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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숍 하이수 씨의 색다른 취미 - 워프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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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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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숍 하이수 씨의 색다른 취미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음식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크림 아니겠어? 이미 오래 전, 마르코 폴로가 다녀갔다는 중국 원나라로부터, 아니지 그 이전 로마의 카이사르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만 하더라도 그 비슷한 음식을 잡수셨다 하니 말이지. 물론 상류층들의 특권이긴 하다지만 그 시대엔 이곳 같은 변변찮은 냉동고 하나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뭐, 그딴 옛날이야기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니까.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아이스크림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거야. 보통 시중에서 파는 막대 아이스크림이나, 쭈쭈바 말고도, 가게 등에서 파는 콘이나 컵. 그냥 상자처럼 네모났게 만들어 파는 것들도 있잖아.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들은 일단 더위를 식혀주기만 하면 그 종류가 어떠하던지 간에 아주 좋아한다는 소리지. 설령 건강식 외엔 먹기가 곤욕이라는 옆 나라 살무사 아이스크림이라도 말이지. 내가 하는 말 이해하지? 안 그래?”
 소녀는 애써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별 쓸데없는 말만 지껄이고 있는 저 이상한 인물에 대해, 벗어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며 빨리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strawberry
 하이수 씨는 우리 동네 외각의 한 거리에서 작은 카페를 꾸리고 계신다. 나이는 여느 가게 점장님들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시지만, 그러한 변명에 비하면 꽤나 젊게 사시는 분이다. 주름도 얼마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별로 컬컬한 느낌은 없다. 평소 쓰고 다니는 안경도 무척이나 어울려 지적 분위기를 풍기고 굳이 쓰지 않더라도 그런대로 미중년으로 봐줄만한 얼굴이다. 성격도 몇몇 특이한 점을 빼면 좋은 분이셨다.
 하이수 씨는 평소에도 독서와 운동을 즐겨하신다. 가끔은 정도가 지나치다할 정도로. 때문에 가게 내에도 종종 그가 읽던 책이나 간단한 운동기구가 널려있기도 하고. 처음 온 손님이 본다면 깜짝 놀랄 일이었다. 덕분에 알바로서 청소를 해야 하는 나만 고생이었다.
 “그래도 봉급은 제대로 주잖아. 개인적인 취미인데 뭘 그래?”
 더군다나 명색이 카페 점장인데도 하이수 씨의 커피는 그리 맛이 없다. 평범한 수준만 되어도 손님이 늘겠지만 꼭 맹물에 커피 한두 알 넣은 것이 전부인 것 같았다. 어째서 카페를 차릴 생각을 했는지.
 “그야, 이 나이까지 알바생하긴 좀 그렇잖아?”
 단순히 어린 시절 가게 차리고 싶다는 꿈에 이끌려 지금까지 모아둔 돈을 모조리 쏟아 부은 것이라 한다. 결국 결혼도 못하고 지금은 독신이라 하니 어찌 들으면 불쌍한 일이었다.
 사실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고 언제 망할지 모르긴 해도 하이수 씨의 가게 알바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봉급도 많지는 않아도 규정에 맞추어 꼬박 나오는데, 점장님 때문에 청소가 힘들기는 해도 애초에 손님이 적으니 일도 없다. 그 이전에 나는 이제야 고등학교 반년을 지낸 새내기기에 달리 써주는 곳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꽤나 엄격하신 분이다. 항상 자기 일은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는 주의시고, 그 때문에 방학 때는 용돈도 주지 않으신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곳 같은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방학 때라도 집에만 있다면 돈 쓸 일도 없겠지만 그럴 만한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고등학교는 방학 때도 반 강제적으로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데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주말에 어디 놀러가자며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었다. 비용을 대신 내주는 일도 없으면서, 어떻게 된 게 내 주위 인물은 항상 더치페이를 하자 한다. 그렇다고 내 성격에 차마 거절하기도 쉽지는 않다.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일단은 돈을 쓰게 되어버린다.
 그나마 장소를 내가 일하는 이곳으로 잡자면 차라리 돈 쓸 일은 줄었다. 가게 음식이 맛이 없다곤 해도 그건 단지 커피에 한한 일이다. 이 카페의 주 수입원은 무엇보다 하이수 씨가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만든 싸구려 커피와는 달리 비싸긴 해도 그에 걸맞은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도 내 친구들이라 하면 조금 덤을 올려주기도 한다. 자연히 나도 그들의 대화에 낄 수가 있었다.
 남자 친구(처음에는 차마 고백을 거절할 수 없어서 사귀게 된 거라곤 절대 말 못한다.) 승수의 경우에도 나 때문에 이곳에 왔다 오히려 아이스크림에 반해버릴 정도였다. 그도 용돈은 그리 많지 않기에 매일 같이 오진 못하더라도 올 때마다 방법을 알려줄 순 없냐며 하이수 씨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인데 정작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서도 묻지 못하는 나와는 달랐다.
 하이수 씨는 그때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전에도 말했잖아. 정말 특별한 건 없다니까 그러네. 우유를 데워서 설탕이나 다른 재료들 넣고 나머지는 인터넷 참고.”
차라리 기업이나 가업상의 비밀이라고 말하면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아이스크림과 전혀 다를 것 없다는 그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때때로 시간 전에 찾아오거나 시간 끝나고도 남아 기다려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늘은 어쩐 일이냐며 때로는 걱정하는 투로, 때로는 비웃는 투로 사정을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도망치듯 그 앞을 달아나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는 친구들과 내 성격 때문에 싸운 적이 있었다. 내가 너무 내성적인데다 할 말마저 안 해서 문제라고. 나도 잘 알고 인정하고 있던 사실인데. 어째선지 그들 앞에서는 인정하기 싫었다. 오기로라도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며 한 가지 내기를 하자 했다. 무엇을 내기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하이수 씨의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그럼 내가 방법 알아내서 말해줄 테니까 두고 봐!”
 말싸움의 원인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내 주제에 할 수 있겠냐며 더욱 몰아붙일 뿐이었다.
 “본인이 싫다는데 가르쳐 주겠냐? 나도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너 그 알바도 방학 때까지만 한다며. 정말 그 안에 알아낼 수 있겠니?”
 “네 성격에 절대 무리. 아마 말도 못 붙여볼걸?”
 서운한 마음에 승수에게 하소연해 보았지만 그도 내 편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성격이 어두우면 뭐 어때? 그게 네 매력인데. 아이스크림도 좋고 너도 좋지만, 그 둘을 합하면 글쎄? 음식이 요리법대로만 나오는 건 아니잖아?”
 운동회 날 싸왔던 도시락을 들먹이는 것을 보면 그도 나를 믿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 아무리 그날 간 배합을 잘못했다 해도 그건 실수일 뿐이다. 아이스크림이든 어떠한 음식이든 간에 요리 법만 알면 나도 못 만들 것은 없었다.
 결국 그날은 우울한 기분만 품은 채 카페로 향했다. 나는 혼자라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멍하니 서 있다 괜히 컵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청소를 하다가도 물건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보고 있던 하이수 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물을 정도였다.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좀 아프니? 정 힘들면 오늘은 좀 일찍 끝낼래?”
 나는 힘겹게 일어서며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우울한 건 우울한 거고 할 일은 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작 별거 아닌 이유로 그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아뇨, 그냥 학교에서 좀 일이 있었거든요. 애초에 그리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친구들이랑 싸운 거구나?”
 이러한 내 태도를 보고 하이수 씨는 대번에 상황을 알아차린 듯싶었다. 그의 굳어있던 표정이 점점 풀려간다. 하이수 씨는 오늘 일 끝나고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셨다. 조금은 본인에게 말하기 찜찜한 내용이어도 나는 간단히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내 사정을 들은 하이수 씨는 쿡쿡거리는 웃음을 찾아가며 배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내기로 건 게 겨우 내 아이스크림이라고?” 
 “저한텐 심각한 일이라고요!”
 “그럼 내 대답도 알고 있겠네?”
 특별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했든 하지 않았든 결국 대답은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말하고 나니 무언가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알려줄 수 없지만, 한 가지 다른 선물을 할게. 우리 가게 아이스크림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걸로 골라봐. 너한테만 특별히 공짜로 해줄게.”
 내 이야기를 들어준 걸로도 모자라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주시겠다한다. 오히려 감사를 하면 내가 했지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하이수 씨는 정말이지 좋은 분 같았다.

chocolate
 나 하이수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당신이 잘 알고 있는 여학생―우리 가게의 알바생―에 관한 일이죠. 현재 그녀를 사로잡아 원래는 아이스크림 재료를 보관하는 우리 가게 냉동실에 가둬두었습니다.
 이미 지금까지 행한 일만으로도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것은 잘 압니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진다면, 분명 저는 체포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비난을 받겠죠. 하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이를 경찰에 신고한다면 저 역시 그녀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장담을 할 수 없겠습니다.
 요구사항은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당신도 이미 가게 위치는 알고 있을 테니, 이곳으로 직접, 단 혼자 나오십시오. 딱히 무언가를 가지고 올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의 유괴와는 달리 돈이 목적은 아니니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제게도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바로 전에도 말했듯 돈이 목적은 아닙니다만(지금 카페 수익만으로 넉넉하진 못해도 생계를 잇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달리 원하는 게 있을 수도 있지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거나, 단순히 그녀에게 해코지를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좋습니다. 정답이 무엇이든지 당신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녀는 꼭 알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당신은 이곳에 오셔야하겠습니다.
 다만 혹시나 궁금해 하실지 모르겠으니 몇 가지 힌트는 드리겠습니다. 읽으며 천천히 이유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원래 지연 양을 우리 가게 알바로 들인 것은 순전히 제 변덕이었습니다. 저 혼자서도 카페를 꾸릴 여력은 되는데다 알바생을 쓰고도 남을 만큼 가게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죠.
 하지만 가게 분위기는 조금이라도 훈훈한 쪽이 좋으니까요. 아무리 못난 점장이 있는 가게라도 종업원이 귀여운 아직 미숙한 여고생이라면 조금이라도 가게 사정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해야 할까요? 입소문을 타고 다른 학생들도 간간히 찾아오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한 가지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이제 곧 지연 양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방학이 끝나는 건 알고 계시죠? 그렇게 된다면 야간 자율학습이며 여러 사정으로, 더 이상 그녀를 채용할 수 없게 되니 말입니다. 그에 따라 지금의 제 행복한 생활도 끝나게 되는 건 아닐까 해서 말이죠.
 처음에는 하이수도 이런 짓을 하면 저지르면 안 된다는 사실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디서 감히 모두가 정한 규범을 깨고 이러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마지막 날이라며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지연 양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겠더군요. 그녀는 그 어느 날보다도 밝지만 어두워 보이는 모습이었지요. 필시 이 일을 관두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이곳 외의 생활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자주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혼자라는 느낌(물론 당신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을 지우지 못한 채 혼자 겉돌고 있더군요.
 그래서 나 하이수는 생각했습니다. 다른 누군가들이 규정한 법이 누군가에게 있어 슬픔이 된다면 그녀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깨부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물론 이는 제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긴 합니다만.
 물론 그녀 또한 이러한 극적인 방법은 원하지 않겠죠. 어떤 이유를 내세우던 간에 납치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요. 하지만 이 또한 그녀에게 있어서는 한 번 쯤 필요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연 양에게 가게 끝나고도 데려다 주겠다며 잠시 남아 달라 부탁한 것이고, 마지막 기념으로 아이스크림을 대접한 것이며, 그녀가 한눈을 파는 사이 문을 잠그고, 아이스크림 접시가 비워질 때를 틈타 기절시킨 겁니다.
 그녀가 깨어나고도 한바탕 의자에 묶어 두어,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고 그저 몇 마디 나누다가 이렇게 그녀의 폰으로 당신에게 의도를 알 수 없는 협박장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 이걸로 힌트는 끝입니다만 당신은 이제 제 목적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얼토당토않은―본인조차 인정 못하는― 개똥철학으로 골만 때리고 있으신 건 아니신지요. 좀 더 확실한 답을 알고 싶다면 이곳에 찾아오시는 수밖에 없을 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 하이수는 지독한 악당이군요.

vanilla
 하이수 씨는 동네 한 귀퉁이에서 카페를 열고 있는 젊은 점장이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 인물이었다.
 사실 나는 단순히 카페 인근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남학생 A(이름은 승수라한다.)로서 그와는 가게 손님과 주인일 뿐 별다른 관계는 없다. 그럼에도 이리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올해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사귀게 된 여자친구(첫눈에 반해 고백하고 이어진 케이스이다.) 지연이 그곳에서 알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남자점장과 단 둘이 일한다니 지연을 말려보기도 하고, 감시 차 몇 번인가 카페에 들려본 것이 전부지만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연이 겨우 정리했다는 가게 분위기조차 엉망이고, 직업과 걸맞지 않게 카페요리는 지질히도 못한다. 도대체 어째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거기에 흡혈귀마냥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한 동안에, 목소리도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감정의 변화가 없는 것인지 항상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옆에 있는 지연이 싫어하지는 않는 모습을 봐서는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영 미덥지 못한 그 남자라도 아이스크림만큼은 굉장히 잘 만들었다. 메뉴판에서도 유일한 추천 요리로 가격조차 나와 있지 않아 요리법 등 여러 모로 수상한 음식이었다.
 “맛있네. 이거 얼마냐?”
 단지 가격만큼은 더럽게 비싸기는 하지만.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지연이 대답하기를 머뭇거릴 만도 했다. 저런 성격에 어떻게 서빙 알바 생각을 했을까? 집안에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해야 한다니. 그러한 점에 있어서는 이곳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학생이라고 월급에 차별을 두지 않는데다가 일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하고, 무엇보다도 하이수 씨 본인도 지연에게 이상한 짓은 하지 않는 듯싶었다. 어쩌면 나도 지금까지는 그의 가면에 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개학이 가까워 온 어느 날. 핸드폰 메일로 날아온 의문의 메시지로부터였다. 처음에는 지연의 번호라 아무 생각 없이 확인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나 하이수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려 하고 있습니다.’하는 예고와 함께 이미 그 일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첨부된 사진에는 의자에 포박당한 지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혹시라도 누군가 합성사진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지, 지연과는 상관없는 누군가 내게 메일을 잘못 보낸 것은 아닌지도 의심해 봤다. 그러나 아무리 답신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도 지연은 받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도 아직 어안이 벙벙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읽어보아도 하이이수라는 남자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는 이러한 편지를 보낸 것인지, 그녀 부모님이 아닌 내게 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힌트라고 넘겨준 이상한 글도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나는 ~해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이 글을 쓴 나조차 인정하지 못하겠다.’라니 무슨 이중인격에 중2병 환자가 아닌가도 생각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고민만 한다고 답은 나오지 않는다. 직접 물어 확인하는 것 외에는 알 방도가 없었다. 머리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그리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서일까. 평소에는 그저 지나치던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신호등 빨간 불에 걸려 기다리면서도 항상 기운 없어 보이던 지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나 또한 그녀에게 여러 상처를 주었을지 모른다. 그녀가 항상 혼자라고 느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내 책임도 분명히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내 고백에 대답한 것 또한 본심은 아닐지도 몰랐다.
 가게에 도착하니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하긴 내게 수상한 편지를 보냈다 하더라도 손님들 보는 데서 그런 대담한 인물이라는 법은 없지. 하지만 문은 너무도 쉽게 열렸다. 잠겨 있던 문을 일부러 열어둔 것인지. 뭣하면 유리창이라도 깨고 들어가려던 내 각오는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가게에 들어서자 하이수씨가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며 내게 말을 건다.
 “죄송하지만 손님. 오늘은 영업 끝입니다만?”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를 전혀 상대해 줄 생각은 아닌 듯싶었다.
 “불러놓고서 이런 반응은 좀 아니죠.”
 “무슨 말씀이신지?”
 “지연이 여깄다는 거 다 알고 왔거든!”
 처음에는 정말 모르겠다는 투여서 잘못짚은 건가도 싶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메일 첫 문단부터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지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지연 양 남자친구던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내가 좀 기억력이 안 좋거든. 사실은 문자도 내 전화기로 보내려고 했는데 지연 양 부모님 번호가 생각나지 않더라고.”
 그래서 지연의 휴대전화로 메일을 보냈는데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되어 있어, 하는 수 없이 1번으로 보내 받은 게 나였단다. 메일을 받은 상대도 모르고 그저 그녀의 부모님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연이는?”
 “걱정 마. 다행히도 냉동실 안에 잘 있으니까.”
 온도는 올려놓았으니 얼어 죽을 일은 없다 한다.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만들 재료도 일부 냉동고 안에 옮겨놓았다 했다. 도대체 무엇이 다행인지는 몰라도 아직 지연이 잘 있다니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일단은 주방으로와. 다 준비해뒀으니까.”
 하이수 씨의 재료와 방법을 알려줄 테니 내게 아이스크림을 만들라 했다. 만약 지연에게 시켜 먹게 한 뒤 자신의 아이스크림보다 맛있으면 아무 말 없이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미리 각오를 해둬야 할 거라 나를 위협했다.
 “뭐, 응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 신고하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연 양의 신변은 보장할 수 없을 테니 말이지. 참고로 싸움에서도 나를 이길 생각은 안 하는 편이 좋아.”
 하이수 씨가 운동 마니아라는 사실은 지연에게 들어 알고 있었으니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 준비도 없이 달려 나온 나와는 달리 어떠한 수단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지연에게 아무런 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의 요구대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적을 모르는 이상 이미 틀려버린 상황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한 번 쯤은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항상 그가 말하던 대로다. 물론 이번이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기에 비교해볼 수는 없겠지만, 재료를 넣고 휘젓는 게 전부라고까지 생각되었다. 하이수 씨는 어떻게 이런 단순한 과정으로 돈을 벌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아이스크림은 완성되었다. 지연은 의자에 팔이 묶인 그대로 하이수 씨에게 끌려나왔다. 이 상태로는 수저를 들 수 없기에 내가 대신 떠먹여주기로 했다. 지연은 지금 상황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좀처럼 입을 벌리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괜찮겠어? 나 정말 구분해낼 자신은 없다고!”
 보기에는 비슷하다. 향이나 맛도 그리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각각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이라는 사실조차 모를지 몰랐다. 
 “괜찮아. 너라면 꼭 골라낼 수 있을 테니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껏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정작 필요할 때는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후회는 다시 하기 싫었다.
 한 그릇을 비우고, 이제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여줄 차례다. 하이수 씨는 내가 무슨 수작을 부리진 않을까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에게 이것이 내가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시식이 끝나고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 하이수 씨는 능글맞게 웃으며 결정을 재촉하고 있었다.
 “벌써 끝내긴 아쉽긴 해도. 이제 충분하지 않아? 어느 쪽이 더 맛있었는지 말하면 되니까.”
 “괜찮아. 아무도 화는 안 낼 거야.”
 내 격려가 있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지연은 입을 열었다. 긴장한 듯 잔뜩 떨고 있었다.
“솔직히 어떤 게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느 게 승수가 만든 건지는 알겠어.”
 순간 그녀 목소리의 진동이 멎었다.
 “두 번째 맞죠?”
 하이수 씨는 말이 없었다. 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야, 먹여주는 느낌이 달랐으니까. 부드럽지는 않아도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역시 하이수 씨 말대로일 뿐인가요? 이번에도 제가 졌네요.”
 지연의 대답에 하이수 씨는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하는 내게 지연이 말을 걸었다.
 “미안해. 하지만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뭘?”
 “네 마음, 그리고…….”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누가 만들어도 그리 특별할 것 없다는 사실을 말이지.”
 지연의 말을 끊고 하이수 씨는 내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연이 친구들한테 이야기해야 한다며 자꾸 졸라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꾸민 일이라고 한다. 대신 협조만 해준다면 계속 혼자라 느껴지는데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겠다고. 이왕이면 그녀의 주변 인물 전부에게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몰라 하는 수 없이 가장 단순해 보이는 나를 모르모트로 쓴 거라나?
 메일로 보낸 헛소리는 전부 하이수 씨가 옛날에 심심풀이로 써본 소설의 등장인물이 가졌던 정의이며, 그렇기에 자신도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라 했다.
 나는 표정을 잔뜩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나를 놀리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 때문에 걱정시키는 일만은 참을 수 없었다.
 “때리고 싶으면 때려도 좋으니까. 고소는 자제해 주지 않을래?”
 때리고 싶으면 하는 말에 퍽. 하이수 씨한테는 정말로 한 대 치고 말았다. 그런데도 하이수 씨는 뭐가 좋은지 하하하 웃으며 사과를 한다. 
 “아,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 미안미안. 사과의 뜻으로 아이스크림이라도 대접할까 하는데…. 지연 양 가둬 놓은 동안 다 녹아버렸나 봐.”
 한 대 맞고 나니 정말로 정신이 나간 것인지. 이 와중에도 지연은 하이수 씨에게 고맙다 인사를 하는 한 편, 왜 직접 자신에겐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알려주지 않느냐 따지고 있었다. 평범한 방법이라면 그냥 알려주더라도 괜찮았더라고. 나는 허탈감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을 확인한 것까진 좋지만 결국 내가 한 일은 모조리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결론을 말하자면 하이수 씨는 그냥 미친놈이다. 선의의 장난인지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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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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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두 녹여버린 회원

comment (1)

ㅇㅇㅇ 10.12.02. 03:19
아니 엔딩이 이래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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