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라한대 BANG

  • 킬링스코어
  • 조회 수 71
  • 2017.07.05. 23:28
  • 글자 수 자 (공백 포함)
협업 참여 동의

삐걱거리는 바퀴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판갈 시티의 보안관 보좌 슬러는 내리쬐는 태양이 몹시도 따가운 8월의 황무지에 진절머리가 났다. 차라리 마차의 속력을 높인다면 더위는 한결 가실 것이었으나, 언제 무법자들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을 함부로 혹사시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는 한 모금의 술을 상상하며 가죽 주머니를 들어 물을 들이켰다. 그가 아는 그 어떤 보안관보도 근무 시간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규칙을 지키는 이가 없었으나, 그의 상관 칼슨 보안관은 그것을 엄격히 금했다.

     

칼슨 보안관은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강직하고 꼿꼿한 철과 같은 성격의 사내였다. 다시 말해, 구닥다리였고 꼬장꼬장하기가 차마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칼슨은 진심으로 자신이 정의의 화신이며, 절대적인 법의 기준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점만큼은 보안관으로서 굉장히 합당한 생각이었으나, 바로 그 ‘절대적인 법’의 위신을 신경 써야 하는 보안관보로서는 술 한 잔 마실 수 없는 팍팍한 생활이 여간 짜증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멀리 황폐한 땅 위에 불쑥 솟아난 마을이 보였다. 판갈 시티의 사법권이 미치는 경계 어림에 세워진 라한 빌리지. 오늘의 목적지였다.

     

주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들어선 마차가 전면이 박살난 펍 앞에서 멈췄다. 슬러의 기억으론 3주 전엔 이렇지가 않았는데.

     

“누구의 짓이지?”

     

쉰 듯하지만 힘 있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보안관이 물어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답 대신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불안한 눈길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늙은 보안관은 그들의 그런 행동이 무엇에 연유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그들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무법자 따위가 아니라 법과 질서의 수호자였다.

     

“거기 너! 누가 이랬지? 이름을 말해!”

     

지목당한 청년이 사색이 되어 입술을 달싹거렸다.

     

“잭. ……블랙 잭. 그의 짓입니다.”

     

마침내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은 무법자의 이름이 나오자 주민들의 동요가 확연히 커졌다. 슬러는 이럴 때가 보안관보로서 자신이 나서야 할 때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즉시 권총을 뽑아 하늘 위로 한 발을 쏘았다.

     

“고작 범죄자의 이름에 겁을 먹은 놈이 누구지?”

     

짐짓 위압적으로 보이기 위해 눈에 힘을 잔뜩 준 그가 사람들을 노려봤다. 따가운 햇살이 그의 가슴에 달린 은 배지를 비추자 주민들의 두려움이 차츰 가셨다.

     

“어디로 갔나? 어느 쪽으로?”

     

“서쪽으로 사라졌습니다.”

     

보안관의 말에 주민들 사이에서 누군가 말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거짓은 아닌 모양이라, 칼슨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슬러. 마차를 분리해라.”

     

아무래도 보안관은 직접 무법자들을 쫓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알려진 바로 블랙 잭의 패거리들의 머릿수가 예닐곱은 된다고 했는데 전혀 위축되는 모습도 없었다. 슬러는 상관의 그런 점만큼은 좋았다.

     

     

     

두 필의 말이 황야를 가로지른 지 몇 시간, 서쪽으로 기울어진 해가 그들의 시야를 괴롭힐 즈음 그들은 말을 탄 네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안장에 매어 둔 장총을 뽑아 든 보안관과 보안관보가 접근하자 그들 역시 총을 뽑아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묻고 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탕!

     

가장 먼저 슬러의 총이 불을 뿜었다. 놀랍게도 최대 사정거리에 가까운데다 말까지 타고 있었음에도 무법자 하나가 피를 뿜으며 고꾸라졌다.

     

타탕! 탕!

     

그와 거의 동시에 양 쪽에서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슬러 역시 한 발의 총알을 더 쏘았으나 이번에는 별로 운이 좋지 못했다.

     

두 발의 총알을 모두 사용한 장총을 다시 안장에 찔러 넣으며 다른 총을 꺼낸 슬러가 말에 박차를 가했다. 일견 무모한 행동이었으나 그는 이 거리에서 총을 쏘아 맞힐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거리는 약 백오십 걸음.

     

“슬러! 왼쪽으로 돌아!”

     

칼슨의 명령에 맞춰 고삐를 튼 슬러가 전력으로 달렸다. 자신을 겨냥한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으나, 달리는 말을 잡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실력이었다.

     

세 명의 무법자들 중 두 명이 자신에게 말머리를 돌리는 것을 본 슬러는 승리를 확신했다. 저들은 늙은 상관을 너무 무시하고 있었다.

     

탕!

     

또 한 명의 무법자가 말에서 떨어져 바싹 마른 땅 위를 피로 적셨다. 칼슨의 솜씨였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무법자들이 급히 말머리를 돌리고 달아나려 했다. 슬러가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타앙!

     

     

     

“어느 놈이 블랙잭입니까, 보안관님?”

     

“블랙잭은 뺨에 긴 흉터가 있지. 이놈들은 아니야.”

     

“그렇다면 달아난 놈일까요?”

     

“글쎄. 그렇게 못 쏘는 놈이 블랙잭일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데.”

     

모아 놓은 세 구의 시체에서 눈을 뗀 보안관이 붉게 물든 석양 너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놈 역시 운이 꽤 좋은 모양이야. 하지만 자네와 마주치게 된다면 그 운도 거기서 끝장이 나겠지.”

     

칼슨이 혀를 차며 웃었다.

     

“자네가 ‘더 킬러’인 이상에야.”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버리지 말게.”

     

보안관이 말에 올라 모자를 고쳐 쓰며 말했다.

     

“윌리 더 키드를 죽인 건 슬러, 자네야. 그 이름 아래 파렴치한 무법자들이 벌벌 떨게 만들라고. 그래야 이 배지를 달았을 때 편해지지.”

     

이상한 일이었다.

     

슬러는 지금껏 칼슨이 이렇게까지 따뜻한 어조로 많은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은퇴라도 생각하시는 건가.’

     

항상 순직으로 끝나는 보안관 치고는 퍽 생소한 단어였다. 더구나 법의 화신처럼 굴던 칼슨이었기에, 보안관이 아니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 모습이 궁금하긴 하군.’

     

저물어가는 석양에 붉게 물든 상관의 등을 보며 슬러는 결국 픽 웃고 말았다.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칼슨의 뒷모습은 너무나 왜소해 보였다. 어쩌면 석양의 쓸쓸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니, 그 때문이다.

     

슬러는 고개를 뒤로 돌려 붉은 하늘을 노려보곤 손을 들었다.

     

“BANG.”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댓글
0
취소
태그

스킨 기본정보

colorize02 board
2017-03-02
colorize02 게시판

사용자 정의

1. 게시판 기본 설정

도움말
도움말

2. 글 목록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도움말

3. 갤러리 설정

4. 글 읽기 화면

도움말

5. 댓글 설정

도움말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