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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0 Dec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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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딸갤러
협업 참여 동의

 그는 공산품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 그는 기계가 만든 물건은 절대 흠이 없다고 믿었으며, 실제로도 그가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은 그 어떠한 흠도, 고장도 없었다. 그는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불완전하나 기계가 만든 것만큼은 완전무결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 기계 역시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의 작은 뇌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그의 믿음은 특히나 확률에 대해서 극에 달했다. 그는 동전을 던지면 반드시 1/2 확률로 앞면이 나온다고 믿었으며 컴퓨터가 행하는 모든 난수는 완전한 무작위성을 가진다고 믿었다. 다행히도 –그에게 있어서도, 남에게 있어서도- 그 믿음만큼은 사실이었다. 물론 앞뒷면의 조그만 차이 때문에 반드시 1/2 확률인 것도 아니었고, 컴퓨터가 행하는 모든 난수는 완전한 무작위성을 띠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들은 실생활에서 신경 쓸 만큼 큰 문제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확률에 대한 믿음은 언제나 옳게끔 행해졌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바로 주사위였다. 그가 문방구에서 구매한 싸구려 주사위 한 쌍은 그가 생각하는 이상 그 자체였다. 장인의 손에 만들어진 –달리 말하면 오차와 확률에 오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장에서 찍어낸 수많은 주사위 중 하나였기에, 어떠한 확률적 오차도 없는 완전무결한 것이라 믿었다. 

 그는 주사위 한 쌍을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출근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주사위를 굴리곤 했다. 그리고 매번 다른 –혹은 같은- 눈이 나올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손뼉 치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복은 25번째 생일을 맞으며 파탄나고야 말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광증을 가진 정신병자였고 –실제로 미쳤을지도 모른다- ,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범인과는 다른 정신 상태를 가졌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자신이 늘 아끼는 완전무결한 주사위가 불완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사위에 멋들어진 팔과 다리가 달린다면 주사위는 스스로 눈을 결정하고 말 것이었다. 그리하면 그가 자랑하는 완전한 무작위성은 파탄나고 말리라. 그는 그 사실을 깨닫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회사에 결근하게 되고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던 그의 식생활에 불규칙함이 찾아왔다. 불쌍한 그는 때때로 누워있거나 또는 앉아있으며 팔다리가 달린 주사위 한 쌍을 환시하고는 했다. 그의 범상치 않은 정신상태는 그에게 범상치 않은 삶을 안겨버린 것이다. 

 그렇게 앓기를 반년, 그는 6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느닷없는 계시를 받았다. 만약 주사위에 팔다리가 달린다면 자신이 그 팔다리를 깎아내면 되지 않겠는가! 그것은 암흑 속에 갇혀있던 그에게 내려온 한 줄기 광명이었다. 그는 반년 간 방치해둔 주사위 한 쌍을 찾았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지만 팔다리가 나있지는 않았다. 아아, 팔다리가 나있지 않으면 그는 주사위의 팔다리를 깎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끔찍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 터였다. 그는 직접 주사위에 팔다리를 달아주기로 했다. 

 그는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와 가늘게 깎아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목수일을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그의 손길은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단 한 숨도 자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며 조각하던 그는 300일 하고도 나흘 만에 한 쌍에 아름다운 팔다리를 달아주었다. 그 팔다리들은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섬세했으며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역동적이었다. 아니, 실제로 움직였다. 그들은 스스로의 팔다리를 움직여 눈을 결정했다. 

 그는 그가 상상한 최악의 악몽을 목전에 두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주사위들을 들어 갈판에 갉아내었다. 사각 사각. 어느새 나뭇가지의 잔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갈아내었을 때 –앙상한 플라스틱만 남았을 때- 그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청했다. 300일하고도 열흘 하고도 5일이 지났을 때였다.

comment (2)

PunyGod
PunyGod 18.12.29. 00:19
마감합니다. 오늘 24시 전까지 감평을 업로드하겠습니다.
알리미
알리미 18.12.29. 04:39
PunyGod 님이 게시글에서 본 글을 링크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감평입니다. - https://lightnovel.kr/47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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