아아아악!! ” 



사내의 비명을 뒤로하고, 프라이팬에 콩 튀기는 굉음을 내는 전류는 홉고블린으로 옮겨갔다.



스킨헤드는 온몸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역시 가죽 방어구라 그런지 마법 저항이 상당히 약하다. 홉고블린에게 당한 상처에 더해 3서클마법을 맞았으니 한 방에 죽는 것도 이해가 된다.



“ 헉? ”



시종일관 시니컬한 얼굴을 하고 있던 궁수의 입에서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는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뻔뻔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더러운 범죄를 먼저 저지른 게 누군데, 저런 순진한 표정이라니.



그는 빠르게 사태파악을 끝마쳤는지 곧바로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그리고 나를향해 활을 겨눴다.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었다. 상정된 상황이었다. 빠르게 외고 있던 영창을 발현시켰다.



“ 홀드! ”



허공에서 희뿌연 물체들이 튀어나와 그를 구속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기찜질.



치지지지지이이익!치직!



“ 끄아아아아아악!씹!!아아아!!!악!! ”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머리를 치켜드는 궁수. 온몸에 쾌락이 흘러넘쳤다. PK란게 이토록 재미있던 것인가. 아니면 통쾌한 복수에 이리 기분이 좋은 것인가.



어느새 사망한 것인지 경직된 몸을 쓰러트리는 궁수. 그와 동시에 잡고 있던 활시위가 풀리며 화살이.



피융- 퍽!



“ 억! ”



“ 허??? ”



황망한 얼굴로 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던 사제의 미간을 꿰뚫었다.



하늘이 돕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가만히 있어도 죽을 년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죽는다니,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하하...으하하하. 푸하하하하하!! ”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렸다. 이런 격조 높은 즐거움은 생전 처음 맛보는 것이다. 뇌를 자극하는 쾌감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이로써 나도 그들과 같은 범죄자가 되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 게시판에 비매너 유저로 등재되겠지. 하지만 당장에 걱정할 것은 아니었다.



언뜻 광인을 보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홉고블린의 시선이 느껴졌다.



놈의 발아래에는 난도질 된 전사가 간신히 인간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이다음부터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묘안이라고 할만한 것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놈이 머뭇거리는 사이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워프스크롤을 꺼냈다.



“ 아주 간단한 일이잖아? ”



씩 웃으며 종이를 찢었다. 눈앞에 빛이 명멸했다. 어딘가의 구심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할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작업이었다.





 

  • profile
    1590 2017.05.28 18:53
    짧은 단락으로도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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