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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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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1 Sep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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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이수현
협업 참여 동의


바퀴벌래 때문에 고통받던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바퀴를 제거하려 해보았지만 바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살충제를 사기 위해 동네 슈퍼에 간 그녀는 문득 샘플병 정도 크기의 짙은 녹색깔 살충제 병을 발견했다.

병에는 '바퀴벌래 스프레이: 단 3번의 살포면 바퀴벌래 걱정은 영원히 안녕!"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써 있었다.


캐치프라이즈가 마음에 든 여자는 가게 주인에게 병의 가격을 물어보았다.

가게 주인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이 아니라며, 아마 서비스 제품인 것 같으니 그냥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여자는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며 병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 뒷면에는 약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적혀있었다.


*본 제품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창문이 있는 실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1.약은 해가 진 이후, 가급적 자정에 사용해주세요.

(짙은 암막커튼을 쳐놓았다면 오전 중에 살포해도 상관 없습니다.)

2.약의 살포 간격은 3시간 간격이 적당합니다.

(앞뒤로 30분 정도의 오차는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보다 빨리 뿌리면 당신이 위험하고 그보다 느리게 뿌리면 인류가 위험합니다.)

3.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세 번의 살포가 끝나기 전에 살포를 중단해선 안 됩니다.

4.마지막 살포 이후 즉시 집을 빠져나와 해가 뜬 이후 돌아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5.이후로 바퀴벌래에 의해 고통 받을 일은 없을 것 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내용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어차피 공짜로 받은 약이었으며, 여자가 바퀴벌래에 의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에.

여자는 속는 셈치고 약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12시가 되자, 여자는 약을 집안 곳곳에 살포했다.

어디선가 샤샤샥하는, 바퀴벌래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으나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여자는 1시간 정도 소파에 앉아 TV를 보았다.

약을 3시간 간격으로 살포하려면 오늘 밤은 꼬박 셀 수 밖에 없었다.

TV를 보던 중, 허기짐을 느낀 여자는 야식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분명 전날 넣어둔 치킨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무언가 까슬까슬한, 고양이의 혓바닥 같은 것이 여자의 발목을 간질였다.

여자가 밑을 보자, 무언가 검고 길고 반짝이는, 마치 휴대폰 충전기 줄과 같은 무언가가 여자의 발목을 스쳐지나고 있었다.

선은 여자의 발목을 쓰다듬듯 위 아래로 움직였다.


여자는 선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는, 바다 거북 정도 크기의 까맣고, 윤기가 흐르는 무언가가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건 여자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냉장고 뒤의 좁은 공간에서, 그것과 비슷한 크기의 다른 녀석이 튀어나왔다.

싱크대에서 또 다른 녀석이, 쓰래기통에서 또 다른 녀석이, 스물 스물 다가왔다.


"아아아악!"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소리가 녀석들을 자극했는지 더 많은 녀석들이 여자를 찾아 달겨들었다.


여자는 현관문을 향해 달렸다.

그때, 어디선가 모터 소리 같은 소리가 웅웅 울리더니, 여자를 쫒던 그것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여자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것의 다리가 여자의 얼굴을 다듬어댔다.

알 수 없는 액체가 여자의 몸에 뚝뚝 떨어졌다.

여자가 저항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자, 이제는 팔에도, 다리에도 수십마리의 그것이 달라 붙었다.

그것들이 붕붕거리며 기쁘게 날개짓했다.

이재껏 사냥해본 적 없는 거대한 만찬에 기뻐했다.


그 때, 알람이 울렸다.

3시를 알리는 알람이 여자를 일깨웠다.

여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른 채, 간신히 오른 팔을 움직여 다시 한 번 약을 뿌렸다.


단 한 번, 칙-소리와 함께 약이 뿌러졌다.


그와 동시에, 여자에게 매달려있던 바퀴벌레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바퀴는 소리를 내지 않는 곤충일텐데 그것들은 짐승과 같이 끔찍한 울음소리를 내며 이곳저곳을 날아다녔다.

물건들이 부서졌고, 바퀴들도 이곳저곳을 구르며 흉한 체액을 떨어뜨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탕탕, 우당탕, 콰당.


미친듯이 날아다니던 바퀴들이 어느새 바닥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바퀴들의 두 날개가 떨어져나났다.

그들은 경련하듯 바들바들 떨며 몸을 수축했는데, 그 수축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점차 작아지다가, 이윽고 보통의 바퀴벌레와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여자는 온 몸에 난 따끔따끔한 상처를 매만지며 머뭇거렸다.

과연, 자신은 승리한 것일까?

이 한밤의 미치광이 전투는 끝이 난 건가?


그때 아래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무언가가 말했다.


"나 양분이 적다. 그래서 작다."


알 수 없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열린 창문 틈새로 수십,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쏟아들어왔다.


"안녕. 나는 바퀴. 고맙다."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퀴벌레가 발밑까지 가득 차올랐다.

자그마한 바퀴벌레들이 힘을 합쳐 책상에 올라가고, 책장을 넘어가, 책을 펴고, 컴퓨터를 켜고, TV를 켰다.


"나는, 아니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우리는 네가 뿌린 약으로 진화했다."





-시간 부족해서 걍 여기까지 쓴다.

이 다음에 약이 수억년의 시간을 단축시켜서 진화를 촉진시키는 약인 것이 밝혀지고

바퀴벌레들은 처음엔 주인공을 은인이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려 하다가 점차 똑똑해지면서 인간을 정복할 계획을 세우고,

주인공을 그들의 숙주로 삼아서 껍데기만 남기고 잡아먹은 뒤 꼭두각시로 사용하려고 한다.


 6시가 되고 주인공이 약을 뿌리니까 바퀴벌레들은 자신들의 진화를 도와준다고 주인공을 비웃는다.

그런데 해가 뜬 순간 수십억년 간 해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진화를 거듭한 바퀴들은 태양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불타죽으며, 그 때 내뿜은 끔찍한 공포 페르몬이 주인공 집을 바퀴 면역으로 만들어준다는 스토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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