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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by 1590 posted May 28, 2017 (22시 00분 02초)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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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풍경이 일렁인다. 뜨거운 날이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런 물줄기가 땅을 휩쓰는. 막연한 그림이 스친다. 어지러운 풍경이다.

 

이곳의 더위는 살인적이다.

문자 그래로 죽어나갔다. 수숫대와 노예의 틈새를 지나는 바람은 뜨거우면서 축축하다. 습기가 몸을 핥고 지나가면, 죽음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죽음이 온다는 걸 안다. 죽음은 모두에게 오지만, 에겐 달려서 온다. 죽음이야 말로 친구다. 옆에 선 노예보다, 본능으로 움직이는 원숭이 보다도. 죽음이야 말로 친구다.

파리가 죽음의 친구라면 나는 기꺼이 그를 내 친구로 삼겠다. 메일 부대끼며 사는 것과는 친해지는 것이 좋다고. 마마 파타치가 말했다. 부족 사람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는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모두에게 친절했고 모두에게 무언가를 내주었다. 나에게는 보통 야자 가루로 만든 과자를 선물했다. 칭얼대면서 빈 손을 내밀면 따끔하게 쏘아 붙이는 입담도 있었다.

원숭이 이야기였다.

어느날 사냥꾼이 커다란 나무에 있는 구멍을 발견했다. 구멍은 어린 아이의 손이 간신히 들어 갈 만큼 좁았다. 사냥꾼은 구멍을 유심히 살피더니, 보따리 안에 있던 과자를 구멍에 흘려 넣었다. 사냥꾼이 돌아간 후, 줄곧 숨어있던 원숭이가 나왔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는 사냥꾼의 행동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그 도중, 한 자루의 과자를 몽땅 구멍에 쏟아넣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는 나무에 손을 넣어 과자를 쥐었다. 손안 가득히 쥐어, 부서진 과자 가루가 흘러 내렸다. 원숭이는 손을 빼려 했지만 과자가 든 주먹은 너무 컸다. 결국 욕심많은 원숭이는 돌아온 사냥꾼에게 죽고 말았다.

 

총과 대포를 가진 부족이 마을을 기습했을 때 파타치가 곁에 있었다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멀찍이 거리를 두고있던 노예 하나가 꼬꾸라졌다. 수숫잎 위에서 쉬던 파리가 날개를 펼치고, 애앵 소리를 내며 날아올라, 곡예 비행을 하다가,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강하해, 양철 마스크가 가리지 못한 눈 위에 몰려 들었다. 하얕던 눈알은 곧 검은색으로 뒤덮혔다.

 

감독관이 나타나기 전에 다가가 신발을 벗겼다. 죽은자에겐 아무것도 필요없다. 모두가 알듯이, 죽음이야 말로 친우인 것이다. 운이 좋은 건지, 발에 꼭 맞았다. 원래 신던 신발은 허리에 걸친 천조각 아래로 숨겼다. 다른 옷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확을 끝나고 감독관들이 소리지른다. "똑바로 스라고 원숭이 새끼들아!" 채찍이 살점을 잘라내자 남자는 곧장 무너진다. 양철모가 부딛치며 '텅' 하는 소리가 난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마스크가 식고, 그러면 식은 피부에 잡힌 화상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행군. 열을 맞춰라. 이 새끼는 곧 죽을거 같은데? 춤이라도 춰 봐라, 건강하다는걸 증명해. 텅! 쓰러지는 녀석이 생기면 매질을, 반응이 없다. 가래침. 캬악 퉷. 가자가자 하루의 끝으로. 텅! 마지막을 향해. 결국에는 모두가. 텅!

 

마굿간 앞에 휜둥이가 모여있었다. 자 봐라! 도망치려는 원숭이가 무슨 벌을 받아야 하는지! 땅 위에 파묻힌 머리가 보였다. 그 위에 무언가를 부었는데, 아마 끓는 물인거 같아. 마마 봐요. 마마. 반항하는 원숭이는 어떡게 다뤄야 하는지! 배가 부푼 여자를 앉히고 배를 갈랐다.

 

욕심많은 원숭이가 무슨 벌은 받는지 똑똑히 봐라!

 

 

 

  • profile
    1590 2017.05.28 22:01
    왜 두 번 올라가는 것..?
  • profile
    Novelic 2017.05.28 22:40
    '약한 자가 강한 자의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란 이데올로기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였죠. 이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모멸과 절망은 피지배 계층의 인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파멸감은 극적이고, 이들이 겪고 있는 파국이 그들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타인의 욕심이란 점이 더 비극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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