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이정표

페르노엘의 골든벨 - 헤드직설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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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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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전 세계가 들썩이는 축제. 그 날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노래를 부른다.
또한, 모든 사람들은 오지 않을 한 사람만을 기다린다.
그 사람은 누구나가 한 번쯤은 생각 해봤을 법한, 누구나가 한 번쯤은 기다려 봤을 법한 사람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사람은 우리들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아니, 이런 경우에는 찾아올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 일지도 모른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인물을 한 번쯤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인물을 만난 적이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말이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얼마 뒤인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그것은 내 생에 가장 잊지 못할 하나의 사건의 시작이었다.

1. 세상이 빛나던 날.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자그마한 방에서 알람시계의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들려오는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도 지금만큼은 알람시계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아, 으윽......”
침대위에서 자고 있던 민규는 알람시계의 소리에 누운 채로 재주 좋게 손만 뻗어서 스위치를 눌렀다.
알람시계의 스위치를 누름과 동시에 시간을 확인하자 7시3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풀썩~ 하고 다시 침대에 쓰러지는 민규였다. 알람시계가 꺼진 방은 고요했다. 가끔 밖에서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지만 그 정도의 소리로는 잠든 민규에게는 그저 자장가에 불과했다.
“학교.. 가.. 야.. 하는.. 데..”
그렇게 민규는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하다 곧바로 잠이 들고 만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으, 응?”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러런데 그때 어디선가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넓게 울려 퍼졌다.
“종소리인가?”
아마...... 이것은 꿈일 것이다. 하지만 민규는 그 간단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뭐야,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봐도 역시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허공에다가 손을 휘저어 봤지만 역시 만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으~ 뭐 이런 기분 나쁜......”
민규는 지금 자신이 뛰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 조차 구분이 가지 않았다. 다만,
딸랑딸랑~ 딸랑딸랑~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를 따라 가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약간 의심스러운 한편,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는 생각나지 않았다. 아마 그만큼 당황했다는 증거이다.
얼마만큼이나 갔을까.... 멀리서 작은 빛을 발견했다.
“어, 어?!”
민규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칠흑같이 어두웠던 이곳에 작은 빛이 허공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금 걷는 중인지 뛰는 중인지 아직까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저 멀리 보이는 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속이 메슥거려......!!”
하지만 민규는 멈추지 않고 그 빛을 향해 뛰어갔다. 그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조그맣게 빛나는 그 빛이 민규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잡았~~~!!!!!!”
이윽고 그 빛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민규는 그 빛에 손을 뻗었다.
“다!!!!!!!!!”
이윽고 민규는 그 빛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빛은 순간 주위를 온통 밝히더니 칠흑같던 어둠이 주위를 밝히기 시작하였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뭐...... 지......?”
어둠이 가시며 또 다시 종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들어보니 커다란 종은 아닌 듯했다.
주위가 환해지자 민규의 눈앞에는 어떤 종이 있었다. 그 종은 민규의 생각과는 다르게 어린아이의 키정도 높이의 황금색의 종이었다.
“종인가......?”
그 종은 왠지 크리스마스 때나 볼 수 있었던 종처럼 생겼지만 조금 다른 점은 지지대 같은 게 있다는 점이다.
“그 빛은 또 뭐였지?”
도대체 이곳은 어디이며, 도대체 이 종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까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방금까지 보았던 이상한 광경에 넋을 잃을 뿐이었다.
“뭐야...... 혹시 꿈인 건가?”
그리고 그제야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민규였다.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종을 만졌다.

“으아아!!!”
민규는 갑자기 침대에서 상채를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책상에 책장, 조금 열린 방문에 커튼이 쳐져 있는 커다란 창문이 눈에 띄였다.
“뭐야...... 꿈인 건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생생했다. 어둠 속에서 종소리를 따라 가다가 빛을 만지니 주위가 환해졌다. 이윽고 나타난 종을 만지자 꿈에서 깬 것이다.
“악몽이라는 건가?”
민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알람시계를 쳐다봤다.
“에...... 그러니까 8시 22분......”
민규는 현재 중학교 3학년으로 시험 같은 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이미 고등학교 원서도 전부 넣은 상태였다. 다만,
“으아아아아아아악!!!!!!!!!”
지각이라는 현실적 악몽을 지금부터 겪게 될 예정 이었다.

결국 민규는 학교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8시 50분이 초과한 상태였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교문에는 선생님조차 서있지 않았다. 교실까지 걸어가니 담임선생님이 조례를 하고 계셨다.
“으아...... 귀찮아 귀찮아~”
아침부터 악몽에, 늦잠에, 지각에, 결국 남아서 반성문이라는 벌까지 받고야 말았다.
“야, 민규!! 농땡이 피우지 말고 빨리 반성문 적고 교무실로 가져와!!”
그렇게 말하며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담임이었다. 민규는 교실을 나서는 담임의 뒷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예이~”
라고 대답하며 이윽고 시선을 반성문 종이로 옮겼다.
“아아~ 조금 있으면 졸업인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쓰고 있어야 하다니......”
가혹하기 그지없다. 것보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모두 하교하여 교실에는 민규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아~”
오늘만 해도 이게 몇 번째 한숨인지 모른다. 그렇게 민규는 약 30분가량 반성문을 쓴 뒤 혼자 하교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상점가가 있는 큰길을 지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민규는 큰길로 접어들었다.
“있어보자.... 오늘이 12월 18일 이던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인지 주위는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직 해가 떠있는 상태라 불을 켜놓지 않았지만 밤이 되면 불이 켜지게끔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이제 1주일 남았네..”
곳곳에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한 여러 소품들이 난무했다. 상점가의 사람들 중에서는 산타클로스의 옷을 입고 있거나 혹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가장 이익을 본 가게는 케이크 가게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크 가게에는 다른 가게보다 크리스마스를 더욱 더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Jingle, bells! Jingle, bells! Jingle all the way~』
게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우듯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들려오고는 했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데 여기서 더 분위기를 내면 어쩌자는 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작은 공원으로 걸어갔다.
큰길로 계속 가면 크게 돌아가는 반면, 이 공원으로 가면 옆길로 빠져 훨씬 빨리 갈 수 있다.
“하암~ 집에 가면 만화책이나 볼까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그 곳에는 처음 보는 아이가 서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그 아이는 노란색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른 자그마한 소녀였다.
“......외국 아이인가?”
이 근처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이고 머리카락색도 딱히 물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동자의 색깔마저 우리와 달랐다.
뭐, 그게 어째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만화책 신간이 나오는 날이었지!!”
금세 눈앞의 여자아이에서 시선을 돌려 근처의 책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소녀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책방~ 책방~”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작은 방에는 알람시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밖에서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오기는 했지만 역시나 알람시계의 소리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우으으~”
민규는 침대에서 재주 좋게 손만 뻗은 채 알람시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보지도 않은 채 눌리는 스킬을 슥듭한 민규는 그대로 다시 엎어지고 말았다.

“아, 응?!”
주변이 깜깜했다. 정말 ‘칠흑같이 어둡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지도 모른다.
“어제 그 꿈인가?”
민규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역시 주위는 어둠에 둘러싸여 있을 뿐이었다. 손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아도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아, 저건...... !!”
또 다시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을 따라가 그 빛을 만지니 어제 본 그 황금색 종이 나타났다.
“이거 혹시 데자뷔인가....?!”
민규는 다시 그 종을 만졌고,
“으허헉!!!”
눈을 뜨니 방 안이었다.
“.........또 악몽인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사실 이렇게 드러누울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바로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19일인가?”
민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커튼을 힘차게 걷었다. 바깥에선 참새들이 전선 위에 내려 앉아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그 너머로 상점가가 보였다.
민규네 집은 2층 단독주택으로 민규의 방은 2층에 있다. 부모님은 1년 내내 바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새벽 외에는 얼굴을 맞이할 기회가 별로 없다. 즉, 거의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아, 오늘 책 반납일이지......”
그렇게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며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상 위에는 온통 만화책 투성이로 교과서등의 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만화책도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도 아닌 지라 흡사 동인지 작업을 하는 사람의 책상을 연상캐 했다.
“그래도 조금 아까운 감이 있는 걸? 한 번만 더 읽고 반납해야지.”
책상 위 만화책 중에서 대강 한 개를 집어 들어 다시침대 에 드러누웠다.
“아, 일단 뭐라도 먹을까나......?”
민규는 반쯤 열려져 있는 방문을 닫으며 방에서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니 거실에는 못 보던 트리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그 트리로 다가가니 하얀 색의 편지가 트리에 매달려 있었다. 민규는 그 편지를 떼서 펼쳐보니 무슨 글이 적혀져 있었다.
『엄마랑 아빠는 크리스마스까지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으니까 아무쪼록 잘 지내고 있어~ 이건 엄마가 주는 크리스마스 특제 선물이야~』
이렇게 커다랗고 아무데도 쓸 모 없는 선물을 쓸모없는데 말이죠......
민규는 자신의 바로 앞 커다란 트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혼자 있으면 쓸쓸할 지도 모르니까 여기저기 꾸밀 만한 장식품을..........』
음, 나를 신경써준 건가?
『사다 놨으니까 장식해도 좋아~ 그치만 그 범위는 민규 방이랑 이 트리만이다?』
사다놓기만 하신 겁니까!!!
그렇게 민규는 마음속으로 불평을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어차피 자신이 따질만한 사람은 이미 직장에 나가서 1주일 후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약 6일 후겠지만 말이다.
편지를 접으려는 순간 편지 뒷면에도 글자가 적힌 것을 발견했다.
『엄마가 특별히 케이크라던가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사다 놨으니까 꺼내먹고~ 그럼 엄마가 연락할 때까지 말썽 부리지 말고~ 12월 18일에 '예쁜' 엄마가.』
먹을 것을 사다놓으신 것은 좋지만 그래도 나를 너무 얘 취급 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그보다 18일 이면 어제가 아닌가?
“뭐 사다놓은 것 만해도 다행이지만..”
민규는 식탁 위에 놓여져 있는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만화책을 읽을 순서를 머릿속으로 정리 하였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민규는 책을 반납하고 난 뒤 다시 큰길을 따라 집으로 가고 있었다.
『Jingle, bells! Jingle, bells! Jingle all the way~』
저놈의 캐럴 질리지도 않나? 그보다 저 가게는 벌써 1주일 전부터 저 노래만 틀고 있는 것만 같다.
민규는 가게 주인의 정신세계를 약간 걱정하면서도 이윽고 공원으로 접어 들었다.
“어?”
그 공원에는 어제 있던 그 아이가 있었다.
이번에도 허공을 쳐다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 소녀는 주위에서 다른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든 말든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아마 저 얘들과는 친구사이가 아닌 듯했다.
“미아인가? 하지만 어제도 온 거 같은데......”
그리고 이윽고 민규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외톨이?
민규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빨리 점심이나 먹어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공원의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보는 얘가 먼저 도움을 청하는 거면 몰라도 생판 남인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저 아이가 나를 조금 거북해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여자아이의 옆을 지나쳐 가기 직전 그 여자아이는 허공에서 주위의 애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저 애들과 친구였던 걸까?’
그렇다면 애초에 자신이 그렇게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을 지도 모른다.
‘뭐, 그럼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여자아이의 옆을 지나쳐갔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민규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아이는 살짝 웃어 보이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뭐지?’
민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삐삐삐-삐삐삐삐-삐삐
또 다시 작은 방에 알람시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어.. 나기.. 싫.. 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손만 뻗은 채 알람시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알람시계가 꺼지자 방에는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윽고 민규는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주변은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내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설마.... 삼일 연속으로 그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나는 그 정도로 심각한 건가?!”
그렇게 외쳐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아니, 이런 곳에서 누군가가 대답해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무서운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보다 이제 들릴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역시.”
민규는 또 다시 그 소리와 빛을 따라갔다.
“하아~ 그럼 이제 이 빛을 만지고 나서......”
작은 빛을 만지자 주변이 환해지더니 이윽고 민규 앞에 황금색 종이 나타났다.
“역시~ 그럼 이 종을 만지면~”
이윽고 민규는 침대에 누운 채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눈에 익은 풍경이었다.
“역시 이렇게 꿈에서 깨어나는 건가. 이젠 패턴까지 기억하겠는걸.... 그보다 이 꿈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진작에 꺼진 알람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악몽으로 이어지는 이 패턴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오오오오!!!!!!!!!”
시계는 이미 8시를 지나 2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참고로 민규네 학교는 8시25분 등교였다.

“하아~”
민규는 큰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갔다. 지금은 하교 중으로 아침부터 완전 녹초가 되버렸다.
그런 민규와는 대조적으로 점점 더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져 가기 때문인지 상점가에는 점점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되어갔다.
『Jingle, bells! Jingle, bells!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아니, 지금 노래가 굉장히 이상하지 않아? 그보다 자꾸 ‘Jingle~’ 부분만 자꾸만 반복되니 뭔가 징그럽잖아!!!”
정말인지 저 가게주인은 정신세계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뭐, 조만간 주변 사람들이 신고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공원의 입구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
그리고 그 곳에는 저번에도 봤던 금발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이번에도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매일 이곳에 놀러오나? 그보다 공원에서만 만나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여자아이는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꼭 누구를 찾는 것만 같았다.
‘혹시 부모님을 찾고 있는 건가?’
민규도 똑같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아무렴 어때.’
민규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보다 20일인가? 이제 얼마 안 남았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민규에게 누군가가 대답하였다.
“......그러게요. 꼭 전 세계 사람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갑작스런 대답에 민규는 뒤를 돌아 보았다.
“으, 응?!”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뭐야.. 먼저 말 걸어 놓고......’
그때 그 여자아이는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 ‘크리스마스’ 에 선물과 희망이 가득 하면 좋았으련만...... 아무것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되버릴 지경이니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 누구도......”
그 소녀의 얼굴을 매우 쓸쓸해 보였다. 그 표정에 민규는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래도 말이야...... 크리스마스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이 기뻐할 테니까...... 굳이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네?”
“뭐, 그런 거야.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딱히 크리스마스가 기대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대게 사람들은 그런 물질적인 것보다 크리스마스라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으니까......”
“아, 아, 아아아!!!”
민규의 말에 그 소녀는 갑자기 당황하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어, 저기.. 너 뭐하는 거냐?”
“네, 넵!! 그, 그게 혹시 저한테 하신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으아아아아아아악~!!!”
뭘까......? 갑자기 물어 보기에 기껏 대답해 줬건만.... 그보다 이상한 건 이 소녀가 외국인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잘 쓰는가이다.
“페, 페르노엘은 지금 완전히 패닉이예요오오오오!!!!!!!!!
확실이 외국인 같은 소녀지만 또 말투는 꼭 완전히 이곳 사람 같다.”
“다, 다시 한번 물어보는데 정말 저한테 하신 말씀이예요오오오오?!”
“그래.”
슬슬 그 소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주위에서 어떤 눈빛으로 쳐다볼 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 어이.... 그렇게 난리 피우지 않아도 된다고.... 그보다 그렇게 난리 피우면 주위에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본단 말이야......”
“나, 나한테 말을 걸었어요오오오오!!!!”
아니 뭐, 나도 외국인에게 현지 말로 대화하는 것에 약간은 거부감을 느끼는데 말이지....
“뭐, 그럼 안녕.”
더 이상 이 소녀와 얽히게 되면 뭔가 좋지 않는 일이 생길 것임을 직감한 민규는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
“자, 잠깐만요!!!”
하지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2.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법.

민규가 있는 곳은 하굣길의 어느 작은 공원의 벤치였다.
“그래서....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네에~”
“......그래, 정말 고마웠어.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나자.”
“아니, 잠시만요!! 그렇게 가지 말아요!!”
“아니, 붙잡지마!! 나를 제발 그렇게 보지마!!”
“우으~ 이렇게 부탁해도 안 되나요?”
“그러니까.... 도와주고 싶어도 말이지. 그렇게 아무런 기억도 없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해도 말이야.. 게다가 그 이유도 너무 이상하단 말이야.”
“페, 페르노엘은 진지하단 말이예요!”
아까부터 자신을 페르노엘이라고 부르는 이 소녀는 벤치에 앉은 채 몸을 민규쪽으로 돌린 상태에서 계속 외쳐대고 있었다.
“그래. 진지한 건 알겠는데 말이야.. 즉, 니 말을 요약하면 결국 이거잖아? 니 친구를 찾아야 한다고.. 뭐, 그거까진 이해가 가.”
“네.”
“하지만 니가 말한 친구의 특징을 모를 뿐더러!”
“......그래도 이름은 기억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이름이 문제라고!! ‘루돌프’ 라니!! 어디에 나오는 동물 이름 이잖냐!!”
“네에~?! 이 세상에는 ‘루돌프’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 데요~ 지금 그 모든 사람들을 모독하시는 거예요?”
“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사실 민규도 그런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쳐.”
오히려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찾기에도 더 쉬울뿐더러 외국인만 중심적으로 찾아보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름만 가지고 찾냐고! 그보다 너 친구라며?! 아는 게 어떻게 이름밖에 없냐?”
“꺄~악!! 처음보는 사람이 화냈어요!!”
점점 더 귀찮아 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민규였다.
“하아~ 뭐 그건 그것대로 넘어간다고 쳐도 말이지.... 그, 뭐더라..? 니가 말한 그 안좋은 일 이라는게..”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낼 수 없게 되요!!”
......이 소녀는 머나먼 외국에서 이곳까지 오다가 비행기 의자에 머리를 몇 번이고 부딪쳤거나 혹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거나 둘 중 하나일 게 틀림없다.
“아까 제가 혼잣말로 하신 거 들으셨죠~? 그거예요.”
아아.. 그게 혼잣말로 하는 거였나? 내가 보기엔 내 말에 대답한 거처럼 보였는데.. 아무튼 이건 아무래도 좋다. 일단 문제는......
“니가 말한 그 ‘아무것도 없는 크리스마스’ 라는 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민규의 말에 그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그게 말이죠~” 하고 잠시 쉬더니 이윽고 이어서 말했다.
“이 세상의 아이들에게 ‘희망’ 이라는 것을 나눠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루돌프’ 를 찾지 못하면 우리들은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해요~”
내가 보기엔 너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 ‘희망’ 같은데....
“그래서 그 ‘희망’ 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데?”
“혹시 ‘크리스마스의 기적’ 이란 말을 아시나요?”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란 말은 잘 아는데 말이지. 필요하다면 자세하게......”
“필요없어요!!! 그보다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요.... 이 세상에는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리는 사람.. 즉, 아이들이 엄청 많다는 거예요. 누구씨와는 달리요.”
어쩐지 말에 가시가 느껴지는데..
“그리고 그 아이들은 모두들 한 가지씩 소원을 가지고 있죠.”
그 소녀는 다시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 가족이나 친구가 아픈 아이, 재해로 피해를 입은 아이 등.. 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이 있는 만큼 그 이상으로 불행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저희들이 존재하는 거예요.”
뭐랄까 어린 소녀가 하는 말이 엄청 거창하게 들린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뭐, 어린아이들은 가끔씩 이런 망상을 해보기도 한다. 자신이 불행한 사람들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어 보기도 한다는 그런 영웅 같은 이야기를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불행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은 저와 제 친구들이 하는 일이예요. 당신은 그저 저의 친구를 찾는 일을 도와주시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친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정보를 달란 말이야! 정보를!!!”
“네. 그 친구의 이름은 ‘루돌프’ 라고 하는데......”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뿐이잖아!”
“꺄악~ 처음 보는 사람이 소리질렀어요~”
“그만해. 그것보다 그 친구는 언제까지 찾아야 하는 거야?”
“네? 그게.... 이브까지요.”
이브가 24일이고 오늘이 20일 이니까 결국 4일정도 남은 셈이다.
“하아~ 이거 꽤나 힘든 일이네.”
“그러게요. 그래도 선뜻 도와주신다고 말하실 줄은 몰랐어요. 그보다 당신 같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거든요.”
“어째서 도와준다고 결정이 난 거냐고!! 그것보다 그건 또 뭐야? 찾기 힘든 사람이라니? 내가?”
“네. 뭐, 당신은 그다지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선 당신에게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거든요.”
욕과 칭찬이 섞인 묘한 말이다. 아니, 애초에 칭찬 따윈 없나?
“특별한 능력이라는 건 또 뭐야?”
“저희를 보는 능력 이예요.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희들이 보이지 않거든요. 헤헤~”
뭐, 이것도 어린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인 ‘만약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이라는 건가.
그 소녀의 말에 반박하기도 귀찮아진 민규는 그냥 대강대강 대답하였다.
“음.. 뭐, 일단 내가 힘 쓸 수 있는 데까지는 도와줄게. 하지만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면 조금 곤란하지만 말이야.”
“아, 고마워요. 그저 시간이 날 때에만 조금 도와주면 되거든요~”
“그래도 너, 꽤나 다급한 어조로 말했잖아.”
“네. 물론 급하기는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 소녀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만약 이 소녀가 신용이 가는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믿어버렸을 것이다.
“나를 신경써주는 거야?”
“당연하지요~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거든요~”
‘희망’ 이라......
“뭐, 그럼 다음부터 잘 부탁한다.. 뭐, 다음이라고는 해도 내일부터지만 말이야.”
“아, 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며 그 소녀와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공원으로 빠져 나가기 전 민규는 그 소녀를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너 이름이 정확히 뭐야?”
민규의 외침에 그 소녀는 마지막까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는 ‘페르노엘’ 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우으으~”
여느 때처럼 작은 방에는 알람시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규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재주 좋게 손만 뻗어 알람시계를 잠재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계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부품이 떨어져 나간 듯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민규는 잠결에 한 행동이라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알람시계가 꺼진 줄로만 알고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처참히 희생된 알람시계에서 더 이상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민규가 자고 있는 방은 이내 고요해졌다.

“아, 아아~”
주변은 온통 어두웠다. 주위를 둘러 봐도 역시 보이는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뭐야.. 오늘까지 치면 벌써 4일째란 말이야.. 이제 슬슬 질릴때도 됬는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냉정하게 작은 빛을 찾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멀리서 작은 빛이 보이자 민규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그 빛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빛을 만지면~”
이윽고 주위가 환해지더니 민규 앞에는 황금색 종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종을 건드리면~”
그렇게 중얼거리며 황금색 종에 손을 갖다 대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종이 흔들리며 소리를 낼 뿐 그 외에 별다른 점은 없었다. 즉,
“예, 예전과 다른건가?!”
지금까지의 꿈과 조금 달랐다. 평소대로라면 이 대목에서 민규는 눈을 뜨고 늦잠을 잔 걸로 되어 있어야 한다. 늦잠이란 것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뭐, 뭐야?!”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민규 앞으로 황금색 종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어, 어어?!”
민규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그 무언가는 민규에게 한 마디를 말하고는 이윽고 다시 사라졌다.
『저를.... 기억해 주세요.』
“무, 무슨?!”
민규는 뒤늦게 외쳐봤지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그 무언가는 이미 형태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이윽고 민규는 꿈에서 깨어났다.

“하아~”
민규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큰길을 걷고 있었다. 아침에 꾼 꿈 때문에 또 다시 지각을 하고 말았지만....
요새 들어서 상습범이 되니 선생님들이 나를 보면 무조건 불러 세운다는 전설급 칭호를 손에 넣은 기분이다.
“하아.. 그보다 오늘이 21일 이니까 앞으로 이브까지는 3일 남은 건가?”
“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무, 뭐야!!”
어느새 민규 뒤에서는 금발의 여자아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보다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대체 어느 사이에 내 뒤로 온 거지?
“그보다 오빠~ 오늘은 제 친구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으, 응? 그 친구라는 애는 벌써 찾은 거야?”
“아뇨, 그 친구는 아직 이지만 다른 친구들이 왔거든요. 사실 그 친구들도 다 같이 찾다가 오늘에서야 이곳으로 온 거거든요.”
과연,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도대체 몇 명이나 끌어들인 건지.. 그보다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얼마나 그 친구를 찾아다닌 걸까?
“일단 같이 그 공원으로 가죠.”
그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민규의 손을 잡고 공원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공원까지는 얼마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힘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소녀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는 것이다.
‘놀라운 신체 능력이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금발의 소녀가 웃으며 “이 분들이 제 친구들 이예요.” 라고 말하며 모두 다른 국적의 외국인처럼 생긴 소녀를 8명 데리고 왔다.
금발의 소녀가 데리고 온 친구들은 총 8명으로 가로로 일렬로 서 있었다.
“그럼, 왼쪽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아, 아니.... 그다지 소개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지. 그보다 8명이나 되는 사람의 이름을 한 번에 외우는 것은 나한테는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고 말이야......”
“네. 그럼 왼쪽에서부터 ‘Dasher(대셔)’ ‘Comet(카밋)’ ‘Dancer(댄서)’ ‘Cupid(큐피드)’ ‘Prancer(프랜서)’ ‘Donder(도너)’ ‘Vixen(빅센)’ ‘Blitzen(블릿젠)’ 이예요.”
“이봐, 금발 꼬맹이!! 너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잖아!!!”
민규의 말에 그 소녀는 볼을 한껏 부풀리며 말했다.
“저, 저는 이미 ‘어른’ 이라구요!”
과연 이 소녀는 ‘어른’ 을 얼마나 쉽게 생각 하는 걸까?
“그래 뭐, 알았어.”
“아아!!! 지금 저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니 생각 탓이야.”
“어, 어째서 시선을 돌리는 거예요?”
“아니, 아무것도.. 그것보다 그.. 페, 페, 페르..”
버벅거리는 민규에게 금발의 소녀는 검지 손가락을 위로 뻗으며 말했다.
“페르노엘 이예요. 그냥 페르라고 불러 주세요.”
“아, 그럼 페르. 니 친구들이랑 같이 그 친구를 찾는 거야?”
“네. 어제까지만 해도 저 혼자 찾으러 다녔지만 오늘부터 저와 같이 행동하게 되었어요.
“아아~”
“참고로 말하자면 플러스로 당신도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행동하는 거예요.”
그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사실이냐.
“그보다 어떤 식으로 찾으려는 건데?”
“.........네?”
갑자기 식은 땀을 흘리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페르노엘 이였다.
“아니 시선을 피하지 말라는 사람은 누구였더라.... 그보다 거기 친구들도 자꾸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지 말란 말이야!!!”
민규의 말에 페르노엘을 포함한 9명은 흠칫 떨었다.
“하아.... 그보다 니가 찾고 있다는 '사람' 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름이 ‘루돌프’ 라는 것 외에는 하나도 없고 말이야....”
“..........네?”
“그러면 너 혹시 그 ‘루돌프’ 라는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는 게 없어? 예를 들어서 머리카락 색이라던가 머리 모양이라던가 하는......”
“네? 저기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어? 그야 니 친구 애기를......”
“그러니까 저는 그런 친구는 없는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니가 전에 분명 ‘루돌프’ 라는 친구를......”
“아니, 그게 제 친구 중에 ‘루돌프’ 가 있기야 있지만요....”
페르노엘은 잠시 말을 끊은 뒤 이어서 말했다.
“그 친구가 ‘인간’ 이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뭐, 겉모습은 인간처럼 하고 다닐 수도 있지만 본 모습은 그게 아니거든요.”
“......그게 아니라니? 그럼 뭐란 말이야?”
“음...... 당신은 ‘루돌프’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나요?”
“뭐, 일단 내가 아는 루돌프라고 한다면 코가 빨갛다거나 하는거?”
“네. 정답이예요. 코가 빨갛죠. 그리고 그 코가 하는 역할을 혹시 알고 계시나요?”
“으음~ 아마 안개속 같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밝혀 산타가 다니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나?”
“네. 의외로 당신은 생각이란 걸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보다 이녀석.... 하는 말중에 자꾸만 내 욕이 있는 거 같은데 말이지..
“일단 루돌프는 산타가 가는 길을 밝혀주는 역할. 즉, 길잡이라는 소리예요.”
페르노엘은 뒤쪽에 서있는 친구들을 한 번 보더니 이윽고 다시 이쪽으로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즉, 제가 말한 ‘루돌프’ 라는 친구는 길잡이에 가장 적합한 모습일꺼란 말이예요.”
“그래서 그게 어떤 모양인데?”
“그걸 모르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아, 그래?”
“네. 그런 거예요.”
“그래. 그럼 안녕.”
민규는 한 손을 들어 인사를 표하고는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아, 아니 어째서 그냥 가시는 거예요오오오오?!”
뒤쪽에서 페르노엘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같이 온 친구들이 웅성이는 소리도 들려왔다.
“......여러 가지로 피곤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내일하자. 그보다 내일에는 조금 그럴싸한 말을 붙이라고......”
“아, 아!! 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거죠? 아!! 그렇게 멋대로 가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민규는 그렇게 외치는 페르노엘을 애써 무시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정말.... 사람을 찾는 다고 하면서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민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이때의 민규는 그저 페르노엘이 친구를 찾는 게 심심해져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행동이나 말투 같은 것은 장난이 아닌 듯 보였지만 어째든 하는 말은 거의 장난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말이지.... 이름이 루돌프라는 것부터가 이상했는데 거기다 뭐라고? 길잡이? 그거 완전 순록이잖아. 게다가 인간이 아니라면 진짜 순록을 찾으러 가야 할 판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이 민규는 이윽고 집에 도착하였다.

“어, 어어?!”
주위는 어두웠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또 그 꿈인 건가?”
요즘 들어서 왠지 이 꿈을 자주 꾸는듯한 느낌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꿈만 꾸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번 꿈은 저번 꿈과는 뭔가 조금 달랐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언제나 들려오던 그 종소리가 이번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에는 작은 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젠 아예 출구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건가? 내 꿈도 정말 대충대충인걸......”
그렇게 감상을 털어놓는 민규였다.
그때였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아, 종소리!!!”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 꿈속에서만 듣던 그 종소리였다.
민규는 주변을 둘러보며 종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작은 빛이 있었다.
“아아~ 이걸로 끝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빛을 만지자 이윽고 황금색 종이 나타났다.
“아.. 이 꿈도 이제 질린다. 그럼 이제 아침이라는 악몽이 시작되는 건가..”
황금색 종을 만지자 이윽고 주변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제 깨어나겠지..
민규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민규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간듯 보였다. 눈을 감고 있지만 왠지 아직 잠에서 깬 듯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눈을 뜨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은 안개가 낀 듯 온통 뿌옇게 보이기만 했다.
그리고 이윽고 민규의 눈앞에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아, 누구세요?”
이런 곳에서, 더욱이 자신의 꿈에서 나온 인물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런 자잘한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민규의 말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무언가는,
『..........저를 잊지 마세요.』
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잊지 말라니......?’
그저 앞 뒤 문맥도 없이 잊지 말라는 소리만 할 뿐이었다.
“당신은 누구 인가요?”
『저는................』
“네? 뭐라고요?”
갑자기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점점 그 형채를 잃어감과 동시에 말도 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저........ 그........ 요........』
게다가 시간이 지나니 더 이상 알아들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저, 저기요!!”
그리고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는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 전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반복했지만 어째서인지 이 말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도와.. 주세요.... 친구들을.. 페르노엘을......』
그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꿈이 나에게 전한 말이었다.
『부탁.. 드려요......』

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
언제나처럼 작은 방에 울리는 알람시계소리. 민규는 몸을 뒤척이며 그 알람시계의 스위치를 눌렀다.
“뭐가 뭔지....”
민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알람시계를 끄고도 곧바로 잠에 빠지지 않았다.
“그보다 그 꿈.... 뭘 도와달라는 거야?”
민규는 거실로 내려가며 오늘 꾼 꿈을 다시 되짚어 봤다. 중간까지는 지난번 꿈들과 비슷했지만 오늘 꿈은 유난히 이상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지각을 면한 민규는 조금 편안한 학교생활을 마치고는 큰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갔다.
요 근래 계속해서 지각만 하다가 오늘 드디어 제 시간에 오자 선생들은 나에게 딱히 할 말이 없는지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보다 오늘은 어쩐 일로 제 시간에 일어났을까?”
자기 자신이 빨리 일어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민규였다.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Jingle~』
것보다 아직 저 가게는 스피커를 고치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Jingle~』 부분만 무한 반복이다. 저 소리를 계속 들으니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저 가게도 조만간 망하게 생겼군.... 크리스마스까지 버티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공원에 접어들었다.
공원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 아이들은 초등학생으로 빠른 학교는 벌써 겨울방학인 학교도 있었다.
“아, 저 녀석 또......”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에 금발의 소녀 한 명이 서있었다. 그 소녀는 주위 아이들과 달리 이국적인 분위기의 소녀였다. 저런 곳에 서 있으면 주변의 시선이 집중될 만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 생각과는 다르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 소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외국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건가? 뭐, 그것보다도 페르의 친구들은 어디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금발머리의 소녀 즉, 페르노엘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 아아!!”
페르노엘도 민규를 본 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정말~ 어제는 그렇게 가버리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구요!!”
“니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잖아.”
민규의 말에 페르노엘은 가슴을 있는 힘껏 펴며 당당하게 말한다.
“저도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할 줄 알고 미리 손을 써두었지요!!!”
“어?”
“자~ 나오세요 여러분~”
페르노엘이 두 손을 하늘 위로 높이 뻗자 페르노엘의 머리 위로 작은 빛이 생기더니 이윽고 그 빛은 점차 커져갔다. 그리고 이내 사람보다 커졌다.
“뭐.... 야!!!”
그 빛은 소품이나 눈속임 치고는 너무나 생생했다. 아니, 그보다 이런 꼬맹이가 이런 걸, 그것도 공원 한복판에서 눈속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너 이게 대체 무슨......”
“헤헤~ 그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요~”
페르노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빛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 빛 속에서는 총 8개의 무언가가 튀어 나왔고 민규는 그것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어제 만났던 그 친구들이예요. 하지만 이 모습은 역시나 대체용일뿐. 진짜 모습은 또 따로 있지요.”
이윽고 페르노엘의 친구들이 하얀 빛에 휩싸이더니 이윽고 모두들 평범한 소녀에서 사람보다 커다란 순록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사, 사슴.. 인가?”
“헤헤~ 순록이예요. 그렇지만 보통 순록하고는 조금 다르지만요.”
민규는 자신이 현재 보고 있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은......
“드디어 너희들이 미친 게 아니라면 내가 미쳐버리고 만 것이구나.”
그만큼 민규는 눈앞의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뭐, 그런고로 잘 부탁드려요~”

3.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며.

민규는 현재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방금 전까지 그 소녀가 보여준 것을 보고는 아직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민규를 보고는 페르노엘은,
“뭐, 역시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인 반응이네요. 하지만 뭐 당신도 머지않아 알았어야 할 사실이니까요. 그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드릴께요. 하지만 그렇다고 많이 드리지는 못해요. 저번에 말씀 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저희들은 ‘루돌프’ 를 찾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내일 다시 공원에서 만나요~”
“하아~”
민규는 그저 식탁 의자에 앉은 채 한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야....”
그저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당연하지 않은 가? 어린아이가 그런 말을 했는데 진지하게 받아드리는 사람은 뭔가 이상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녀는 ‘진짜’ 였다. 물론 그 소녀 즉, 페르노엘의 정체는 아직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다른 나라에서온 외국인을 닮았을 뿐 사실은 그것도 그 녀석의 친구들처럼 ‘가짜’ 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생각할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페르노엘이 그렇게 할 동안에도.. 주변의 사람들은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끔 나에게는 이상한 눈빛을 보내기는 했었지만 결코 페르노엘과 그 친구들에게는 향하지 않았다.
“뭐야아아아아~!!!!”
결국 폭발해버린 민규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냉수를 꺼내 한 번에 들이켰다.
“하아.. 오늘이 22일 이니까 이제 2일 남은 건가.. 그보다 진짜 정신없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몇일 전 엄마가 놔두고 가신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했다.
그 트리는 아직 아무런 장식조차 걸려있지 않은 상태였다. 크기는 민규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이 더욱 트리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뭐, 역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런가? 엄마, 아빠도 크리스마스 당일날에는 오신다고 했으니까..”
민규는 그렇게 말하며 트리 옆의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그 상자에는 온갖 트리를 꾸밀 도구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도구가 눈에 들어왔다.

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
작은 방 안에 알람시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번 것보다 다소 소리가 작아서인지 주의를 기울이면 밖에서 지저귀는 참새의 울음소리마저 들릴 지경이었다.
“아으.... 피곤해....”
민규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집으로 돌아온 뒤 트리를 꾸미느라 꽤나 피곤했던 모양인지 민규는 일어서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7시...... 30분...... 오늘은 이상한 꿈 같은건 꾸지 않았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실을 지나 욕실로 향하였다.
한편 민규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점점 더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바로 다음날까지 다고온 것이다.
『시간이 없어요...... 믿을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인데......』
아무도 없는 거실. 그렇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야~ 선생들 얼굴 참 볼만하네~”
민규는 오늘도 지각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선생들의 지적도 받지 않고 이틀 연속이나 지각을 하지 않아서인지 매일 아침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인지 선생들은 괜히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붙잡기도 하였다.
큰길에는 크리스마스를 앞 둔 날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중에서 단연 최고로 화려했다. 게다가 매일 같은 캐럴에 결국 한 구절 반복이라는 ‘악마의 캐럴’ 을 들려주던 가게가 어쩐일인지 잠잠했다.
민규는 지나가며 그 가게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며 말한다.
“축, 대박을 기원합니다.”

어느 샌가 공원 입구로 접어들었다.
공원에는 어제 와는 달리 아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음~ 그 녀석은 안왔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기 계셨군요. 혹시나 공원을 찾지 못하시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거든요.”
이 녀석이 점점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보다 생각은 조금 해보셨는지요?”
물론 생각이야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나는 ‘NO’ 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어, 어이!! 멋대로 그렇게 말을 마무리하지 말라고오오!!”
“애들아~ 이 분이 드디어 결심이 섰다고 말씀하셨어~”
“멋대로 말을 지어내지마!! 그보다 너희들 이 녀석의 말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민규는 어느 샌가 모여든 페르노엘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어제 일을 생각하니 왠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 애초에 나한테 선택지따윈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보다 누군가에게 부탁도 받았으니까....”
“부탁이요~? 저를 말하시는 건가요?”
“아니. 너 말고도 나에게 너를 도와주라고 한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뭐, 꿈에서의 이야기지만......”
“꿈에서의 일은 자신이 바란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걸 니가 말하니까 왠지 짜증이 나려고 해.”

이후에도 민규와 페르노엘, 그리고 그 친구들이 함께 ‘루돌프’ 찾기에 매진하였다.
게다가 한 가지 좋은 일은 민규네 학교는 오늘 방학식을 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루돌프' 찾기는 기한이 내일까지인 데다가 쉬는 날까지 더해져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도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우선 그 ‘루돌프’ 라는 친구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 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민규는 선뜻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도중 민규는 페르노엘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그보다 너! 아까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루돌프’ 에 대해 묻는 건 나뿐이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교대하자고!!”
그렇게 말한 민규의 말에 페르노엘은 고개를 떨군 채 대답하였다.
“저희는.... 말이죠.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 왜, 저랑 당신이 처음 만났을 때에도 저는 우선적으로 저희들이 보이는 사람들을 중심적으로 찾고 다녔었거든요.”
“안보이다니? 그렇담 너희들은 유령이나 귀신이야?”
“아, 네, 뭐.. 말하자면 뭐, 그런 부류예요. 저희는 특수한 사람들 외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때에도 공원 한복판에서 잠깐 능력을 썼잖아요? 하지만 그것에 반응 하던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공원에서 혼자 이리저리 둘러보던 것은 자신들이 보이는 사람들 찾기 위해서였던 것인가?
민규는 어제 이후로 이 소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현재에도 페르노엘이 시험삼아 말을 걸어본 사람중에서 페르노엘의 말에 대답이나 반응을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자, 보셨죠? 뭐, 그런 거예요. 게다가 아마 그 ‘루돌프’ 라는 것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확실히 우리들 에게는 힘든 일이죠.”
“잠깐!! 그렇담 어째서 나한테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시킨 거냐?!”
“혹시 당신 같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예요.”
“......나를 실험용으로 삼지 말아줘~”
“노력할께요.”
그렇게 한동안 대화가 끊어지고 ‘루돌프’ 찾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해가 지고 길거리의 트리들이 아름다운 빛을 뿜어댔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버렸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뭐, 그래도 방에 보는 트리는 예쁘네.”
“그러게요. 만약 여기다가 눈까지 더해지면 더욱 멎지겠지요?”
"너라면 할 수 있지 않아?"
"네.. 뭐, 할 수는 있지만 저는 제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애초에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 을 주기 위한 존재이지 '희망' 을 받기 위한 존재는 아니거든요."
페르노엘의 말에 민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민규와 페르노엘은 트리 앞 벤치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페르노엘의 친구들은 아직 ‘루돌프’ 찾기에 매진중이었다.
“하아~ 그보다 정말 찾기 어렵네. 게다가 힌트 자체도 없고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광범히 해져서......”
민규의 말을 자르듯이 페르노엘은 말했다.
“아뇨. 힌트라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예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과 비슷한 건 피차일반 이지만요.”
“어? 뭐, 그래도 일단 한 번 말해봐봐.”
“음.. 그때 제가 말씀 드렸죠? 저희가 찾는 ‘루돌프’ 는 당신같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루돌프’ 와 하는 역할이 비슷하다구요..”
“아, 응.”
아마 길잡이를 하는 것이었나?
“우선적으로 저희가 찾는 ‘루돌프’ 는 제 친구들과는 달리 순록도, 저와 같은 ‘인간’ 도 아니예요.”
“어, 어이! 잠깐! 너 인간이었어?”
“네. 조금 특이한 능력을 가졌을 뿐이지 저도 엄연한 인간이라구요.”
“아, 아아.... 알았어. 뭐, 계속 해봐.”
“그러니까 즉, 길잡이를 할 만한 물건이라는 거지요. 다른 모양으로는 변하지 못하는 반면, ‘인간’ 으로는 변할 수 있는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루돌프’ 가 인간으로 변했는지 아닌지는 저희도 알 수 없어요.”
“호오~ 들어보니 일리가 있네~”
“그렇다구요~ 저도 그저 멋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렇게 대화하는 동안에도 점점 더 시간을 흘러만 갔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한밤중이 되어 앞으로 몇 시간만 지나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는 날이다.

민규는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하아~ 이제 마지막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건가....”
결국 자정에 가까워지자 페르노엘은 민규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민규도 거의 반나절동안 밖을 돌아다녀서인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민규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씼고 난 뒤 거실로 돌아오니 11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트리.... 아까 전 그 트리는 굉장히 멎졌지.”
민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실의 트리 앞에 서서는 그 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젯밤 자신이 꾸며놓은 트리는 여러 가지 꾸밀 것들이 엉성하게 붙여져 있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 트리를 보니까 왠지 나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어진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민규는 다시 트리 옆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어젯밤부터 신경쓰인 무언가를 트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에 걸어 놨다.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이 되었다.
“하아암~”
민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떳다. 어제 자신이 트리를 꾸미다가 그대로 거실에서 잔 모양이었다.
다행이도 난로가 켜져 있어서인지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소파 위에서 자서 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뭐, 저 정도면 나름 멎지다고 할 수 있겠지~”
민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젯밤 자신이 밤새도록 꾸며 놓은 트리를 쳐다보며 감상을 털어 놓았다.
“그보다 지금이 몇 시인지......”
민규는 트리에서 거실 벽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이윽고 민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계는 어느덧 오후 3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페르노엘이 말한 마지막 날이다. 적어도 저녁까지는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늦었다아아아아!!!!!!!!!”
민규는 머리를 감싸안고는 소리쳤다. 그때,
딩동~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느, 늦어 버렸...... 어......”
하지만 민규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소파 위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망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초인종 소리는 점차 빠르게 울려왔다.
디디디디디잉~도오오오오옹~
“이 멍청아! 시끄러워!!!”
결국 민규는 욱한 마음에 소리쳤다. 그리고 현관문 밖에서 들려온 것은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 저예요. 페르노엘~”
“..........응?”

이곳은 민규네 집 거실이다. 마주보게 되어있는 소파에 민규와 페르노엘은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늦잠을 잤다는 거예요?”
“믿기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지금 그런 바보같은 이유를 믿으라는 건가요?”
“그러는 넌 처음에 그런 바보 같은 말을 믿으라고 했었잖아....”
“그건 그거, 이건 이거예요~”
페르노엘의 친구들은 민규 집이 아닌 민규네 집 앞마당에 모여 있었다.
“그보다 너희들은 여태 뭐하고 있었던 거냐?”
민규의 말에 페르노엘은 발끈하며,
“그야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미안, 미안~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찾으러 다니자고.”
“흥이네요~”
“그럼 말던지....”
“우왁! 무책임해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옷만 금방 갈아입고 나올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민규는 곧바로 자기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정말~ 무책임 하다니까요....... 어라?”

민규는 방에서 옷을 갈아 입은 뒤 거실로 내려가기 위해 방문을 열려는 순간,
“어, 어?!”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며 몸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 야......?!”
그리고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를...... 기억해 주세요.』

민규가 눈을 뜨자 주위는 깜깜했다.
“뭐야? 설마 그 꿈인건......”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뭔가가 희미하게 보였다.
“뭐야.. 여기는, 내 방인가?”
민규는 더듬더듬 벽처럼 생긴 부분을 짚으며 이윽고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더니 방에 불이 밝혀졌다.
“뭐야? 밤이었던 거....”
그렇게 중얼거리다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뒤를 이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알람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7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느, 늦었다아아아아!!!!!!!!”
민규는 거의 날아가듯 계단을 타고 내려간 뒤 거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느새 지쳐 잠이 들어버린 페르노엘이 있었다.
“어, 어이!! 페르!! 일어나라고!! 벌써 시간이 7시 30분이 지났단 말이야!!”
“아, 아아....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시는 거예요?”
페르노엘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시, 시간이!! 아니, 그보다 너 도대체 뭘 먹은 거냐?”
“아, 네? 그게 사실은.. 식탁 위에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있어서요.. 제 친구들이랑 같이 나눠먹었거든요.”
“너 설마 그 딸기 케이크를 말하는 건......”
“네. 맞는데요?”
그 케이크는 상온에서 7일이상 방치된 케이크였다. 한 조막만 먹고는 그동안 잊어버렸는데......
“그걸 먹고도 겨우 쓰러진 정도에 그쳤다는 거냐.... 아니, 그보다 지금 그걸 말하려던 게 아니고!!”
“잠시 진정좀 하세요. 자, 여기 케이크를 드시면서....”
“그런 곰팡이 덩어리는 그냥 놔두고 말이야!! 그러니까 시계를 봐란 말이야!!!!”
“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 고..”
민규의 말을 들은 페르노엘은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는 그대로 얼어 붙었다.
“아아.... 지금이 7시 40분 이니까.. 남은 시간은.. 4시간 정도네요.. 하하.. 그러니까......”
페르노엘은 잠시 말을 끊더니 이윽고 큰 소리로 외쳤다.
“비사아아아아앙!!!! 모두 일어나!!!!”
페르노엘의 소리에 밖에서 대기(자고) 있던 페르노엘의 친구들은 서둘러 거실로 달려왔다.
“긴급상황이예요!! 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앞으로 약 4시간 후면 모든게 끝나 버리고 말아요!!”
페르노엘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장난기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정말 긴급상황인 모양이었다. 이 사태에 조금 책임감을 느끼는 민규도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일단 최대한 ‘루돌프’ 가 있을 만한 곳을~!!!”
“일단은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녀 보는게....”
그때였다. 민규는 아까 쓰러지기 직전에 들려왔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 목소리는 꿈에서 자주 들었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민규에게,
『저를...... 기억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기억해 달리니.. 무슨 소리지? 그보다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 문득 지난 꿈들이 다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어두캄캄한 곳.
작은 빛.
황금색 종.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자신을 잊지 말라는 소리와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소리였다.
“자, 잠깐....!”
“네?”
“잠시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네, 네. 뭔데요?”
무언가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게 있잖아. 그 ‘루돌프’ 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사물의 형태를 띄고 있는 거야?”
“네. ‘루돌프’ 가 사람으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말이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는데 말야.... ‘루돌프’ 를 너는 한번에 알아 볼 수 있는 거야?”
그건 확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이 틀렸다면 결국은 시간만 잡아 먹는 셈이 되버리니까....
“네? 아, 그건 아니에요. 제가 근처에 가면 ‘루돌프’ 가 저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일 때까지는 저는 설령 ‘바로 앞에 루돌프’ 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아차릴 수 없거든요.
“그럼 말이야.. 혹시 그게.. 크리스마스와 관련 있는 물건일 가능성은?”
하지만 모든것이 그저 나의 추측이라고는 해도 꿈속에서 들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는 셈이다.
“네. 아주 높죠. 그것이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있다면 말이죠.”
페르노엘의 말에 민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아마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일 것이다.
갑작스런 민규의 웃음에 페르노엘은 당황하며 말했다.
“왜, 왜그러시나요? 혹시 벌써 포기하신 건가요?”
“아.... 뭐,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아니, 오히려 답이 나왔거든.”
“네?”
“저기 말이야. 너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지?”
꿈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무언가는 아마 우리가 찾던 그 '루돌프' 일 것이 틀림없다.
“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저희들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저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말이야. 그 ‘루돌프’ 가 너에게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꺼야?”
아마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것은 '루돌프' 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을 때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루돌프' 의 진짜 모습은....
“무슨 말씀 이신지....”
“그러니까, 그 ‘루돌프’ 도 달리 표현을 하고 싶은데 어떠한 사정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면?”
민규의 말에 페르노엘을 포함한 그의 친구들도 모두들 민규를 쳐다보았다.
“혹시 너한테 보내야 할 신호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나에게 보냈다고 한다면?”
“저, 혹시?!”
“그래. 나도 처음에는 알아차리 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제야 깨닫고 말았어. 꿈에서 나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그 무언가는 바로 ‘루돌프’ 였던 거니까.”
“꿈.. 이라뇨?”
“아, 아 그건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어느덧 8시를 10분 앞두고 있었다.
“이미 ‘루돌프’ 를 찾았으니까 말이야.”
“차, 찾았다뇨?”
민규는 페르노엘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는 거실 불을 껏다. 바깥도 이미 해가 져서 인지 거실은 완전히 깜깜해 졌다.
“그럼 이제....”
그리고는 민규는 어림짐작으로 트리 근처까지 걸어가 조그마한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니 트리에 불이 들어오더니 아름다운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자, 자~ 이제 다음은~”
이어서 민규는 그 트리에 달려있는.. 밝게 빛나고 있는 황금색의 작은 종을 손으로 잡았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종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고요해진 거실에는 종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 다음이 마지막이야!!”
민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민규가 들고 있던 황금색 종이 빛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루돌의 원래 모습은 아마 황금색 종이었을 것이다. 밝게 빛날 뿐더러 그 소리로 사람을 인도해주는 그 종은 길잡이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종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차, 찾았.. 어요.. 저희가 찾던 ‘루돌프’ 를 말이예요..”
“역시.. 그 황금색 종이 니가 찾던 ‘루돌프’ 였구나..”
“저, 정말 고마워요!! 아니, 감사해요!! 어,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아니.. 그렇게 까지 감사할 필요까지는....”
그때 민규의 눈앞이 흐려졌다.
“하, 하지만 그래도!!”
“뭐, 그럼 적어도 이 한 가지 부탁만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민규는 결국 어떤 한 마디를 말하고는 그대로 다시 쓰러졌다.
“네. 그 정도는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걸요. 아니, 그 부탁은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 할 판인걸요.."
『그럼 작별이네요. 민규.』
"Blessing to everything you do."
페르노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민규네 집을 뒤로 했다.
민규도 그 마지막 말을 들었다. 이때 민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이름으로 불렸다.

에필로그

12월 25일.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거의 잠만 잤던 이브에 비해 오늘은 기필코 본전을 뽑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민규는 창문을 열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눈이라고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화이트였다.
민규는 어제 쓰러지기 직전 페르노엘에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 눈을 뿌려 주는 건 어떨까?”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좋은 것들을 말할 기회는 언제든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때에는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것보다 그때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었던 거지?’
민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보며 생각했다.
조금만 있으면 부모님들이 집에 오실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해야지..
“그래도 말이야....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은 모두 꿈일 수도 있다. 그런 멍청한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금도 그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되어있지 않은 모양이다.
눈을 뜨자 내 몸 위에는 행여나 감기에 걸릴 까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 거기다 어째서인지 케이크는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참 나.. 그 녀석들 마지막까지 기여코 그런 곰팡이 덩어리를 먹고 간건가......”
어쩐지 쓴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뭐, 어째든 그 녀석들도 나도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이 되었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들고 있는 황금색 종을 흔들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민규의 작은 방에는 종소리만이 넑게 울려 퍼졌다.
그 종소리는.... 모든 사건의 방아쇠이자 해결사인 '루돌프' 가 나에게 들려주는 소리였다.
“페르노엘.. 아니, 산타 아가씨. 메리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그것은.. 고등학교를 앞둔 나의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사건이었다.

Writer

수려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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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ㅁㅁㅁ 10.12.02. 01:38
딱 라이트 노벨의 정석을 따르고 있네요. 그래서 참신한 맛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가 단편보다는 장편에 어울리네요. 그런 탓에 이야기가 너무 압축됐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좀 더 인물과 인물 상호 간의 심리 묘사가 있어야하는데 그런게 많이 부족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나쁘진 않습니다만, 서술과 묘사와 더불어 너무 최소한의 수준을 갖추었을 뿐입니다. 나중에 서술과 묘사를 보강하고 이야기의 양을 늘려보시는 것도 나름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