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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에코-1

by 프라마나스 posted Jun 11, 2017 (21시 53분 32초) Replies 0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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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1

 

  -에코-1은 새로운 정착민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주용 우주선에서 내리자 마자 공항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의례적인 환영 멘트였다. 주변 행성 자치구에서 평화를 위한 개척지로 만들어낸 에코-1은 그 상징성에 걸맞는 푸르른 행성이었다. 처음 이름을 정할 땐 ‘에덴’’으로 내정되었던 것 같지만 오글거린다고 누가 반대했던가. 이곳 항성계는 인류의 원점인 지구로부터 20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거리가 거리임에 따라 대부분의 항성계는 지구와 관련이 없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인류가 바닷속과 극지방을 포함해 한 행성 전체를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꿔버릴 기술력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 태양계의 가스행성을 제외한 고체 행성들은 인류의 정착지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인류에게 하나의 항성계도 좁아진 무렵, 웜홀 기술이 개발된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이렇게 적힌 책을 읽으면서 입성 수속을 밟으러 게이트를 향해 갔다. 이 책은 역사서지만 소설만큼 재미있게 적힌 책이라서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웜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많은 집단들이 각자의 행성을 얻기 위해 탐험을 떠났고, 거기서부터 지적 생명체가 우주를 채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지구 정부는 그나마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태양계만 신경 쓰기로 결정하고, 그 외부의 일은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미친 과학자들이 수인으로 가득 찬 행성과 초능력을 쓸 수 있는 혈통을 만들어 뿌린 행성은 태양계가 아니었기에 신경을 껐다. 이쯤 되니 창작자들은 자신의 상상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에 감동받아 각자 원하는 행성을 찾아 떠났고 거의 모든 창작물의 세계가 현실로 구현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됨에 따라 대부분의 수필들은 판타지 소설과 비슷해졌고, 영화들은 진짜 그 세계에서 촬영한 것이 꽤 되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행성들이 각자만의 과학을 발전 시키고 있음을 들은 지구 과학자들은 어떤 괴상한 걸 만들었나 싶어 범 우주 과학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된다. 참가를 했던 친구의 얘기로는 수인, 엘프, 초능력자, 힐러, 마법사 등을 만들어 발표를 했다고 한다. 상상력이란.

 “이 행성에 오신 목적은 무엇인가요?”

 “새로이 정착을 하러 왔습니다.”

 “그러면 안내원을 따라서 행정 처리를 해주세요.”

 “네.”

 뭐, 이제는 평화롭게 살다가 죽고 싶으니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신분증을 돌려받은 뒤 뒤에 있던 엘프 안내원을 따라 신규 정착민 처리를 하러 갔다.

 “여기입니다. 즐겁게 사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문을 열고 4번 카운터에 앉으니 보랏빛 피부의 여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반겨줬다.

 “네, 신규 행성민 등록을 하러오셨나요?”

 “네.”

 “현재 예정된 주거지는 있으신가요?”

 “친구의 추천으로 온 곳이라 맨디 지구에서 집을 알아 놨습니다.”

 “자세한 주소를 아시나요?”

 “에코-1 멘디 지구 W-35-29”

 “네, 확인됐고요. 이곳의 행정상 이름은 원래 신분증의 이름과 똑같이 해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그대로도 괜찮습니다.”

 “종족의 입력은 자유입니다만 병원이나 정부 지원 등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종족은 소인입니다.”

 “네, 이정도면 신분증 내용과 함께 등록이 완료됐고요. 새로운 신분증이 발급되면… 아 나왔네요. 받아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신분증을 받아들고, 검은색 유리문을 열고 나갔다. 멘디 지구는 이 성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으니 다음 비행기를 타기위해 걸어 나갔다. 나무와 금속이 반쯤 섞인 카운터를 보며 23번 탑승구로 걸었다. 수액 쿠키나 마나 물약 같은 기념품들을 파는 것을 보면 공항은 어디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항의 건축양식을 보면 도저히 공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외관인데, 멀쩡하게 전기도 들어오고 비행기도 잘 이동하는 것을 보면... 나무로 이렇게 크게 지을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음, 1시간 정도 기다려야한다. 잠깐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과거의 일에서는 분명 다른 종족들과 학교를 다녔었는데, 100년전만 해도 인간 하나 밖에 없었다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긴 하다.

 소인은 인간의 중학생 정도에서 발육이 멈추고 그대로 인간과 비슷한 수명을 살게 된다. 인간이 이런 종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지만 왜 만들었는지는 궁금하다. 수인은 수간을 하고싶던 과학자가 필사의 연구로 만들고 교미인지 교배인지 교잡인지 섹스까지 하고 자손을 남기고 죽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소인은 로리콘이 만든 것인가?

 소인에 대해서 생각을 더 해보자. 대부분의 다른 종족과는 다르게 소인의 작은 몸은 도저히 장점이라고 볼 수 없었다. 용병으로 생활할 때에는 장점이라고 조금 느끼긴 했다. 머리 바로 위로 투사체가 스쳐 지나간 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그것뿐인가, 잠입이나 암살에서도 좁은 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지. 하지만 이런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연인이랑 키스도 제대로 못하고, 섹스 할 때에도 가슴께에나 간신히 닿는데. 아무래도 소인을 만든 놈은 로리콘이 맞는 것 같다. 아 그리고 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세다. 평균적으로 소인 남성이 인간 남성의 1.5배 정도의 힘을 낸다고 하던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된다는 거겠지.

 자, 그래서 이런 평화로운 곳으로 초대한 놈은 용병 생활을 청산하고 평화롭게 살려고 왔다네. 그 놈의 혀 놀림에 꾀여서 진짜로 오긴 했는데, 제대로 안 도와주면 어디 하나 부러질 각오 하는게 좋을 것이다.

 -멘디 지구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23번 게이트에서 1분뒤 탑승을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멘디 지구 공항…

 주변에서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두개정도 느껴지지만 익숙한 일이었기에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기 안에서 그 놈에게 미리 연락을 해야겠다. 단말기를 들어 그 놈의 연락처에 연결을 시도했다.

 “야, 멘디 지구 공항 ETA 2시간이다. 나와 있는 거겠지?”

 “진짜로 왔네. 귀찮은데 알았어, 기다려줄게.”

 “이 새끼가…”

 -연결이 종료됩니다.

 

 멘디 지구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받아서 게이트로 나오니, 실실 웃고있는 남자 엘프 놈팽이 하나가 보인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격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준수해서 데리고 다니면 우쭐해질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오랜만이다. 진짜.”

 “닥쳐, 여기까지 온 게 후회될 거 같으니까.”

 “하하, 아무리 그래도 계약이 먼저 끝났다고 바로 돌아간 건 심했나? 그건 그래도… 그 손가락에 있는 건 버리지 않은 모양이네. 마음에 들었나봐?”

 “으… 네 놈의 혀놀림엔 더 이상 넘어가주지 않을 줄 알아.”

 “아! 오랜만에 혀놀림 한번 느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닥쳐, 제발…”

 “그래서 같이 살게 됐는데 어떠신지?”

 “무슨 소리야, 살 집을 구해준다며?”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셨는데, 제가 못 알아차릴 것 같나요, 아가씨?”

 녀석은 내 손가락의 이중 반지에서 하나를 빼 자신의 손가락에 꼈다.

 “…이러면 숨기고 지낸 내가 바보같잖아.”

 “그래서 우리 귀여운 아가씨, 어떻게 하려구요?”

 “하…”

 부끄럽긴 하지만, 반지를 낀 손을 들어 놈의 반지 낀 손에 손가락을 얽었다. 그리고 팔을 잡아당겨 내려온 귀에다가 입을 댔다.

 “절대 네놈의 혀놀림에 넘어간게 아니니까 알아두라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만의 세계를 만들었듯이 나도 이 놈하고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겠지. 작더라도 말이야. 절대 이 놈의 혀놀림에 넘어간게 아니다. 아마도.

 

 

 

---후기

사실 1시간안에 쓰려고 했지만 1시간 30분이 넘었습니다. ㅜㅜ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상상해주세요. 분명히 과학이 발전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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