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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한강 아래에는 이세계로 가는 입구가 있다고 한다

by 초리니 posted Jun 28, 2017 (00시 45분 53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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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아래에는 이세계로 가는 입구가 있다고 한다

 

 

아침부터 그지같은 비가 졸라게 내렸다. 삭신은 쑤시고, 기분은 개같고. 우산도 없이 털레털레 걸어나온 그의 귓구멍으로 우산 좀 사달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콱콱 박혔지만, 아 미안해. 지금 땡전 한 푼 없는 그지 신세거든.

 

적어도 며칠 전의 그는 돈이 많았겠지. 저런 우산 쯤 다 사버리고 빨리 집에 들어가서 병신같은 주말연속극이나 쳐 보라면서 할머니 엉덩이를 발로 차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생, 존나 한 치 앞도 몰라. 아주 좆같아.

 

일주일 전, 그는 핸드폰 요금을 체납한 덕에 정보통신의 사회에서 추방령을 선고받았다. 단전, 단수, 애미 터진 자본주의의 개새끼들. 당장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월급이 나오려면 한 달은 걸리고, 그렇다고 노가다를 뛰자니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전자화폐. 재밌지 않은가. 이제 내가 자본주의를 지배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3일 동안 집구석에 쳐박혀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햄버거만 처먹으며 주인집에서 끌어온 전기와 와이파이로 10년은 된 고물 노트북을 혹사시켰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그는 모든 것을 이 해 했 다.

 

타고난 배짱과 판단력, 그리고 치밀함은 그에게 몇 번의 공매도의 성공을 안겨줬다. 쥐꼬리만한 이득이었지만,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사채까지 써가며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모아 시작한 코인먹의 세계. 그는 이런 사소한 부 따위엔 안주하지 않고, 더욱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자본주의란 놈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쭉쭉 올라가던 열차가 잠시 힘이 빠졌나 싶더니, 어느덧 정신을 차렸을 땐 바닥으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 지옥의 개미털기. 작전 세력의 농간. 하지만 참는다. 여기서 물러날 순 없다. 팔아선 안 된다. 그가 생각한 상한선은 더 위에 있었다. 그런데.

 

 

 

[마 진 콜]

 

 

 

그 저주같은 이름. 그것은 그의 코인을 멋대로 팔아버리고 그에게 패배자의 낙인을 덧씌웠다. 그래. 전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에게 큰 소리 팡팡 치고 빌린 만큼 벌써부터 문을 쾅쾅 두드리는 저 인내심이라곤 좆도 없는 개새끼들만이 그에게 남은 전부였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리던 것도 잠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함을 친 그는 창문을 열고 8층 높이의 빌딩을 타고 내려왔다.

 

아마도 지금쯤 그놈들은 사시미 칼이라도 품 속 깊숙히 숨겨놓고 날 찾고 있겠지. 그래… 그는 알싸하게 쓰려오는 횡경막을 부여잡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들만이 신나게 달리고 있는 이 곳은 마포대교 위였다. 비에 의해 불어난 물살이 강하게 흐르고 있는 한강. 그것을 보니 한 가지 문구가 그의 머릿 속에 떠올랐다.

 

한강 아래에는 이세계로 가는 입구가 있다고 한다

 

도시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그렇다. 한강에 뛰어내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들이 사회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부를 거머쥐고 있다는 소식. 실제로 옛날에 망해서 잊혀졌던 모 기업의 회장이 부활하여 다시 한 번 굴지의 기업을 만들어 냈다는 소문은 유명하다.

 

어차피, 이제 더 이상은 잃을 것도 없다. 언제라도 사채업자 놈들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돌아본 순간 배때지에 칼을 깊숙히 쑤셔놓고 왼쪽으로 비비고 오른쪽으로 비비고 할 지 모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그 깊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검게 보이는 한강물은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날렸다.

 

“자 본이!!!”

 

 

 

차갑다. 여름이라지만, 비내리는 장마철 저녁의 수온은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다못해 낮에 뛰어들걸. 물이 코로 들어오고, 따가움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구차하게도 생존본능에 의해 헤엄을 치려고 하지만, 한강은 너무 넓었다. 발버둥치는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는 모든 것을 놓았다. 얼굴에 있는 구멍이랑 구멍엔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갑갑하고, 몽롱하고.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침전하던 그는 별안간 눈을 부릅뜬 채 마지막 힘으로 손을 뻗는다. 무언가를 잡으려고 애쓰던 그는, 의식을 잃었다.

 

 

 

“이봐요, 아저씨.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뭐지?”

 

“뭐냐뇨. 우리 집 앞에서 주무시고 있던 건 당신이라구요.”

 

“집? 나는… 여기는… 어디지?”

 

눈 앞의 소녀는 물에 빠진 생쥐 같은 자신 못지 않게 꾀죄죄한 차림이었다. 그녀가 ‘집’이라고 표현한, 고철을 뭉쳐놓은 듯한 거주공간에 눈이 갔다. 그는 손을 들어 합판을 퉁퉁 쳤다. 먼지가 엄청나게 날렸고, 끼이이익 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기둥 한 켠이 기울어졌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허리에 달려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멀쩡한 남의 집은 왜 부수고 지랄인건데!!”

 

“멀쩡해 보이진 않는데.”

 

그는 귀찮은 듯이 소녀를 털어내려 했지만 소녀는 그를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풍경을 둘러본다. 언덕의 능선을 따라 자리잡은 기묘한 판잣집들의 연속. 시끄러운 소음을 내뿜으며 어두운 하늘을 달리는 바이크들. 저 멀리에는 어둠을 밝히는 환락가가 있고, 그리고 그 가운데에 고고하게 서있는 거대한 마천루.

 

어딜 봐도 서울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이세계로 와버린 거냐?”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이 씹새끼에요!”

 

시작부터 좆된 것 같은 기분이지만.

 

 

 

본격 싸이버펑크 사기꾼 소설.

 

이 글을 죄 악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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