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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리틀 시스터, 타임 크러쉬

by 영드리머 posted Sep 17, 2017 (23시 04분 54초) Replies 1 Letters 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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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2500만원』

이번달 휴대폰 고지서에 찍힌 미납금액이다.
최종 납부일자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
이 기간동안 자체해결이 안될시 신체의 안녕을 장담할수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휴대기기 기본요금제가 폐지되고 시급이 1만원대로 올라선 시대.
그 여파로 한도 상한이 무제한으로 조정된 소액결제 시스템.
안전장치없는 시스템의 함정에 보기좋게 걸려버렸다.
죽어라! 덕질하기 참 편한 세상이라던 과거의 나.
죽어라! 가상화폐 사기꾼!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숨겨왔지만 더는 무리다.
결과는 이미 나와있다.
자력구제는 불가능.
실패다.
실패다.
나는 실패했다. 실패했다. 실패했다. 주식실패-

"글러먹은 오빠야. 문제해결할 의지는 없어?"

붕괴된 멘탈을 강제로 이어붙인건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매달고 머리 아래로는 핑크 도배로 귀여움을 강조하지만 그 내용물은 썩어있는 악당.
범죄와 음모가 만연한 대 도시 외각의 지하실 딸린 독채형 주택이라면 으례 있을법한 괴짜이자 불미스럽게도 내 여동생이다.

"장외거래 폭락을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오빠야는 동정인 채로 귀신이 되고 싶은가 보네."
"누가 동정이란 거냐! 총각귀신따위 될까보냐!"
"하긴 오빠야처럼 동정에 바보에 돈없는 실패자인채로 귀신이 된다면 끝장이긴 해."

여동생이 눈 앞에서 혀를 쯧쯧 차며 불량품 취급을 해도 뭐라 항변할수 없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무료상담은 여기까지야. 물고기 밥이 되든 폐품처리가 되든 오빠야의 자유겠지만 어떡할래? 도와줄까?"
"으음..."

가족의 정이나 인간적인 연민따위는 이 별종 여동생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간단히 수락했다간 분명히 실험재료 취급이거나 하는 식의 심한 꼴을 당하게 되겠지.

"어차피 오빠야에겐 선택권이 없지 않나? 나한테 심한 짓을 당하든 모르는 사람에게 심한 짓을 당하든 마찬가지잖아."
"너 인마! 심한 짓을 할 작정이구나."
"에휴. 그런건, 오빠야 하기 나름인거야."

여동생은 분홍 리본을 매만지면서 나이에 맞지않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뭐냐... 그래서 내가 어떡하면 되는데?"
"결정한거지. 오빠야, 그럼 버튼을 눌러."
"야, 정확히 골라주라. 대체 무슨 버튼을 말하는 거냐."

지하실 안 쪽에 은밀하게 숨겨진 한칸짜리 작업실에는 제각기 다른 형태인 용도불명의 버튼으로 가득했다.

"저어기, 감전 스위치 옆에 새로 만든 거 있잖아."

한손에 들어오는 하트모양의 깜찍한 스위치를 가리키는 여동생.

"그거 전에 내가 안 갖다버렸었나?"
"그때 만들었던 거의 개량품이야."

자세히 보면 하트형태 안에 주의사항으로 *고압주의* 라고 적혀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경험하고 싶다고 중얼거린 내게 선물한 악의가득한 물건이였다.
애초에 첫사랑따윈 믿지 않는 녀석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주겠다면 그런 의미가 있는 거였겠지.

"이번에는 위험한 거 아니겠지?"

테이블 위에 놓인 직경 10cm의 정사각형 각진 모양의 빨간 버튼.
나는 어쩌면 핵전쟁을 일으킬지도 몰라.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오빠야를 구해주기 위해서 해보는 간단한 테스트야. 실험은 블라인드 테스트가 원칙인 거 알지?"
"하...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거지."

내 여동생이 악당이고 나는 망해서 빨간단추를 누르게 된 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수록 불안만 쌓일 뿐.
나는 두눈 감고 버튼을 꾹 눌렀다.

"글러먹은 오빠야. 문제해결할 의지는 없어?"

그 다음순간 나는 다시 응접용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오빠야는 동정인 채로 귀신이 되고 싶은가 보네."

맞은편에는 거만하게 책상위로 다리를 꼰채로 올려둔 여동생이 기억에 남아있는 독설을 내뱉고 있다.

"하긴 오빠야처럼 동정에 바보에 돈없는 실패자인채로 귀신이 된다면 끝장이긴 해."
"야... 장난하지마. 혼난다."
"장난? 오빠야는 이 상담이 장난이였어?"
"그러니까 네가 이상한 버튼을 누르라고 해서..."
"이상한 버튼?"
"그래! 망할 감전 버튼 옆에 빨간버튼!"
"뭐? 그걸 눌러봤어?"

멍한 얼굴로 모른척하는 모습에 나는 테이블에 놓인 빨간 버튼을 손에 들어 보였다.

"그건 테스트용인건데-"
"무슨 테스트라고?"

답변을 듣지못했다.
욱하는 바람에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글러먹은 오빠야. 문제해결할 의지는 없어?"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똑같은 상황.
어쩌면 이건! 한번 더 시도해보면 확실히 알 것만 같다.

"아무래도 오빠야는...뭐 하는 거야?"

허겁지겁 테이블 위의 단추를 찾아 누른다.
체크메이트! 이걸로 나의 승리다.

"공짜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그러나 작동되지 않는다. 작동되지 않는다. 어째서?
버튼이 눌러진채로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빠야는 동정에 바보에 돈없는 실패자인거야. 테스트용으로 물건을 하나만 만들어 둘리 없잖아. 그 돈 어디다가 썼는지 다 알았거든! 진짜 화났으니까!"

여동생의 손에는 빨간버튼과 덕질로 구입한 여동생 시리즈의 초판본이 들려있었다.

"아직 용서못해! 10000번은 더 반성하게 해주겠어."

그럼 대체 나는 몇번째였던 걸까.

나의 마지막 비명을 삼킨 채로 버튼은 시간을 되돌렸다.

  • profile
    Rogia 2017.09.21 23:21
    2500만원의 빚은 정말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동기로는 충분한 금액이죠. 위험한 투자의 최후가 빚으로 돌아오고, 여동생의 발명품에 PPAP 추면서 과거로 돌아온 것까지는 좋았겠지만 알고보니 몰카에 몰카였네요. 게다가 여동생을 두고 여동생 시리즈를 지르는 건 참작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끔한 전기충격으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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