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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벤더 posted Jun 11, 2017 (23시 02분 15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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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전투 마왕 평화

계속해서 돌아가는 쳇바퀴 속에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어느 순간부터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언제나 같은 동료들과 무기로 같은 적을 상대해서

쓰러트린다. 나에게 기르던 고양이가 사라졌다고 말하던 귀족 부인도, 고블린 무리의 공격 때문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마을 촌장도, 마왕성의 위치를 알려준 늙은 현자도

마지막 궁지에 몰린 마왕까지도 언제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그들을 상대했다.

죽음으로 인한 회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와 결혼을 했다. 나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러면 어째서......

귀족 부인의 고양이는 옆집 헤리슨 아저씨네 굴뚝에 숨어들었고

고블린 무리는 멍청해서 구덩이 함정을 설치하면 격퇴가 가능했고

마왕성은 용의 제국 끄트머리 화산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난 언제나 마을을 전부 돌고 체력의 한계까지 고블린과 맞섰으며 현자를 찾아갔다.

어느 순간 숙소에서 동료인 안느와 대화했다.

안느는 다음날 모험의 준비를 하느라 많은 양의 식량과 물을 가방에 담고 있었다.

"이봐. 안느 우리 이 모험 잘하고 있는 걸까?"

가방에 하나 둘 빵을 집어넣던 안느는 나를 보면서 콧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잊었어? 마왕을 무찌르고 세계의 평화를 되찾아야지."

그래. 마왕을 무찌르면 분명한 평화가 찾아온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동료들이 있으니 괜찮다.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

"그래. 용사 마왕이 얼마나 강할진 모르지만, 목숨을 걸고 토벌하는 거야."

윗층에서 내려온 실프가 조그마한 손으로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맞아.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네. 미안"

나는 웃는 얼굴로 답했다.

하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깨질 것 같았다. 우리는 내일 가고일들의 기습을 당한다.

실프가 큰 부상을 당할 것이다. 갈비뼈 세 개가 나가고 배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면 옆길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안느가 가방을 모두 싸고 우리를 불러모으며 말했다.

"우리 내일은 숲속에 있는 이 길을 통해 다음 도시로 이동할 거야. 거기서 정보를 모으자."

그 루트다. 다른 곳으로 가기만 하면 실프가 다치지 않는다.

"그래. 이 길이 빠르겠군. 실프 너도 동의하지?"

"응. 빨리 가서 도시 구경도 하고 싶어"

 

"이봐. 의사 완치까지 얼마나 걸리지?"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것입니다."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지나친 거지?

"힘내 용사. 어쩔 수 없던 거야. 기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해"

"그래. 나도 알아 안느"

나는 가능했다. 알고 있었다고. 실프가 다치는꼴을 절대로 보기 싫었다.

언제나 피해와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 당해야 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편했을 것이다.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죄책감이 나를 조여왔다.

 

이런 내가 오직 위화감을 못 느끼는 때는 전투 중뿐이었다. 언제나 긴장을 하며 전투에 임했지만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굴레를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굳세게 내려오는 둔탁한 몽둥이와 날카로운 롱소드를 막고 피하면서 언제나 즐거웠다.

"용사! 집중해!" 안느는 다급한 목소리로 날 바로 세웠지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임의로 날라오는 공격을 모두 피하며 오우거들을 절단하니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용사 요즘 왜 그래? 여기 있는 오우거들은 지능이 높아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른다고 했잖아?"

"미안 살짝 흥분한 것 같네. 자 돌아가자."

실프의 부상이 나아진 후 우리는 현자를 찾아가 마왕성의 위치를 알아내고 마왕을 찾아갔다.

몇 달이 지났지만 체감상으론 너무나 빨리 마왕 앞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과연 마왕을 무찌르고 나는 다시 어떻게 될까?

다시 이런 생각을 하며 모험을 다시 하는 건가?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편히 쉴 수 있을까?

언제나 똑같은 풍경 똑같은 음식 똑같은 사람 모든 것이 시계 안에 있는 톱니바퀴처럼

상황을 만들어간다. 나도 그 일부인가?  직면하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도 회피할 수 없었다.

 

"하등한 인간들!" 역시 마왕은 압도적인 풍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날라오는 마법들과 날카로운 발톱

하나하나 간신히 막으며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싸움

서로의 체력이 다 떨어져 빈틈만 찾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마왕을 무찌르고 제대로 평화를 맞이하는 거야'

나는 마왕의 오른쪽으로 급히 달려가 일격을 날렸다.

"크흑....어윽..." 

"걸렸군 인간!"

"용사! 정신 차려!"

마왕의 커다란 발톱이 내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

일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바닥에 있는 함정 마법을 못 본 건가.

힘이 점점 빠진다. 아 처음으로 맞이하는 죽음인가.

세계의 평화를 못 지킨다는 죄책감과 함께 이 무한의 연쇄를 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찾아왔다.

 

 

"안녕? 네가 용사구나? 내 이름은 안느 이쪽은 실프야. 우리 함께 마왕을 무찌르러 가자구!"

안느와 실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 혼자 마왕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은 나에게 동료가 되자고

다가왔다.

함께 모험을 다니던 우리들은 귀족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인해 고양이를 찾게되었다.

"실프 고양이 찾았어?"

"아직 못 찾았어. 얘 어디 간 거지?"

하루를 꼬박 새워 찾아다니던 고양이는 옆집에 있는 헤리슨 아저씨의 굴뚝에서 잠들어 있었다.

"허허...... 얘가 언제 여기 들어온 거지? 자 부인께 돌려줘라."

"감사합니다. 아저...."

 

"얘 밥 안 먹을 거니? 언제까지 게임 할 거니?"

"아 알았어요. 먹을게요. 세이브만 하고 끌게요."

"그래. 얼른 오렴"

-쾅

"아 몇 번을 깨도 재밌네. 용사 이야기 너무 전형적인 왕도물이지만 잘 만들었단 말이야.

다음은 고블린 퇴치인가? 그냥 처음부터 함정 사용하면 되는데 왜 꼭 강제이벤트를 만든건지

피곤하네. 그리고 다음부턴 용사 이름 좀 지어줘야겠다. 디폴트네임으로 하니까 어색하다."

 

"하등한 인간들!" 

역시 마왕은 압도적인 풍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날라오는 마법들과 날카로운 발톱

하나하나 간신히 막으며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싸움

서로의 체력이 다 떨어져 빈틈만 찾는 상황이었다.

"에리스! 지금이야!" 실프의 외침을 들은 나는 마왕에게 돌진했다.

"크억....이럴수가......내가 지다니"

나의 일격은 마왕을 관통했고 마왕은 재가되어 사라졌다.

"에리스! 마왕을 드디어 무찔렀어!"

"그래. 실프,안느 수고했다."

국왕이 기다리고 있는 성으로 돌아가 마왕토벌 소식을 알렸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고 나는 공주님께 고백 했다.

이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와 베리 하드 모드 까지 다 깼네. 이제 이 게임은 그만해야겠다. 공주랑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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