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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종교 - zn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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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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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종교제작소


문 앞에는 희한한 팻말이 달려있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오긴 했지만 설마설마했던 여자는 팻말을 확인하자 잠시 주춤했다. 맞춤 종교 제작소? 정말 있단 말이야? 오래되서 내일 당장 철거돼도 안 이상한 낡은 건물 5층에는 떡하니 보기에도 수상한 사무소가 정말로 있었다. 명함광고를 주워든 건 우연이었지만 그 광고대로 찾아온 자신도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제정신이 아닌 건 이 사무소장일 것이다. 왠지 위로가 되면서도 서글퍼졌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끝을 보겠다는 각오를 하고 여자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철문은 둔탁한 울음만을 반사할 뿐이었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살짝 두드렸는데 철문이 이렇게 두터울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터였다. 문을 두드렸던 여자는 내밀었던 손을 움츠리고 머뭇거렸다. 어쩌지.


다행히 고민은 길지 않았다. 문 옆에 조그만 초인종이 있는 걸 그제서야 발견한 것이다. 여자는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만히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삐삐 소리가 들리고 나서 쿠당당탕 뭔가 넘어지는 소란이 잠시 일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 침묵이 제법 길었기에 슬슬 여자가 불안해할 무렵 문이 덜컹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한 남자가 얼굴에 가득 만연히 미소를 띄우면서 여자를 맞이했다. 물론 여자는 그 이마에 땀이 살짝 맺혀있는걸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열린 문틈으로 살짝 사무실 안을 흘끔 훔쳐보았다. 어수선한 사무실은 서류와 책이 군데군데 가득 쌓여 있고 책상에는 데스크탑이 한 대 놓여 있었으며 한 구석에 소파가 있었다.


......”

저희 종교제작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자 들어오시지요.”

남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던 여자는 남자가 권하는 대로 사무소 안에 들어갔다. 훔쳐봤을 땐 정면에 보이는 책상과 컴퓨터만 봤는데 들어와 보니 구석에도 책상이 두엇 있다. 물론 컴퓨터도. 이제는 잘 쓰지도 않는 낡은 데스크탑이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다른 직원은 출근 안했습니다. 편하게 앉으십시오. 커피, 녹차, 율무차가 있는데 어떤 걸 드시겠습니까?”

커피 주세요.”


남자는 곧 사무실 한구석에 있는 정수기로 갔다. 정수기 위에는 쟁반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쟁반에는 다양한 믹스와 종이컵이 놓여있었다. 커피믹스 두 개를 뜯어 종이컵에 쏟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한손에 한 컵씩 들고서 소파로 다가와 여자 앞에 종이컵 하나는 내려놓았다. 커피믹스는 전혀 취향이 아니었지만 권하는 걸 거부하기도 그래서 여자는 홀짝이며 커피를 마셨다.


출근시간이 늦나봐요.”

하하 저희는 특성상 야간작업이 많아서요. 그래서 아예 저녁 때 출근합니다.”

그렇군요.”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이제 막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출근이라면 6시부터 일을 시작하겠구나. 그렇게 여자는 짐작하며 커피를 호호 불어마시며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책장이 있었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군데군데 책과 서류가 탑쌓기 시합이라도 했는지 아슬아슬하게 쌓여있어서 실수로 밀기라도 하면 무너질 것 같았고 창에 달려있는 커튼은 거무튀튀한게 꼬질꼬질한 느낌이 드는걸 보니 아무래도 원래 색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벽에 걸린 시계가 좀 이상해서 손목시계를 보니 5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건전지가 떨어졌나보다. 남자는 활짝 웃으면서 여자 앞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그럼 상담 전에 계약사항을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

아시다시피 저희 맞춤종교제작소는 기댈 곳 없이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대신 종교를 만들어드리는 곳입니다. 기존 종교는 그 교세가 너무 확장되서 부패되었고 그로 인해 신도들의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부패하지 않은 건전한 개인 신앙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철저하게 분석해서 개인에 가장 알맞은 종교와 그에 적합한 교리를 만들어서 그에 의지하는 안정된 종교생활을 보장해드리는 곳이 바로 저희 제작소입니다. 물론 제작엔 물론 돈이 들기에 일정한 제작비를 청구하고 있으며 그 청구비는 이 요금표에 따릅니다.”

남자는 서류를 내밀었다. 각종 옵션에 따른 비용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여자는 그 내용을 천천히 소리내서 읊었다.


기본 천만. 생각보다 쎄군요.”

최소 천만을 투자해서 평생의 안위를 얻는다면 싸게 먹히는 셈이죠.”

성상제작 옵션 오백. 디자인비용만 포함.”

이게 다 사람을 써야 하는 일이니까요. 인건비가 좀 듭니다. 게다가 성상은 크기에 따른 자제비는 별도입니다. 이게 좀 비싸요.”

남자는 여전히 웃으면서 설명했다. 여자는 끙 신음소리를 내며 쭉 서류를 훑어보았다. 교리서적 발행 옵션, 교리 저작권 이행 옵션, 신앙소 설치 옵션 등등 옵션만 서류 한 장에 깨알같이 늘어져있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다음 장까지 넘어갔다. 여자는 다음 장을 넘겨보고 기겁했다.


업소용 종교는 뭔가요?”

아 그건 맞춤종교를 직업으로 삼으실 분을 위한 사항들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 종교와는 달리 상업성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한 몇 가지 필수 사항과 수익모델 옵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업소용 종교는 수익의 10%를 저희 사무소에 로열티로 지불하셔야 하고 그 기간은 최소 20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요?”

수익이 좋을수록 기간은 최대 50년까지 늘어납니다만 사실 맞춤종교로 돈을 버시는 분은 거의 없기 때문에 보통은 계약할 때 기본 20년으로 해드립니다. 그리고 업소용 종교는 로열티가 있는 대신 제작비가 개인 종교보다는 저렴합니다. 만약 가격이 부담되신다면 몇 가지 옵션을 제해서 아주 저렴하게 칠백에 제작해드립니다만 지금 세일기간이라 오백으로도가능합니다

...............”

흔치 않는 기회니 저렴하게 평생 안위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십시오.”

좋아요. 그러면......”

***


이 장사도 생각보단 할만한데요? 소장님. 정말 낚이는 사람이 있다니.”

저녁이 돼서야 사무실에 얼굴을 비친 청년은 남자 아니 소장한테 히죽거렸다.


사람들은 뭔가를 믿고 싶어하니까. 그 심리를 조금만 파고들면 이건 일도 아니야.”

하긴 역사적으로 종교인들이 해먹은게 장난 아니죠. 그러니까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조금 나눠먹는다해도 티도 안날 겁니다.”


청년은 책상에 앉아 데스크탑을 켰다. 후줄근한 껍데기와는 다르게 사양이 무척 높은지 아주 경쾌하게 그리고 빠르게 컴퓨터가 돌아갔다.


자 어디 보자.”

청년은 소장이 내민 서류를 보고 옵션 사항을 체크하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뭐에요. 이거 업소용 기본에 수익모델옵션 딸랑 하나?”

너무 그러지마. 그래도 오백짜리야.”

싸구려...”

그 싸구려도 없어서 난리치는 인간이 있지.”

불쌍하군요.”

모레 사무실 월세 못 내면 우리가 더 불쌍해질거야. 어서 일해.”

우리의 검색신만 강림하면 이정도 쯤이야 껌이죠.”


청년은 인터넷 창을 열고 서류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가며 하나하나 검색을 시작했다.


***


여기 있습니다.”


남자 아니 소장은 모레 다시 찾아온 여자한테 제법 두꺼운 책 몇 권과 함께 쪽지 한 장을 같이 내밀었다.


포교용 서적 옵션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 가능합니다. 만약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로열티를 이 계좌로 넣어주시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보통은 양심에 맡깁니다만 만약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골치아파지는 경우가 있으니 정확하게 넣어주시는게 나중을 위해서도 편하실 겁니다. 교세가 커지게 되면 종교법인신청을 하는게 더 좋지만 아직은 신도랄 것도 없으니 그건 그때 봐서 저희 사무소에 신청위탁 옵션으로 추가요금과 기타 제반비용만 지불하시면 알아서 처리해드립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월신교(月神敎). 약간 유치한 종교명이지만 그만큼 간단명료하고 알기 쉬운 이름도 없었다.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운 막연한 신이란 존재 대신 언제 어디서든 확실하게 그 존재를 보고 숭배할 수 대상으론 달 이상가는게 없었다. 게다가 근본적이기까지 하다. 자연숭배신앙과 토속신앙을 적당히 섞어서 기독교적인 교리를 약간 첨가한 교리서는 제법 그럴듯해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수많은 검증을 거친 내용들을 모아 좋은 것만 추려서 그럴싸하게 짜깁기했으니 당연한 것이다.


자 그럼 여기...”


여자는 현금으로 5만원권 백장 한 묶음을 남자한테 내밀었다. 남자는 속으로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지만 곁으로는 사뭇 근엄하게 그러나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여자가 내민 돈을 받아 품안에 넣었다. 여자는 진지하게 교리서를 훑어보다가 생각보다 방대하고 난해한 내용에 곧 책을 덮었다. 남자 아니 소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읽어보십시오.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자 여기 계약서류도 챙기십시오.”

남자 아니 소장은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종교 제작 계약서와 그 비용에 대한 영수증 등등. 영수증에서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득공제용?”

필요하시면 연말에 하나 더 끊어드립니다.”

근데 영수증엔 삼백만원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사소한건 넘어가세요. 제발.”

***


요즘 참 시끄러워요, 그렇죠?”

뭐 항상 그렇지. 근데 그건 뭐야?”

뭐긴요. 전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잖아요.”

그런 쓰레기 같은 신문. 보면 눈 버려,”

너무 그러지 마요, 그래도 전철탈 땐 이것만한 것도 없어요.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게 다 농간이야. 공짜가 어딨어? 사실 제일 비싼게 공짜란 말 몰라?”

그건 그거고. 그나저나 요즘 신흥종교 교세가 장난 아닌가봐요. 이거 우리 영업에 지장있는거 아니죠?”

기존 종교가 신뢰를 잃으니까 갈 곳 없는 사람들이 그런 걸 믿고 싶어하는거야. 그런거 믿지 말고 우리 사무소에나 올 것이지.”

어 이 기사는? 최근에는 자연숭배신앙이 대세다. 그 중 월신교는 최근에 부각되기 시작한 종교로 그 교세가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고 있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월신교? 어디서 들어본 종교인데?”

소장님 우리가 만든 종교잖아요.”

뭐 어디?”

남자 아니 소장은 청년이 들고 있던 무가지를 홱 잡아챘다. 그리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기사를 읽어나갈수록 소장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소위 넷에서 달빠로 불리는 월신교 신도들은 낮에도 달이 뜨도록 거리에서 대규모 기도집회를 한 뒤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불법 집회와 행진을 막으려던 경찰과 신도들 사이에 실랑이가 일어 수 명이 다치기도 했다. 뭐야 언제 이렇게 된거야?”

소장님 혹시 계좌 확인해보셨습니까? 오늘 확인 차 찍은 통장인데 이 엄청난 금액은 뭐죠?”

설마?”


남자 아니 소장은 청년이 내민 통장을 받고 내역을 확인했다. 내역을 확인한 남자 아니 소장의 표정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동그라미를 여러 번 세어보고서야 입금된 금액이 일억이 넘는다는걸 알았다. 입금자명은 분명 몇 달 전 그와 계약을 한 그 여성의 이름이었다.


진짜로 돈을 벌 줄이야.”

그 여자 능력이 좋은가 봐요?”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통장을 들여다보고 있던 남자 아니 소장과 청년은 둘 다 동시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번 세 번. 초인종은 연거푸 울렸다. 분명 사무소에 용무가 있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남자 아니 소장은 천천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무엇이 문 너머에 있을지 누가 아는가. 어둠의 저편에 괴물이 입을 벌리고 그를 향해 다가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


오래간만이에요.”


문 앞에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화사한 옷차림과 자신만만한 표정 때문에 남자는 여성이 누군인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그만큼 여성은 몇 달 전 처음 왔을 때와 딴판이었던 것이다.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몇 달전 남자 아니 소장이 그녀한테 앉기를 권하고 설명을 하며 계약을 한 바로 그 자리에 말이다.


종교법인 신청위탁 옵션과 포교 옵션 추가 계약을 하고 싶어요.”


남자 아니 소장은 말없이 서류를 찾아 여자 앞에 내밀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여자는 서류를 쭉 훑더니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나서 사인을 했다. 소장은 사인한 서류를 확인하고 여자는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어느 때보다도 자신만만하게 쭉 펴진 어깨. 그게 소장이 직접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사장은 뉴스와 신문을 비롯해 어떤 포털도 전혀 보지 않지만 청년이 가끔 들고 오는 무가지를 통해 월신교의 끝이 어떻게 났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 과정은 희극적이었고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월신교의 교세는 미친 듯이 퍼졌다. 인터넷의 속성이 으레 그렇듯이 한번 퍼지기 시작한 교세는 걷잡을 수 없었다. 그에 비례해서 소장의 통장잔고는 쌓여갔다. 소장이 싫어할 이유라곤 아무것도 없었기에 월신교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소장은 아예 신경을 꺼버렸다.


어느 날의 일이었을 것이다. 소장은 그날을 유난스럽게 맑은 날이라고 기억한다. 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었다. 그날은 또한 월신교의 집회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그들은 항상 집회를 대낮에 했다. 수천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는 긴장감을 높이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크게 주장하는 것 없이 조용히 거리행진을 했을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건 하나였다. 달님이 낮에도 나와 주는 것.


자연현상을 집회와 기도의 힘으로 거스르려는 그들의 행위야말로 어처구니없었다. 사람들은 상대할 가치를 못 느꼈지만 가십거리를 찾아 헤매는 기자들은 이들을 놓치지 않았다. 그저 우스운 종교 퍼포먼스로 치부하려는 기자들이 몰려와 신도들을 취재했다. 신도들은 경건하게 그러나 신도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습게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괴이하리만큼 조용하게 행진을 했다. 오히려 그들을 둘러싼 기자들과 신도들의 돌발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동원된 의경들과 행인들이 훨씬 시끄러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둘러싼 신도들의 행진 한가운데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또 변해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장이 봤을 때보다 훨씬 당당하고 교황만큼이나 위엄에 차 있었다. 얼굴에 드러나는 그 이상한 카리스마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뭔가가 있었다. 그걸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누구라도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믐달에서 보름달로 천천히 변하는 달처럼 그렇게 사람들은 달덩이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변해갔던 것 같다.


그녀를 둘러싸고 조용히 행진을 하던 수천 명의 신도들은 그녀가 천천히 손을 들자 군대처럼 동시에 멈췄다. 집회를 위해 평상시에 연습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멈추고 신도들이 멈추고 기자들이 멈추고 그리고 의경들이 멈추었다. 행인들만 그들을 흘긋흘긋 보면서 지나갈 뿐이다. 이들의 집회조차 갈 길 바쁜 이들의 발길을 잡아놓진 못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벌어질 구경거리를 목격하는덴 큰 지장은 없었다. 일부 신도들이 어디선가 단상과 마이크를 들고 그녀한테 왔고 그녀는 그다지 높지는 않은 그러나 모두를 내려보기엔 부족함 없는 단상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그녀의 목소리는 힘에 차 있었다. 한창 차오른 보름달같은 충만함이 분명 있었다. 마이크를 타고 그 충만함은 확장되어 신도들과 공명을 시도했다. 다시 한 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달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한결같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태양과는 달리 달은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모습 중 어느 하나도 달이 아닌게 있을까요?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나고서부터 인간은 어느 순간도 똑같은 모습을 지녔던 적이 없습니다. 아이에서 어른 그리고 노인으로. 인간도 달과 마찬가지로 변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모든 걸 받아들이면 됩니다!”


와아아아아!!!!!”


그녀의 말에 신도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달님으로 하여금 낮에도 그 위용을 드러내주길 기원하는 바입니다. 비록 태양의 빛에 가려져있을지언정 저 하늘 위에는 분명 달님이 있습니다. 달님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와아아아아!!!!!”


자 우리 모두 달님을 찬양합니다.”


그녀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신도들도 마치 훈련받은 군인들처럼 모두 똑같이 그녀를 따라 일시에 두 손을 번쩍 들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하늘은 눈시리게 파랬다. 이 이상 더 좋은 날씨가 있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로.


그때였다.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뭔가 내려오고 있는 걸 분명 보았다. 그 속도는 무척 느려 보였지만 저 상공의 높이를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속도임이 분명지만 다만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기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구름 한 점, 비행기 한 대 지나가지 않은 말 그대로 티 없는 파란 하늘에 무참히 하얀 흠집을 내는 그게 무엇일지 광신도들이 알게 뭔가.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달님! 달님이십니다! 달님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강림하시는 겁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녀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억지라는걸 생각하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었다. 그저 달신을 맹신하는 집단이었고 교주는 달신의 대리자였다. 교주의 말은 곧 달신의 말이다. 그게 그들의 진리였다.


오오오오오!!!!!”

신도들이 괴이한 함성을 질렀다. 낮고 음울하지만 분명 그 함성에는 희열이 차 있었다. 전경들과 기자들은 그 기운에 얼굴이 굳었지만 신도들과 그녀는 당연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카메라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물체에 집중돼 있었다. 하얗게 연기를 내는 저게 대체 뭐지? 운석이라도 되나? 게다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그것은 분명 교주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달님이 강림하려는 걸까.


굉음과 함께 그것은 정확히 그녀 아니 교주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교주의 머리는 순식간에 날아가고 사방에 허연 뇌조각과 피가 튀었다. 아주 짧은 그러나 매우 긴 침묵이 잠시 흘렀고 곧이어 째지는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


월신교는 그날 이후로 해체됐다. 순식간에 떠오른 신흥종교는 그렇게 운석에 맞아 죽은 교주와 함께 순식간에 몰락했다. 달님처럼 빠르게 차오르고 빠르게 쇠퇴했다. 그게 월신교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도 후회는 없지 않았을까. 모든게 달신의 뜻일 테니 말이다.

그럼 운명이고 말고.”


소장은 읽던 무가지를 반으로 접어 구석에 던졌다. 뉴스에 아무 관심이 없는 소장이 월신교의 일을 소상히 알았던 것은 결코 그가 적극적으로 찾아서가 아니라 듣기 싫어도 사방에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티비에서는 아직도 그날 집회를 방송으로 내보내곤 한다. 사람이 운석에 맞아죽은 희대에 없는 사망이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신흥종교 교주라는건 자극을 더했다. 시민단체에서 방송사에 항의를 하곤 하지만 대낮에 틀게 없으면 케이블에서는 시간때우기용으로 그날의 사건을 재방송으로 내보내곤 했다. 소장도 그날의 일을 테이블티비에서 봤을 정도였다.


여하튼 그녀는 죽고 월신교는 몰락했지만 소장의 돈은 건재했다. 그녀는 정말로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했고 월신교로 번 돈의 10%를 죽기 전날 로열티로 입금했다. 한동안 사무실 월세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잠시 사무소 문을 닫고 외국여행이라도 한 달 갔다올 수도 있었지만 소장은 나름 성실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고객을 위해서 사무실에서 낮잠을 자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정도로.


소파에 길게 쭉 누워서 잠을 청하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삐삐. 소장은 감으려던 눈을 번쩍 뜨고 소파에서 재빨리 일어나 옷매무새를 살폈다. 그러고 난 뒤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딱 봐도 소심하고 우울해 보이는 여자가 소장의 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었다.


광고를 보고 찾아왔는데 여기가 맞춤종교제작소 맞죠?”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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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ㅇㅇㅇ 10.12.02. 02:40
소재는 좋았는데 캐릭터성은 약해서 그게 아쉽네요.
하늬비
하늬비 10.12.02. 13:32
소장이나 조수 중 한명이 여캐, 그래서 둘이서 만담좀 쳤으면 좋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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