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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계마트의 주인이 된 사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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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7 Feb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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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ㄹㅍ
협업 참여 동의

정선영이 내게 그동안 이계마트의 주인이었다고 고백했을 때, 나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떄까지도 나는 내심 정선영에 대한 것이라면 모든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떄문이었다. 어릴때부터 모든지 우린 같이 행동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슬픔, 분노, 기쁨 등의 감정들을 우린 거리낌없이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내가 첫 몽정을 시작했을 때도, 정선영이 생리를 시작했을때도 우린 서로에게 가장 먼저 고민을 털어놨다. 그 정도로 우린 가까운 사이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다가? 아니, 도대체 언제?"

"꽤 오래됐어. 기억나? 우리 처음으로 밖에서 잤을 때."

4년 전, 중학교 3학년 겨울. 기억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우린 그 날 공연을 보러 갔었다. 꽤 멀리, 그리고 늦은 시각에 끝나는 콘서트였다.

콘서트가 끝났을 땐 이미 막차가 끊긴 시간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공원 벤치에서 우린 서로를 껴안고 아침 지하철을 기다렸다. 추억에 가까운 기억.

"그 날은 계속 나랑 같이 있었잖아?"

"육체적으로는, 분명히 그랬지."

한선영은 찻잔을 휘저으며 담담히 말했다.

"이계마트는 악명높지만, 왜 악명높은가에 대해서는 다들 정확히 이유를 대지 못해. 이계마트의 주인이 된 사람은 물건을 잘못다뤄서 죽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계약기간을 모두 채워서 정산금을 받고 나오는 사람은 역사를 뒤져봐도 고작 한줌에 지나지 않잖아?"

"… 모든걸 잃던가, 아니면 원하는걸 얻던가."

이계마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었다. 이계마트의 주인이 선정되는 기준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어느날 갑자기, 누구도 모르게 이계마트의 주인이 됐다가 죽을떄가 돼서야 알려지는 것이다. 이 사람이 이계마트의 주인이었다는 사실이.

"잠깐만, 먼저 하나만 듣자. 넌 정산금을 받은 쪽이야, 받지 못한 쪽이야?"

"받지못했어. 퇴출됐지. 꽤 오래 버티긴 했어. 4년이나 버텼으니까."

"뭐? 그럼, 너…"

한선영은 탁, 소리를 내며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금방 죽을껄? 어쩌면 당장 사라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

"그게 뭔 개소리야? 네가 죽는게 중요한게 아니면…"

"다음 이계마트의 주인은 너야, 이대명."

한선영은 내 말을 자르고 본론을 던졌다. 그게 내 입을 닥치게하려는 의도였다면 효과는 충분했다. 나는 그녀가 한 말을 한참동안이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잘 들어, 이대명. 나는 완전히 퇴출된건 아니야. 그정도로 잘못한건 아니니까. 다만 유예됐을뿐이야. 그리고 그 유예기간을 풀 수 있는건 징계자 본인이 선정한 후임 이계마트의 주인."

"그래서 날?"

"선택지가 없었어. 선정할 수 있는건 피가 이어진 가족, 그게 아니면 징계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뿐이니까."

"그거 고백이야?"

한선영은 내 말을 무시하고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계 마트에 들어가서 네가 할 일부터 말할께. 그러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잘 들어. 우리 둘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탓에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그저 그녀의 귓바퀴만 눈에 들어왔다. 새빨갛게 물든 귓바퀴가.

그 탓에 이계마트 공략이니, 뭐니 하는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만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을 뿐.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공략을 듣는것보다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는게 정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딴 거지같은 곳에서 버틸 수 있을리가 없지…"

나는 한숨을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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