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라한대]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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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자동 오천 원요.”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오천 원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지이잉-.


점원은 번호가 잔뜩 인쇄된 종이를 건넸다.


종이를 받아든 남자는 습관처럼 나열된 번호를 눈으로 훑었다. 아무런 패턴도, 의미도 없는 숫자들 중에 시선을 빼앗는 것이 있었다.


[1, 20, 21, 22, 23, 26]


연속된 4개의 숫자. 심지어 20번대에서만 5개가 나왔다. 자동으로 뽑을 경우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이며 전혀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에겐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토요일, 이제 몇 시간 후면 로또 당첨을 하는 날이다


“별일이야. 왠지 느낌이 좋은걸...”


그러고는 남자는 편의점 밀며 밖으로 나왔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지만 날씨가 매우 더웠다. 그는 평소 버릇대로 로또 종이를 보관하기 위해 지갑에 조심히 집어넣는 그 순간.


“으...으아아!!”


쇠를 가는 듯한 걸걸한 절규의 소리가 들리며 남자의 팔에 무언가 부딪치는 큰 충격이 느껴졌다. 간신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지갑을 놓치고 말았다. 툭, 지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상황 파악이 안 된 것도 잠시, 눈앞에 떨어진 지갑을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어떤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거칠게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은 돈을 갈취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노인은 이내 로또 종이를 손에 쥐었다. 숫자가 적힌 종이가 덜덜 떨렸다.


“이, 이, 이것만.. 이것만... 없애면...”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노인은 종이를 찢으려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되지 않았어... 내가 직접 할 수 밖..."


재빠른 남자는 곧장 노인에게 달려들어 행동을 막았다.


“끄...으으윽...”


 체구가 왜소한 노인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로또 종이도 약간 구겨지긴 했지만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머리털도 거의 남아 있지 않는 노인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이 남자를 향했다.


“이번이....마지막... 마지막이라고..... 그걸... 꼭...”


노인은 바닥을 기며 고함을 치며 그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남의 물건을 빼앗으려한 주제에.”

“행복은 쫓는 그 순간을.... 파랑....새를....”

“.....어휴. 별일이야 참.”


그는 떨어진 지폐와 로또를 지갑에 넣고 먼지를 털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어디 정신이 이상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초점이 없는 눈, 알 수 없는 이야기만 중얼중얼.


“.....신고는 안 할 테니까 그냥 가세요.”




그날 밤, 로또 추첨 시간이 다가왔다. 수많은 공이 휘리릭 휘릭 돌아갔다.


[26, 20, 21.......]

comment (2)

Rogia
Rogia 18.08.15. 14:09
망한 부자가 되는 기분은 무슨 기분일까요. 이미 망한 인생보다는 행복의 총량이 크지 않았을까요? 저도 벼락 부자가 되어서 대충 한 번 폭싹 망한 다음 '으윽… 과거의 내가 그 돈을 벌지만 않았다면…'하고 후회로 점철된 노년 생활을 보내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알리미
알리미 18.08.15. 14:32
Rogia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18.8.15 라한대 닫습니다 - https://lightnovel.kr/469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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