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라한대] 새벽의 디너랙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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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미친 맙소사."


잠에서 깨어나니 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이렇게나 수분을 배출했는데도,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인체의 신비란.


쪼로로록-


'자기 전에 맥주 안 마셨으면 땀이 덜 나고 오줌이 나왔을까, 아니면 땀은 그대로고 오줌이 안 나왔을까.'


맑고 고운 소리를 들으며 생리학적 고찰에 빠져 있자니-


"아, 이창욱!!! 오줌 쌀 때 문 닫고 싸랬지!!!?"


침실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깼어는 이런 시발, 니 오줌 소리 존나 폭포 소리 같으니까 염병할 문좀 처닫고 싸라고 입이 닳아라 그렇게 노래를 불러도!"

"자기 왜 그래, 오늘 그날이야?"

"그래 그날이다. 니 제삿날!"


물을 내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평소 이쁜 숏컷이 이래 저래 눈린 상태의 세연이가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뭐야, 진짜 때리려고 온 거?"

"그래 이 등신아!"


내 몸을 돌려 기어코 등을 짝! 두드리더니 화장실에 들어간다.


"아, 오줌 찌린내! 짜증나 죽겠네 진짜!"

"자기야, 오줌이 그럼 찌린내가 나지.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거야. 나 조금 마음 아파지려 해."

"니도 새벽 5시에 오줌 누는 소리에 깨어나서, 오줌 찌린내 맡아 보던가! 오늘 일요일만 아니었어도 너는 나한테 뒤졌어!"

"새벽 5시야?"


그제야 창문 밖을 쳐다봤다.

여름이라 그런지 5시 치곤 밝았다.

여명 특유의 푸르슴한 어스름이 왜인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자기야."

"똥싸는 중, 말 걸지 마."

"자기는 힘 주는 목소리도 이뻐."

"한마디만 더하면 뒤져 진짜."


잠시 뒤, 몰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세연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30분 동안 들어가지 마."

"자기야, 나는 자기 똥 냄새까지 사랑할 수 있어."

"미친 변태 새끼야."

"말이 그렇단 거지, 일부러 맡을 정도는 당연히 아니지."

"하... 진짜 이걸 확."


178, 수학적으로 180이라 봄이 타당한 체고를 가진 나와 비슷한 체격의 세연이가 여성 치곤 씩씩한 팔을 들어 위협하자 자동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나 잔다. 또 깨우면 진짜-"

"자기야."

"또 왜, 뭐."

"우리 나가자."


세연이가 뭔 개소리를 하는 거니?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밖에좀 봐바. 이쁘지 않아? 막 파래가지고 시원해 보이고?"


세인이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31도니까 꿈 깨."

"자기야, 기상청을 너무 믿지 마. 자기 눈으로 직접 봐바. 얼마나 파랗고 이쁘고 시원해 보이는데."

"하, 이 미친놈... 꼭두새벽에 밖에 나가서 뭐 하자고!"

"브런치 먹자 브런치. 자기가 맨날 하고 싶다 했던 거.."

"브런치는 점심 시간에 먹는 아침이라는 뜻이거든?"

"그래? 그럼 뭐라고 하지. 디너랙퍼스트 먹자."

"아... 이 시간에 문 연 곳이 어딨겠니 이 정신나간 아이야..."

"편의점 콜?"


세인이는 피곤한 듯 얼굴을 문지르더니 지친 목소리로 마지못해 말했다.


"준비 해."

"자기는 화장 안 하는 게 더 이뻐."

"이 시간에 화장은 무슨, 그냥 옷만 입을 거야."


세인이는 속옷 차림이었다.

나도 빤스 차림이었고.


그렇게 옷을 대충 걸치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밖에 나와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러니 절로 나오는 소리.


"밖에도 덥네?"

"에휴, 네가 그럼 그렇지."

"시도는 좋았잖아 자기야."


못봐주겠다는 듯 시선을 돌리곤 먼저 편의점으로 걸어 가는 세인이를 잰걸음으로 따라잡았다.

세인이도 걸으면서 심호흡을 하더니 말한다.


"아침이라 공기는 좋긴 하네."

"사람도 없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괜찮지 않아?"

"... 뭐, 그럴지도.... 아이 씨! 뭐하냐!?"


내가 팔짱을 끼려 하자 기겁을 하면서 떨어진다.


"왜용..."

"왜긴, 이 더위에 누구 쪄 죽일 일 있냐!?"

"자기 만지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 염병한다 진짜. 그 어휘선택이 너한테는 최선이야?"

"자기를 느끼고 싶어서..."

"아, 지랄. 이거나 처잡아."

"깍지 껴도 돼?"

"즉당히 하렴."


손을 잡고 한산함을 만끽하며, 우린 편의점에 도착했다.

인공적이지만 시원하여 장땡인 에어컨의 냉기가 우릴 감싸자 무심코 아~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야."

"너무 좋아."

"편의점 알바나 할까."

"헛소리 말고, 뭐 먹을래?"

"맥주나 조질까?"

"새벽 5시에 일어나자 맥주? 진심이니?"

"뭐 어때, 일요일인데. 이따 저녁에는 내일 일 나가야 돼서 못 마시잖아."

"... 일리 있는 개소리야."

"자기도 콜?"

"안주는 뭘로?"

"안주?"

"... 그렇게 보면 내가 뭐가 되니."

"아니, 너무 멋진 제안이라고..."


그때였다.


"어, 비온다."


알바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자연스레 우리의 시선이 창 밖으로 향했다.


"오... 드디어 이 거지같은 더위도 한풀 꺾이나."

"제발 그랬으면."

"비 오니까 국물 땡기네. 난 이 하얀 국물 라면으로."

"오, 그거 좋다."

"자기는 빨간 거로 먹어."

"왜, 나도 하얀 거 먹고 싶은데."

"... 하얀 거?"


퍽.퍽.퍽.퍽

무분별한 섹드립의 대가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세연이의 원인치 펀치 세례였다.


"아악! 제가 빨간 거 먹을 테니깐 용서를!"

"확 씨. 오징어 짬뽕으로 골라라."

"흑흑."


그렇게 맥주와 라면, 일명 맥면을 한 쌍 골라 카운터로 가져가니 알바가 말한다.


"우산도 드릴까요?"

"아, 어쩌지?"

"그냥 비 맞으면서 가자."

"그냥 맞자고?"

"엊그제 본 쇼생크 탈출 떠올리면서."

"와~ 그거 존~나 로맨틱하다~"

"큭."


난입하는 세 번째 목소리.

알바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세인이가 표정이 굳어선 시선을 내리깐다.


퍽!


"아!"


그리곤 애꿎은 내 팔뚝을 친다.

부끄러워 하는 게 귀엽긴 한데 주먹은 하나도 안 귀엽다.


"계산 하고 나와."


딸랑-


계산하고 나오자 처마 밑에서 비를 구경하던 세인이가 말했다.


"아이 씨! 쪽팔려 뒤지는 줄 알았네. 뭐야, 왜 맥주 네 캔이야."

"네 캔에 만원~"


나는 양 팔을 벌리고 처마 밖으로 나갔다.

눈을 감고 비를 느끼고 있자니 절로 나오는 소리.


"좆됐다, 미지근하다."

"에휴, 네가 그럼 그렇지 뭐."


우리는 비를 뚫고 집으로 뛰어갔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집에 도착하고 문을 닫았을 때, 무심결 서로를 바라본 우리는 웃고 있었다.


그 뒤로도 우리는 간간히 디너랙퍼스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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