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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크리스마스 - miin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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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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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크리스마스


첫눈에 반한다라는 말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 사람의 아무것도 모른채, 첫인상의 느낌으로만 사랑을 느낀다는 것은 신중하고도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에게는 그다지 진지한 감정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쉽게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그런 싸구려 연애로 치부되기도 하고 말이지. 하지만 사랑을 하는 그 순간의 감정, 그 감정의 열점은 진중한 사랑에 비해 더욱 높지 않을까. 오히려 더욱 그 사람만을 바라볼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하얀 입김을 내어 불었다. 크리스마스가 채 남지않은 마지막 해의 네 번째 주 월요일. 기말고사도 끝나고 한창 들뜬마음으로 친구들과 이리저리 성탄의 기분을 만끽할 시간에 나는 대학교에 와있다. 이 시기에 취업 및 학업을 위해서, 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다. 또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고개를 돌려 사학과 건물을 바라본다. 얼핏보기에도 외관상 상당히 보수가 필요해보이는 건물이지만, 이놈의 재단은 보수할 생각이 없고 이미 그건 사학과생도들도 포기했다. 나는 수십조각의 벽돌이 떨어져 나간 정면의 벽을 힐끗 바라보다 다시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언제쯤 나오려나. 지민 선배는.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나는 팔짱을 끼고 두손을 겨드랑이에 대고 손을 녹이기 위해 애썼다. 정말 환장하게 춥다.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당장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얼어붙은 구름으로 잔뜩 차있는 하늘은 눈 대신 그만큼 차가운 대기만을 선사했다. 아주 감사하네. 그거. 이왕이면 좀더 로맨틱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려나.


주위는 의외로 떠들썩하다. 다들 시내나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버려 한산할줄 알았던 교내는 아직 정리할게 남은 탓인지 서로 웃고 떠드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요컨대 축제 전날밤이란 분위기다. 팔짱을 끼고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나, 혹은 휴게실 곳곳을 차지하고 연말 계획을 세우는 무리들. 그들의 온기와 열정이 그대로 전해져서 나는 조금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무지하게 춥다구! 지민 선배는 언제쯤 나올까? 여행동아리의 연말 계획 전파만 듣고 바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거 지난 여름MT처럼 바로 짐싸들고 떠난거 아냐? 분명 주변의 열기로 인해 따스해졌었던 내 몸은, 갑자기 불어난 불안에 의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런 전개는 좀 참아달라고. 수업도, 약속도 없는데 이렇게 학교까지 와서 추위에 고생하고 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는 거냐. 이 망할 하늘아.


내가 사학과의 허름한 벽, 이리저리 떠드는 주변의 무리들, 그리고 사학과 건물 입구를 차례로 둘러보는 짓을 한 서른번쯤 반복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하늘이 날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진지한 표정으로, 서희누님과 함께 걸어나오는 지민선배를 보고서 나는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 아니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지민 선배! 사랑해요!”


그리고 지민 선배는,


경악과 경직이 부적절하게 조화된 표정으로 날 부자연스러운 목놀림으로 바라본 뒤에, 메고 있던 커다란 스포츠백을 손에 들고 내게 달려왔다. 오오, 이것이 사랑의 돌진인가!


- 임마아아! 서어어 지이이인 혀어어억!”


하아아안 지이이이 미이이인 서어언 배에에에에!”


나도 질세라 사랑하는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기쁜 마음으로 전력으로 달려나갔고, 그 뒤의 일어난 일은…….



무슨 일이 있었죠? 제가 왜 서희누님의 무릎을 베고 휴게실에 누워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니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헤헤, 지민선배하고 웃었던 것도 기억안난다고 하진 않겠지지. 정신차렸으면 그만 일어나.”


아아, 어째서 서희선배는 이다지도 차가운 심성의 소유자란 말인가. 나는 누워있던 자세를 곧장 일으켜 세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나는 곧 나와 서희선배가 앉아 있는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구석진 곳에서 마치 썩어가는 구더기를 본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지민선배를 발견했다. 나는 얼굴에 담뿍 미소를 담았다. 그러자 지민선배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나는 미소를 지우고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서희누님을 돌아보았다.


혹시, 지민선배와 싸웠어요? 서희누님?”


……어딜봐도 널 보고 짓는 표정이거든? 니가 왜 누워있는 건지 기억을 못한다면 내가 말해주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인상을 쓰는 누님을 향해서, 나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기껏해야, 지민선배가 저와 기쁜 재회의 포옹을 하던 중, 여태까지 사물함에 박아두었던 전공교재들로 가득찬 스포츠백이 본의아니게 제 명치에 맞았던 거겠지요.”


알고 있었던 거냐! 아니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지 마 임마앗!”


결국은 지민선배가 소리질러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선배를 돌아보았다. 지민선배는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쑥스러워 할 필요 없어요. 지민선배. 사랑하니까.”


지민선배는 쑥쓰러움을 견디다 못해 탁자에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아, 어찌 저런 모습도 이렇게나 사랑스럽단 말인가!


……아이고, 너희 둘만 보면 아주 내 기운이 다 빠진다.”


서희누님은 가슴깊은속에서 한숨이 빠지는 것같은 어조로 내뱉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목도리 매무새를 고쳤다. 어딜봐도 여길 떠날 기색이었기 때문에, 나는 누님을 돌아보았다. 그건 지민선배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 서희야! 나 두고 가지마!”

그래요. 가지 마세요.”


같은 말이 나와 선배의 입에서 나오자 누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지민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지만, 너는 왜 날 붙잡는 거야?”


나는 설득을 위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누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전 지민선배에 대한 제 애정표현을 자제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이녀석. 미친게 아닐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서희누님. 근데, 너무 가까워서 다 들리거든요. 누님은 아랫입술을 앙 다문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너 미친게 아닐까?”


속마음과 똑같거든요? 적어도 좀 순화라도 해주시면 안됩니까아?”


누님은 내 발언을 완벽히 무시한 채 내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지민 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는 내 시선엔 인상을, 그리고 누님의 시선에는 미약한 미소를 지어내고 나서 두손을 모았다.


? 제발. 이런 변태랑 나만 남기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제바아알, ? 먼저 가지 말아주라.”


지독한 사랑도, 다른 형태, 즉 변태가 될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분명…….”


닥쳐.”


, 너무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정당했어!


내 생각에는 말이지.”


날 죽일 기세로 노려보던 지민 선배는 누님의 목소리가 마치 구원의 목소리 인 양, 두손을 기도하듯이 맞잡고 바라보았으나,


지민, 니가 얠 때려죽일거 같단 말이야.”


그렇게 내뱉고 턱을 몇 번 쓰다듬고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 뭐야? 이건? 이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는?


? , 서희 누님?”


왜 불러.”


휴대폰을 꺼내 들고 누구에게 보내는지 모를 문자를 날리던 누님은 잔뜩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기, 그럼 저희와 같이 계실 생각?”


아니, 너희가 날 따라다니게 되겠지. 쇼핑 심부름꾼이라던가? 내 자취방 청소라던가?”


, 그렇군. 나는 무표정하게 문자를 보내는 누님을 보고 다시금 깨달은 사실을 되새겼다. 아마도 이 때만큼은 선배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이 사람은 악마구나.




서희누님이 나와 선배를 끌고 간 것은 한창 바쁠 백화점이었다. 연인, 혹은 아이들을 위한 선물로 인해 인산인해인 백화점 안을 누비는 것은 생각외로 체력소모가 컸다. 무엇보다 남자는 이런거에 약하단 말이지. 선천적으로 내성이 부족하다. 좀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는 것이다. 고문 방법으로 써도 좋겠네. 여자하나 붙여주고 삼일동안 백화점을 도는거 말이야.


……상상만해도 끔찍해져서 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고 말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아이들 장난감을 고르는 누님을 보았다. 그나저나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이 있을 줄이야. 의외다. 이렇게 진지하게 남동생을 챙겨주는 사람이었을 줄이야. 평소 성격이라면 분명 방구석에 처박아 놓고 혼자 마이페이스~ 일 것 같은데.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무례한걸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맞나?”


그런 것도 표정으로 읽어낼수 있습니까!”


나는 가까스로 내 가슴께로 던져진 장난감 칼을 잡아낼수 있었다. 아니, 이건 대놓고 노린건데 말이지. 무엇보다 칼집이 빠져있다고.


, 미안. 칼집을 실수로 빼버렸네. 도로 줄래? 역시 다른걸 사야겠어. 사람하나 죽이질 못하다니. 요즘 장난감은 별로네.”


……죄송함돠.”


정중하게 누님에게 칼을 건넨뒤 나는 세걸음 물러나 섰다. 그리고 나 못지 않게 잔뜩 지쳐보이는 인상의 지민선배에게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나를 외면하던 선배는 힐끗힐끗 보다 내 해탈한 표정에 흠칫 놀랐다. 그런 놀란 표정도 귀엽습니다. 선배.


선배, ……, 선배를 사랑해요.”


……무슨 말 하나 싶더니 죽인다. 임마.”


나는 힘없이 고개를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지금 이시간을 무사히 살아서 버티지 못할거 같으니까요.”


죽어버리라고.”


그 냉혹한 말에 나란 심약한 존재는 하염없이 진열대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눈물을 한 세 번쯤 훔쳤을 때, 내게 손수건을 내밀고 있는 서희누님이 보였다. 나는 이미 말라버린 눈을 두어번 더 훔쳤다.


뭐죠? 그럴리 없는 사람이 그럴리 없는 행동을 하는 걸 본 것 같은 느낌이…….”


좋은 상식을 배웠다. 손수건으로도 채찍처럼 때릴수 있구나. 게다가 제법 아프다.


그걸로 눈좀 닦고 가서 음료수 좀 뽑아와. 목이 잔뜩 마르니까.”


누님은 혀를 차며 내 손 위에 있는 손수건 위에 천원짜리 두장이 얹었다. 백화점 물가를 계산해본 나로서는 이 가격으로 음료수 세 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고, 불가피하게 고개를 돌려 지민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 간접 키스…….”


니 몫은 없어.”


서희누님에게 일언지하에 속셈이 간파당한 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빨아들인채 자판기를 향하며 다시 한번 절실히 되새겼다.


이사람은 악마구나.


백화점을 나왔을 때는 지독하게 추운 겨울밤이 일찌감치 마중을 나와 있었다. 눈만 내렸으면 낭만적일 겨울밤이 그렇지 않아 을씨년스럽네. 이때는 추워서 도망가버린 태양이 원망스럽다. 나는 양손에 잔뜩 옷가지를 들고서 장난감꾸러미를 가득 든 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도 내 시선을 느끼고 날 돌아보았고, 곧 우리는 서로 한숨을 교환했다.


서로 고생이 많네요.”


그러게에.”


제대로 된 푸념이 시작될 찰나,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드디어 나오셨구만. 고개를 돌리자 누님은 백화점 입구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물론 짐은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다. 뭐라고 비아냥거릴까 생각했지만, 전화를 받는 누님의 표정이 뭐랄까.


추운데 따뜻한 옷 껴입어야 해. 선물, 무지 많이 준비했으니까 기대 많이 하라구.”


평소에는, 아니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냥한 표정이라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누님은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 남녀의 시선을 마주하고서, 불편하다는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내주었다.


뭐야? 그 시선들은? , 내 남동생이라고.”


그런걸 브라더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누님.”


누님은 내말에 엑, 하는 표정을 짓고서, 지민 선배를 돌아보았다. ‘정말, 그래?’ 라는 표정이었고, 지민 선배는 잠시 바닥을 내려보다가 하늘을 한번 보고, 심호흡을 한다음 눈에 힘을 주어,


그렇지 않아.”


나는 엄지를 내밀었고, 서희누님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표정이 정말 진지하다. 누님은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팔짱을 낀채 나와 선배사이를 가로 질러 앞으로 나섰다. 나와 누님이 멍하게 서있자, 뒤를 돌아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뭐해? 빨리 안오고?”


예이, 예이. 갑니다요.”


나는 따뜻한 날숨을 내쉰 뒤, 이래저래, 행복으로 움직이는 차와 사람으로 복작복작한 길거리를 해쳐나갔다. 밤하늘을 보자 별은 없었다.


눈이 내릴거 같네요.”

그랬으면 좋겠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선배의 대답은 성실하게 날아왔다. 누님은 코트 양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앞장 서서 고고히 걸어나갔다. 그 모습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까 대답은 좀 심했어요. 선배.”


? 뭐가?”


……뭐냐, 그게 의도된게 아니었단 말이냐.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잡아 뗀 뒤에, 선배에게 오늘의 네 번째 사랑고백을 했고 선배는 웃으며 내 발을 밟았다. 발등의 고통과, 얼어붙은 지면의 미끄러움. 그리고 만약 넘어져 들고 있는 옷이 상할 경우에 나에게 닥칠 신체 외상의 위험을 고려해가며 진땀나는 보행을 계속 하고 있는 가운데 누님이 나를, 아니 정확히는 우리들을 불렀다. 누님은 가게 옆에 놓인 자판기 앞에 서서 동전을 넣었다.

추울텐데, 커피라도 좀 마시라고.”


누구때문인지는 말씀 안하시는 겁니까?”


맞았다. 두손이 옷꾸러미로 봉인 당한 상태에서 누님의 보디블로우를 정통으로 맞았다! 일시적으로 찾아온 호흡곤란을 선배에 대한 사랑으로 버티어 내고 서서 아직 눈물기가 남아 있는 눈으로 선배를 바라본다.


.”


선배, 그 잇소리는 대체 뭡니까.


자판기 옆 벤치에 옷들을 내려놓은 뒤 캔으로 손을 녹였다. 이제 좀 살만하구만. 옆을 힐끗 보자 선배도 나와 똑같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헤, 하고 웃었고 선배는 무시로 일관. 서희누님은 그런 우리들을 한번 슥 쳐다본뒤 다시 자판기로 향했다. 밀크커피를 뽑으며, 누님은 아무래도 좋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역시, 이상……한가?”


뭐가요?”


자판기에서 커피를 막 꺼내려던 누님은 내 물음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커피를 꺼내들어 입가로 가져간다.


아 놀래라. 놀라서 커피를 니 얼굴에 쏟을 뻔 했잖아.”

……위로 뿌리는 건 쏟는게 아니라 붓는 거거든요!”


나는 현재 누님이 들고 있는 커피의 높이와 내 얼굴의 높이를 맹렬하게 삿대질해가며 반박했지만 누님은 그러거나 말거나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티를 역력하게 드러낼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남은 커피를 마저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투정은 덤이다.


선배! 선배도 저 누님의 폭거에 뭐라고 한마디 좀…….”


여동생과 전화중이니 좀 닥쳐주지 않을래?”


…….”


, 왜 다들 사랑의 표현방식이 이다지도 메마르단 말인가! 대놓고 툴툴거리며 쓰레기통에 캔을 집어던져 보지만 역시 관심따윈 없었다. 오늘따라 겨울밤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구나. 캔에서 떨어지자 마자 순식간에 다시 얼어붙기 시작하는 손을 비비고 있자니 왠지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 이럴때야 말로 선배의 손이 절실히 필요하건만, 하지만 가족과의 통화를 방해할순 없으니까. 이럴때는 누님의 힘을 빌려볼까.


나는 활짝 웃으며 누님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입을 뗄 찰나, 누님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서 나는 목까지 치밀어 오른 목소리를 밀어넣었다.


누님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종이컵을 두손으로 꼭 맞잡은 채 컵을 입에 물고 있었다. 원래 대게 포거페이스인 누님이지만, 지금 누님의 표정은 마치…….


, 눈내린다. !”


지민선배의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다. 나와 누님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보았고, 검푸른 하늘 속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눈송이 들은 우리를 맞이했다. 거리의 사람들도 마치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들어올려, 아직 지면에 닿지 않은 눈을 바라본다.


느리다. 느려터졌다고! 나는 오른손바닥으로 학수고대하던 눈송이를 받아들였다. 아직 단단해지지 못한 눈송이는 내 손바닥의 미약한 열기에도 순식간에 바스라져 녹아들었다.


좋아, 그거면 충분하다. 나는 주먹을 말아준 뒤에, 평소에 왼쪽눈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시험삼아 해보는 거다. 시험. 결코, 이 눈의 능력을 써서 선배의 호감을 사려는게 아니란 말이지. 단지 제대로 기능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라고. 나는 아주 순수한 의미로 선배를 바라보기 위해 눈을 치켜 뜨려고 했으나…….


.”


누님의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누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불가항력이다. 누님은 평소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였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불가피하게 그 눈으로 누님을 바라보았고,


누님의 소원을 보았다.


뭐야, 왜 기분나쁜 표정으로 날 보는 거야?”


누님의 지적에 나는 황급히 왼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얼버무렸다.


, 아뇨. 너무 추워서 잠시 얼어붙었나 봐요.”


마스크라도 하지?”


얼굴 말고 선배에 대한 저의 사랑이요. 그게 없으면 전 기동할수 없거든요.”


뒈져, 임마.”


어째서 누님까지 제게 그러시는 겁니까! 하고 평소라면 소리쳤겠지만, 방금 전 이 눈으로 누님의 소원을 본 나로서는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 그리고 도저히 그 소원에 참견할 자신이 없었다. 손바닥으로 차단된 시야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상상하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자세히 정황도 모르는 나로선 그게 전부라고. 이 멍청아.


나는 얼굴을 덮었던 손을 떼었다. 당연히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당장이라도 얼어붙을 듯이 차가웠지만 말이다.




우와, 생각보다 깔끔히 해놓고 사는 구나. 서희 너.”


너 저번에도 왔었잖아? 근데 뭘 새삼스럽게.”


그때는 연락하고 와서 미리 정리해둔 건 줄 알았지.”

나는 두 눈을 감고 선배와 누님의 대화를 음미했다. 그리고 자취방으로는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누님의 방을 상상했다. 누님과 어울려서 만족이다. 아마 선배는 그에 비해 무진장 어질러져 있지 않을까? 좀 털털하고 섬세하지 못한 면이 있으니까. 나는 과장된 동작으로 세차게 고개를 두 번 끄덕인 뒤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누님의 방을 향해 소리질렀다,


얼어죽을거 같습니다! 누님! 좀 들여다 보내주시면 안되나요오오오!”


여자 방에 들어오려고 하다니, 저질. 변태.”


왜 선배가 그렇게 반응합니까아아아아아!”


아니, 일단 말이지. 짐은 다 건네줬고, 할 일은 방청소 말고는 다 도와준 셈이고, 이야기 들어보면 막상 방 청소는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으니 볼일은 끝난 셈인데……. 이건 취급이 너무하지 않은가? 왜 방안으로 들여다 보내주지 않는 거냐! 왜 밖에 세워두고 자기네 들만 들어가는 거냐구!


조금만 기다려. 쓰레기 봉투랑 재활용 쓰레기 모아둔게 있으니까, 그거 줄게.”


……그냥 가면 안되나요?”


당연한 말이지만 내 의견은 묵살당했고 나는 두손 가득히 쓰레기를 들어야 했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 고생이. 쓰레기를 버리고 오자 선배는 방에서 나와 누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너무하네. 없는 사람 취급이냐. 나도 질세라 세차게 두손을 뻗어 흔들었다.


어머, 벌써 왔네.”


, 없는 사이에 도망가려고 했는데. 따라오지마. 이 스토커 자식.”


……선배, 폭언의 강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군요?”


누님과 헤어지고 나서, 지하철 역으로 향할 즈음에는, 눈은 거의 사그라 들어 있었다. 마음만 같아선 펑펑 내려줬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이정도로 만족 할까. 아마 내일도 내릴거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짓눌리는 눈소리를 음미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나는 거의 이미터 이상 떨어져 걷는 선배를 향해 소리쳤다.


선배, 누님의 방. 어땠어요?”


그런 걸 물으니까 니가 저질이란 거야.”


전 선배가 이보다 더한 걸 물어도 대답해줄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쓰리사이즈 라던가.”


남자도 쓰리사이즈가 있냐! 뭣보다 그걸 허락하는 니가 더 변태다!”


그러면 더욱더 비밀스러운 사이즈를…….”


, 걷어 차였다. 주차된 차를 지지대 삼아 엉거주춤 걷는 날 보며 자업자득이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선배에게, 나는 애써 웃어준다음 물었다.


그런데, 선배 방에 장난감이 많던가요?”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선배는 턱에 검지를 대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 대답을 유추해낼수 있었다.


많아. 마치 자기가 산타……, 라도 되는 양 말이야. 남동생이 하나가 아닌가봐?”


나는 확신했다. 나의 감으로, 직업으로 인한 감으로 지금 누님이 직면한 상황을, 그 상황에 필요한 소원을.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손과 머리는 미치도록 차가웠다.





나름 잔뜩 심사숙고하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추위와 노동으로 지친 몸을 편히 쉬기 위해 내 방에 들어 왔으나,


어째서 니가 내 방에서 놀고 있는 거냐!”


내 침대 위에서 한가롭게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는 여동생에 의해 내 휴식은 좌절되었다. 과자를 깨작깨작 먹으며 대여섯권의 만화책을 쌓아두고 한가로이 읽던 여동생은 삼초 뒤에 고개를 돌려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뽑았다.


뭐라고? 잘 안들리는데?”


나는 친절하게 귓가에다 소리질러 주었다.


!”


우아아가가가악!”


정체불명의 괴성을 지른 다음 여동생은 주먹을 휘둘러 대었다. 하지만 이미 누님과 선배로 인해 단련된 나는 그 따위 수준낮은 공격에 당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왠지 슬프네. 나란 놈의 인생.


침튀기잖아! , 더러워. 다큰 숙녀에게 이렇게 모욕을 주다니. 오빠는 여러 가지로 민폐덩어리라니까. ”


내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녀석에게 민폐덩어리라고 불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어디에도!”

나는 여동생을 짐짝처럼 안아서 들어올렸다. 갓 입학한 고등학생치고는 체구가 작은 여동생이기에 가능한 짓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 무슨짓이야! 내려놔! 이 변태에 로리콘아!”


스스로가 작다는 걸 자각은 하고 있네. 그나저나 무겁다 너.”


꽤나 치부를 건드리는 말이었던지 아등바등대다 무릎이 내 입술을 찼다. 눈물이 핑 돌면서 입술이 뜨거워졌다. , 이 망할 계집애가! 눈을 부릅뜨고 요령좋게 빠져나온 여동생을 노려보는데…….


어머, 오빠. 피나.”


침착하게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는 여동생을 보고 나는 잽싸게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선명한 피색깔이 묻어나온다. , 그러니까…….


야이……. 망할 가시나야!”


이건 내가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이 맞지?




가족의 일상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적이되, 그 강도에 비해서는 다소 일반적이기에 무리가 있는 우리 남매의 싸움은 내가 여동생을 들어다 침대에 내던지는 순간 일단락 되었다. 문제는 그 침대는 내 침대가 아닌 여동생 방의 침대였고 그 침대위에는 눕기는커녕 앉을 자리도 없이 만화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는 거지만. 따라서 교전 결과는 평소보다 약간 과격한 편이었다.


, 으아! 살살 붙여!”


그러길래 좀 치우고 살라니까. 꼴이 이게 뭐야.”


동생 등에 파스를 붙여주면서 내가 혀를 차자 그걸 질세라 쏘아붙인다.


집어던진 오빠 잘못이지. .”


……원천적으로는 네가 원인이라 보는데. 됐다, 됐어.”


나는 손바닥으로 등에 붙은 파스를 세게 쳤고 동생은 억누른 비명소리를 내며 가슴께 까지 끌어올렸던 웃옷을 내렸다.


, 입술이 아니라 눈을 찰걸.”


이 망할 기집애가?


다소 야만스런 해프닝을 끝내고 이제서야 씻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동생이 엉망으로 해놓은 내 방정리를 마저 끝내고 휴대폰 확인. 역시 연락이 없군. 나란 놈이 이렇지 뭐. 근데 왜 선배는 연락을 안하는 겁니까! 수신보다 발신내역이 압도적으로 많은 문자내역을 보다 침울해진 나는 커피라도 끓여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때마침 부엌에서는 여동생이 식탁에 앉아 뜨거운 우유를 홀짝이고 있었다.


커피 마실래? 물 끓일 건데?”


됐네요. 난 우유면 충분해. 발육부진의 여자아이에게 무엇을 먹이려는 거야?”


예이, . 나는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며 가스렌지에 물을 올린다. 다소 그 막간의 시간 동안 동생의 맞은 편에 앉아 턱을 궤고 생각했다. 누님에 대해서. 그리고 그리고 나에 대해서.


또 무슨 걱정 거리가 있어? , 그러고 보니 눈이 왔었지.”


마시던 커다란 우유컵을 내려놓고 동생은 얄미울정도로 능글맞은 표정을 내게 들이대었다.


그 루돌프 언니 소원은 좀 훔쳐보셨나? 표정 보니까 영 결과가 안좋았던 것 같은데? 역시, 혈통적으로 루돌프랑 산타가 서로 반한다는 엄마 아빠의 말은 순 거짓이라니까?”


마치 그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동생은 긍정하는 대신 다시 컵을 입가로 가져간다. 하지만 올라간 입꼬리가 다 보여요. 이 망할 여동생아. 하지만 뭐, 얘랑 서희 누님은 뭔가 성격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좀 있으니까, 조언을 구하는게 좋으려나. 여자의 마음 같은 건 나도 잘 모르니까. 나는 턱에서 손을 떼어 오늘 있었던 일을 동생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물이 끓을 때까지라는 제한 시간은 있었지만, 크게 대단한 내용은 없었기에 내가 커피를 탈 무렵에는 본론은 다 털어놓은 후였다. 여동생은 텅빈 컵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천천히, 하지만 명료하게 말했다.


어딜봐도 오빠를 싫어하는게 분명하는데, 그렇게 까지 밀어붙이다니 변태네.”


그쪽이냐!”


어딜봐도 오빠의 설명이 이쪽에 디테일 하게 힘이 들어갔거든? 자신이 지민언니를 사랑한다는 걸 어지간히 어필하고 싶나본데, 꼴불견이야. 그런 사람. 완전 저질.”


한마디 한마디가 쪼개어져 내 몸에 알알이 박히는 기분이다. , 이게 내가 바라던 여자의 마음? 설마, 그럴 리가…….


그건 그렇다 치고…….”


여동생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어 턱을 궨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다. 내겐 이쪽이 본론인 셈이다. 나는 침을 소리나게 목뒤로 삼킨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 다른 언니, 서희라고 했나. 어쨌든 그 언니의 소원이 남동생이 크리스마스까지 부디 살아 있기를이라고?”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선배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실례인걸 알지만, 휴대폰으로는 도저히 연락이 안되어서다. 세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걸렸다. 근데 하필…….


우왓! 이 변태 오빠는 왜 또 전화?”


받은 사람이 선배의 여동생일 줄이야. 이거 빨리 일 처리하긴 글러먹었구나. 나는 가까스로 이를 악물고 나긋하게 말했다.


, 누가 변태래?”


다아앙연히! 언니지! 집에서 언니에게 오빠 변태소리 듣는게 일상이라니까?”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처보다 분노가 먼저 끓어 오른다.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끼고는 자제한다. 아직 계약기간 많이 남았으니까 부서지면 아깝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선배는 뭐해?”


샤워해. 샤워소리 들려줄까? 전화기 바로 옆이 화장실이거든.”


!”


아하하핫, 하고 정도를 넘어선 쾌활한 웃음소리가 전파를 타고 들려온다. 정말 이쪽은 내 여동생과 다른 의미로 피곤하게 만든다.


뭐 어때? 어차피 언니는 오빠를 그러고도 남을 변태로 알고 있을 텐데.”


나도 어느정도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자극하는 건 참아주라.


목구멍에 그 말이 걸려 튀어나오기 직전, 선배의 여동생이 잽싸게 다시 물었다.


뭐라고 전해줄까? 언니에게? 할말 있지 않아?”


아니 뭐, 그냥 다시 전화할거니까 상관 없어. 아 그래. 무진장 사랑한다고 전해주련?”


다시 예의 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수화기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워낙 큰소리라 인상을 찌푸렸다.


! ! 꼭 전해줄게. 그리고 나도 무진장 사랑해. 변태오빠.”


그 말을 끝으로 수화음은 끊어졌다. , 별로 수확은 없는데 피로도는 증가하고 있어. 나는 이 한심한 사태에 이마를 짚고 책상위로 엎어졌다. 어디보자, 오늘의 대화로 미루어 볼 때, 선배도 누님의 남동생에 대해 잘 모르는게 확실해. 그렇다면 확실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는 건데, 하지만 미약한 정보라도 이쪽에게는 도움이 된다. 누님이 평소에 뭘하는지 내가 직접 캘수는 없으니까.


나는 엎어진 채 고개를 들어올려 소식없는 핸드폰의 액정을 보았다. 그리고 여동생의 말을 그 위에 떠올린다.


남동생은 아마 병원에 있을 거야.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다고 하면 본인에게 직접 묻지 않는 한 캐낼 가능성이 없으니까. 일단 제외하고 가깝다면 쉽게 찾겠지. 집이 어딘지는 안다며? 그런 환자를 머물게 할 정도면 큰병원일테고 그러면 금방 찾겠지. 어차피 이름도 알잖아? 산타의 눈으로 소원을 꿰뚫어봤으니까.’


남동생 쪽을 먼저 찾아서 접촉하는게 제일 결과가 좋겠지만, 그정도로 일이 쉽게 풀릴거라고 예상하지 않아. 최악의 경우에는 오빠가 그 언니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지 몰라. 굴뚝침투를 써서 강제로 집에 쳐들어 갈일 있을지도 모르고. 그건 어디까지나 소원의 기저에 깔려있는 어둠과 마주하는 것이니까 정말로 위험하지. 어쩌면……


누님과의 관계가 박살날지도 모르고……, 인가. 나는 손에서 휴대폰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책상을 노려본다. 이번에는 여동생의 말이 책상에 떠올랐다.


내 추측이지만, 아니 오빠도 짐작하는 것이겠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남동생에게 선물을 쌓아 놓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는 건, 무슨 골이 있지 않고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란 거지. 하지만 오빠의 말을 들어보면 언니에게 골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남동생이 그 언니를 싫어한다는 건데…….’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면 나는 누님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내가 남동생과 만나는 건 오히려 누님에게 악영향을 끼칠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는 그럴 자신이 없다. 아무것도 모른채,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참견할 자신이 없다. 무례하다 못해 정도가 지나친 참견이다. 어쩌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지 않을까. 그래도 사실 해피엔딩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누님은 크리스마스날에 남동생과의 골을 극복하고 무사히 선물을…….


위이잉, 하고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책상을 울린다. 나는 휴대폰을 잡아 들어 문자내역을 확인했다.


[ 왜 집까지 전화질이야 귀찮게 -_-+ ]


나는 재빨리 답장을 날린다.


[ 역시 샤워를 마친 선배의 문자는 예쁘군요. *_* ]


즉각 답장이 왔다.


[ ..놈앜ㅋㅋㅋㅋ저리꺼져줄래-_- ]


일단 서론은 여기까지로 하고 본론을 늘어놓을 차례다. 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두드렸다.


[ 근데, 혹시 서희선배 자주 어디 가나요? 요새 연락이 안되서..... ]


[ 글쎄다, 저번에 휴대폰 배터리가 다되서 연락없이 집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땐 없더라. 나중에 물어보니까 그냥 볼일이 있었다고 둘러대던데? 혹시 어디갔는 줄 알아? 혹시 남자? +_+? ]


[ 저란 멋진 남자죠. ]


[ 뒈져-_- ]



나는 마지막 문자를 못본 걸로 치고서, 휴대폰을 닫았다. 얼추 아귀가 맞아 떨어져 간다. 이제 근처 병원을 뒤지는 일만 남은 건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옷걸이에 걸어놓은 코트를 걸쳤다. 내가 뭘 할수 있을지는 이미 생각해뒀다. 이제는 내가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차례다. 외출준비를 하고 내방을 나서자 만화책을 가득 든 여동생과 마주쳤다.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안나가면 어쩌려고?”


내가 아는 산타란, 소원을 보고도 못본척하는 존재가 아니거든.”



그 당당한 웃음에 나는 다시 웃음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훌륭한 등떠밀기다. 이러면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산타의 혈족이란 원래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존재니까.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수 있는 존재니까.


알겠으면 당장 나가줘, 속 편하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만화책을 보고 싶거든?”


근데 너 고등학생이야 임마…….



내가 주변 동네 병원을 뒤지며 마침내 남동생을 찾아 냈을 때에는. 이미 어둑어둑해지다 못해 드라마 마저 다 끝날 정도의 시간대였다. 그래서 내가 먼지를 풀풀 날리며 병실 지붕에서 떨어져 내렸을 때, 소년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날 보았고, TV에서는 스포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이 짓은 못해먹겠다니까. 나는 옷을 털다가 문득 여기가 병동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누님의 남동생이 있는.


, , 미안! 난 수상한 사람은 아니고! , 그게 그냥 뭐…….”


이건 어딜봐도 둘러댈 핑계가 없네. 아직 수염하고 가발이랑 복장도 챙겨오지 않은데다가 크리스마스도 아니라고. 이러면 무작정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나. 나는 아직 놀란기색이 다분한 누님의 남동생을 바라보았다.


안색이 상당히 안좋은, 편안한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초등학교에서 하루종일 책만 읽을 것 같은 생각 깊고 인상이 좋은 소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사람 좋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당황하지 말아요. 누구에게 이르진 않을 테니까. 게다가 그리 큰 소리도 나지 않아서 간호사가 달려오진 않을 거에요.”


……이건 내가 소년에게 해줘야 할 말 같은데?


나는 뻘쭘하게 긍정한 뒤에 소년에게 다가갔다. 어딜 봐도 친누나와 골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아니, 그 누구와도 골이 있어보이지 않는 소년이다. 이러면 곤란한데,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일단 소년이 있는 병실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칠 정도로 황량한 백색의 공간이다. 침대와 TV 그게 전부. 작은 냉장고가 있긴 하지만 그 위에는 꽃다발 하나 없다.


선물도 없다.


많아. 마치 자기가 산타……, 라도 되는 양 말이야. 남동생이 하나가 아닌가봐?’


나는 누님의 말을 되새긴다.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긴 하다. 대체 왜, 누님은 그토록 주고 싶어하면서 왜 선물을 주지 않는 걸까. 자신의 방안에만 쌓아두는 것일까.


저기, 실례되는 질문인데…….”


, 전 오래 살지 못해요. 어쩌면 내일도 무릴지도 모르죠.”


소년은 듣는 사람이 섬뜩한 소리를 하면서 빙긋 웃었다. 내가 게름칙한 표정을 짓자 소년은 바로 사과했다.


, 죄송해요. 좀 그렇죠? 하지만 자주 질문받다 보면 표정만 봐도 제 수명을 묻는 것인줄 알죠. 기분나쁘셨다면 사과할게요.”


고개를 꾸벅 숙인다. 예의바르고 순수한 소년이다. 그러니까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누님은.


……, 네 누나가 불러서 왔어.”


소년은 내가 쳐들어왔을 때보다 더욱 놀란 표정이 되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부딪혀야 한다. 부딪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아갈수 없다. 부딪히는 걸 두려워해서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입을 떼었다.


누나, 여기 온적 없지?”


소년은 한참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도 받아본적 없어요. 누나의 목소리를 들은 건 까마득하게 오래전이에요. 제가 다섯 살이나 되었을 무렵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죠.”


그게 벌써 기억이 안나냐? 그거 위험한거 아니야?”


어릴적에,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헤어졌었거든요. 엄마와 아빠간의 다툼이 이유였죠. 다시 합쳐진건 최근이에요. 극히 최근. 제가 기억력이 좀 나쁜 것도 있지만요.”


구구단도 외우기 힘들었다구요, 하고 소년은 살짝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어주었다. 달리 어떤표정을 지어야 할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전화는, 그럼 무엇이었을까.


무슨 수작일까


역시, 누님을 마주해야 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고개를 들어 소년을 보았다. 소년도 나를 보았다. 소년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누나, 보고 싶지?”


소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런점이 소년의 강한점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무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투정부리고 싶은데도. 누군가가 정말 그것을 들어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데도. 투명한 미소로 대답을 주저할수 있는, 그런 강함. 하지만 난 지금 그걸 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창가로 가 창문을 연다. 함박눈이 아닌, 덜 여문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 중 눈송이 중 하날 잡아채고서, 나는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대답했다.




정말 오지게 춥다. 지금 시각은 자정까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을 정도다. 마음만 같아서는 따뜻한 집에서 푹 쉬고 내일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치 않다. 내일 하루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그 하루가 그 무엇보다 감사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하얀 입김을 토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북두칠성. 그리고 북극성. 그리고 오리온. 겨울의 대삼각형.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들어 전화를 걸었다.


뭐야? 바보 오빠. 난 만화책 읽느라 바쁘다고.”


자정이 다되어간다구. 망할 동생아. 좀 자라.”


떨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 동생은 내 위치를 직감했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변했다.


거기, 어디야?”


엔딩의 클라이막스 직전이지.”


동생쪽? 언니쪽?”


여전히 오지게 춥다. 나는 잔뜩 허세를 부려 휴대폰을 쥐고 외쳤다.


유감스럽게도 후자야. 빌어먹게도 정면승부해야 할 것 같아.”


……오빠. 시간이 많이 늦었거든? 지금 자고 있으면 어쩔거야? 꼴 우습게 돌아가지 않겠어?”


휴대폰을 바꿔잡고 다른 한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미안하지만 동생아. 옥상으로 올라갈 때 창문으로 훔쳐봤는데 아직 자고 있진 않더라.”


여자의 방을 훔쳐보다니 오빠, 저질. 이란 예상했던 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려왔다. 나는 차마 쭈그려 앉아 울고 있더라, 는 말을 꺼내진 못했다. 하지만 아마 짐작하고 있으리라.


정체 털어 놓을 거지?”


대충은.”


어차피 누님이라면 나중에 둘러대는 선에서는 해결안되겠지. 그리고 털어 놓아도 뒤탈도 없을 것이다. 그런 나의 안이한 생각을 두드려 패듯이, 동생의 힘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성공해. 성공해서 두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비록 오늘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도, 산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하니까!”


나는 웃었다. 조금,


무슨 소리야.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니.”


아주 조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두 사람에게는 오늘이 크리스마스야.”


나는 휴대폰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두 번 한 뒤,

굴뚝을 뚫고 내려간다.



방은 어두웠다. 내가 내는 잿먼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불빛하나 없이 어두웠다. 그리고 삭막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 그리고 그 방의 벽 사방을 가득 에워싼 장난감의 산, 그리고 그 중앙에서 소리죽여 울고 있는 누님.


누님은 갑자기 방에 들어선 나를 보고 놀라 눈물조차 제대로 닦지 못한 채, 그저 쭈그려 앉아 있던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을 들어올려 두눈을 동그랗게 뜰 뿐.


, 뭐야 너…….”


산탑니다.”


나는 다짜고짜 그렇게 내뱉었다. 물론 선배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당연하겠지. 누군가 자기 집에 쳐들와서 산타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무엇보다 전혀 닮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대화의 주도권은 내가 잡아야 한다.


급히 눈물을 닦아내는 누님을 향해 나는 말했다.


아주 착한 아이가 있습니다. 산타가 도저히 선물을 안주고는 못배기는 아이가요.”


하지만 그 아이는 크리스마스까지 살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누님은 흠칫 놀라 자신의 두 발을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었다. 나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산타는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선물이 있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뭐야, . 뜬금없이 나타나서 모를 소리를 하고.”


누님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말했다.


남동생, 만나지 않을 건가요?”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여전히 누님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가. .”


남동생, 만나지 않을 건가요?”


그래도 여전히 누님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가버려.”


남동생…….”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나가! 나가라고!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제와서! 나에게! ! 어쩌라고! 니가 뭔데? ?”


그건 말이라기 보다, 호소라기 보다, 분노라기 보다, 절규요, 비명이요, 비통이었다. 듣는 이를 주춤하게 만들 정도로 절박하고 비참했다. 그리고 계속되었다.


니가! 니가! 내 기분을 알아? 갑자기 남동생이 죽는단 말이야……. 헤어졌다 제멋대로 나타나서 제멋대로 죽어버린다고. 죽어버린단 말이야…….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게 없는데……. 어릴 때 한번도 같이 놀아준적도 없는데…….”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내 코트 앞섬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감정을 받아낸다.


그랬는데, 그랬는데에에! 갑자기 죽는다고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좋으냔 말이야아……. 잘대해주라고? 죽기전이라도 행복하게 놀아주라고? 그게 뭐야? ? 그게 뭐냔 말이야?”


비통한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다.


평소에는 냉랭하게 대했다가, ? 죽을 병 걸리니까 잘 대해주는 거잖아? 그렇잖아? 그게 뭐야?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오오오! 어떻게, 그런짓을 해에……. 무슨 염치와 감정을 가지고, 그애를 마주하냔 말이야……. 그런 비겁한 짓을……, 어떻게 해…….”


그녀의 목소리는 잦아들어가고, 젖어들어간다. 그리고 내 품에 기대어, 천천히 무너져내려간다. 그리고 곧이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듣는 사람의 심장이 저미어 갈 정도로 애절하게.


점점 바닥으로 추락해가는 그녀를,


나는 잡아 올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안았다. 자신의 품이 그리 따뜻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것이 이토록 원망스럽게 느껴질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극복해보이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힘껏 누님을 안았다. 목까지 가득찬 감정을 간신히 밀어내어 소리낸다.


산타는……, 몰라요 그런거.”


이제야 알았다. 어째서 누님이 선물을 건네주지 못했는지.


하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건 무엇인지 알죠. 그건 가장 간단명료해요.”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누님의 복잡한 감정을 해결해야 할지.


말했죠. 산타는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물이 있는 이곳으로 왔다고.”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송이 눈을 움켜쥐고, 소원을 보는 눈으로 소년을 봤을 때의 기억을. 무엇보다 투명하기에 더욱 간절한 소년의 소원을.


누님의 남동생은…….”


그 소년의 소원은…….






제가 어릴적의 누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몹시 힘들어했던거 같아요.


아마 그때 고등학생인데다가 제가 철없이 귀찮게 굴었고, 엄마랑 아빠가 자주 싸웠으니까요.


그래서 전 누나의 웃는 모습이 기억에 없어요. 제가 누나에게 힘이 되었어야 하는데


짐만되고. 심지어 지금도 짐만 되니까요. 마음의 짐. 그러니까 전…….






정말로 환하게 웃는 누나를 보고 싶어요.







나는 누님을 대신에 나서서 문을 열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하늘거리는 잠옷차림으로 나가는 건 그렇지 않겠냐는 말은 차마 못꺼내겠다. 대신 내 코트를 걸쳐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문을 열자 마자,


뭐가 이렇게 늦어? 한참동안 기다렸잖아? ?”


선배가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뭐야? 이 상황은? 나도 누님도 어안이 벙벙해져있을 수 밖에 없었다. 왜 선배가 여기에 있는 거야? 어떻게 알고?


병원 어디야?”


?”

?”


나와 누님이 동시에 되묻자 선배는 짜증이 두배로 난다는 듯이 거칠게 소리쳤다.


지금 남동생있는 병원으로 가야할거 아냐! 선물주러! 산타가 가는데, 루돌프가 빠지면 되겠어? 이 망할 주인아?”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자 절대 잊을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는 선배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았고, 누님은 내 목에 매달려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나저나 누님에게 고소공포증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내 여동생에게 연락한 직후, 내 여동생이 선배집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냐고 하니, 선배의 여동생과 친구라나 뭐라나. 내 여동생이지만 수완이 참 좋다. 그 드러운 성격과 방만 좀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말이야.


누님의 남동생은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에 나와 선배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누님이 참가하면 죽이겠다고 반 협박을 해 놓아서 어쩔수 없이 몰래 침투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본인이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날, 누님은 내게 선물을 주겠답시고 나와 누님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이래저래 쇼핑과 시내를 떠돌다 저녁까지 먹었는데, 그 과정 중에 누님은 내게 열렬히 스킨쉽과 애정을 퍼부어대었다. 주변사람이 기겁할 정도였다. 평소 이미지를 아는 당사자인 나는 안색이 수십번도 뒤바뀔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남자로서 위, 위험할때도 좀 있었지만 선배가 앞에 있어서 간신히 버틸수 있었다. 근데 그때 왜 그렇게 선배는 화를 냈었는지 모르겠네, . 누님에게 물어보니 그게 자신의 선물이란다.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여하튼, 하여튼 이걸로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끝이다. 겨울만 되면 하루종일 바쁜 아버지와 어머니에 비하면 한 것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지만. 나는 만족한다. 사람은 살면서 한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걸 크리스마스 마다 해낼수 있으니까.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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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요마 10.12.02. 00:49
에.. 무언가 확 와닿지 않는다.

괜찮은 글이긴 한 것 같은데...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도 있고

10점 만점에 6점 되겠슴미다.
cloud.9
cloud.9 10.12.14. 01:45
마지막에 용두사미가 된 거 같은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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