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설회랑

[라한대] 날지 못한 독수리

Write

Article Menu

facebooktwittergoogle pluspinterestkakao storyband
  • 17:05 Jul 20, 2019
  • 38 views
  • LETTERS

  • By 레인
협업 참여 동의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두 남자는 처음 만났다. 

그러나 무덤이란 비정할 정도로 의미가 명확한 장소이기에,

두 남자는 초면임에도 서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진 않았다.

뒤늦게 온 남자는 준비해온 조화를 묘비 앞에 두고 몇 분 동안 조의를 표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이곳에 처음 온 게 아님을 먼저 온 남자는 직감했다.

뒤늦게 온 남자가 묵념을 끝내자 먼저 온 남자가 정적을 깼다.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째서 오늘 조문을 오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뒤늦게 온 남자는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에 온화한 얼굴로 답해주었다.


“오늘이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온 남자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있었지만 결국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납득하시기 힘들다는 얼굴이군요”


“……”


“역으로 물어보지요 어째서 오늘 조문을 오셨습니까?”


그 질문에 먼저 온 남자는 대답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차마 입을 벌려 그것을 언어로 말하는게 죄스럽기 때문이다.

뒤늦게 온 남자는 이번에도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 우리가 죽거든, 국민들이 우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길 원한다. 우리는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안다... 그만큼 우주탐사는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을 남기셨죠, 그러니 저도 받아들이고 아버지와 함께

오늘을 같이 기뻐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뒤늦게 온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떠났다.

먼저 온 남자는 그대로 묘비 앞에서 서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미안합니다.”


먼저 온 남자마저 그 말을 남기고 떠나자 무덤엔 묘비와 거기에 적힌 글귀만이 남았다.


Virgil Ivan "Gus" Grissom (April 3, 1926 – January 27, 1967)

Writer

레인

asdf

comment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제 텔레그램에서도 알림을 받으세요! file Admin 2017.01.19. 515
공지 라한대 주최자 분에게 건의사항 드립니다 (4) Admin 2016.08.14. 801
공지 라한대(라이트노벨 1시간 쓰기 대회) 공지사항 - 대회신청은 여기 댓글로! (182) file 수려한꽃 2012.06.02. 86764
2340 라한대 사랑하기 때문에 (3) Winterreif 2019.07.20. 43
2339 라한대 [라한대]쓰레기장 딸갤러 2019.07.20. 22
2338 라한대 [라한대] 달의 책방 판갤러아님 2019.07.20. 21
라한대 [라한대] 날지 못한 독수리 레인 2019.07.20. 38
2336 라한대 공지 아폴11호 달탐사 50주년 기념 라한대를 개최합니다 네모 2019.07.20. 33
2335 라한대 공지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감평입니다. (4) PunyGod 2018.12.29. 190
2334 라한대 광인 (2) 딸갤러 2018.12.29. 123
2333 라한대 [라한대]dicemania (1) 워드페이 2018.12.28. 113
2332 라한대 주사위를 굴려서 다음생을 정해 (1) 천마펀치 2018.12.28. 132
2331 라한대 [라한대] 주사위를 한 번 더 던집니다. (1) 샤이닝원 2018.12.28. 114
2330 라한대 주사위와 어린 날 (1) 기린의목 2018.12.28. 41
2329 라한대 애초에 한 면밖에 없었더라 (1) 시공추 2018.12.28. 64
2328 라한대 공지 2018년 12월 28일 라한대 시작합니다. PunyGod 2018.12.28. 45
2327 라한대 18.8.15 라한대 닫습니다 (3) Rogia 2018.08.15. 248
2326 라한대 [라한대] 당첨 (2) 中立人 2018.08.15. 116
prev
이동할 페이지 번호 입력 후 엔터
('157'이하의 숫자)
of 157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