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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실수

by 삼치구이 posted Jul 15, 2017 (20시 46분 44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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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 설령, 악행을 저질렀다 해도 언제든지 회개할 수 있으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상황이라도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렇게 결심했을 터였다.

바로 지금처럼.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나온 정민은 골목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직감적으로 모퉁이를 돌아 골목길에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두 남성이 서로 피를 흘리며 대치하고 있던 것이다. 한쪽은 검은 옷에 피를 흘렸는지 다리를 절뚝거렸다. 다른 한쪽은 왼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목을 누르며 매섭게 상대편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민의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그는 피 흘리는 사람을 제치고 칼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가방을 던졌다.

칼을 든 범인은 날아오는 가방을 피하고 앞으로 달려오는 정민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아쉽게도 그의 칼날은 정민의 콧대를 스쳤다. 정민은 눈앞에 바로 스치는 칼날을 보고 흠칫했지만 틈을 놓치지 않고 범인에게 주먹을 뻗었다. 까슬까슬한 수염을 스치며 녀석의 안면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크, 크흣.”

범인은 신음을 내며 비틀거렸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정민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섰다.

범인은 주춤거리더니 이내 겁을 먹었는지 칼을 그에게 던지고 허둥지둥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마음 같아선 그를 추격하고 싶었지만, 피해자가 바로 옆에 있다. 정민은 침착하게, 그리고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살려주세요!!”

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주변 지리를 잘 알고있기에 설명하는데 막힘없이 술술 나왔다.

“괜찮으세요?”

“아, 음. 예.”

피해자는 허벅지를 감싸며 말했다. 건장해 보이는 성인 남성인 그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정민을 바라보았다.

“살인마가 표적으로 이렇게 건장한 남성을 고른 일은 드물 텐데. 운이 나쁘셨네요.”

“그렇네요. 저, 방금 경찰에 신고하신 건가요?”

“네. 5분 내로 구급차하고 같이 올 거에요. 범인도 그 사이에 멀리 도망치진 못했을 테고 칼도 버리고 갔으니 잡기 쉬울 거에요. 안심하세요.”

“그렇군요.”

남자는 착잡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이후 일은 번거롭고 복잡했지만 정민은 무리 없이 협조했다.

경찰의 조사와 심문에 그는 성실하게 대답했고 몇 시간 지나고 나서 보호자로 오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오빠 괜찮아?”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여동생은 이미 초상 다 지낸 듯한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정민은 피식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응, 괜찮아. 그러니까 잠이나 자라.”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여동생은 평소보다 과장하며 그의 몸을 더듬었다. 정민은 손을 휘휘 저으며 여동생의 장난을 막았다.

“괜찮아. 이 시간까지 뭐 하고 있었어?”

“TV 보고 있었어!”

그녀는 히죽히죽 웃으며 해맑게 오빠를 바라보았다. 아직 자기 오빠가 무슨 일을 당하고 왔는지 아직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이가 어리니 그럴 수도 있지.’

정민은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동생의 손을 잡고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 티비를 끄고 여동생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서 자라. 내일 학교 가야지.”

“음~ 나 사실 무서워서 잠이 안 와. 무서운 살인마가 밤에 돌아다닌다며!”

여동생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정민에게 보내며 말했다. 잘 보니 바닥에 커피캔 몇 개가 널브러져서 굴러다녔다. 그는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쥐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

“나 씻고 나올 때까지다.”

“응!”

그의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정민이 씻고 나오자 여동생은 이미 깊이 잠들어있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떼를 쓴 거야.”

그는 여동생의 가녀린 몸을 들고 그녀의 침대로 옮겼다. 그 사이 그녀는 잠에서 깬 듯 눈을 비비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정민을 바라보았다.

“오빠, 무서우니까 오늘은 여기서 같이 자자.”

“어린애도 아니고 왜.”

“무서워.”

여동생은 꿈속을 헤매며 그에게 말했다. 잠꼬대인지 아니면 정말로 말하는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그는 여동생의 옆자리에 조용히 누웠다.

“오빠.”

“왜?”

“살인마 무서웠어?”

“좀.”

“나중에 내가 위험해지면 똑같이 구해줄 거지?”

“그럼.”

정민은 여동생에게 짧게, 그렇지만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의 여동생은 대답을 듣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자신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일치했고 그 이후 다시 진술을 위해 간 정민은 그가 맞다고 증언했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그리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마을은 다시 안정과 평화를 되찾는 듯했다.

정민은 도서관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향했다. 골목길에서 앳된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그는 곧장 모퉁이를 돌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칼을 들고 조용히 한 여자아이의 목을 그었다. 아이는 지르다 못한 비명을 끊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축 늘어진 체 정민을 바라보았다. 정민의 여동생이었다. 그리고 그가 일전에 살인마의 습격에서 구해준 남성이었다. 그가 살려준 살인마는 조용하고 차분한 얼굴로 정민을 응시했다.

그 날, 그가 구해준 것은 살인마였다.

그 날, 그가 구치소에 처박은 건 피해자였다.

그 날, 그는 동조자이자 방관자가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마을의 살인마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 설령, 악행을 저질렀다 해도 언제든지 회개할 수 있으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상황이라도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렇게 결심했을 터였다.

바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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