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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무감정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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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9 Feb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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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꾸와앙
협업 참여 동의


 중학교부터 시작된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설렘.

 눈을 감고 입을 맞췄을 때의 두근거림.

 침대에서 처음으로 몸을 섞었을 때의 안도감.

 우리는 평범한 사랑을 나눴다. 방과후 쇼핑을 가거나 영화를 보았고 각자의 집에 갈 때를 제외하면 우리는 늘 함께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점점 소원해졌다. 손을 잡아도, 입을 맞춰도, 서로 몸을 섞어도. 시시함만이 묻어나올 뿐이었다.

 작은 원룸. 오늘도 의무적으로 내 방에 모였다. 여자친구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나는 휴대용 게임을 즐기느라 바쁘다.

 방안의 정적은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나. 가볼게.”

 저녁 9시가 되자 여자친구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의무적으로 키스를 하고 다음에 또 보자는 아쉬움의 인사를 나눴다. 예전 같았으면 여자친구의 집까지 바래다줬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자친구가 나가는 걸 흘려 본 뒤 다시 게임에 열중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선 수많이 나열되어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되는진 알려준게 없었다.

 그냥 적당히 사귀다가 헤어지자.

 그게 나와 여자친구를 위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스와핑 해보지 않을래?”

 그 날도 따분한 날이었다. 여자친구는 SNS에 열중하고 나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을 때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난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서 되물었다.

 “스와핑 몰라?”

 “아니 알긴 아는데…뭔소리를 하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 나로는 만족 못하는거 아니야?”

 “만족 못한다니……난 충분히 좋아한다고.”

 “그럼……내가 너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

 그 말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바람핀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장난이야 장난. 근데 요즘 섹스도 안하고 이러는 걸까?”

 “섹스가 전부는 아니니까.”

 “그렇긴 하지. 간만에 맞는 말하네. 그런데……너. 처음과는 다르게 나에게 너무 소원해졌잖아.”

 “그,그건.”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것도 너고. 몸을 허락한 것도 너야. 근데 이렇게 나오시면 안되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스와핑은 조금 아니지 않을까.”

 “어차피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괜찮지 않아?”

 맥빠진 웃음이 흘러나왔다. 슬쩍 쳐다본 여자친구의 표정은 흥미로 가득차보였다.

 “그럴거면 그냥 바람이라도 피던가.”

 “재미없잖아 그건.”

 “재미?”

 “네가 다른 여자로 흥분하는 걸 보고 싶어.”

 “…….”

 바로 옆에서 듣고 있지만 이해가 안가는 문장들. 상식 밖의 얘기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미쳤다고 생각했지? 뭐 없는 인생이잖아? 너도 나도. 어차피 사람들이 정해둔 틀이 불과한 거야. 스와핑이 나쁘다고 정의한 것도 사람일 뿐인 걸.”

 하지만 그때의 나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눈만 껌뻑이며 가만히 있었다. 이때 반박했어야 했는데, 따귀라도 때리면서 정신차리라고 말해줬었어야 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내가 제일 병신이자 나쁜새끼이다. 사랑했었더라면 적어도 소중하게 여겼었더라면…….



 [일요일의 쉬는 날. 오후1시까지 중앙역 앞으로 모일 것.]



 “안녕하심까! 은지 친구 정유림임다.”

 친구라면 같은 고등학생일텐데 딱 봐도 귀걸이에 짧게 줄인 치맛자락. 네일아트에……교칙에 위배된 것이 손에 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딱히 말을 섞지 않았어도 어떤 부류인지 종류가 나뉘었다.

 하지만 내가 눈길이 가는 건 옆에 있는 남성이었다. 딱봐도 운동을 하는지 좋은 체격에 훤칠한 외모….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갖고 있는 사내였다.

 “누님. 들어가시죠.”

 “근데 우리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우리 아빠 아는 분이 하시는 모텔이라 괜찮습니다.”

 뭐야…이거.

 이정도면 범죄 수준이 되어버린거 아닌가.

 하지만 여자친구가 붙잡은 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모텔은 처음이기에 뭘 하지도 못한 채 쭈뻣쭈뻣 침대에 앉아있었으나.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익숙한 듯이 척척 해내고 있다.

 “안벗으심까?”

 ……친구라고 밝힌 정유림이라는 소녀는 알몸으로 거리낌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떨렸다. 여자친구의 첫 알몸을 봤을 때 보다 더욱더. 하지만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에게 달라붙었다.

 “……처음이심까?”

 “아,네. 뭐.”

 “말 놓으셔도 됨다.”

 미치겠다. 여자친구가 가까이 왔을 때도 반응하지 않던 것이 피가 쏠려 아픈 지경이 될 정도였다.

 “귀엽슴다.”

 풋.하고 웃었다. 생글 웃는 미소가 귀여웠지만 나는 여전히 옷을 벗지 못한 채로 있었다.

 “누님. 들어가시죠. 저희부터 샤워하겠습니다.”

 그야 아까부터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체격에 걸맞는 커다란 성기를 보았을 때 본능이 직감했다. 내것에 2배에 달하는……서양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성기를 그 남자가 달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그것을 보며 ‘야~존나크네’실실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고 자연스레 샤워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심장이 요동친다.

 “……이대로 하실검까? 상관은 없지만.”

 내 앞에 있는 작은 소녀를 보며 흥분하는 것이 아니다. 능숙하게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귀두 를 혓바닥으로 감싸는 것에 흥분하는 것이 아니다.

 저 문 너머에 있을 광경에─────심장이 터질 듯 곤두박질 친다.


 저거에 박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저 체구에 리드당하면────어떻게 되는 건데.

 상상할 것도 없었다.

 ‘흐아아아아앙!’

 화장실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

 “아아, 시작해버린 거 같슴다.”

 나랑 섹스하며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여자친구의 에로한 목소리는.

 “우왓…벌써 사정? 대박이심다.”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며 그곳까지 가게 만들었다.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욕실의 문을 열었다.


 심장이 덜컹하고 주저앉았다.

 분명히 씻으러 들어갔다면서 이미 시작해버린 두 사람은 잡아먹을 듯이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

 그 커다란 성기에 푹푹 박히면서 나에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표정을 지으며 쾌락의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다.

 “야…콘돔은……껴야……지.”

 당장이라도 남자를 밀쳐내버리고 싶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서 다가가 머리를 후려 갈기고 싶었다.

 장난은 이제 그만하자─아무리 그래도 노콘이라니 뭐야. 지금 이 상황 대체 뭐야?

 “은지야….”

 내 말이 들리지 않게 된 건 오래전인거 같다. 이미 뇌속이 새하얗게 타버렸는지 숨을 헐떡이며 녀석의 호흡에 맞춰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전신이 마비된 채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을.

 “우리는 안함까? 뭐. 대부분 이렇슴다. 녀석이 꽤나 잘해서…넋 놓는 남자들이 많았슴다.”

 콘돔…은 껴야지….

 나지막히. 모든 걸 실성한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누님. 한 번 더 가겠습니다.”

 끄덕.

 말 할 힘도 없는지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주저앉은 여자친구를 남자가 번뜩 안아서 침대까지 옮겨간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넘쳐흐르는 하얀 액체.

 “안하실거면 저도 절로 가보겠슴다.”

 “그만…….”

 닿지 않는다.

 “………제발. 그만해.”

 크게 말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제 그만하자. 외치지 못했다.

 장난이지? 장난인거지? 답하지 못했다.

 침대에 가자마자 다시 섹스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남근이 뿌리째 들어가자 여자친구는 가녀린 손으로 이불을 쥐어잡는다.

 남자는 쉬지 않고 여자친구를 범한다. 여자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리를 벌리고 남자를 품에 안는다. 서로 키스를 하며 타액과 타액이 늘어날 정도로 입을 겹친다.

 그리고…다시 한 번 사정한다. 남자가 천천히 물러서자 들어갈 곳 없는 정액들이 뿜어져 나와 사타구니를 타고서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저 거친 숨소리만 가득하던 방안에 고른 호흡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힘이 풀려버린 채 방을 나섰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엇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울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생각하려 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다. 사고가 정지해버린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해낼 수가 없다.

 그저…여자친구가 침을 질질 흘리던 얼굴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제발 전화좀 받아.]

 [할 얘기가 많아.]

 그 외 수 백 통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

 방 안에 틀어박힌지 얼마나 지났을까. 학교도 가지 않고 밖에 나갈 수도 없게 되었다. 이렇게 방안에 있으면서도 생각나는 건 그때 있었던 일 뿐이다.

 이런 걸 대체 왜 하자고 한 걸까. 씨발년. 개같은년. 좆같은년……!

 죽이고 싶다. 허나 그럴 수 없다.

 지금도 녀석의 품에 안겨서 신음을 내고 있을까. 다리를 벌린 채로 그 거근을 뿌리까지 받아들이고 있을까.

 “끄으으으으….”

 그때의 기억을 잊기 위해서 수천번 박았던 머리가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방안을 뒹군다.


 그렇게 또 다시 며칠이 지났다.

 여자친구는 어느샌가 내 방에 있었다. 바깥에서 몇날 며칠이고 서있는 여자친구를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정말로 미안해.”

 무슨 의도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온통 집안이 빨갛게 물들어버릴 정도로 머리를 부딪혔으며 피도 많이 흘렸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았어. 열어줘서 고마워……. 할 말이 많아. 들어줬으면 해.”

 딱딱딱딱딱. 이를 부딪힌다. 불안감이 증폭된다. 

 “…그,그새끼…한테,가버리지,왜,일로…온거야.”

 “미안. 정말 미안해. 인생이 재미없어서 자살하고 싶어서 그랬어. 방법은 잘못됐다고 생각해. 하지만 정말 마음이 불안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단 말이야.”

 “그,래서…지금은…홀가분…해?”

 “…….”

 내가 왜 이년을 열어줬을까. 이미 뱃속에는 그새끼의 정자가 아직까지 가득 차있을텐데. 혹시 몰라, 여기 오기 전에도 사정당하고 왔을지.

 “……왜 그렇게 생각해주는 거야? 나랑 결혼까지 생각했었던 거야?”

 “꺼……져….”

 불안. 매우 불안. 여자친구의 슬퍼하는 표정을 보니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그때의 기억과 겹쳐지며 흥분이 흥분을 나아간다.

 “사죄는 못하겠지만 피임약도 계속 먹고 있고. 나 지금 헤어져버리면 여기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뒤,져.”

 “……어쩌지. 응. 그래. 알겠어. 그래도 나, 계속 널 좋아했어. 그때 내가 정신나간 짓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계속 사랑하고 있었겠지? 이 방에서…단 둘이 같이 있을 수 있었겠지.”

 잠깐─.

 그때처럼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주방에서 과도용 식칼을 쥐더니 목을 찌르고서 그대로 그어버렸다. 쓰러짐과 동시에 피가 솟구친다. 말릴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뒤늦게 손을 뻗어보지만 이미 숨을 헐떡이고 있다. 다급히 목을 압박해보지만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는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자궁을 채우고 채워 넘쳐 흐르던 정액들.

 손바닥 틈 사이로 멈추지 않고 나오는 피.

 나는 천천히 손바닥을 뗀다.

 여자친구가 헐떡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본다.

 이 장면을 잊으려면 얼마나 더 벽에 박아야 하는 걸까.

 여자친구가 쥐고 있던 과도로 힘껏 내리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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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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