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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 부루마불

by 유지미 posted Jul 05, 2017 (23시 21분 20초)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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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걸로 끝. 어귀, 당신 차례야."


송 마담이 시가에서 짙은 연기를 뿜어냈다. 어귀는 말없이 주사위를 집어 허공으로 던졌다.


또르르.


공중에서 회전하던 주사위가 판 위에 굴러 떨어졌다.

나온 숫자는 2와 6. 어귀의 땅인 이스탄불이었다.


"다음 차례에 고생 좀 하시겠어? 아테네에서 몬트리올까지 전부 내 호텔인데."


송 마담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어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나 조심혀. 니 뒤에 있는 땅은 전부 내 거니께."


매서운 눈빛이 우리를 스윽 흝었다.


"이스탄불에 호텔 하나."


어귀는 쌓아놓은 지폐 더미 중 일부를 집더니 판 중앙에 '턱' 하고 내려 놓았다.


후우.


마담에게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형상을 잃고 스러졌다.

이것은 부루마불.

시중에 통용되는 것과 같은 룰을 사용하지만,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땅의 매입과 매각.

통행료의 징수와 지불.

건물의 건축과 판매.

사회 복지 기금과 월급.

이 모든 것이 오로지 현금 거래로만 이루어졌다.


"니 차례여."


어귀의 차례가 끝났다.

나는 주사위를 주우면서 자연스럽게 소매 안의 주사위와 바꿔치기했다.


'사회 복지 기금으로 가야 한다.'


바뀐 것은 두 면을 제외하고 전부 4가 적힌 주사위.

주사위를 굴려 멀쩡한 두 면만 상대에게 보여주는, 시각의 사각 지대를 이용한 고도의 기술이었다.

송 마담은 많은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작 가진 현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까딱 실수해서 어귀의 땅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바로 파산할 우려가 있다.

이미 두 바퀴를 돌며 300만원을 쌓아 놓았으니, 한 번만 더 보충해 주면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또르르.


주사위가 맑은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나온 숫자는 4와 3.

도쿄에 있던 내 말이 판을 따라서 사회 복지 기금으로 이동했다.


"재수 옴 붙었군."


욕설을 뱉으며 판 위에 신사임당을 가득 던졌다.

딜러가 돈을 정리해 사회 복지 기금 수령처 밑에 넣을 때까지, 어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들킨건가?

아니, 그럴리가. 즉각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치 챘다면 진작에 말했겠지. 수를 알아챘다면 어귀의 성격에 두 바퀴를 돌 때까지 조용히 있었을 리가 없었다.

송 마담에게 차례가 넘어갔다.


"취리히. 네 칸 이상 움직이면 위험하겠는데."


송 마담이 주사위를 가져가며 소매에 감춘 평범한 주사위와 바꿔치기했다.

어귀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송 마담의 손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주사위가 던져졌다.


똑 또르르-


주사위는 판 위에 떨어지고서도 계속 회전하더니 곧 속도가 줄어드면서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나온 숫자는 2와 1.

송 마담의 말이 사회 복지 기금 지급처 위에 올라갔다.


"어머. 운이 좋았네."


마담은 능청스럽게 웃더니 딜러로부터 450만원을 건네받았다.


어귀의 차례가 지나가고, 내 차례가 돌아왔다.


'이번에 나올 숫자는 5와 3.'


주사위를 주워들고 여느 때처럼 소매 안으로 자연스럽게 주사위를 흘려 넣었을 때였다.

어귀의 손이 날아와 내 손목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동작 그만, 바꿔치기냐?"

"꺄아악!"


송 마담이 비명을 질렀지만 어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목을 끌어당기고서 입을 열었다.


"주사위 바꿔치기. 소매에다 주사위를 감추어 놓고 필요에 따라 골라 쓰는 기술. 날고 기는 꾼들도 쓰기 어려워하는 기술을 니는 언제 익혔다냐?"

"이거 놔! 증거 있어?"


악에 받혀서 소리치자 어귀는 붙잡은 손목을 흔들며 말했다.


"증거가 어디 있긴 니 손바닥 안에 있지. 아야, 오함마 좀 갖고 와라."


판을 둘러 싸고 서 있던 정장의 남성 중 한 명이 구석에 놓여 있던 슬레지해머를 들고 왔다.


"우리 손모가지 걸고 내기 하나 할까. 니 손바닥 안에 있는 주사위가 어떤 건지. 바꿔치기용 주사위면 내가 이기는 거고, 평범한 주사위면 니가 이기는 거다."


어귀는 내 손가락 잡고 하나씩 억지로 잡아 때기 시작했다.


"이거 놔!"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아둥바둥 버텼지만 어귀의 힘이 더 셌다.

결국 감싸쥐고 있던 주사위를 놓치고 말았다.

어귀는 판 위에 떨어진 주사위를 주워들더니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어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평범한 주사위라고 했잖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옆에 세워진 블레지해머를 집어들었다.

주사위를 든 아귀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어! 세 바퀴 도는 동안 전부 복지 기금에 걸리고, 현금이 없던 마담이 그 순간 지급처에 걸렸는데 바꿔치기가 아니라고?"


뭔가 잘못된 거야. 뭔가 잘못된 거야.


고개를 저으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어귀의 손바닥 위로 나는 해머를 높이 들어올렸다.


"약속은 지킨다."

"아아, 아아아!"


묵직한 무게와 함께 해머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아, 시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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