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크리스마스의 공식 - 센노쿄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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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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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남자와 여자는 숨이 찬 듯 정신없이 숨을 몰아쉬었다. 산소가 부족한 폐는 고통을 호소하였고
지쳐버린 근육은 잠시만 쉬자고 명령을 내렸으나 둘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 듯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그들은 한 담벼락 앞에 다다라 멈췄다. 둘은 겨우겨우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본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야?"
"그래......이것만 넘으면.......!"
"........"
"........"

 남자와 여자는 말없이 담을 바라보았다. 매우 높은 담. 금기의 벽. 영원한 맹세와 함께 넘지 않겠다
다짐했던 벽. 그렇지만 이 둘은 그 금기를 깨부수기 위해 이 벽에 다가왔다. 이것을 넘으면,이곳에서는
엄연한 배신행위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넘고 싶어. 아니,넘어. 우리는 넘어!"
"그래,어떠한것도 우리를 막을 순 없어!"
"반드시.......여길 나갈거야!"

 둘은 상상하였다. 서로가 손을 잡고,태양이 뜨는 쪽으로 향하는 둘의 모습을. 분명 그곳에는
이렇게 추운 겨울도,얼어붙은 감정도 없을것이다. 꽃밭이 가득한 곳에서 둘의 터전을 일구고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그것은 분명,행복일 것이다. 둘이 바라는 것은 이런 짙은 어둠도,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도,매일매일 대립하는 전쟁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싶은 것이다.
남들처럼 사랑하고 속삭이고,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단지,단지 그것뿐이다.

"......."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찬 바람에 휘날리고 여자의 눈은 오로지 담위의 하늘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힐끔 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괜찮겠어?"
".......상관없어."
"......."
"나는 모든 걸 각오하고 왔어."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굳은 결심이 가득했고 서로를 믿는다는
신념이 교환되고 있었다. 

"자,어서 올라......!"
"넘어간다고?담을?"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소리에 남자와 여자는 당황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강력하게
비춰지는 스포라이트에 둘은 눈을 감고 뜨질 못했다.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 땐 이미 무장한 병사들과
한 때는 동료였던 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아,이 담을 넘어간다라.......배신행위인가?"
"배신행위?웃기지마!이 싸움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이야!"
"뭐라고?"
"항상 대립하고 있잖아!싸움!평화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생!우리는 여기서 나가서 새로운 삶을
일궈낼거야!"
"........어리석네."

 갑자기 둘러싼 사람들의 무리가 모세의 기적이 재현된 것 처럼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에서 걸어온 사람은 한 여성이었는데 적당히 볼륨감있는 몸매와 하얀피부,아름다운 
얼굴은 모두의 찬사를 받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령관님이시다.......!"
"여,역시 사령관님."
"여왕님.......!그대를 위해서라면 저는 언제나 여기있겠습니다!"
"언니!멋있어요!"

 모두가 찬탄을 아끼지 않는 그녀의 이름은 한초아. 초아는 자신의 밤색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기며
남자와 여자에게 다가갔다. 분명 한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그들은 묵직하게 느껴지는 위압감에 움찔
하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초아는 후우 하고 담배연기같은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말하였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아?"
"뭐라고?!"
"이 세상의 진리는 말이지."

 갑자기 초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병사들이 둘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남자와 여자가 반항하기도 전에
병사들은 그들을 땅에 엎드리게 했고 초아는 그런 둘을 내려보며 말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고,좋은 일이 생기면 슬픈 일이 생기지. 언제까지나 행복한것만
가득하다면,이 세상의 싸움이라는 건 생길 수 없지."

 그렇게 말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초아의 눈은 뭔가 슬픈 빛이 아려있었고 일대가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남자와 여자들도 아무말을 하지 못했고 침묵은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한참 후
그 침묵을 깬 것은 둘을 붙잡고 있던 병사였다.

"저.......이제 이 둘은 어떻게?"
"......."
"서,설마?"
"탈영 시도자들에게 내린다는 그 무시무시한 벌을?"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알레스카와 남극의 최하온도를 합쳐놓은 온도로 내려간 것 같았다.

"아악!상상만 해도 끔찍해!아아아악!!"
"엄마!살려줘!!"
"저는 이 군대에서 뼈를 묻을겁니다!"
"탈영?뭐지?먹는거야?"
 
 남자와 여자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술렁거림은 더욱 더 확대되었다. 하지만 초아는
냉정하게 처벌명령을 내렸다.

"따로 격리시켜. 남자는 묶어놓고 헤드폰 씌운다음에 군가를 3시간동안 들려줘. 여자는 부모님의
'남자 만나면 인생 개된다!'라는 어머니의 훈계를 3시간동안 들려줘."
"!!!!!!!!!!!!!!!!!"
"오오......!'솔로부대 탈영병 처벌법 제 1조 1항'이다!"
"듣기만 해도 온몸의 미토콘드리아가 자살하고 싶어지는 처벌........!"
"아니야!간뇌가 본능적인 호흡을 중지할 정도라고......!허헉!"
"정신을 놓으면 안돼!아니,간뇌를 어서 작동시키란 말이야!"

 이내 서로의 손을 놓친 체 끌려가는 남자와 여자. 마치 비운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처럼
손을 뻗으며 소리친 그들.

"살려줘!!!"

 라는 처절한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몇몇 병사들은 사라진 그들을 위해 손을 마주치고 합장을
하였다. '나무아미타불아멘알라신이집트의태양신라여힌두교의가네바여나무신정령신고무신짚신짝신
헌신병신........'이라는 여러 기도소리가 그들을 향하였다. 살아돌아오길(?)

"초아. 여기있었군."
"아,수고했어. 찬솔."
"오오오!사령관님!"

 또 한명의 사령관,강찬솔. 적당한 체격의 몸에 다소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눈이 반짝거리는 남자다.
찬솔이 건내준 보고서를 초아는 순식간에 읽고서는 한숨을 쉬었다.

"이거,참담하군."
"그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솔로부대의 탈영률은 30%나 증가하기 시작했어. 이게 다 커플부대의
분위기 전선에 휘말린 탓이야. '고백하면 아주 낭만적인 날'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탈영률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결국 몇몇은 탈영에 성공했고."
"우리 솔로부대를 배신하다니.......한때는 그렇게 영원을 맹세하다니......"

 으득 거리는 초아의 손에서 두툼한 보고서가 한순간에 구겨졌다. 그 엄청난 완력에 모두들 침조차
삼키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지만 찬솔만큼은 그 분위기를 순식간에 변환시켰다.

"침착해. 비록 커플의 전쟁선포날이 다가오지만,우리는 아직 병력이 많아."
"그렇지만!"
"흔들리면 안돼. 이것 역시 커플부대의 작전이라고."
"으......."
"모두 주목해라!"

 찬솔이 모두를 향하여 말했고 모두의 이목이 찬솔에게 집중되었다. 찬솔은 주먹을 꽉 지며 소리쳤다.

"두려워마라!우리는 솔로부대다!그 누구보다 긍지있는 솔로부대다!!"
"우오오오오오!!"
"커플부대 따위 두려워하지마라!!우리에게는 36.5도의 생체난로 따윈 필요없다!과학의 발달로
더욱 더 따뜻한 보온팩이 있다!!솔로부대에서는 군대특별전용인 '24시간 유지 손난로'를 무한으로
보급해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모두가 품속에서 난로를 꺼내들었다. 직업상으로 바깥에 설 일이 많으신 군인분들과 경찰분들
(지금 이 자리에서 잠시 감사의 인사를 꺼내자)을 위해 특수제작된 것으로,보통 문구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난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엄청난 지속시간을 보이며,최대 67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며
(화상주의!)24시간 지속이 되는,최상의 아이템이다. 그 따뜻한 열기에 힘입어 찬솔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커플부대는 24시간뒤 쳐들어온다!!방어를 강화하며 탈영병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바란다!!
또한 각자의 병력도 점검을 철저히 하길 바란다!!"
"다들 들었어!?병력을 더 확보해!"
"탈영병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시켜!군가+a(+a란 군체험으로서 행군 40km를 말한다)로 올려!"
"그리고 잔소리는 고등학교 시절의 '남자 필요없다!'라는 여교사의 잔소리녹음도 추가해!"
"두려워마라!그들의 염장질을 두려워마라!모든것을 초월하는 마음이 중요하다!우리에게는 
2차원이라는 초강력 무기가 있다!남자들은 미연시의 여캐릭터를 준비하고,여자들은 동인지의
남캐릭터를 준비하여라!메이저,마이너 가리지 말고 전부 준비해!!"
 
 모두가 우오오오오오!!!하며 소리쳤고 그 웅성거림은 거대한 솔로부대안에 퍼져나갔다. 마침내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본격 전쟁개시인것이다.




"후후후........솔로부대,지금은 많이 기력이 빠졌겠지?"
"그렇겠죠."

 솔로부대의 적진을 향해 쳐들어가는 무리중 가장 앞에 있는 여자가 가볍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와
손을 잡은 남자는 사랑스럽다는 듯 여자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우리 제나는.......그런말도 잘해."
"아아,몰라. 벌써 힘 빼지마. 솔로부대를 전멸시켜야하잖아~"

 금제나,커플부대 여사령관. 지마루,커플부대 남사령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째서?!""

 이미 커플이 된 놈들의 외모따윈,서술해주지 않겠다. 

"우,웃기지마!당신!당신 솔로부대의 한 사람이지!?마루로 말할것같으면 검은 흑발이 매력적인,
꽤 큰 키를 가진 남자라고!"
"제나는 염색했지만 밝은 갈색의,투명한 검은 눈을 가진 어여쁜 여자야!사랑스러운 단발머리!
아담한 키를 가지고 있어!"

 어차피 서로 설명해줬잖아. 그럼 난 간다.

""망할 작가!!""
"사령관님. 다왔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고,눈앞의 승부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한 커플이 목도리를 같이하며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그러자 제나와 마루는 흠흠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눈앞에 드러난 것은 솔로부대의 본거지. 그 본거지의 담은 매우 높고 틈이 없는
매끄러운 벽이라 직접 쳐들어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으나 
솔로부대의 본거지에는 문이 없어서 외부에서 무작정 쳐들어가는 건 불가능하고,특수한 방법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흠. 역시,바깥으로 끌어나와야 겠지?"
"좋아. 제 1단계 공격!사수들은 앞으로!"

 마루의 명령에 남녀 2인 1조로 나와서 활을 손에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내 쏘아지는 화살들.
그 무수히 많은 화살들은 엄청난 속도로 솔로부대의 본거지쪽으로 향했다.

"사령관님!커플부대에서 선빵을 날렸습니다!"
"공격력은?"
"염장력 +20! 시력저하 +10! 열등감 +5!"
"약하군! 제군들!"

 이내 앞으로 나선 제군들은 날아오는 화살들을 노려보았다. 처음에는 평범한 화살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그 화살들에는 '크리스마스에 우린 데이트하는데 너는 뭐해?'라는 명명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24시간 수면공격!!"

 화살들을 향해 날아드는 검들. 그리고 허공에서 허망할정도로 깨끗하게 갈라지는 화살들. 그것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땅에 후두둑 떨어져내렸고 단 하나도 솔로부대원에게 상처를 내지
못했다. 화살비를 지켜보던 커플부대의 사령관인 제나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오호. 그새 공격력이 강해졌군."
"24시간 수면........가능한가?"
"3일간 연속 문명5를 한다음 잔다고 하면,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더군."
"젠장! 이토록 치밀하게 준비할줄이야......."

 솔로부대안에는 매우 훌륭한 pc시스템이 있다. 비밀스러운 하드디스크부터 각종 게임과 미연시,
애니를 구운 CD들이 무한으로 공급되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컴퓨터에는 좀 능통하시다는 분들도
배출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컴퓨터와 일심동체가 되어 '무심한 백구'부럽지 않는 항마력을
지니게 되며 고농축 솔로부대원의 공급원들이 되가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어둠과 조명빛과 게임소리만이 가득한 PC방은 최고의
방어구축선이지. 후후후후."
"역시 찬솔. 남자답게 훌륭한 전선을 짰군."
"이런 방면에서는 우리 남자부대에게 맡겨!"

 찬솔의 명령에 갑자기 PC방 부대들의 손놀림이 빨라졌고 옆에 있는 무기들의 에너지바가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그것을 하나하나 들고서 성벽에 다가갔다. 그리고 커플부대들을
향해 겨누었다.

"도대체 무슨 공격을.......?"
"발사!!"

 솔로부대의 탄환이 발사되었고 이내 커플부대들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전투력을 수시로 검사하던 커플부대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이,이게 뭐야?!결합력 100.....90......80........결합력이 자꾸 감소합니다!!"
"도대체 어떤 공격을!?"
"하아.......여신이다,완전. 예쁘네........"
"저 탄탄한 몸........역시........"
"다,다들 피해!!"

 커플부대는 급히 몸을 뒤로 피했으나 몇 몇역시 공격의 여파에 당하여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공격탄에 엄청나게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을 보여주는 환각제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뭔가 삐-!삐-!삐-!"
"어째서 자꾸 단어가 자체모자이크 처리 되는거야?!"
"뭐라고!?저들의 주공격력은 애니메이션과 2차원의 미소녀 아니었어!?"
"시,신무기인가 봅니다!"
"당했다!"

 한편 솔로부대의 본거지에서는 신이나서 마구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솔로부대를 우습게 보지마!우리의 신무기는 항상 발전한다!"
"CD를 100장 구워서 만든 무기!이거면 우리 솔로부대의 단결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좋아!한방 더 먹여!"

 솔로부대는 신이 나서 무기를 한번 더 발사하였다. 하지만........

"제 2부대!방어!"

 갑작스럽게 전선을 만든 제 2부대들이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솔로부대원들은 모두 당황하여 바라봤는데
그들은 씨익 웃으며 뭔가를 내밀었다.

"으,으악!저것은!"
"300일을 넘긴 커플?!"
"그렇다!특히 끈끈한 유대감이 주무기지!"
"반격하라!"

 그들은 수리검을 던졌고 몇몇은 급히 방어를 했으나 몇몇은 그 수리검에 맞고 말았다.

"염장력 +30! 열등감+20! 시력저하 +30!"

 수리검에 맞은 몇몇 녀석이 흐느끼더니 갑자기 성벽 아래로 몸을 휙 내던지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결혼을 못해서 못하는거야!?"
"막아!빨리 막아!"
"응급실로 옮겨!'입체영상 미소녀'방으로 옮겨!"
"참고로 위로해주는 설정으로 하는거 잊지마!"

 모두가 우왕자왕하였다. 찬솔 역시 예기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였다.

"그렇군........저 공격은 부모님의 '언제 장가갈래?!'공격이었군."
"'언제 시집갈래?!'공격도 포함되어있나보군. 여동지들도 몇몇 당했어!"
"저 공격에 견딜 수 있는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제 2부대!돌격하여라!"
"어리석구나!또 당할려고?!"
 
 몇몇이 수리검을 던졌다. 솔로부대원들은 당황하여 경악을 금치못하고 소리쳤다.

"저 공격에 어떻게 이긴다고 또 부대를 앞으로 내보내애애애애!!"
"이제 틀렸어!!마망의 공격은 누구도 못 이긴다고오오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수리검은 힘없이 툭툭 떨어졌다. 이것은 솔로부대원과 커플부대가
모두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초아는 씨익 웃으며 말하였다.

"솔로부대에 연령층이 성인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나?"
"!!"
"솔로부대에 들어오기 쉬운 연령대는 미성년자다!오히려 커플부대의 진입을 막으시는 부모님들이
있기에 그런 공격을 무효화 시키지!"
"오오오오!그런 방법이!!"
"그렇지!!어떠한 부모님도 공부하라고 하지 적극적으로 '사귀어라!'라고 말하진 않으니까!!"
"미성년자 솔로부대 만세!!"

 커플부대는 적잖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도 그럴것이 커플부대에는 성인 커플부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도 있고 20대 초반도 있긴 했지만 나이가 어린만큼 연애 경력도 서투른 경우가
많아 유대감이라던가 하는 커플 특유의 공격력이 다소 낮아 예비군으로 둔 상태였다.

"젠장!미성년자 부대라니!"
"찬솔,초아......제법이구나. 올해는 더욱 더 힘든 싸움이 되겠어......."
"하지만!"

 갑자기 제나가 앞으로 나서 손을 뻗었다.

"총을 발사하여라!"

 그리고 이내 투다다다다다!발사되는 총. 그리고 허공에 선혈을 뿌리며 쓰러지는 제 2부대.

"!!"
"뭐,뭐야!"
"젠장!저것은!"

 새파랗게 질린 제 2부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나 남친이랑 100일이지롱'
'니는 이 나이먹도록 여친도 없냐?고자자식 ㅋㅋㅋ'하는 천하의 빌어먹을 삐-하고 삐-한
악우들의 악담이었다. 그와 더불어 로맨틱 드라마의 허황된 공상.

"이봐!드라마의 망상에 빠지면 안돼!"
"틀렸어!망상은 몰라도 주변 친구들의 악담때문에 HP가 제로가 되었어!"
"역시.......내 애인 제나다."
"후후후후. 커플부대라면 이정도는 해야지."

 제나는 가볍게 후 하고 앞머리를 불며 씨익 웃었다. 안됬지만,올해는 반드시 커플부대가 이기겠어.
그렇게 말하며 제나와 마루는 크게 외쳤다.

"있는 공격을 쏟아부어라!커플목도리라던가,커플링이라던가,공개적애정행각 같은 공격을 전면
투척하여라!최대한 닭살을 유도하는 공격을 하여 HP와 MP를 감소시켜!"
"네!"

 이내 엄청난 부대인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그 공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따뜻한 음식......사랑스럽게 웃는 커플.....추위도 두렵지 않다는 듯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는 커플.......하나가지고 둘이 같이 맨 커플 목도리........사이좋게 둘의 손에서 빛나는
커플링........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거리........그 눈부신 빛을 보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둘의 손잡음이나 포옹,혹은 키스.......집에 들어가 서로의 안부전화를 하며 행복한
잠자리에 누워 꿈같은 추억을 되새기는........그런 눈부시고 아름다운.......

"아아아아아악!당했어!!"
"침착해!!어서 '크리스마스 특별 미연시 일러스트'를.......아악!!"
"김씨!!"
"나,난 괜찮으니 어서 부상병들을.......!!"
"'12월 특간 라이트노벨'을 대량 입하시켜!!특히 팬티가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미소녀로!!"
"'크리스마스 한정판 동인지'도 가득 투척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솔로부대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커플부대의 공격은 차분하였으나,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향수의 향기처럼 천천히,그리고 깊게 퍼져나가고 있던 것이었다. 분홍빛
파스텔톤처럼 부드러웠으며 옅은 꽃향기처럼 그윽하였으며 마음 깊숙히 물을 들이는 공격이었다.
지금 겨우 버티고 있는 것도 모든것을 초탈한 고참 솔로부대원이나 혹은 2차원에 정성껏 헌신하여
인간사에 관심이 없는 성인군자들 뿐이었다.

"사령관님!저들의 '파스텔톤 낭만적 크리스마스'공격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전투력이 +200.......+300.........이대로 가면 전선이 무너집니다!"

 엄청난 부상률이었다. 응급실과 병실은 이미 만원이었고 슬슬 한계에 다다른 PC 에너지 공급
부대원들도 하나둘 과로로 인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초아는 분한 듯 이를 꽉 깨물었다.

"이대로.....'피의 크리스마스'가 되는건가.......!"

 모두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고참들도 다소 힘이 빠지는지 미연시 캐릭터와 라이트노벨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열심히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으나 파스텔 톤 공격은 더욱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솔로부대는 멸하는건가?"

 초아는 하늘을 올려보았는데 크리스마스는 커플부대의 편이라는 듯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고 하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검은 하늘에서 조용히 내리는 눈이 모두의 머리위에
떨어진다. 초아의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때,찬솔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하였다.

"아직 넘어질때가 아니다."
"!"
"내가 나서겠다."
"찬솔.......!"
"괜찮아. 이 전쟁의 승리는 올해도 우리다."

 찬솔은 쪽지 하나를 옆에 있는 고참 솔로부대원에게 넘겼고 그 고참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찬솔은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고 그 부대원 역시 히죽 웃으며 알겠다고 소리치며 어디론가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초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찬솔을 바라봤는데 찬솔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찬솔!어디가!"
"........"
"가지마!지금 이대로 나가면........!"
"초아야."

 찬솔은 뒤돌아서지 않고,다만 고개를 치켜들어 눈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부탁해."
"......."
"이곳은 우리가 있을 곳이다."
"찬솔.......!"
"걱정마."

 찬솔은 뒤돌아서서 초아를 향해 웃어보이며 말하였다.

"돌아올게."
"찬솔!"
"사,사령관님!설마!"
"그래. 내가 나설것이다."

 순식간에 솔로부대들이 조용해진다. 그 침묵속에서 찬솔은 입을 열었다.

"저 부대는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지."
"사령관님!하지만 위험이 큽니다!이미 타격이......!"

 그러나 모두가 말리기도 전에 찬솔은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적진을 향해 달려들어갔다. 파스텔톤으로
이미 주변의 밤하늘과 차가운 공기는 핑크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맨몸으로 부딪힌다면 필시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다. 모두들 놀라서 찬솔만을 부르짖었다.

"안됩니다!그대로 몸으로 부딪히면.......!"

 하지만 다음 광경을 본 순간,모두들 얼어붙어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 엄청난 공격을,염장치가
최대 MAX까지 차오르는 계절,크리스마스의 공격인데 찬솔은 아무렇지 않게 달려가고 있었다. 가슴에서
상처가 생기더니 피가 흘렀으나 찬솔의 눈은 매서운 매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마음의 상처!"
"보통 저 단계에서는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거나 이성을 놓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게!?"

 모두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찬솔은 이 솔로부대를 유지시키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다. 아니,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다짐한 솔로부대원들이 이를 악 물고 일어서서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들 HP를 충전하라!사령관님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마라!!"
"이 틈을 타 공격력을 올려라!아주 조금이라도 좋다!!"
"어서 어서 움직여!!"
 
 초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찌할 줄 몰랐고 몇몇 여부대원들이 부축하고 뜨거운 차를
가져다 주었다. 초아는 그 차를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나는 커피를 싫어해......."
"네?!아 죄송합니다!바꿔......."
"아니,바꾸지마."
"네?"
"......커피는 말이야........"

 초아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가득 맺히더니 커피속으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커피에 좀 더
진한 맛을 더하는 한 방울의 시럽처럼. 커피 표면에 잔잔한 표면이 생긴다.

"쓰면서도 달아."
"......."
"처음에는 미묘하게 쓰지.......그리고 이내 단맛이 찾아와......."
"사,사령관님........"
"하지만........"

 초아는 고개를 푹 숙인체 중얼거렸다.

"그 맛에 먹는거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악!!"
"제,제기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커플부대는 무참히 쓰러져갔다. 찬솔의 가슴에서는 상처로 인한 피가 가득 흘렀으나 찬솔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피의 냄새를 각성제로 삼으려는 듯,히죽 웃으며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뭔가를 휘둘렀는데 휘두를 때 마다 주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순식간에 박살이 나기 시작했고 다시 눈 내리는 밤하늘로 바뀌었다. 

"저,저 자식은 솔로부대 남사령관 강찬솔?!"
"역시 사령관인가!"
"하지만 저 무시무시한 공격력은 대체......!"

 찬솔은 쓰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찬솔의 머리에서도 피가 주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분명 통증이 격렬할텐데 찬솔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올해는 직접 나서는건가?"
"아하하하. 너희들이 제법 강해져서 말이야. 괄목상대라는 건 이럴때 쓰는 사자성어겠지?"

 제나와 마루는 철썩 붙어서 찬솔의 앞에 다가섰다. 몇몇 커플부대가 앞으로 나서려했지만 둘은
손을 들어 그들이 다가오는 걸 제지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
"설마설마 했는데 솔로부대 총사령관이 될 줄이야."
"아하하하하. 솔로의 삶은 자유롭고 즐겁거든."

 찬솔의 피는 점점 더 땅에 고이기 시작했다. 그 붉은 피에 눈송이가 내려 사르르 녹았다. 붉은
빛으로. 부드럽게 사르르. 

"봐주지 않는다."

 찬솔의 눈이 매섭게 바뀌었다. 그리고 손에 든 것은 뜻밖에도 낡은 휴대전화였다.
그 휴대전화는 수없이 기스가 난데다가 일부분은 깨져있어 더 이상 기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찬솔은 그 핸드폰이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꼭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

 그것은 엄청난 스피드였다. 제나와 마루는 당황하여 급히 둘의 팔로 막아내긴 했지만 찬솔 단 한사람의
공격만으로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둘이 끌린 땅에서 고무타는 냄새가 났다. 땅에 쌓여있던 눈도
그 여파로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그러나 찬솔의 공격은
쉴세없이 이어졌고 마루와 제나는 땀을 흘리며 막아냈다.

"사령관님들이 위험하다.......!"
"제기랄!저 괴물자식 뭐야!"
"역시......고농축 솔로부대원!"
"난 저렇게 되기 싫어!"

 찬솔은 쉴세없이 공격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솔로부대를 부숴?웃기지마. 그곳이 어떤 곳인데. 모두가 있을 수 있는 곳이다. 그 누구도
있을 수 있다. 상처를 입은자도,실연당한 자도,거절당한 자도,첫사랑에 아파하던 자도,이별한
자도,처음부터 기회를 갖지 못한 자도........모두가 공평해질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그런데
그곳을........부수겠다고?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

 찬솔의 공격에 제나와 마루가 허공으로 치솟더니 이내 상처를 입었다. 다시 이어지는 찬솔의 공격에
둘은 급히 물러나긴 했으나 멈추지 않는 찬솔의 공격에 점점 데미지가 축적되어 가기 시작했다.

'저렇게 출혈이 심한데,어떻게!'
'빌어먹을.......!이렇게 된다면........!'

 패배의 위기를 느낀 커플부대는 갑자기 기습을 했다. 찬솔은 급히 막아냈으나 아까부터 입은
상처로 인해 서서히 몸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물리쳤지만 점점 더 많은 녀석들이
몰려오자 찬솔은 손쓸수도 없이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마침내 찬솔의 몸이 땅에 쳐박혀 움직이지
않자 커플부대는 빙 둘러싼체 숨을 몰아쉬며 고함을 질렀다.

"허억.......헉!젠장!뭐 이런 괴물이 다있어!"
"역시 솔로부대는 무서운곳이다!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우리는 여기에 들어가면 안돼!"
"맞아!"
"옳소!"

 커플부대의 고함이 텅 빈 하늘에 울린다. 찬솔은 피를 많이 흘려서 그런지 눈앞에 캄캄해지는 걸
느끼며 밤하늘을 봤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눈 때문에 그런지 마치 깊은 허공으로 빨려들어가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아........'
'그래........'
'그날도.........'
'........'

 찬솔이 서서히 눈을 감으려던 순간,

"그날도 이랬어."

 새로운 목소리에 모두가 놀라 앞을 바라보니 초아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초아 역시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는데 역시 낡은 휴대전화로 반쯤 부숴져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아는 그것을 두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내가 솔로부대에 들어선 날."

 그리고 초아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찬솔과 커플부대를 함께 뛰쳐나와 솔로부대로 도망친 날도 이랬어."

 초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송이가 뺨에 내려앉아 체온에 사르르 녹는 걸 느끼며 말하였다.

"크리스마였지.......눈이 내렸고........"




 아름다웠다. 행복했다. 커플부대에 들어간 그들은 100일이 지나도 200일이 지나도........그들의
사랑은 연결되고 있었다. 비록 장거리였으나 서로의 모든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만큼,현실에서
가까이 만나는 것 처럼 절실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그들은 조만간 다가올 300일과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연애?그런거 다 필요없어!"
"너가 그 애랑 사귄다고?걔는 말이지!"
"사랑같은건 한순간이야!현실을 직시해!"

 주변에서 울리는 소리. 초아와 찬솔은 애초에 현실이 달랐다. 초아는 공부도 못하고 재능하나 없는
가난한 여학생. 그렇다고 찬솔이 드라마에서같이 재벌 2세인것은 아니었으나 평범한 집안에서
공부는 전교 순위권안에 들고 있었다. 초아는 재능도 없고 미래도 불안정하여 주변에서 찬솔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천하의 나쁜여자'로 취급당했고 찬솔 역시 성적유지에 대한 댓가로 
'연애에 정신팔린놈'이라는 불명예를 껴안게 되었다. 결국 초아는 생각해냈다.

'내가......찬솔 곁에 있으니까........찬솔까지 욕을 먹고 있어.......'

 실제로 연애를 하고 나서부터 찬솔은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강도 높은 훈계를 받았다. 마침내 견디지 못한
초아는 크리스마스 날 조용히 혼자서 커플부대를 빠져나왔다. 찬솔과 같이 지낸 기간으로는 1년 반,
커플로서는 267일이었다. 길다고 한다면 긴 시간. 초아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땅에 쌓인 눈을 녹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눈이 내리는 오늘은 커플들의 최고의 축제,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아........"

 초아는 하늘을 보았다. 그 검은색 하늘에 점박이가 새겨지듯 내리는 눈. 아른거리는 추억. 
처음으로,처음으로 사랑을 깨닫게 해준 핸드폰만이 손에 들렸다. 처음으로,처음으로,처음으로
이 핸드폰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였다. 그러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초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듯,눈물은 미친듯이 쏟아졌다.
그렇구나. 나는 이미 찬솔에게 깊숙히 빠진 상태구나. 그립다. 보고싶다. 만나고 싶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목소리를 듣고 싶고 한번만 더 만나고 싶고 한번만 더,한번만 더.......
초아는 눈물을 흐느끼며 주저앉았다. 싫다. 이대로 가기는 싫다. 하지만,하지만 내가 있으면......!

"바보야. 왜 우냐?"
"!"

 뒤돌아서니 찬솔이 서있었다. 찬솔 역시 자신의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급히 달려왔는지
이 추운 겨울에 땀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초아는 어안이 벙벙하여 중얼거렸다.

"어째서......?"
"어째서냐니,바보야."

 찬솔은 어깨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내며 초아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커플부대는 한명으로서는 있을 수 없다고,바보야."
".......나보다 좋은 여자랑 함께 있으면 계속 있을 수 있잖아."
"그건 싫어."
"왜?"
"너랑 있지 않으면 의미 없으니까."
"웃기지마!나 따위.......!"

 하지만 초아는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찬솔이 꼭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초아는 찬솔의
따뜻한 온기에 그만 사르르 눈에 힘이 풀려 더욱 더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흰 눈을
맞고 있던 둘. 찬솔은 울음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솔로부대로 같이 가자. 그곳에서는 커플이 아니더라도 같이 있을 수 있어."
"........"
"같이 가자. 그리고,언제까지나 솔로부대 안에서 같이 있자."
"........"

 그리고 이내 솔로부대로 향하는 둘의 목소리는 겹쳤다.

""바보.""

 그것이 267일간의 커플부대의 전역기간 끝을 고한 날이자 솔로부대로 다시 입대한 날이었다.
그날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초아......!"
"그런 사연이 있었어......."

 초아는 얼굴을 떨구었고 커플부대는 술렁거림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어떻게 솔로부대의 총사령관이,
그것도 총사령관 둘이 서로 한때 커플부대의 요원이었다니. 이건 완전 쇼킹을 넘어서 어메이징+서프라이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 솔로부대원들은 가만히 안 있을텐데?"
"......."
"총사령관들이 사실은 커플이었다. 솔로로서 같이 있기위해 솔로부대에 갔다.......용서해줄까?"
".......용서따윈 바라지도 않아."
"에?"

 제나와 마루는 무슨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초아를 바라봤다. 초아는 눈가를 슥 문지르더니 말하였다.

"다시 들어간 솔로부대는 따뜻했어.......실연을 잊을 수 있도록 격려해줬고.......잠시 눈을 돌릴
애니메이션과 2차원,라이트노벨을 잔뜩 안겨주면서 '이거라도 보면서 잠시 마음을 잊어. 뭐,원한다면
평생 2차원과 살아도 괜찮잖아. 안 그래?'라면서 실없이 웃기도 했어."
"초아......"
"덕분에 많이 나았어. 상처는."

 초아는 자신의 가슴팍을 꽉 움켜쥐었다. 그곳은 찬솔이 피를 흘리고 있는 부분과 같은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가라앉아. 물론 흉터는 남아서 이따금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만,상관없어."
"......."
"아픔이 휘몰고 간 자리에서는.......새 싹이 돋아나니까."
"......."
"그래서 난 지금 나타났어........!"

 초아가 한 걸음,한 걸음 옮길 때 마다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휘감는다. 모두들 움찔하여 뒤로 물러난다.
찬솔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초아를 바라봤다. 초아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지만 초아는
입술을 꾹 깨물고 앞으로 향한다.

"내가 있을곳을!찬솔이 있을곳을!모두가 있을곳을 지키기위해!"
"너.......!"
"상관없어!염장질?어디 해봐!비웃음?조롱?한번 해보라고!"

 갑자기 찬솔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초아도 찬솔의 눈빛을 살피더니 손을 들었다.
둘은 잠시 3초간 침묵을 지키더니-

""나는........솔로부대에 있어!!!""

 그리고 손을 커플부대로 향했다. 그러자 갑자기 순식간에 요새에서 솔로부대 요원들이 우르르르 
몰려나와 커플부대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추리닝을 입은 자부터 시작하여 교복,직장인,여성 등등....
다양한 솔로부대원들이 온몸에 무장을 하더니 순식간에 커플부대를 둘러싼다. 전혀 예기치 못한
무기와 이미 HP와 MP부터 시작하여 스킬까지 만땅으로 채운 솔로부대의 전력을 본 커플부대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였다.

"이거 다 뭐야!"
"젠장!공격력이 무한대?!뭐 이런 사기가 다있어!이거 치트키 쓴거 아니야!?"
"후욱,찬솔.......대단해. 너 말이야."
"우후후후. 이정도도 못하면 사령관이 아니지."

 찬솔은 고참 부대원에게 '커플부대의 싸이,핸드폰,위치추적기록 등을 조사하여라. 크래킹을 동원하여
모든 정보를 캐내어라.'라는 명령을 내렸고 PC부대원들은 온 힘을 쏟아 추적하였다. 그러자 그 결과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었고 사기에 가까운 무기를 손에 넣은 그들은 씨익 웃으며 전원이 돌격하였다.

"이거 한방이면 커플부대는 꽤 많은 수가 멸할거다."
"뭐,뭐라고?!"
"돌진---------------------!!!!!!!!!!!!"

 가까운 거리에 있던 녀석들이 엄청난 공격을 쏘아댔고 모두들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충격이 오지 않아 혹시 불발인가 하는 생각에 커플부대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참혹한 현실.

"허어어어어억!!!!!!"
"꺄아아아아악!!!!!!"

 그것은 바로.......'바람의 증거'!!!!크래킹까지 동원한 정보의 결과는 꽤나 짭잘했고 의외로
많은 커플부대원이 이 정보의 정보망에 보기좋게 걸려든 것이었다. 핸드폰,싸이같은 건 기본이고
심지어 누가 찍었는지도 모를 비밀스러운 사진 몇 장. 몇몇 당황한 사람들이 그것을 가리려 했으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그리고

-짜아아아악!
-퍼어어어억!
-꾸우우우욱!

"""""헤어져!!!"""""

 내부에서 생긴 싸움은 외부의 압력보다 훨씬 더 농축된 데미지를 준다. 순식간에 커플부대는 
붕괴직전까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뻥뻥 차인 커플부대원들은 솔로부대의 요새 안으로 골인하였다.

"아하!어떻게 솔로부대에 들어가나 했더니!걷어차이면 허공을 날면서 들어가는거군!"
"오오!뭔가 굉장해!중력을 거슬러서 원심력의 법칙에 의해 가속도가 붙어 보기좋게 쿵!소리를
내면서 추락하지 않는가?!위치에너지는 감소하고 운동에너지가 중력의 영향으로 증가하면서
엄청난 데미지를 입지!"

 쿵!쿵!쿵!쿵!쾅(?),퍽(?),와지끈(?!)같은 경쾌한 소리에 더불어 점점 더 많은 수가 솔로부대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제나와 마루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봤으나 이미 패배는 확실하게 결정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양 옆에서 사이좋게 놓여진 손.

"으응?"

 초아와 찬솔이 피를 철철 흘리며 웃고 있다. 그러니까 왠지 더 공포스러웠는데 둘은 뭔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바로 제나와 마루의 외도증거~♡

".........."

 싸늘한 침묵. 그리고

""헤어져!!""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제나와 마루의 크로스카운터로 전쟁은 마무리되었다.




"솔로부대의 승리를 축하하며 건배!!"
"건배!!"

 마침내 그들은 승리했다. 그들이 승리하고나서 시계는 정확히 열 두시를 가리켰다. 이로서 
크리스마스는 간것이다. 드디어 12월 26일인 것이다. 미성년자는 주스를,성년은 술을 쭉 들이키고
겨울철의 3대진미인 붕어빵,찐빵,오댕국물을 안주(?)삼아 경쾌한 술자리를 열었다. 축하에 도취한
PC공급부대원은 아낌없이 미연시 신판과 라이트노벨 신간과 더불어 한정판,특별판,절판까지
쫙쫙 뿌려대며 솔로부대의 흥을 돋구는 것이었다. 그런 경쾌한 분위기에서 잠시 밖으로
나와 눈을 보는 초아.

"........"
"여기있냐?"

 찬솔은 상처를 붕대로 둘둘 말고서 한 손에는 오뎅을,한 손에는 피자를 들고서 우물거렸다.
초아는 으응 하며 눈을 바라보았다.

"예쁘네."
".......전쟁 후에 보는 풍경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지."
"......."
"하지만 녀석들은 내년에도 올거다."

 초아는 깜짝 놀라서 찬솔을 바라봤다. 찬솔의 뒤에서 열리는 솔로부대의 축제는 여전히 왁자지껄하여
보는 것 만으로도 경쾌하였다.

"몇몇 생존자-바퀴벌레-들이 도망쳤어. 분명 세력을 좀 더 키워서 돌아오겠지."
"........"
"그러니 우리는 내년에도 싸운다. 솔로부대로서. 당당하게."

 남은 피자를 꿀꺽 삼킨 찬솔이 입을 열자 초아가 씨익 웃더니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허공에서
간드러지게 울려퍼지는 하이파이브 손뼉 소리!짝-!하는 경쾌한 소리가 여전히 내리는 눈과 함께
울려퍼진다.

"당연한 거 아니야?!"
"역시 그렇게 나와야지!"
"왜냐하면!"
"우리는!"

""솔로부대니까!!""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린다. 피의 크리스마스는 끝났으니 마음 편히 눈을 즐기라는 듯.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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