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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마부와 라나

by 루시머 posted May 22, 2017 (01시 02분 37초) Replies 1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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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랑 섹스하면 어떤 기분일까? 죽여주겠지? 우리랑은 다르게 매일 씻고 사니까 냄새도 안 날테고, 먹기도 잘 먹으니까 살집도 풍만하겠지. 쓸데없이 껴입은 드레스를 하나하나 찢으면서 엉덩이를 훑는 거야! 그러면 그 고압적인 년들이 수치와 쾌락이 섞인 표정을 지을까?

하지만 할 방법이 없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나 같은 마부 나부랭이가 무슨 수로? 귀족 영애는 커녕 귀족 할매도 내 가까이 온 적이 없수다.

 

“에라이, 젠장.”

 

이상한 생각 그만하고 일이나 하자. 이런 말, 실수로라도 꺼냈다가 걸리면 모가지 송송 아니면 거시기 탁탁이다. 자, 풀이나 먹어라, 우마들아.

 

“거 참 맛나게도 먹네.”

 

하기야 나보다 잘 먹는 것 같기는 하다. 딱딱한 흑빵에 기름만 둥둥 뜬 스튜, 말라비틀어진 무화과… 이딴 것만 먹으니까 풀떼기들이 당연히 좋게 보이겠지. 옥수수랑 콩도 좀 섞여있기도 하고.

...딱 한 입만 먹어볼까?

 

“마, 좋은 건 노나먹는기라!”

 

그래, 니들 밥 퍼주는 놈이 나인데 좀 먹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윽, 시발. 이게 도대체 뭔 맛이야?”

 

생콩과 옥수수가 두득거리면서 이빨에 부딪히고, 풀들은 질기다 못해 끊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먹는 게 얼마나 귀한 건데, 이걸 뱉을 순 없지. 눈 앞의 말을 꼬나보며 풀을 씹었다. 말이 나보다 빨리 씹길래 묘한 승부감이 들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속도를 붙였다. 대충 말보다 빨라진 기록적인 순간, 오묘한 식감이 느껴졌다.

연한 가죽이 입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씹으면 짝짝 소리를 내며 모양이 바뀌고, 풀즙에서 약한 단맛이 우러나왔다.

 

“음… 생각보다 먹을 만한데?”

 

그래도 밀로 만들었을 흑빵에서는 아무 맛이 안 나는데, 어째 이런 풀에서 단맛이 난다냐. 역시 귀족가는 다르긴 다른가 보다. 여하튼 중요한 건 먹을만 하다는 거다.

 

“마! 니 것도 한 입 내놓나!”

 

마굿간을 순회하면서 사료통에서 한 주먹씩 빼갔다. 얘네들 배고프다고 투정부리면 그대로 길거리행이니까 조금씩밖에 못 뺐어먹는다. 얘네 몸값이 나보다 비싸니까.

 

“뭘 봐, 풀 씹는 거 처음 보냐.”

 

웬 말대가리가 날 치켜보길래 쫄아서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허세는 잊을 수 없는 법. 눈싸움은 나름 치열하게 맞받아쳤다. 말은 잠시 뒤 투레질을 하며 한 쪽을 쳐다봤다. 사료통 한 구석이었다. 거기엔 옥수수와 콩 알갱이가 잔뜩 뭉친 풀덩어리가 있었다. 말은 잠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나를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나 주는거냐…?”

 

언젠가 지나가던 성직자가, 인간이란 모름지기 배고플 때도 나눠야한다고 설파하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인간이란건 시민권자 한정이었기 때문에, 이 때다 싶어 구걸했던 나는 존나게 처맞았었다.

그런데 이 말을 봐라! 국적은 무슨, 종족까지 다른데도 나눠주지 않는가?

 

“씨-발… 착한 새끼… 개새끼…”

 

나는 눈물의 풀덩이를 천천히 씹어 넘겼다. 머리맡에 있는 말이 유난히 고귀해보였다. 그 싸가지 없는 영애년보다는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드니까 씻길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들던 털이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채 말의 가죽 위를 쓰다듬었다. 살은 탄탄하면서도 탄력있었고, 가죽은 깨끗하고 흠집 하나 없었다. 그 흔한 가축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문득 이 녀석의 혈통이 떠올랐다. 용사가 이 녀석 할아버지를 타고 다녔다고 했었나? 용사가 그 말을 타고 마왕을 찔러죽인 후, 말에게도 작위가 주어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 이 녀석도 나름 귀족영애인 것이다.

나는 녀석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풍만한 살은 내 손에 다 잡히지 못 해 이리저리 흔들거렸고, 따듯한 체온이 내 손을 녹였다. 살랑이는 꼬리는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교태 같았다.

 

“니 이름은 오늘부터 라나다. 라나!”

 

원래 티 뭐시기 하는 이름이 있었지만, 귀족년이 붙인 그딴 존재감 없는 이름보다 운명의 동반자가 될 내가 붙인 이름이 더 가치 있을 것이다. 고로 이 녀석의 이름은 라나다.

 

“라나!”

 

오묘한 기분에 몸을 흘려보내며 나는 바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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