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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대] 2020.2.12. 라한대 닫는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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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4 Feb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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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TERS

  • By Chikori
협업 참여 동의

좋은 글들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거두절미 하고 감상입니다.






무감정의 결말 - 꾸와앙



첫글부터 굉장히 자극적인 글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연인의 권태기, 일탈을 위한 스와핑, 죄악감, 유혈, 회한. 짧은 엽편 분량의 글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감정의 골자가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NTR이라는 표현으로 일컫어지는, 소중한 연인을 잃을 때에 오는 상실감에서 묘한 흥분을 느끼는 장르에 대해선 선입견이 있습니다.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고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정사 장면의 심리 흐름은.. 그런 상실감에 기인한 흥분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몰입하며 읽고 있노라면 불쾌감이 올라오지만, 그런 부분에서 오는 비릿한 배덕감에 한 줌 쾌감을 느끼고 마는 것은 대체 어떤 심리일까요. 어쨌든 그런 심리에 대해 묘한 애착마저도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여자친구의 후회로 인한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는 장렬한 여운을 남기지만, 다소 뜬금없고 극단적이라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유혈이 낭자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자극으로 남아 기억에 각인되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분명 착실해야 할 것입니다.


권태를 느껴가던 여자친구가 관계의 상실을 참지 못하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화자에게 그만큼 심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권태에 빠진 연인사이지만, 한 켠에는 그에 상응하는 애정과 의존 또한 공존하고 있었다는 묘사가 사전에 더 많았었다면 더 자연스럽게 결말을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흐름과 성애 묘사, 깔끔한 전결이 인상깊었던 글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감정을 쳐내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신 글도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운명의 별 - 현안인



재미있는 소설이란 무엇일까요?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소설이란 매체와 함께 해왔는데도 그 답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장르마다, 사람마다, 그리고 창작자마다 생각하는 재미의 기준이 전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용사와 마왕, 이제는 익숙해진 이야기 흐름의 틀 속에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음을 주었던 신관에게 배신을 당하고, 용사에게는 이용만 당하다가, 끝끝내 여성으로서 귀속되어야만 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TS되어 가학적인 누군가의 노리개로서 사용된다는, 참으로 판갤다운 이야기적 결말입니다.


저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나는 왜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술했었던 개개인의 취향과 재미의 스펙트럼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른바 TS 감성이라 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성적으로는 어떤 부분이 그 분야의 재미가 될 수 있는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서 나오는 사회적 권력에 취하거나, 혹은 피학적인 입장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여성의 몸에 굴복해가는 그 과정이 하나의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제가 해당 소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가 오로지 취향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면, 저는 그것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재미를 느끼는 것에 있어서 오로지 취향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리는 없습니다.


저는 ‘부디 레오네라 불러주시길’ 이라는 소설과 ‘명을 내리소서’라는 소설을 읽으며 굉장히 큰 재미를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TS 소설 중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축에 드는데, TS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인 제가 읽어도 술술 읽히며 금방 몰입이 됐습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오로지 TS만이 그 소설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TS에 대한 애정으로 써내려간 소설이지만, 기승전결과 이야기적 구성, 묘사의 치밀함 등이 잘 어우러져 다소 취향과 맞지 않았던 TS라는 요소조차도 매력적으로 느껴질정도로 잘 구성된 글이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용사에게 이용당하다가 배신당하고 연인도 빼앗기고 결국엔 TS 되어서 추락하는 결말을 써내려야지’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는 글쓴이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향해 무쇠의 뿔처럼 전진합니다. 허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좀 더 공을 들였으면 어땠을까요?


소설적으로 좀 더 풍성하고 좋은 묘사, 이야기적으로 좀 더 읽는 이가 예상하지 못할 의외성을 갖추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반전으로 나왔던 반지에 대한 이야기도 의외성은 있었지만 충격을 가져다 주진 않았던 것 같고요. 처녀성이라는 복선을 미리 숨기는 건 좋았습니다만, 그 복선이 해소되었을 때 어떠한 쾌감이나 충격이 일어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반전은, 읽는 이가 지레짐작 했던 부분을 뒤집어 엎음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공들여 포장하고, 욕심을 내 묘사해 나갔다면 같은 플롯으로도 훨씬 더 좋은 이야기가 되었을거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먼저 앞섭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읽으면서 글쓴이가 명확하게 쓰고 싶어 했던 이야기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명확히 창작하고자 하는 목표선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창작하는 사람으로서는 참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세련되고 매끄러운 묘사, 전개, 연출 따위는 후천적으로 익힐 수 있는 영역이 아주 넓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TS 소설은 물론, 그 소설이 TS이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합니다만, 그 한 켠에는 이야기로서의 충실함 또한 전제되어 있음을 한 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저는 현안인님이 얼마나 오래 글을 쓴 사람인지, 단순히 취미로 써내려가는 글인지, 더 좋은 글을 창작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분인지 어떤지 잘 모릅니다. 허나 좀 더 좋고, 많은 사람들이 두루 인상깊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TS를 목적이 아닌 요소로 치부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보이 밋 걸 장르를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모든 보이 밋 걸이 전부 재밌는 건 아닙니다. 보이 밋 걸은 소설의 한 구성 요소일 뿐이지, 치트키 같이 보이 밋 걸이 나온다고 해서 귀신같이 그 소설이 재밌어지진 않기 때문입니다. 보이 밋 걸은 창작물의 목적이 아닌, 한 부분에 불과하니까요.


많은 생각이 들어 쓸데 없는 말들을 늘어놓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허나 감상은 어디까지나 제 의견에 불과합니다.

좋은 글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모든 판타지의 도입부는 일탈 -여고생쟝



우선, 도입부에서 별자리에 대한 관념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별자리라는 핵심 소재를 통해 감성적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예상했습니다만, 내용 자체는 장르 소설의 도입부가 연상되는 글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목부터 도입부라고 박혀있었네요.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세세하고 공이 들어간 감정의 흐름 묘사, 자잘자잘한 부분에서 변주를 주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어떻게 묘사하냐에 따라 별 거 없는 씬도 맛깔나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와닿았습니다.


허나, 단시간 안에 빠르게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중간부터 집중이 풀리면서 그런 자잘한 묘사에 조금씩 공을 들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쭈욱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런 느낌을 조금 받았는데, 글의 초중반부에서는 한 문장 한 문장에 공이 들어가고, 인물들의 대화에도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만... 뒤로 갈수록 조금씩 그런 기색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교수가 허공을 부유하며 일탈의 초입을 알리는 그 순간은,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하는 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맛깔나는 묘사나 대사가 거의 없어지고 맙니다. 글쓴이 본연의 맛깔나는 묘사나 생동감 있는 대사들이, 극적인 상황 전개를 쫓아가느라 잡아먹혀버린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저도 참 고민인데, 긴 호흡으로 한 번에 글을 써내리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고난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한 문장 한 문장에 공을 들이기가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내용의 전개에 정신이 매몰되어 버립니다. 사람마다 집중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시기는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맞이하게 되는 고민이지요. 답은 뭘까요? 그냥 좀 쉬다가 다시쓰는 것 뿐일까요? 저는 경험이 일천하여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야기적으로는 적절히 흥미를 끄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방향성을 생각해본다면, 결국에는 도입부에 대한 이야기이고, 따라서 뒷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전제가 되어야 할텐데.. 지금으로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예상이나 기대가 따라오기 힘들어보입니다.


이진철 교수가 한 천문학과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 학회에서 열어본 상자와 구슬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 화자가 치르게 될 시험에 대한 이야기 등등, 뒷 이야기에 대해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주어진 정보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짧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이진철 교수와의 관계성(신뢰받는 제자)는 이야기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주인공은 어떤 역경을 헤쳐 나가고 이겨낼 것인가? 주인공은 어떤 대가를 받게 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정보, 혹은 단서라도 주어져서 뒷내용을 추측 혹은 기대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뒤를 계속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주어진 것들은 너무나도 관념적인 복선이나 대사들 뿐이라.. 읽는 이는 앞으로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지 그저 지켜만 봐야하는 입장입니다.


맛깔나는 요리는 그 요리의 재료만 봐도 군침이 돌곤 합니다. 어떤 재료들이 어떤 식으로 요리되어 나올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올라오고요. 아직은 그 재료들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탈의 초입에 선 화자의 이야기에는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특히 초중반 부분, 교수와의 담화 부분과 친구와의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 글쓴이의 장점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글 솜씨가 좋으시네요.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볼버의 총성이 멎은 후 -네크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많은 글을 읽고 써보신 분인 것 같습니다.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장르소설만 읽은 기분입니다. 아시다시피 담백하고 가독성 좋은 묘사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야다보니, 영미문학을 읽는 것처럼 꽉 차고 건실한 문체의 글을 읽으면서 간만에 충족감을 느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번역문을 읽는 것 같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감상을 쓰면서 항상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균형있게 찾아내자고 마음먹으며 써내려가는 편인데, 딱히 이렇다 할 결점을 찾아내지 못했네요. 오히려 똑같은 내용을 전개하더라도 탄력있고 의외성있는 문체와 묘사로 글쓴이만의 맛을 넣으려고 하는 기색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승전결이 말끔하게 떨어지는 것, 액자식 구성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조그마한 복선을 숨겨놓은 것, 아슬아슬하게 열려있는 결말, 군더더기 없는 문장, 세세하고 구체적이지만 지루하진 않은 묘사, 일탈이라는 주제에 대한 해석 등도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글쓴이만의 맛이 느껴지지만, 제가 함부로 이 글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려 들진 않겠습니다. 제가 굳이 긴 감상을 남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화가 일리야 -샤이닝원



퇴색된 꿈과 무색해진 초심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씁쓸함을 남깁니다. 자기만의 예술을 동경하며 창작을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사회적 명망과 돈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되버리는 것은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구요. 분야를 막론하고, 처음 붓을 잡던 때의 마음을 잃어버린 창작인들이 참 많습니다. 초심을 잃은 것을 무작정 나쁘다고만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요.


글쓴이가 담아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느껴진 부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반문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당연히 시야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사회적으로 충분히 성공한 일리야에게 배고프던 시절과 같은 마음가짐, 행동, 가치관을 요구하는 레이디야말로 오히려 부조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가졌고요.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행동 또한 참 씁쓸했습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주인공 일리야에 대한 글쓴이의 시선이 단편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단순한 제 의견입니다. 사람의 심리나 행동 원리 같은 것은 어느것 하나로 딱 규정되는 일이 드뭅니다. 한 때 예술에 대한 동경과 낭만으로 창작을 시작한 일리야가 어느덧 성과를 얻고 사회적인 명망과 부를 얻은 뒤에, 예술을 그저 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게 되어버린 것, 미숙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던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유리되어버린 것이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예술에 대한 동경, 사회적인 명망, 부, 이런 것들은 각각 따로 따로 개별적인 존재로서 창작의 동기가 되는 게 아니라, 한 데 어우러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숙한 프로 창작인들이 창작을 하는 이유는, 창작이 좋기도 하고, 돈도 벌어야 되고, 사회적으로 명망도 얻고 싶고, 뭐 이런 것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잘 어우러져있기 때문이지, 그것들 중 하나만이 온전한 목적은 아닌 경우가 더 많지 않겠습니까.


성공한 일리야가 기계적으로 돈 만을 생각하는 단편적인 인물이 아닌, 미숙했지만 자기만의 예술을 동경하던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유리되지만은 않은...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부와 명망을 더 중히 여기는 좀 더 깊은 인물이었다면 훨씬 더 와닿았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해질녘 도시의 모습을 좋아하는 일리야와, 완전히 성장한 일리야가 완전히 별개의 인물처럼 느껴지기에, 세파에 찌든 일리야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잘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또 그와 별개로 일탈이라는 주제가 잘 녹아들어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호위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레이디의 행보가 일탈이라서? 아니면 정도(正度)를 벗어나 세상의 풍파에 찌든 주인공의 결말이 하나의 일탈(길을 벗어남)이라서? 어느 쪽이 되었든 중심 소재로서 활용되었다 보기 힘들고, 일탈이라는 의미와도 잘 매치가 안되는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 내려가면서 많은 사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풍경 묘사와 심리의 나열에선 글쓴이의 성의와 내공도 느꼈습니다. 깊은 고뇌와 건실한 노고, 세심한 묘사가 들어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악의 우주군단 데스코로니 - MK


4천자 분량의 짧은 글로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장편에 어울리는 호흡 및 플롯은, 단편에 어울리는 호흡/플롯과는 완전히 다르기 마련이고요. 자기만의 매력을 부여하기도 참 어렵고, 어떤 식으로 읽는 이에게 흥미를 유발할지도 참 난해합니다.


허나 플롯의 측면에서, 해당 글은 짧은 단편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악의 우주군단이 지구 침략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하다가, 힘의 차이를 느끼고 포기하고, 한 편으로는 졸개 하나가 히어로가 되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짧지만 확실하게 끝을 맺을 수 있는 구조를 잘 잡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왜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플롯은 참 좋은데, 어떤 식으로 풀어냈으면 이 글을 더 재밌게 느꼈을까? 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성 (빡대가리 아수라, 내성적인 서큐버스, 고충에 빠진 사령관 독사, 히어로가 되려는 졸개 등) 구도는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글쓴이가 이런 독창적인 캐릭터성에 대부분의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등장인물들이 글쓴이가 생각해낸 그 독창적인 캐릭터성에만 매몰되었다는 느낌이 앞섰습니다. 인물로서 살아숨쉬기보다는 기호의 조합이라는 측면이 강조된 느낌이었구요.


전통적인 보케 – 츠코미 만담 구조식의 개그는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만, 그것만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개그를 치기 위해 인물이 존재할 게 아니라, 소설에 존재하는 인물이 개그도 치는 형태가 가장 적절하지 않겠습니까. 기호와 개성에 맞춰 인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인물에 기호와 개성이 가미되는 식으로 캐릭터를 만든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인물에 깊이가 깊어지면 몰입감 있는 서사는 대부분 알아서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가장 아쉬웠던 게 히어로가 되려하는 졸개의 이야기 였습니다. 악의 군단에서 졸개로 살아가지만, 고향인 지구를 앞두고서 히어로가 되는 일탈을 하는 이유. 단순히 지금 근무중인 악의 우주군단이 맘에 들지 않는 것 뿐이라면, 굳이 히어로가 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잘 연출하고 버무려 냈으면 인상 깊은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기에, 더욱 더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서사인데요.


그래도 글쓴이 나름대로의 서사와, 웃음 짓게 하고자 하는 의도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져 보고 나서 개운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급히 쓴 것 같은 기색이 드는데, 여유를 가지고 착실히 깊이를 갖추어 써내려간다면 훨씬 재미있는 글을 쓰는 분일 것 같습니다.

좋은 글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이번 라한대 입상작은 네크 님의 [리볼버의 총성이 멎은 후]가 될 것 같습니다,


네크님은 제 갤로그에 문상을 받으실 카톡/메일 을 남겨주시면 내일중에 보내드리겠습니다.



평일 중에 갑자기 열었는데도 꽤나 글을 올려주셨네요. 참 감사드립니다.


주말에 한 번 더 총대 맬지도 모르겠는데, 일정 봐서 정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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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네크
네크 20.02.13. 16:34
고생하셨습니다!
네크
네크 네크 20.02.13. 16:34
권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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