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주사위를 굴려서 다음생을 정해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협업 참여 동의

 *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 천국이나 지옥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생자가 제멋대로 상상했을 뿐이다.

 실제로 죽은 뒤, 나는 온 몸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은 부유감을 느꼈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된 후, 움직일 수도 없어 내 시체를 바라보는 기분이란…

 아무튼, 하루가 흘렀다.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나는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았고, 부모님도 그 사실을 아셨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하셨다.

 성인이 되자마자 객사한 아들 앞에서 부모님은 펑펑 우셨다. 덩달아 내 마음도 울적해졌다.

 차라리 지옥이든 뭐든 가고 싶다. 일주일이 흐르고,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

 ‘놈’이 나를 찾아왔다.

 놈은 실체를 갖지 않았다. 모습도 보이지 않았으나, 왠지 모르게 나는 그 존재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놈이 말했다. 쇳소리와 비슷한, 껄끄러운 음성에 없는 미간이 찌푸려진다.


 [으음… 좋아. 가자.]


 알 수 없는 말만 제멋대로 지껄인 놈이 제멋대로 사라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뭐야? 갑작스런 상황의 변화에 당황하였지만,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죽은 후에 사자가 향하는 곳으로 가는 거겠지, 멋대로 생각했다.

 시각을 다시 되찾았을 때, 눈앞에서 거대한 공동이 보였다.

 보랏빛 횃불만이 적막하게 존재하는 거대한 공간.

 보이지 않던 놈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보인다? 아니, 안 보인다.

 마치 동영상에서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놓은 것처럼, 아예 보이지 않고 ‘앞에’ 존재한다는 느낌만 들었던 전과 달리 흐릿하게나마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분 나쁜 음성이 들린다.


 [자, 이것을 받아라.]


 뿌연 연개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마치 팔처럼, 내게로 뻗어진 그것이 손을 펼쳤을 때, 붉은 색의 주사위 두 개가 쥐여져 있었다.

 대체 언제?


 “받으라 해놓고서, 강제로 주는거 아닌가?”

 

 놈이 킬킬 웃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담담히 받아드려라.]


 여전히 껄끄러운 음성이다.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손에 들린 주사위를 보았다.


 육면체의 주사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주사위 그 자체다.

 색이 붉고,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라는 점을 제외하면.


 죽어서 그런지 겁도 없이 놈에게 물을 수 있었다.


 “이걸 왜 나에게 주는 거지?”

 [왜긴? 환생해야 할 거 아니냐?]

 “네가 신이냐?”

 [신이라면 신이고, 악마라면 악마지.]


 놈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죽으면 영체 상태가 되어 죽은 자리에 매인다.

 자신의 일은 그런 자들을 데려와 주사위를 굴리게 하는 것.

 

 “주사위를 굴려서 대체 뭘 하는 건데?”

 [환생을 한다니까?]

 

 도대체 주사위와 환생이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연신 주사위를 굴리라고 재촉하는 놈의 아우성에 마지못해 주사위를 던졌다.


 [오?]


 툭, 바닥에 붉은 주사위가 떨어졌다.

 윗면에 적힌 숫자는 ‘6’.


 [운이 좋군.]

 “운이 좋아?”

 

 일단 던지라니 던지긴 했다. 숫자가 6이 나온 것도 좋다.

 왠지 높은 숫자가 낮은 것보단 좋아 보이지 않는가?

 

 [네 생각처럼, 이 주사위의 숫자는 네 다음 생과 관련이 있다.]

 

 생각을 읽었다?

 순간 경악했으나, 차츰 생각해보니 신으로 추정되는 놈이 내 생각을 읽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숫자가 높을수록 다음 생의 인생이 편해지는 건가?”

 [그래. 이걸 모르는 생자들은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말하지만, 주사위로 결정되는 인생이라니. 오로지 ‘운’하나로 결정되는 인생. 공평하지 않은가?“


 살아있는 사람들은 영영 알 수 없는 사실이 지금 밝혀졌다.

 놈의 말을 들은 나는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6’을 뽑았다니.

 문득, 궁금증이 일어 놈에게 물었다.


 “그럼 이번 생의 나는 숫자를 어떻게 뽑았길래?”


 이런 좆같은 인생을 살았는가?


 끊임없는 지병에 시달려 다른 아이들과 놀지도, 학교를 가지도 못한 채 하루 수일 집안에 박혀있는 인생.

 비싼 약을 처방 받아 어떻게 20살까지 버텼으나, 방구석에서 똥을 지리며 객사했다. 

 놈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4.]

 “이런 씨발.”


 어떻게 두 번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올 수 있지?

 

 [그 또한 운이라는 거다.]


 다행히 방금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는 6.

 적어도 다음 생은 이번 생보다 나은 인생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다 짐짓 욕심이 솟구쳤다.


 만약, 또 다시 6을 뽑아 총 합 12가 된다면?

 

 [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닌데, 있긴 있다. 대부분 돈 걱정 없이, 오히려 펑펑 쓰며 행복하게 살다 뒤지지.]


 좋아, 6을 뽑는다!


 손아귀에서 축축한 식은땀을 느낀다. 죽었는데 땀이 나네.

 그러거나 말거나, 남아있는 주사위를 허공에 던졌다.


 “육!”


 제발!


 툭.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놈의 눈빛에 이채가 서린 것만 같다.


 뭐지?


 [6]


 윗면은 6을 가리켰다. 


 [오, 이건 놀랍군.]


 놈이 말하는 소리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 시발! 하느님! 감사합니다!


 [네가 말하는 하느님도 나를 말하는 건데.]


 시발! 


 [그래. 좋아 해라.]


 놈은 그리 중얼거리곤 내게 손을 뻗었다.

 화아악! 흑색 빛무리가 내 영체를 감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놈을 보았지만, 놈은 덤덤했다.


 [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로 환생시켜주마.]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저항을 해도 의식은 천천히 무저갱으로 가라앉았다.


 놈이 씨익 웃었다. 보이지 않았으나 입꼬리가 올라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 죽으면 또 보자.]


 그렇게 나는 판타지 소설에 나올 법한 세계.

 그곳에 존재하는 한 제국의 황제가 낳은 아들로 환생했다.

comment (1)

알리미
알리미 18.12.29. 04:39
PunyGod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감평입니다. - https://lightnovel.kr/471156

권한이 없습니다.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158'이하의 숫자)
of 158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