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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찾기

by Bugstrin posted Jul 15, 2017 (22시 58분 03초)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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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전하시겠어요?"


"다시 하겠습니다."


"그럼, 원하시는 대로."


천사처럼 보이는 사람은 허공에 무언가를 쓰더니, 손뼉을 탁 하고 쳤다. 아마 1분 내외로 나는 눈을 감겠지.


"항상 말씀드리지만 임무는 하나입니다. 첫 번째 전생에서의 여자친구였던 지영씨와 결혼하십시오. 그럼 이 생활도 끝입니다."


"아니, 갔는데 맨날 죽어있거나 실종된걸 어쩌라고... 근데 당신, 천사 맞아? 얼굴을 잘 알아볼수가 없는데."


"빨리 만나셨어야죠. 그리고 딱히 누구라고 한 기억은 없어요. 그럼, 즐거운 환생 되세요."


얼마나 반복된 대화였을까, 그러한 의문을 품고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일어나 주변에 거울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았다. 몇십 번이 넘는 전생을 거쳐 축적된 경험 중 하나는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었다. 처음 몇 번은 그걸 모른 채로 그냥 행동했다가 싼 여자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고,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지병이 도져 죽어버렸던 적도 있었다. 마침 화장실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나는 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근데 이 집, 낯설지 않은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달한 화장실의 거울에는, 전생을 하기 전의 나의 모습이 있었다. 그 동안 나라도, 인종도 모두 다른 삶을 살았지만 이번에는 기적같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그제서야 집 구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곳은 첫 번째 나의 집이었다. 


'이거라면 그 천사인지 뭔지 모를 존재가 준 과업도 수월하겠군.  하지만 이거, 정말로 내 집인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고 있던 차에, 어디선가 개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그곳엔 요크셔테리어가 한 마리 있었다. 개는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더니 이내 달려와 다리에 기대어 마냥 뛰어대었다.


"옳지, 콩콩아. 어이구..."


콩콩이를 안아올리자, 익숙한 듯이 혀로 내 입술을 낼름거렸다. 입술에 느껴지는 촉촉함을 느끼고서야 나는 다시 돌아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콩콩이의 격렬한 환영인사를 받고 나서, 나는 방의 컴퓨터를 키고 지갑을 찾기 시작한다. 원래 모습으로 환생했어도 다니는 대학이나 태어난 때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 사이 컴퓨터가 켜지고, 나는 날짜를 확인했다.


'2016년 4월 17일'


이건 천사가 준 자그마한 선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전생에서 지영이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2016년의 그녀를 찾으려고 해도 이상하게 한국으로 갈 수가 없었다. 미국에선 때늦은 폭설으로 비행기가 막혔고, 터키에선 여행사의 착각으로 비행기 티켓이 바뀌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이때 즈음 아마 나는 그녀와 사귀기 직전일 것이다.


'카톡!'


난데없이 들려오는 카톡 소리에 나는 핸드폰을 찾아 꺼내었다. 기억 속에서 핸드폰 패턴을 끄집어내어 겨우 풀어내었다. 지영이의 카톡이다.


'잘 잤어?'


핸드폰 화면을 아래로 슥 긁었다. 썸타는 사이에서의 밀당이 카톡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아직은 사귀기 전이라는 걸 생각하고는 안심하고 나는 대답을 한다.


'응, 너는?'


'잘 못 잤어.'


'왜? 어디 아팠어?'


'글쎄? 맞춰봐 ㅋㅋㅋ'


마음속에 무언가 설레이는 감정이 일렁거렸다. 강렬했던 첫 사랑의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듯 했다. 


'졸전하느라? 맞지?'


'그것도 있는데... 여기 오면 알려줄게!'


그 외에 잡다한 말이 이어지고, 그녀는 졸전을 준비한다는 말과 함께 기다리라는 카톡을 보내왔다. 맞다, 이 때 올라가서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던 것 같았다. 


'삑 삑 삑 삑. 삐로링!'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콩콩이의 반응으로 봐서는 어머니일 것이다. 


"다녀오셨어요?"


"어머, 민수야. 기차시간 늦겠다!"


"무슨 기차요?"


"얘는 참, 내일 학교가야하잖니! 저번에도 이래놓고 새벽에 부랴부랴 갔으면서, 빨리 가!"


다급해보이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가방과 몇 가지 짐을 들고 기차역으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기차를 타고는, 앉아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고백을 해야하지... 그러고보니 고백했을 때 별로 안 좋게 했던것 같은데.'


점점 기억이 돌아오는 듯 했다. 그녀와 나의 학교는 걸어서 10분거리였다. 본래대로라면 볼 일이 없었겠지만, 길을 헤매던 그녀를 도와준 계기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산책을 좋아했다. 내 학교가 예쁘다고 산책하면서, 잔디밭에 앉아 쉬어가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그런 그녀를 나는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만난 지 2주가 되던 날, 그녀와 같이 산책을 하던 나는 고백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말하려니 떨려서 잘 되지 않았다. 그녀의 작별 인사를 두 번이나 무른 뒤에야 나는 걸어가면서 사귀자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좋다고 말하고서 헤어질 때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아, 아직도 그 향기가 코에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3시간 동안 달리는 기차에서 나는 많은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전부 이도저도 아닌것 같았다. 역에서 내려 자취방으로 걸어가는 시간에도, 씻는 시간에도, 잠에 들 때도 나는 계속해서 생각만 하였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다음에야, 나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퀭한 눈으로 수업을 들어가 엎어지려는 순간, 울리는 전화음에 눈이 퍼뜩 뜨였다. 건대와 홍대 사이, 그녀의 전화가 오면 구별할 수 있게 등록해두었다.


"여보세요?"


"응, 수업 들어갔어?"


"어어, 고마워."


"우리 있다가 언제 만날까?"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디서 만나기로 한 거지? 만나서 무얼 하려고 한 거지? 아무리 끄집어내려 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세세한 내용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저녁 같이 먹을래?"


"그래. 그럼 맨날 보던 카페 앞에서 보자! 시간은 음...다섯시 어때?"


"어, 어어! 그래, 그래."


"뭐야, 너 오늘 좀 이상한데?"


"뭐가?"


"아니야! 좀 있다가 봐!"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 나는 맨날 보던 카페가 어디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찾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으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조금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갑자기 배가 아파서.. 하하."


거짓말이다. 결국 카페는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어디 근처인지는 생각났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늦었던 것이다. 


"피곤해보이는데, 혹시 잠 못잤어?"


"아니아니, 오늘 수업이 좀 어려워서."


"흐응, 그래?"


그녀를 직접 보니, 많은 것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카톡 프로필도 그녀의 얼굴이 아니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사의 얼굴과 똑 닮아있었다.


"기다리느라 더워졌잖아. 뭐라도 사고 산책하자."


"응. 너 커피?"


"나 카페인 못마시는거 알잖아."


"아아, 그럼 음..."


그녀의 의뭉스러운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는다. 기억은 다시 생각해내면 된다. 주문을 하고 조금 뒤에 나온 음료를 집고, 나는 그녀와 걷기 시작했다.



오고가는 잡담 사이에, 나는 가슴이 뛰는게 느껴졌다. 첫사랑은 추억으로 남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하지만 그녀를 보고 느껴지는 심장고동은 단순한 추억만이 아니었다. 다시금 사랑에 빠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그녀와 했던 세세한 추억까지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살며시 그녀에게 말을 꺼내려고 했다.


"그...지영아."


"응?"


"아, 아니야."


"뭐야, 싱겁게. 그나저나, 그거 안 궁금해?"


"뭐, 왜 못 잤는지? 음...진짜 모르겠는데."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면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주말동안 널 보고싶었거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그녀를 본 뒤에야 실감이 났다.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하였다.


"지영아, 너에게 할 말이..."


"왜, 사귀자고 할 거야?"


호탕하게 내 뱉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슬픈 얼굴을 지었다.


"안 돼."


"어...째서?"


"기억 안 나? 처음에도 이렇게 했다가 우리 얼마 안 가 헤어졌잖아."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어떻게 과거의 일을 알고 있는거지? 사실 그녀도 한 번 회귀한 것이 아닐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설마, 설마. 나는 최악의 가정을 내뱉었다.


"그동안 날 환생시킨게 너야?"


"맞아."


순순히 인정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이 아득해졌다.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멍해져 있던 차에,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내가 먼저 고백할 거거든."


생긋 웃고난 뒤, 그녀는 발을 들어 내 볼에 뺨을 맞추었다.




수십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을 잃고 눈을 뜬 곳은 병원 침대였다. 의사는 내게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것이 좋다고 하였다. 망할 할멈. 이럴 때 먼저 천사처럼 가 버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자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눈을 감았다.




눈을 떠 보니, 그녀가 생긋 웃으며 다가왔다. 그 동안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선명하게 보인다. 고백을 받던, 고백을 해 오던 그녀의 얼굴이다.


"또 도전하시겠어요?"


"다시...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원하시는 대로."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진한 키스로 화답했다. 아아, 얼마나 황홀한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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