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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광인

by 으렘 posted May 28, 2017 (22시 30분 04초) Replies 1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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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헤헤헤 처음 뵙겠습니다.

아, 저는 수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사람 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에요. 당신들의 밥줄이 되어줄 고객이니까 말이죠.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아냐구요? 으, 이걸 제입으로 이야기 하게 하다니. 당신들 너무나 가혹한 것 아닌가요?

응? 제가 말씀드리면 돈을 빌려주시는 거죠? 헤헤 좋아요. 그게 조건이라면 어쩔 수 없죠. 그를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구태여 말하자면 음.

한 남자만 바라보는, 열성적인 소녀랄까나! 아응 부끄러워....

...역시 설명으로는 부족하겠죠? 으힛.

알겠으니까, 그런 삭막한 눈길로 쳐다보지 말아 주세요. 등골이 얼어붙어 버릴 것 같으니까!

하여튼 짧은 이야기나마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리도록 할게요. 아니, 좀! 그 썩은 동태 같은 눈빛은 좀 치워달라니까요? 저는 남편도 있는 몸이라고요!

네 그래요 그렇게. 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예쁘장하지만, 꾀죄죄한 인상의.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그녀는 그렇게 서두를 꺼냈다.

유복한 가정. 풍족한 재산. 자신을 떠받들어 주는 친구들.

초,중,고 과정을 모자랄 것 없이 자라난 그녀는 심지어 죽을 만큼 아름다웠다.

말 그대로 열아홉의 여인은, 소녀의 허물을 벗고서 팔색조의 미색을 뽐냈다.

모든 남성에게 그녀는 화중지병이었고, 연인으로서의 관계를 바라마지않을 만한 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도도했다.

소위 얼굴값을 한다고 하던가. 암컷 공작새가 수컷의 구애를 거절하듯, 그녀는 방자한 태도로 뭇 여러 남성들을 밀쳐냈다.

하나 남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간, 누군가는, 그녀의 피앙세가 될 것이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이후 수많은 남정네가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결과는 뻔했다. 다들 마음에 상처를 입고서 물러났다. 그렇게 그녀는 하늘의 별, 혹은 닿지 않을 환상이라고 불렸다.

그런 절대 꺾이지 않을 터인 절벽 위의 꽃을 따간 것은 전혀 의외의 사내였다.

사내와 여인의 접점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놀라웠다.

“ 세상에! 게임 속의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

그녀의 가장 절친한 친구A.

친구A는 여인의 연애상담 요청에, 혹시 내일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친구A의 두개골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나... 게임 속의 캐릭터랑, 사랑에 빠진것 같아.`

볼을 발그레 붉히며 수줍어하는 그녀의 고백은`진짜`였다.

자신을 놀리려고, 혹은 그녀의 미모를 시기하여 신적인 존재가 정신병에 걸리게 한 것도 아니었다.

아아, 그래. 꿈이다. 그러니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수면에서 깨어나자.

처음에는 그리 생각하고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러나 무심한 통각은 여김 없이 대뇌를 강타했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니 도피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그리 말하고 있었다.

현실을 깨달은 친구A는 무조건적으로 만류했다.

그 쟁쟁한 남자들을 모조리 한강으로 보냈으면서, 고작 게임 속 남성에게 마음을 줬냐면서. 반려는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안된다고.

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이미 그의 옷을 사입히기 위해 아버지가 주신 강남부지 건물 한 채를 팔아먹었다고, 자신에게는 그분밖에는 없다고.

“ 이!! 미친년아!! ”

이따금 하던 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심을 담아서 외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슨 게임 아바타의 옷이 그렇게 비싼가?` 였다.

그래서 물었다.

“ 뭔 게임에 그렇게 돈을 많이 쳐넣은 거야? ”

“ ...프린스프린스라고... ”

“ 아... ”

들어본 적이 있다.

국가 차원으로 기획된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했던가.

실제 인간 뇌 구조와 같은 시냅스를 이용하여, 모든 선택지가 다르다고 했던 그 게임...

하지만 그 게임은 이미 망한 게 아닌가?

가장 먼저 질타받은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오죽 없으면 잡스러운 게임이나 만든다. 였었다.

신문, 인터넷기사, 정규방송뉴스에서 끊임없는 비난을 받았지만, 국가는 연구를 계속했다.

의도조차도 파악되지 않은 그 게임은, 유감스럽게도 오픈 일주일 차에 망겜이라는 도장이 찍혀버렸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게임 아이템의 가격이 실제 의류 가격의 열 배는 넘는 금액을 자랑했다.

평범한 흰색 무지 티가 5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야 살 수 있었으며, 코트 종류를 하나 사려면 중고차 한 대 값은 족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미쳐버린 헬조센` `이제는 국가마저도 창렬` 등등 온갖 비난을 받은 프린스x2는 일주일 만에 접속자가 99%나 줄어버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미쳐버린 게임을 출시한 국정에서는 곧바로 책임을 회피했으며, 모든 책임을 게임 개발자에게로 넘겼다.

후일담이지만 프린스x2를 기획한 프로그래머는 북망산 나들이를 갔다고 하던가.

그런 기사가 떠돌던 게 불과 나흘 전.

이건 어지간한 질 나쁜 농담이 아니었다.

자신의 친구가 구제할 수 없는 미친 게임에 빠졌다는 것.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녀를 제지해야 한다는 것.

열변을 토했다. 좋은 말로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먹지 않았다.

이미 미쳐버린 광인의 눈빛.

“ 됐고 누가 뭐라 하든 우리 그이에게 집을 사줄 거야. 헤헤 그러니까 응원해줘. 청첩장은 꼭 보내도록 할게! ”

맙소사!

늦었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문제라도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했겠지만, 그럴 리가.

그렇게 친구A는 얼이 빠져 그대로 그녀를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부자였던 그녀와는 다르게 친구A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걱정은 잠시.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그녀를 내버려뒀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좋은 반려를 만나 결혼을 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회라는 정겨운 자리에서 그녀의 소식을 접해 들을 수가 있었다.

“ 야, 기억나냐? 공주님 있잖아. ”

미모와 품위 덕에 붙은 별명. 명백히 자신의 친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 집안이 꼴딱 망했다는데? 그 뭐였지? 프린스 어쩌고? 거기에 돈을 40억이나 투자했다나 뭐라나? 집이고 뭐고 다 팔아서 지금은 거리에 나앉았다더라? ”

““ !!! ””

단순한 술안줏거리로 하려던 시니컬한 이야기는 엄청난 파급을 몰고 왔다.

그렇다. 그녀는 적당한 선에서 그치지 않고 과금을 행했다.

자신이 빠진 캐릭터에게 미친 듯이 투자했다. 의,식,주. 수억을 아우르는 애완동물도 사주었다. 원한다면 모든 것을 가져다 바쳤다.

그리고 집안의 파멸을 불러일으켰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말렸었다면,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과거의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흥하는 것도 한순간. 망하는 것도 창졸간이라더니.

참으로 그녀에게 걸맞은 말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전 재산을 낭비해 갈 곳 없는 노숙자로서의 삶을 살아갔어도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위해. 광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쳤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헌신적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발을 들였다.

사랑하는 정인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이해자를 위해.


...이렇게 된거라구요. 아시겠죠?

그러니까 돈을 빌려주세요. 우리 그이가 저녁엔 피자를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우리 그이가 이번에 하는 사업만 잘되면 이자도 잘 쳐서 갚아드릴게요.

아~ 빨리 우리 그이가 보고 싶어라~ 

네!?

뭐라고요? 못 빌려주겠다고요?

참나! 지금 실수하고 계신 거예요! 이번 사업만 잘되...

흐악, 그렇다고 칼을 들이 댈 것까지는 없잖아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아 알겠어요. 갈게요 갈 거니까. 그것 좀 치워주세요!

정말, 당신들 후회할 거에요. 나중에 제 바짓, 아니 치맛가랑이에 매달릴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세요! 에잇! 더러워서 간다 더러워서!

 

---------

 

 

약 한사바리 빨고 씀 

 

 

  • profile
    Novelic 2017.05.28 23:31

    과금이 부른 파멸을 소재로 다루는 각종 썰과 글은 여럿 본 바가 있지만, 이 글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영문 모를 온라인 게임으로 헤비과금러를 벗겨 먹는 설정은 처음이네요. 처음 떠오른 건 중국의 새서미 포인트였지만 이게 짧은 글인 만큼 정보량은 부족하고, 그 부족한 정보를 읽는 사람이 상상으로 메꾸면서 여러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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