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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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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8 Aug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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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Rogia
협업 참여 동의

아마도 현대의 사람들이 중세의 마녀 사냥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 외에는 머릿속에서 별달리 뾰족한 설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만큼 직원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자택 방문 서비스를 요청하신 건 처음이라고 하셨죠.”

“네, 네에.”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하니, 어지간히 딱하게 여겨졌나 보다. 직원은 의례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제서야 내 머리 속에서 혼란한 신호가 사라졌다.

‘의례적인 표정’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니 다들 지루하고 따분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사용 빈도가 낮다. 이렇게 전혀 일면식이 없는 조우가 잦은 서비스 영업직에서나 지을 법 했다.

그래도 지루함이 미덕을 발휘할 때가 있기는 하다. 바로 지금처럼.

“어째서 보건소로 오지 않고 방문 서비스를 선택하셨는지요?”

“그거 꼭 대답해야 합니까.”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단, 하시면 제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지겠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직원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이 직원의 다른 면모는 내가 알 도리도 없고 알 바 없기도 하였으나, 업무 방면으로는 신뢰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은… 제 친구가 방문 서비스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호오.”

직원은 이미 거실의 테이블 위에 작업포를 깔고 자신의 장비를 하나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흥미롭지 않는 내 말에 그럴싸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 또한 신뢰도의 수치를 올려준다.

“의식 회로를 쇼트하지 않고도 재정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맞아요. 친구분이 아주 정확한 설명을 하셨군요. 체스트 커버를 열어주세요.”

직원분의 부탁에 나는 순순히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명치보다 손가락 두어 마디 위에 있는 복장뼈의 폴리머 커버를 잡아당겼다. 수 밀리미터의 커버 아래에는 공통 규격화된 데이터 연결 단자가 있었다.

아무리 무선 작업이 일상화된 세계라고 해도, 의식 회로 등 정밀하고 은밀한 곳에 접근할 때에는 유선 작업이 필수 규정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선 키트를 끼고 혼자서도 재정비를 할 수도 있다지만, 그런 건 모험심이 발달한 자아를 가진 쪽이나 할 발상이다.

나처럼 소시민적인 지능체는 주어진 규칙에 순응한다.

굳이 규칙에 저항해야 할 절실한 순간이 오면 몰라도, 고작 체스트 커버를 열고 닫는 정도로 내 행동 원리를 깰 수는 없었다. 직원은 커버 밑으로 드러난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하면서 물었다.

“의식 재정비를 받을 때, 보건소에서 의식 회로를 쇼트시키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공포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저처럼 말입니다.”

내 말에 직원은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의례적인 표정에서 벗어나 있었고, 다시금 혼란이 찾아왔다. 그와 동시에 직원이 가지고 있는 장비에서도 독특한 알림음이 들렸다.

“아, 죄송.” 하고 짧게 대답한 직원은,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저처럼 방문 정비가 가능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무나 할 수 있다면, 즉 보건소 직원들도 배워서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면 지금처럼 의식 회로를 열어놓고도 재정비를 할 수 있겠죠. 잠시만 눈을 감아 주세요.”

느닷없는 부탁이었지만 나는 직원의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제가 지금부터 어떤 소리를 들려드릴 테니까, 어떤 느낌인지 말해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간의 침묵이 흐르고.

 [티이잉-]하고, 팽팽한 줄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털이 저릿저릿한 느낌입니다.”

“불쾌해요?”

“약간은, 그렇습니다.”

곧 있어보니, 이번에는 [터엉-] 하는, 빈 드럼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외롭고 공허한 느낌입니다.”

“기분이 좋다, 안 좋다,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어느 쪽인가요?”

“굳이 따지자면 쓸쓸해서 안 좋은 쪽입니다.”

“알겠어요.” 라고 직원분이 대답하고 곧이어 [쩌어어억-] 하는, 수박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상당히 경쾌한 느낌입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은 쪽인 거죠.”

“예.”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더 들려드릴게요.”

곧 이어서 [Fn=51{(21+5)n−(21−5)n}=2n−11i=1∑[(n+1)/2]nC2i−15i−1]의 소리가 들렸다.

“어떤지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요.”

“네….”

나는 정신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정말 멋진 재정비였습니다. 아, 이래서 친구가 저에게 추천을 해 준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줄이야….”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건 당신의 의식 회로에서 울리는 소리니까요.”

직원분은 이빨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도 이젠 혼란스럽지 않았다. 다소 화제에 벗어난 말을 할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제 의식 회로에 이렇게나 멋진 소리가 있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무슨 마법이라도 쓰신 것입니까?”

“하하, 마법을 쓸 줄 알면 다른 데에 취업했겠죠. 저는 심금(心琴)을 조율했어요.”

직원은 장비를 도로 착착 챙기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아날로그고, 심금은 모든 사람이 전부 달라요. 그렇기에 마음을 울리는 소리도 제각각이고 조율하기가 어렵죠. 반면 의식 회로가 디지털이면 일단은 동일 규격의 심금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꽉꽉!”

꽉, 이라고 말할 때마다 직원은 허공에서 걸레를 쥐어짜는 동작을 취했다. 

“당신 마음의 느슨해진 현을 바짝 잡아당기고, 몇 가지 섬세한 변수를 조정하면 의식 재정비가  끝납니다. 저나, 저와 비슷한 체질의 지능체가 ‘감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라 이게 쉬운 일이다라고 할 순 없겠네요.”

“이해하긴 어렵습니다만,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제가 마음에 혼란을 겪는 일은 없겠습니다.”

“그러게요. 1개월 가량은 의식 회로가 안정될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직원의 표정에는 어쩐지 연민의 감정이 분석되었다. 

그 감정이 향하는 곳은 아마도 내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이게 아쉽습니다. 체스트 슬롯이 인간에게도 있었다면 저와 같은 느낌을 전달해드릴 수 있을 텐데.”

나는 진심으로 아쉬운 감정을 담아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소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저도 그 느낌을 아는 걸요. 그러니까, 그……."

그녀의 표정은 마치 저녁놀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또 조율해 드리러 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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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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