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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아무래도 우리 할머니가 옛날에 이세계 용사였던 모양이다

by 호롱 posted Jun 28, 2017 (00시 54분 40초)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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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99명의 인 인1명의 영감님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100명이나 모여야만이 비로소 천재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이토록 노인의 지혜란 감복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그 명언은 늙다리 사기꾼의 망언이기도 하다. 노인이란 지혜로운 만큼 사기 치는 재주도 뛰어나니 젊은이들은 부디 조심하길 바란다. 얼핏 인자해 보이는 인상에 어쩌다라도 속아선 안 된다. 그들의 주름살 사이사이에 매복해 있는 사악함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나라가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것도 실은 노인 세력의 음모다. 그들은 세계를 지배할 야욕을 품고 있다. 그 증거로 언젠가……머지않아 우리 모두 노인이 되어 버릴 것이다. 연금 생활을 누릴 것이다. 연금 제도 또한 노인 세력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또 누가 알 텐가. 실버타운은 있으나 골드타운은 없다. 왜냐하면 골드타운은 전부 까마득한 옛적에 실버타운의 군대에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노인의 강력함은 이루 말하기도 벅차다. 이미 수십 년도 전에 어떤 노인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로서 노인 세력의 불멸성을 만천하에 선고한 바 있다. 그 말은 무시무시하게도 사실이다. 노인이란 존재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나라가 아직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 올드보이는 마침내 소년 때의 젊음을 되찾은 어떤 노인의 영웅적 일대기를 다루며 제목에서 그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는 당시 중년이었으나 현재는 놀랍게도 노년이다. 그는 극중 연기를 훌륭히 해내 노인 세력의 호감을 샀다. 그 덕에 신분 상승을 이루어낸 것이다.

 

노년층. 범세계적인 어둠의 집단……. 백송하 여사는 그 가운데서도 강대한 권력을 거머쥔 그레이트 올드 원(Great Old One)으로 자리매김했다. 권력이 어찌나 강한지, 배때기에 정통으로 맞으면 한 동안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할멈인데도 주먹 힘이 장난 아니다. 당연히 나보다도 세다. 난 자주 할멈 주먹에 맞아 기절하곤 한다.

 

이 노인, 백송하 여사로 말할 것 같으면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쌓아온 악명의 높이가 바벨탑을 넘어서 이제 슬슬 천국에도 그 이름값이 전해지기 일보 직전이랴, 당년 작금 팔십 줄에 다가서는 중이지만 그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심신이 건강하여 오늘날에도(바로 어제만 해도 지나가던 옆집 아저씨를 별 이유 없이 때려눕혔다) 꾸준히 악행을 즐기고 있으니 지옥행이 확정되었다 보는 데 아무 이견이 없을 테다. 당초 사탄의 환생 같은 인간이라 거기서도 아주 잘 지낼 듯하다.

 

백송하 여사의 악행을 몇 가지 종류로 소개하자면.

 

 

 

1. 상기한, 지나가는 사람 때려눕히기 (이유 없음)

 

2.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 걸기 (끝에는 거의 때려눕힌다)

 

3.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른 빈 좌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앉아 있는 승객 근처로 다가가 아이고마! 다리뭉댕이가 뽀사지갔는디 웬 놈에 어린 자슥이 지 다리만 애끼고 자빠져쌌네! 거럼 이 새끼 다리를 내가 뽀사도 정당방위 아닌겨!” 같은 식의 폭력적 언사를 속사포로 구사하는 등 면박을 주어 기어이 자리를 뺏어내고는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

 

4. 청와대 조지기 (자세히 어떤 건지는 모르나 소싯적 할멈이 즐겨 때때로 조졌다 한다. 군부 정권 시절에 주로 조진 듯)

 

 

 

이외에도 다양하다.

 

이 괴팍한 할멈은 도박도 즐겼다. 주 종목은 화투와 포커. 스타일리쉬한 운영과 과장적인 리액션으로 꽤나 유명했지만, 게임만 하면 돈을 무조건 따기로 더 유명했다. 포커를 칠 때면 이른바 할매표 포커페이스를 구사하는데, 패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킬킬킬킬 웃어대며 사나운 눈매로 상대를 노려봐 삐질삐질 긴장케 만드는 악독한 짓거리다. 이에 상대는 지레 겁을 먹어 스트레이트를 들고도 질질 짜며 폴드를 외치곤 한다. 어쩌다 맘먹고 들입다 승부하면 할매는 여지없이 플러시로 응수해 판돈을 챙긴다. 동네 도박 그룹에서는 가히 악마라 하며 치를 떠는데, 내 생각에도 악마가 맞는 것 같다. 없애고 싶다면 살인청부업자 말고 퇴마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충고하련다. 실은 저번에 누가 킬러를 고용하기는 했는데 역으로 살해당할 뻔하고 줄행랑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소문의 근원은 나다. 내가 다 봤다.

 

어쨌거나 듣기만 해도 골치가 욱신대는 이 악랄무쌍의 할망구가 바로 나의 조모, 어엿한 친할머니 되시겠다. 즉 여사님은 내게 4분의 1만큼의 유전자를 물려주셨다는 얘기다. 두 세대를 거치면서 약간 수그러든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사람들이 이따금 나를 더러 제 할머니를 쏙 빼닮았다는 우주 최악의 악담을 퍼붓는 걸 보면 나는 역시 여사님의 친손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할멈과 둘이서만 살았다. 그 전에 부모님은 허구한 날 싸우다 결국 이혼해 버리고 말았는데 그것도 다 할멈 탓이었다. 엄마 쪽에서 유독 불만이 많았다. 말인 즉슨 아이 양육에 심히, 도를 지나치게 간섭했다더라. 그것도 할멈답게 괴팍하게.

 

아기 이름을 태인이라 지으라고 억지 부렸을 때부터 시작해, 난 지 3개월 된 애를 유모차 대신 바이크 뒷자리에 태우고는 경부선 따라 드라이브를 갔다 오고, 이유식으로는 맥주 수프를 먹이려 들지 않나……하여튼 갓난아기에게 해서는 안 될 짓거리 50의 대표항목은 죄다 저질렀다 보면 되겠다. 내가 그렇게 자라왔다. 용케도 살아 있다.

 

그러다 이혼하고 나서는 (두렵게도!) 여사님께서 나를 도맡아 키우시게 됐다. 물론 부모 양측은 격하게 반대했으나 두 분 다 개인 재정 상황이 여의치 못해 그만 양육권을 얻지 못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법원은 역사상 가난한 인간의 편을 들어준 적이 없다.

 

부모님 얘기라면 나중에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와 딱히 그분들을 원망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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