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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시간여행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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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제법 사람 꼴을 갖추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다. 불가능하다면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도,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언젠가 이루어졌듯.

 시간여행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사고실험을 통한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눈을 빛냈고 작디 작은 송신기를 0.5초 앞의 미래로 보냈을 땐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다만 송신기의 위치가 예상 지점과 조금 어긋나있음은 과학도들의 시름을 늘렸을 뿐이었다. 여러 우주의 법칙을 새로이 발견하고 정리하고서야 시간여행은 눈에 보이는 실물이 된 것이었다. 일반인들도 '조건만 갖춘다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그런 실물 말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문제가 생겼다.  유의미한 시간여행에 필요한 에너지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간단하게 몇 초, 몇 분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치였으나 몇 시간, 며칠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는 기 년의 시간을 뛰어넘기 위해선 기하급수가 아닌 불규칙적인 상승폭이 나타는 것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여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일인데... 하고 과학도는 울음을 터뜨렸다. 시간여행에 필요한 에너지 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았다. 좌표, 시간, 물질 등등... 과학도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 많은 실험을 한 결과 하나의 결과에 이르렀다.

 "교수님, 좌표값이 특정 위상에 접근할 수록 필요한 에너지 값이 줄어드는데... 다시 해볼까요?"

추레한 모습의 청년이 말했다. 교수의 입술이 부르르 떨리더니 운을 떼었다.

 "그만해. 데이터나 정리해서 올려."

교수는 침중한 표정을 짓고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시간여행의 꿈을 그리던 소년은 머리가 벗겨진 장년의 모습이 되었건만 다가갈 수록 멀어지는 목표는 이뤄질 기미가 없었다. 물론 꿈이라는 것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라지만...

 문두드리는 소리가 한숨으로 가득찬 사무실을 울렸다. 교수는 들어오라 한 마디를 하고 천장만 볼 뿐이었다. 청년은 무어라 말을 한 뒤 종이 서너 장을 책상에 올려놓곤 교수를 쳐다보았다. 저... 교수님 하고 무어라 말할려는 찰나에 교수는 알겠다. 나가봐 하고선 한숨을 푹 쉬었다. 물질 값에 정비례하여증가하는 필요 에너지와 현재와 차이가 클 수록 불규칙적으로 늘어갈 뿐인 에너지... 이미 증명된 지 오래인 데이터들을 보고 다음장을 넘기자 나열된 숫자들이 보였다. 특정 위상에 가까운 고리점 일수록 근소하지만 적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유의미한 감소량은 아니었다.

 광신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주의 중심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간과 시간이 동떨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교수는 넋두리를 했지만 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여행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한다지만 왜 한 발 내미는 것조차 이리 어려운가. 교수는 순간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비도 예전만 못해지고 있다. 자신도 금년 들어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나 있었나. 저 애들도 아는 것이 무엇하나 있나. 비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을 이뤄 자신을 가두는 것만 같았다.

 교수는 가슴이 그만 답답해져 어쩔 줄을 몰랐다. 가슴을 두드리고 한숨을 크게 내쉰 뒤에야 그나마 좀 나아지는 것이었다. 잠깐 서글퍼지는 마음에 그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 지금 뭐해?"

 "뭐하긴 그냥 애들 학교보내고 집에서 놀지."

 "밥은 잘 챙겨먹었고?"

 그렇게 딱히 할 말도 없으면서 이어나간 전화는 1분도 채 못되어 끊어지고 말았다. 교수는 심한 탈력감이 들었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 교수는 문득 일련의 사고를 떠올렸다. 특정 위상에 고리점이 가까울 수록 필요 에너지가 줄어든다. 이 특정한 위상은 어떠한 물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고리점을 설정하였을 때 변화하는 에너지 값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되는 것 뿐인 위상 값이다. 그런데 이런 위상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측된 것만 하더라도 십 수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 값이 시간여행에 있어서, 천체물리학에 있어서 큰 요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한 위상을 계속해서 관측해나간다면...

 "맙소사."

 이 일련의 사고는 교수의 감탄으로 마무리 됐다. 교수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교수의 꿈은 다시금 소년 때의 그것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꼭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comment (2)

Rogia
Rogia 18.08.15. 13:54
커다란 이야기의 한 토막을 베어낸 듯, 이야기가 날개를 펼칠까 싶더니 이내 끝이 납니다. 과학소설 특유의 '설정을 풀어내는 텍스트'는 개인적으로는 좋았지만 이야기 전체 완성도로 생각해보면 살짝 아쉬웠습니다. '마음이 소년 시절로 돌아갔어!'로 결론을 내리기엔 조금 힘이 부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분량 안에서 짜임새 있게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
알리미
알리미 18.08.15. 14:32
Rogia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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