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창조 없는 창조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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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참여 동의

 #1


 좁고 어두운 곳이야말로 나의 안식처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아마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러했으리라.

 그곳에 머물 때도, 나는 작은 발길질 하나 없이 얌전한 아이였으니.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수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큰 사건이 불과 며칠 전 일어났지만, 나는 여전히 좁고 어두운 나만의 공간에 웅크리고 있을 따름이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

 물론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2


 쿵쿵!


 “이봐, 이제 나올 때도 됐잖아. 더 이상 버텨 봐야 의미가 없다고.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외부에서의 침입.

 물론 그 침입자가 내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없겠지만, 평안한 일상에 훼방을 놓는 성가신 존재라는 점은 분명하다.

 씨발새끼. 사람이 말을 하면 알아 처먹을 것이지.


 “…….”


 쾅쾅쾅!


 “이젠 대꾸도 안 하기야? 허, 참. 대체 뭐가 불만이기에 이러고 있는 건지.”


 투덜대는 낮은 목소리.

 뭐가 불만인지 아직도 모른다는 게 저 새끼의 좆같은 점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대화라는 건 그저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일 뿐이지.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사실은 눈을 감을 필요도 없긴 하지만, 일종의 습관이니까.

 시간 감각이 없다는 게 이럴 때는 참 편리하다.

 내 세계는 이 좁은 공간이 전부인데, 지금 바깥이 낮이든 밤이든 알 게 뭐람.

 여기서 시간이란 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눈을 떴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이봐, 이렇게 해서 해결 될…”


 거 봐.

 금세 조용해지잖아.



 #3

 

 “으으…”


 뭔가 잘못됐다.

 외부에서의 침입은 사라졌지만, 이번엔 내 몸이 말썽이다.

 이따금씩 강렬하게 욱신거리는 전신의 통증.

 언젠가 거대한 침입자가 내 주거지를 공격했을 때부터 시작된 아픔이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아윽, 씨팔!”


 문득 화가 난다.

 이런 좆같은 상황이 왜 일어난 건지.

 그리고 왜 하필 내게만 이러는 건지.


 뿌드득… 뿌득…


 벽을 긁으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그러니까, 아마도 저 소리는 두 군데에서 나고 있겠지.

 차라리 죽었으면.

 아픈 건 죽는 것보다 무섭다.

 이걸 깨달은 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어느 쪽으로든 자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아프지 않거나, 죽거나.



 #4


 똑똑.


 “저… 안녕하세요.”


 뭐지.

 새로운 방식의 침입인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가녀린 목소리가 조용히 외부에서 말을 건넨다.

 아마도, 소년.

 그 존재가 내게 퍽 효과적이라는 건 나 스스로도 방금 알아차린 사실이다.

 물론 나갈 생각은 없다만.


 “…꺼져.”


 “아!”


 지금까지 수많은 침입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들은 내가 선택받았다는 사실만 앵무새처럼 읊조릴 뿐이었다.

 어째서 선택받았는지, 누가 선택한 건지, 언제 선택받았는지… 대체 선택이 뭔지.

 아무튼, 육하원칙이라곤 좆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에 순순히 따를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꺼지라고.


 “그럴 수 없어요.”


 “…….”


 씨발.

 목소리만 다르지, 알맹이는 똑같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제가 당신을 선택했으니까요.”


 “뭐?”


 머릿속에 콰릉, 하고 벼락이 내리친다.

 동시에 몸을 벌떡 일으키려 하다가, 그건 또 무서워서 웅크린 채로 부르르 떤다.

 뭐야. 거짓말이겠지?

 며칠 쯤 있다 떠날 거잖아?


 “앞으로도 평생.”


 어안이 벙벙해진다.

 저 앳된 목소리의 소년이, 정말로 진심이라니.

 심지어 날 직접 찾아왔다니.


 “그러니, 이제 선택하세요.”



 #5


 다짜고짜 선택을 종용하는 침입자.

 선택받은 것도 내 뜻이 아니었는데, 이제 선택조차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 건가.

 그보다도, 애초에 선택지가 뭐지?


 “태어나거나, 사라져 줘요. 세계가 움직일 수 있도록.”


 그 말을 듣고서야 내가 왜 이 공간에 웅크리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어째서 부풀어가는 고통을 외면하면서도 버텼는지.

 여기는 내 안식처가 아니었음을 애써 부정해왔던 거다.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도피처였을 뿐.


 “…대가는?”


 “없어요.”


 씹새끼, 거 대답 한 번 시원하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래야 무언가가 달라질 테니까.


 “마치 창조신화 같군.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고 아들을 내려 보낸 누군가처럼, 나도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게.”


 “…….”


 “생산성 없는 짓을 위해서… 참 우스워.”


 “…….”


 대답은 없고, 나는 결심한다.


 “태어나겠어.”


 “고마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비로소 안심한 듯 웃음 짓는 소년.

 이윽고,


 ‘아… 이걸로 끝인가.’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진다.

 이윽고 그 물줄기는 파도가 되어 나를 세상으로 내몬다. 

 아직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곳으로.

 그리고,


 통!


 “아!”


 처음 보는 세상에는,

 빛이 있었다.



 #에필로그


 콰르르… 덜컥!


 “후아아아!”


 “앗, 성공했어?”


 그는 미소를 지었다.

 기대감이 깃든, 후련한 얼굴로.


 “어. 드디어 성공했어.”


 “헤헤, 축하해! 그럼 이제…”


 그리고,

 그의 눈앞에 선 소년은…


 “…노콘으로 해도 되지?”

comment (1)

Novelic
Novelic 17.12.16. 20:54
인상적인 짧은 컷과 난해한 이미지로 이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라한대 특성상 시간과 분량이 제한되니, 작가가 생각하는 작품의 상이 온건히 독자에게 전달되게끔 텍스트로 옮겨지기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제 이해력이 부족해서일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맥락이 결말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걸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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