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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한 면밖에 없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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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58 Dec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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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시공추
협업 참여 동의

 그가 말했다.

 “이 주사위에서 1이 나오면 우리 사귀자.”

 나는 왜 하필 1이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부터 1일이라는 의미의 1이라고 했다. 나는 싫다고 말했다. 6분의 1의 확률이라도 그걸로 너와 사귀기에는 내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럼, 36분의 1은 어때?”

 그는 미리 준비해왔던 듯이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하나 더 꺼내 보였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보아하니 내가 이렇게 말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눈치였다. 나는 그가 주사위를 세 개 가져왔을지 시험해볼까 하다가 36분의 1이라면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굴린다.”

 허공에 주사위가 날았다. 탁자 위로 데굴데굴 구른 주사위는 모두 1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멍한 기분에 그를 바라봤다. 그가 웃었다.

 “우리 오늘부터 1일이네?”

 나는 씩씩대며 돌아섰다. 

 사귀는 첫 날의 데이트는 없었다.

  

 우리가 연인이 된 지 일 년이 조금 지났을 즘이었다. 눈이 쏟아져 내리는 날이었는데 문득 그가 자신이 고백한 날이 기억나느냐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6분의 1 확률이라는 숫자놀음에 놀아난 내가 밉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가 그날과 똑같이 말했다.

 “이 주사위에서 둘 다 1이 나오면 나와 결혼해줄래?”

 나는 사귀기 시작한 첫 날의 36분의 1, 오늘의 주사위 확률인 36분의 1 확률이 모두 들어맞을 확률을 그에게 말했다. 1296분의 1. 그는 그런 확률은 제쳐두고 어쩔 것이냐 물었다. 나는 두 번은 안 통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공에 주사위가 날았다. 탁자 위로 데굴데굴 구른 주사위는 모두 1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다시 멍한 기분에 그를 바라봤다. 그가 환하게 웃었다.

 “예식장은 어디로 잡을까?”

 나는 그의 뺨을 소리 나게 때려줬다.

 예식장은 강변에 있는 곳으로 잡았다.

  

 우리가 부부가 된 다음 날, 신혼여행지에 있는 호텔방에서 그가 말했다. 

 “사실 이 주사위에는 1밖에 없어.”

 어떻게 두 번이나 주사위를 탁자 위에 대놓고 던졌는데 모를 수가 있냐고, 그가 웃었다. 혹시 이혼하고 싶어도 이미 기정사실을 만들었으니 돌이킬 수 없을걸. 그는 자신만만한 눈치였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확률에 미래를 걸 정도로 멍청한 여자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멍한 얼굴로 그럼 왜 나와 사귀어 결혼했냐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내 주사위에도 1밖에 없더라."

comment (1)

알리미
알리미 18.12.29. 04:39
PunyGod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감평입니다. - https://lightnovel.kr/47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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