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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외) 악의 우주군단 데스코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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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57 Feb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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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MK
협업 참여 동의


 어두운 방.

 별스런 불빛이 반짝이고, 해괴한 연기들이 풀풀 피어난다.

 가장 높은 곳에는 새하얗고 거대한 가면이 벽에 걸려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방의 모든 것을 쏘아보며, 존재감을 발하는 시선.

 그 아래로는 이형의 괴물들이 몇 마리 늘어서 있다.

 머리가 뱀인 괴물.

 전신이 촉수로 이루어진 괴물.

 머리에 뿔이 달리고 긴 꼬리를 흔들고 있는 악마같은 여성 괴물.

 3m키에 팔이 8개 달린, 갑옷을 입은 괴물.

 그 앞으로 같은 디자인의 졸개 천여명이 질서 정연하게 서있다.


 “제 320회. 악의 우주군단 데스코로니. 지구침략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하얀 코트를 두른, 머리가 독사인 괴물이 말했다. 빨간색 외알안경을 끼고, 혀를 연신 낼름거린다.

 졸개들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그럼 간부들부터 침략 아이디어가 있다면 발표하도록 하시죠.”

 “내가 먼저 하지.”

 

 팔이 8개 달린 괴물이 성큼 앞으로 나왔다.

 전신을 검은 광택의 갑옷으로 휘감고 있으며, 8개의 팔에는 각각 검, 창, 활, 도끼 따위의 흉흉한 무기들이 들려있다.

 

 “아수라 장군부터입니까.”

 “그렇다! 침략에 방법 따윈 필요없다! 그저 파괴와 파괴와 파괴만 있을 뿐!”

 

 팔을 휘둘러 무기를 화려하게 다루며 외쳤다.


 “우리 정예병사들을 투입하기만 하면 지구 따윈 피와 재뿐인 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군!. 좋소!”

 “당연히 좋을 수밖에. 하하하하핫!”


 의기양양하게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아수라.

 독사는 장군을 칭찬하는 한편, 손에든 메모지에는 무식한 새끼. 라고 적었다.


 “그럼 아수라장군과 다른 의견은?”

 “끼기기기긱-”


 괴이한 소리를 내며 촉수괴물이 앞으로 나섰다.

 레벨3짜리 잡졸 몬스터처럼 보이지만, 이래봬도 키메라 개발부서 최고책임자다.

 

 “촉수박사.”

 “끼끽, 끼기기기긱! 끼끼끼기기기기기기긲 끼끽... 끼긱끼끼끼긱 끼끼끼, 끼끼기기기,기긱 기기기, 기기긱기기기! 기기기긱기기기긲기기긱! 끼끼기기기기기끼끼기기--- (중략)--- 끼기기기기기긲, 기끽 끼긱기기기기기기끼기기긱. 끽!”

 

 매우 긴 연설이었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내용이었다.

 누구도 이 이상의 작전은 생각해내지 못할 것이다.

 과연 조직 최강의 두뇌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촉수박사의 계획대로 한다면 지구침략따윈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작전 감사하오. 박사.”

 “끼긱.”


 촉수박사는 기쁜 듯 촉수를 흔들며 자리로 돌아갔다.

 독사는 메모지에 ‘뭐라는 거야 시발.’ 이라고 적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 남은건 서큐공주 뿐이지만.”

 “아. 난 패스.”

 “정말로요?”

 “음. 됐어. 침략작전 같은 땀내나는 작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서큐공주는 손톱을 손질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이고, 그래도고. 내가 지구로 내려가서 모든 수컷들을 유혹해 버리면 동족 암컷들과 번식할 생각도 들지 않게 될 텐데 뭐.”

 

 그녀는 출렁이는 가슴을 팔로 모아보이며 자신의 육감적인 매력에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렇... 군요. 알겠습니다.”


 독사는 메모장에 ‘나한테도 유혹 좀.’ 이라고 적었다.

 

 “그럼 간부들의 의견은 이쯤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졸개들 중에서 의견은- 필요없겠지.”

 

 그때, 졸개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어올렸다.


 “저기...”

 

 자리의 모든 시선이 그 손을 향해 쏠린다.


 같은 마스크. 같은 방어슈트를 입은 졸개들은 충실한 병력이다.

 그 병력이 개인의 의견을 내비치는 일은 역사적으로 전무하였다.

 그렇기에 독사도 건너뛰려고 했던 것이지만-.

 

 “의견이 있나. 넘버. 1002”

 

 졸개들은 번호로 불리 운다.

 데스코로니에 들어와 개조된 순간부터 이름을 포함한 개인의 과거 따윈 버리게 된 것이니까.


 “건방지지만, 기개가 있는 병사로군.”

 

 아수라 장군이 말했다.


 “끼기기기긲.”


 촉수박사의 깊이 있는 한마디다.


 “전투원들도 말 할 수 있었구나.”


 서큐공주는 몸을 베베꼬고 있다.


 간부들은 흥미로운 시선을 받으며 1002가 말했다.


 “더는 못 해먹겠습니다. 퇴직을 희망합니다.”


 침묵.

 깊은 침묵이 흐른다.

 1002의 발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모두가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퇴직? 그런 사무적인 이야기를 여기서 해도 되는 건가?”


 아수라 장군이 독사에게 물었다.


 “데스코로니 계약서와 노조협약에 따르면 가능은 하지만,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군요.”

 “그보다, 졸개들은 전부 세뇌된 사이보그들 아니었어? 자의식 없는...”

 

 서큐공주가 물었다.

 

 “아니요, 세뇌는 아니고 정당한 계약과 보수로 이뤄지는 관계입니다. 요즘엔 세뇌 같은 짓을 하면 여러모로 큰일이라.”

 “... 지... 진짜로?”

 “서큐공주?”

 

 서큐공주는 얼굴이 빨개진다.

 도발적인 몸을 부끄럼 없이 출렁이며 다니던 그녀가 급 조신스럽게 굴기 시작한다.

 

 “그럼 저 졸개들은 지금까지 내 몸을 보며 시간해왔을 수도 있잖아.”

 “시... 간?”


 시각적 강간의 줄임말이다.


 “저렇게 많은 시선들을... 난 이제 시집가기는 틀렸어!”

 

 서큐공주는 80년도 만화에서나 나올 법을 대사를 읊으며 뛰쳐나갔다.

 그 동안의 섹시도발들은 대체 뭐였던 것인가.

 사실은 경험이 없던 컨셉충이었던 것 일까.

 

 “... 어차피 회의에는 별 관심도 없던 여자였으니.”

 “끼기긱 끼기기긱.”


 아수라 장군과 촉수 박사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내 휘하의 군대들만 있으면 침략작전에 저런 여자는 필요없다.”

 “외람되지만 장군님?”

 

 1002번이 손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장군님은 지구의 병력을 너무 얕잡아 보고 계신게 아닐까 싶은데요.”

 “... 뭐라고!?”

 

 아수라를 도발하려던 행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수라의 귀에는 그것은 충분히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이 겁쟁이 녀석이!”


 아수라는 한번의 도약으로 1002의 앞까지 도달했다.

 

 “우리 정예병사 1500명! 그 정도의 병력으로 정복못할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의 전체 인구는 90억입니다.”

 “... 90억? 억은 무슨 단위냐?”

 “우리 전체군 숫자의 6천만 배입니다.”

 “6천만배? ....우리 군보다 많은 거냐.”

 “우리 군이 6천만개 있어야 비슷한 수가 나오겠죠.”

 

 아수라장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8개의 팔에 달린 총 40개의 손가락으로도 셈이 될 리가 없다.

 

 “어... 어...”

 

 아수라장군의 근육으로만 찬 머리통은 이내 생각을 멈췄다.

 벌어진 입에선 입으로 일 더하기 일은... 삼. 따위의 말이 흘러나온다.


 “아수라 장군...”

 

 독사와 촉수박사는 동시에 ‘무식한 녀석’ 이라고 생각했다.


 “1002번. 조직을 탈퇴하고 싶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이유라도 들어 볼까.”

 “이유는 독사사령관님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아니면 촉수박사님도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이 조직의 문제점을.”

 

 화살의 방향이 촉수박사에게 돌아간다.


 “끼기기기기긲?”

 “사령관님은 박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아셨나요.”

 “... 아니, 그건...”

 “끼긱?”

 

 촉수박사가 독사에게 다가간다.

 

 “끼기기긱. 끼긱. 끼기기긱. 끼끼끼끽. 끼끼기기기기기기기기끼. 끼기긱. -(중략)- 끼기기기긲. 끼기기기긱!”

 

 독사를 향해 쏘아붙이듯 말을 한다.

 역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만약 뱀도 땀을 흘렀다면, 독사 사령관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졌을 지도 모른다.

 

 “끼긱. 끼끽.”


 이제야 알겠다.

 그동안 자신의 계획들이 채택되지 못했는지를. 

 촉수 박사는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 촉수를 거칠게 흔들며, 자리를 떴다.

 

 “아.”


 알고보니 무능한 자였던 것이다. 라는 감상이 담긴 천명이 넘는 전투원들의 시선.

 벽에 붙은 ‘진짜 보스’로 예상되는 가면의 시선.

 두 부류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산을 명한다.


 그날의 침략회의는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다..


------


 1002호가 퇴직을 희망한 그날을 계기로 데스코로니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서큐공주는 이전의 몸매가 드러나는 옷 대신, 전신을 완전히 감싸는 답답한 옷을 입고 다닌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다닌다.

 그동안은 세뇌된 사이보그들을 상대로 하는 ‘간접적 여왕벌’기분을 느꼈겠지만-

 아님을 알고나니 소극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 갭이 오히려 좋다는 부류도 있지만... 

 


 아수라장군은 무기를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숫자를 100까지 셀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손가락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세게 되었다니, 잘 됐구나. 아수라장군.

 이라고 칭찬마저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언젠가는 90억과 6천만배가 어느 정도의 수인지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촉수박사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더는 말도 안 통하는 외지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가 만든 키메라들은 박사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키메라들을 고향에 데려갈까 고심하기도 했지만 계약상 불허되었다.

 박사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자식들이나 다름없는 키메라들과 눈물의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독사사령관은 어떻게 조직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이전처럼 잘 되진 않는 모양이다.

 카리스마를 잃어버린 지도자의 결말이란 씁쓸할 법이지.


 이러니저러니, 지구 침략을 할 분위기가 도통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구가 아닌 조금은 쉬운 다른 별을 노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라는 이야기가 윗선에서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력보강을 위해 지구침략은 미뤄지리라.




 1002는 희망대로 퇴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윗선의 보복인지, 퇴직금은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터무니없는 짓을 해버린 거 알고 있지?”


 짐을 정리 중인 1002를 향해 룸메이트였던 1001이 말했다.

 

 “그냥 그때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지구가 네 고향별이라 그런 게 아니고?”

 

 1002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갈했다.

 그는 고향인 지구라는 별을 혐오하고 있다.


 “그래도 한번쯤은 되보고 싶었거든.”

 “무엇이?”

 “악의 조직에 대항하는 자-히어로-가.”


 


--------------


일탈이라는 주제에 맞는지 안 맞는지 미묘할지도...


가벼운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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